임영웅이 첫 매거진 커버 인터뷰에서 당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삶을 완성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임영웅에게 물었다. 그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너무 뻔하고 진부하지만 결국 사랑이라고 말했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더 사랑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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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니트 아워레가시. 헤링본 팬츠 오프화이트. 블랙 로퍼 르메르.
오늘 촬영은 어땠나요?
재밌었어요. 잡지 커버 촬영은 처음이지만, 비주얼을 담당하신 에디터님이 너무 잘 이끌어주셨습니다. 저는 그냥 따라다니기만 했는데 어느새 시간이 다 갔네요.
그 에디터는 거의 열 시간을 촬영하면서도 힘든 기색 없이 잘해주셨다고 감사해하더군요.
아녜요. 디렉팅을 잘 해주신 덕분이죠. 제가 한 건 없습니다.
고급스러운 인성의 디테일은 이런 작은 대화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사양을 할 때도 상대방의 기분이 나쁘지 않고, 겸양을 보일 때도 너무 지나치거나 불편하지 않거든요. 어떻게 그렇죠?
딱히 겸손해야지, 인성이 좋아야지, 착해야지 하고 마음먹고 행동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있는 그대로,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는 건데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다만 팬분들이 제 모습을 만들어 주신다는 생각은 해요. 어떤 행동을 할 때 ‘좋다’ ‘바르다’ ‘겸손하다’ 말씀해 주시니까 점점 더 그렇게 행동하게 되더라고요.
팬들의 바람대로 강화되는 거군요.
일단 어머니께서 저를 바르게 잘 키워주셨지만, 활동을 하면서는 팬분들이 또 저를 바르게 키워주시는 거죠.
가끔 저 역시 제 자아가 ‘나의 의식’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반응으로 만들어진다는 생각을 하는데, 비슷한 건가요?
맞아요. 제가 행동을 하면 팬들이 그에 대한 반응을 적극적으로 해주시거든요. 그리고 그 반응이 다시 저의 행동을 만드는 거죠.
나의 액션과 팬의 리액션이 나를 만든다. 정말 좋은 이야기네요. 막상 만나서 얘기해보니 예능 방송에서 보던 모습보다 훨씬 내향적이고 차분한 느낌이에요.
그러실 거예요. 제가 낯을 좀 가리거든요. 친한 사람들 사이에 있지 않으면 말수가 확 적어져요.
<산골총각 영웅>에선 그렇지 않던데요.
이번 <산골총각 영웅> 시리즈는 정말 큰 용기를 내서 하고 있습니다. 워낙 그 방송에 출연하시는 분들 중에 저와 친분이 있고 편한 분들이 많이 계시고, 또 제작진분들이 편안한 환경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를 해주셨거든요. 시월이(임영웅의 반려견. 이날 촬영장에도 동행했다)가 같이 출연한다는 점도 도움이 되었고요.
브이넥 니트, 포켓 셔츠, 블랙 로퍼 모두 르메르. 그레이 와이드 팬츠 메종 마르지엘라. 벨트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빈티지 워치 파텍 필립. 화이트 삭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산골총각 영웅>에 나오는 친구들 말고도 또 다른 친구 무리들이 축구장에 있지요. 축구단은 물론 아예 축구 리그를 이끌고 있으니까요.
맞아요. 리턴즈 FC의 구단주이고, 8개의 아마추어 팀이 속해 있는 코리아 아마추어 리그(KA 리그)를 이끌고 있습니다. 운동은 한 번만 같이 해도 금방 친해지거든요. 저도 그래요. 축구하고 나서 맥주 한잔하고 나면 금세 친구죠, 뭐. 운동장에서는 전혀 내성적이지 않아요.
영웅 씨와 친해지려면 축구를 해야겠군요.
그러면 정말 한 방이에요. 그런데 저희 리그에 들어오는 게 쉽지는 않아요.
수준이 어느 정도 되나요? K리그로 따지면요.
저희 팀은 아마 서울권 K5(아마추어 최상위 리그) 중위권 팀 정도 될 것 같아요. 리그 전체로 따지면 K5부터 K6 수준까지 다양해요.
수준이 엄청나게 높네요. 리그에 들어가려면 조건이 있나요?
들어오는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몇 가지만 간략히 말씀드리면, 선수 출신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은퇴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야 한다는 등의 세부 조건들이 있어요. 나이대는 2000년대 이후 출생부터는 받지 않아요. 리그의 정의 자체가 축구에 대한 꿈을 이루지 못한 아마추어들의 리그다 보니 일단 30대 위주일 수밖에 없는데, 20대가 같이 뛰면 균형이 깨지더군요.
어휴. 20대는 너무 빠르죠. 경기가 성립이 안 될 것 같은데요.
예, 달라집니다. ‘20대는 비선출, 30대는 선출 가능’ 뭐 이런 식의 조건을 만들까도 생각해봤는데, 그러면 너무 복잡해질 것 같더라고요.
축구 이야기가 나오니까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어요.
축구 이야기만 나오면 바로 이렇게 됩니다.(웃음)
다른 운동을 해봐도 역시나 축구인가요?
최근에는 골프도 조금 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축구에서 느끼는 희열을 이길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골프는 잘 맞을 때보다 안 맞을 때가 너무 많기도 하고요.(웃음) 또 아무리 골프에서 잘 맞아서 멀리 날아가도 축구에서 한 골 넣었을 때의 희열에는 비할 수가 없더라고요.
하긴 그때의 기쁨은 어떤 것도 이길 수가 없지요. 저도 고등학생 때 점심시간에 옆 반이랑 하던 경기에서 한 골 넣은 게 아직도 기억이 나요.
그게 축구죠. 아무리 오래 지나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는 게 신기해요. 저도 어릴 때부터 극적으로 넣었던 골들은 거의 다 기억하고 있거든요.
어릴 때 잠깐 선수 생활도 하셨죠.
사실 초등학생 때 1년 정도밖에 안 했어요. ‘임영웅 선출이다’라는 소문이 있다고는 들었어요. 그런데 사실 초등학생 때 1년 한 정도는 이 바닥에서 선출로 인정해주지도 않아요. 사실상 그냥 일반인이에요.
지난번에 <뭉쳐야 찬다>(JTBC)에 출연해서 뛰는 걸 봤어요. 정말 잘하던데요. 깜짝 놀랄 정도로요.
그건 제작진분들이 잘하는 모습만 잘 편집해주셔서 그렇습니다.
이런 게 바로 아까 얘기한 그 고급스러운 겸양입니다.
이건 겸양이 아녜요. 진짜로 잘하는 장면만 편집해주셨어요.
가수 인터뷰에서 축구 얘기를 이렇게 오래 하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만, 하나만 더 물어볼게요. 만약 초등학생 때 축구를 계속하셨다면 어느 정도 수준의 선수가 되었을 거라고 자신해요?
전 진심으로, 그때 제가 축구를 계속했다면 지금은 국가대표팀에 있을 자신이 있습니다.
우와! 어떤 포지션으로요?
아마 이강인 선수 자리에서 뛰고 있지 않았을까요? 이강인 선수는 상황에 따라 윙 포워드와 미드필더를 오가는데, 제가 뛰는 포지션이랑 겹쳐요. 사실 저는 어릴 때 이강인 선수보다 리오넬 메시의 포지션에서 뛰는 걸 좋아해서요. 아마 전문적으로 축구를 했더라면 메시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축구를 좋아하는데, 왜 포기했어요?
초등학생 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내성적이어서 일찌감치 포기했어요. 오히려 그만두고 나서 자신감을 찾은 것 같아요. 조금 배웠다고,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 축구를 하면 실력이 월등해 보이더라고요. 아이러니하게도 축구를 그만두고 나서야 축구에 대한 자신감을 찾은 거죠. 잘하는 애들 사이에 섞여 있을 때는 빛을 발하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블랙 니트 아워레가시. 안경 플라스틱 프로덕트.
나중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전 임영웅의 어떤 무대들은 정말 쉼표 하나까지 완벽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어쩌면 이런 내향적인 성향 때문에 그 정도의 음악적 성취가 가능한 것일 수도 있겠네요.
(내향적이라) 말수가 적고 생각을 많이 하기는 해요. 그런 점이 음악을 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내향인 중에는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의 비율이 높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완벽한 건 잘 모르겠는데, 저도 생각을 많이 하고 나서 뭔가를 실행하는 편이긴 합니다. 생각해보니 완벽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연습 때부터 쉼표 하나, 숨소리 하나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한다는 거죠?
물론 노래하는 중간에는 그런 생각을 안 해요. 대신 연습을 많이 하죠.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게요. 노래하는 순간에는 듣는 분들과 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부를지는 별로 생각하지 않아요. 발성적인 부분은 그전에 미리 다 생각해두고 완벽하게 연습해두는 거죠.
임영웅 씨의 데뷔부터 봐온 입장에선, 어느 순간엔가 노래를 부르는 방식이 변한 것 같다는 착각이 들기도 해요. 좀 더 편하고 부드러워졌고, 심지어 예뻐졌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렇게 느끼신 게 맞아요. 사실 <내일은 미스터트롯>(TV조선) 때까지만 해도 노래를 굉장히 무겁게 했어요. 전달에만 목적을 두고요. 전달을 잘하려면,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흉성 위주로 소리를 내야 합니다. 우리가 말할 때 두성을 쓰지는 않잖아요. 복식호흡을 하면서 말을 하는 것도 아니란 말이죠. 그냥 우리가 말하는 소리, 그 평범한 소리가 바로 가슴을 울려서 내는 소리거든요. 그래서 그때는 노래할 때도 고음을 내더라도 흉성을 위주로 썼어요. 아무래도 두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무겁죠. 그 이후로 제 소리를 조금 더 발전시키고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부르다 보니, 예쁜 소리도 내보자 싶어서 두성 쪽을 개발해봤어요. 아마 그래서 소리가 변했다, 달라졌다고 느끼셨을 거예요. 지금은 여러 가지를 섞어서 쓰는 중입니다.
Credit
- EDITOR 이진수
- FEATURE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김희준
- STYLIST 이혜영
- HAIR 이일정
- MAKEUP 안성희
- SET STYLIST 이나경
- ASSISTANT 김지효/박현지/한다원
-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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