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둥지를 튼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도전기

St. Louis Cardinals, 김광현

St. Louis Cardinals, 김광현

비룡에서 홍관조로. 김광현이 재도전 끝에 결국 메이저리그 입성에 성공했습니다. 다음 시즌부터 ‘홍관조(Cardinals)’ 로고를 사용하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유니폼을 입게 됩니다. 계약은 일단 2년 800만 달러(약 96억원)지만 각종 요건을 충족한다면 인센티브를 포함해 2년 최대 1100만 달러(약 128억원)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사실, 금액은 아시다시피 중요치 않습니다.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을 계약에 포함시켰다는 게 핵심입니다. 따라서 김광현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바로 메이저리그로 직행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적응과 시험을 위해서라도 시즌 초반부터 제법 기회를 부여받을 것으로도 보입니다. 선발 출전 가능성 역시 지금으로선 긍정적입니다. 현재 카디널스는 잭 플래허티, 마일스 미콜라스, 다코타 허드슨으로 이어지는 1~3선발은 확정적이지만 4~5선발은 아직 확실치 않기 때문입니다. 카디널스의 살아있는 전설 애덤 웨인라이트와 김광현, 유망주 알렉스 레예스가 경쟁 구도를 형성합니다. 팀에 귀한 좌완이라는 것도 플러스 요인입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성적을 떠나 시험무대를 포함해 시즌 초반 선발 로테이션에 한두 번은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성공 여부도 그때 판가름 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성공 가능성은 어떨까요. 현재 다들 조심스럽긴 하지만 대중의 온도차는 확실히 있습니다. 김광현은 1988년생입니다.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닙니다. 성장 가능성과는 거리가 멉니다. 당장 실력으로 승부를 봐야 할 나이입니다. 어깨 부상 이력도 있습니다. 만화 까치를 연상케 하는 특유의 역동적인 투구폼도 삼자가 보기에는 멋있지만 내구성을 깎아먹는 요인이 됩니다. 플레이 스타일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김광현은 그간 큰 키와 앞선 투구폼을 이용해 제구보다는 구위로 타자를 상대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통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구위로 상대를 압도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선발 투수도 가볍게 시속 150km 이상을 던지고 그보다 더 빠른 공에도 타자들이 대처를 하는 게 메이저리그니까요.
네, 맞습니다.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어렵게만 볼 건 또 아닙니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 타자에게 김광현은 새로운 유형입니다. 보통 이렇게 서로 생소할 때 유리한 건 타자보다 투수입니다. 처음에 공을 잡고 먼저 싸움을 거는 쪽은 투수니까요. 수싸움에 키를 쥐고 있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김광현이 속구와 빠른 슬라이드로 이루어진 뻔한 투피치에서 근래 커브와 체인지업, 심지어 스플리터까지 간간이 던질 수 있게 된 건 분명 호재입니다. 수싸움에서 그만큼 패가 다양해졌으니까요. 구속도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보다는 떨어지지만 좌완 투수 중에서는 그렇게 밀리는 건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류현진과 ‘근래’ 클레이튼 커쇼를 떠올리면 쉽습니다. 두 선수의 평균 구속은 현재 김광현과 비슷하거나 낮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강심장과 많은 경험에서 비롯한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과 제구력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강심장이라면 뒤지지 않는 김광현은 두 선수, 특히 부상으로 구속이 떨어진 커쇼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속을 조금 떨어뜨리더라도 제구력에 집중하고 주무기인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제외한 나머지 구종을 좀 더 갈고닦아야겠습니다. 한때 부상으로 의문이 따랐던 내구성은 현재로선 큰 문제 없어 보입니다. 지난 시즌 190⅓ 이닝(리그 3위)을 소화하며 우려를 불식시켰습니다. 카디널스 역시 그 점을 확인했기에 김광현을 영입한 것이겠죠. 이제 모든 것은 선수 본인에 달렸습니다.
2020 메이저리그 개막까지는 네 달 정도 남았습니다. 많은 기대와 함께 자신의 꿈이 걸린 만큼 김광현 역시 남은 기간 동안 준비를 잘해야겠습니다. 국내 야구팬들이 바라는 건 어떻게 보면 딱 하나입니다. 한때 맞수였던 김광현과 류현진의 대결입니다. 꿈의 무대에서 펼쳐질 두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라이벌 매치를 조심스럽게 그려 봅니다.


- 프리랜스 피처 에디터 신동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둥지를 튼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도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