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21세기의 히피는 바다 위에 산다. 이유는 분명했다

21세기의 히피는 바다에 산다. 정치적 혼란, 경제 위기, 사회적 격변, 공공보건의 균열 및 전염병으로 인한 비상사태 그리고 환경 재앙이 전 지구를 덮쳤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인류가 해상을 떠다니는 사회를 만드는 건 논리적인 대응일까? 혹은 대체재로서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몽상가와 편집증적인 기술 마니아들의 실체 없는 프로젝트일 뿐일까?

BYESQUIRE2021.01.29
 
 

Waterworld

 
채드 엘와토우스키와 나디아 섬머걸은 바다 위에서의 삶을 꿈꾸던 부부다. 이들은 어느 해변과도 멀리 떨어진, 특별히 제작한 ‘떠다니는 집’을 짓고 완전히 자유로운 삶을 살고자 했다. 사회의 어떤 제약에도, 어떤 정부의 칙령에도 걸리고 싶지 않았다. 이들은 그저 바다 위를 떠다니며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항해, 카약, 전략형 게임,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가끔씩 피냐 콜라다를 곁들여 매콤한 태국식 파파야 샐러드(섬머걸), 타코와 칠리 치킨 윙(엘와토우스키)을 먹으면서 말이다. 시간이 지난 뒤에는 다른 사람들이 인근에 ‘떠다니는 집’을 특별 제작해 합류할 수도 있고, 그러면 새로운 형태의 ‘지역사회’가 형성될 터였다.
 
 
이런 운동을 ‘시스테딩(Seasteading)’, 그런 사람을 ‘시스테더(Seasteader)’라 부른다. 엘와토우스키는 시스테딩이라는 개념을 지난 2008년 인터넷을 통해 처음 접한 뒤 완전히 사로잡혔다. 그는 몇 년간 온라인을 통해 시스테딩에 대해 논의하고 콘퍼런스에도 참석했지만 직접 실현하지는 못했다. 10여 년이 지난 2019년, 엘와토우스키는 섬머걸과 함께 시스테딩을 장기적으로 시도해보는 최초의 인간이 되기로 결심했다.
 
이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 몇 명과 함께 ‘오션 빌더스’라는 회사를 세우고, 세계 최초의 현대적인 ‘시스테드’를 만들었다. 이는 ‘XLII(익슬리라고 읽는다)’라는 이름을 가진 아늑한 팔각 형태의 집으로, 석유 굴착 장치에 사용하는 수직형 계류 부이인 강철 제네시스 스파 위에 떠 있었다. 이 커플은 XLII12를 태국의 해안선에서 몇 해리 떨어진 곳에 세워두고 일주일간 시스테드를 꿈꾸는 소수의 사람들을 상대로 ‘인증 코스’를 운영했다. 시스테드의 첫 커플이라는 찬사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일주일 정도가 지난 후 이들은 태국 정부로부터 반역죄 혐의를 받았다. 태국에서는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는 큰 죄다. 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수색이 펼쳐졌다. 태국 언론은 100명 이상의 관계자들이 관련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불길했다. 태국 해군은 350톤 규모의 포함(艦)인 ‘HTMS 스리라차’를 투입했다. 태국 해군 중장은 공식 발표를 통해 “우리에겐 이를 해결할 법률이 있다. 우리의 주권에 영향을 주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엘와토우스키와 섬머걸은 배를 타고 도망쳤다. 폭풍이 몰아치는 밤, 천둥번개를 뚫고 말레이시아로 향했다. 그러나 태국에서 출국했다는 도장이 없다는 이유로 입국을 거절당했다. 항해는 그 뒤 9일간 이어졌다. 식량이 떨어졌다. 싱가포르에서 이들은 피난 장소를 찾았고, 비행기를 타고 파리를 거쳐 파나마로 향했다. 내가 줌을 통해 그들과 처음 대화를 나눴을 때, 그들은 파나마의 린턴 베이 마리나에 있었다.
 
엘와토우스키는 47세다. 상냥하고 대머리다. 미국 미시간주에서 온 그는 패턴이 가득한 하와이안 셔츠를 좋아한다. 섬머걸은 36세다. 태국 출신으로 본명은 수프라니 텝뎃이다. 섬머걸은 그녀가 고른 영어 이름이다. 그녀는 늘 온화하게 미소를 짓는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게시한다. 망명 중에 결혼한 이들 부부는 느긋하게 서로에게 애정을 표한다. 동시에 태국 정부가 자신들에 대한 기소를 포기하길 바라지만(섬머걸은 과거 태국에서 만났던 사람과의 사이에 아들을 두고 있으나 지금은 만날 수가 없다) 시스테딩이라는 미션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이들이 세운 회사인 오션 빌더스는 현재 ‘시팟(SeaPods)’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시팟은 더 섹시하고 멋진 2세대 시스테드다. 부유 건축물을 전문으로 하는 네덜란드의 근사한 건축 회사가 디자인했다. 실물 크기 모형을 보면 이름처럼 모양과 디자인이 거대한 애플 에어팟을 닮았다. 미니멀리스트적인 우주 시대의 거주 공간다운 모양이다. 여기에는 파노라마 오션 뷰가 펼쳐지는 거대한 창문도 달려 있다.
 
외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거대한 3D 프린터가 필요했다. 오션 빌더스는 이를 구입했고 제작 준비에 나섰다. “조심스럽게 나아가고 있어요.” 엘와토우스키가 자신 있게 말했다. “올해 안에는 완성될 것 같고, 공장은 이제 거의 100% 완공된 상태예요. 그러면 우린 멋진 시팟을 내놓을 수 있을 겁니다. 물 위에서, 바다 위에서 사는 게 어떤 것인지 전 세계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죠.”
 
엘와토우스키가 지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추구할 수 있었던 건 비트코인 덕이었다. 군 용역자로 일하던 그는 지난 2010년 비트코인을 처음 구매했다. 2018년 그는 은퇴하고도 편안히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었다.
 
비트코인과 시스테딩은 비슷한 점이 있다. 둘 다 우리의 삶을 크게 바꿔놓을 수 있는 기술이다. 이 두 가지는 엮여 있는 것처럼 보일 때도 많다(섬머걸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는 @Bitcoingirlthailand다). 엘와토우스키는 열정적인 미래주의자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 들어 언급되기 시작한 트랜스휴머니즘 약물을 통해 200세까지 살고자 한다.
 
탁 트인 대양에서는 이런 기술이 훨씬 더 빨리 발전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시스테딩을 원하는 사람들도 많죠. 당연한 일이지 않을까요?
 
디지털로 구현한 실물 크기의 시팟 모형. ©Grant Romundt/Ocean Builders

디지털로 구현한 실물 크기의 시팟 모형. ©Grant Romundt/Ocean Builders

 
만년설이 녹는다
매년 기온이 올라간다. 이 가운데 불경기가 닥쳤다. 전 세계적으로 극우 세력이 힘을 얻고 있으며, 문화적 담론은 점점 더 혼탁해지는 동시에 양극화되고 있다. 인구는 식량 공급량보다 빨리 늘고, 갑자기 등장한 팬데믹은 인류를 무릎 꿇린다. 이런 상황에서 바다 위의 삶은 매력적으로 들린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가 아니라 제3차 세계대전 이전이라고 느껴지는 요즘 같은 때에는 이처럼 극적인 해결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인류가 ‘우주 식민지’를 고려하고 있는 이 시대에 대양을 식민화하는 게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오션 빌더스의 목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션 빌더스의 엔지니어이자 자금 담당자인 루디거 코크의 경우, 원래 우주 여행을 추구하다 시스테딩을 접했다. 그가 ‘XLII’를 디자인한 건 ‘론치 루프(로켓 없이 우주로 갈 수 있다는 가상의 시스템)’라는 아직 증명되지 않은 개념 증명을 위해서였다.
 
시스테딩은 사람들이 마음대로 합류했다가 떠날 수 있다. 확장과 축소가 가능하고 유연하다. ‘떠다니는’ 사회의 비전을 제시한다. 커뮤니티에 참가할지 말지를 선택하는 것 자체가 거버넌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웃에 신경 쓸 필요가 없고, 더 매력적인 커뮤니티를 원한다면 떠나면 된다. 모험이 하고 싶다면? 그냥 항해하면 된다.
 

 
이런 개념들은
시스테딩 운동의 바이블이라고 해도 좋을 2003년의 선언문, ‘시스테딩: 공해(公海)에서의 홈스테딩을 위한 실용적 가이드'에 자세히 설명돼 있다. 이 선언문에는 “거대하고 단일적이며 불통하는 정부 대신, 우리는 작고 역동적이며 혁신적인 정부를 가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선언문은 해결이 힘든 국제적 충돌도 타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이웃일 필요가 없다. 약속의 땅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싸우고, 약속의 땅 일부를 폭파시키고 난 뒤에 각자 갈 길을 떠나면 된다.”
 
이 선언문을 쓴 사람은 여러 해 동안 시스테딩 운동의 대표자 격으로 활동한 자유주의 행동가 패트리 프리드먼이다. 구글 엔지니어 출신으로, 헬륨 가스를 마신 듯한 목소리를 가진 이 44세의 남성은 무정부주의적 자본가로 가끔 프로 포커 선수로도 활동한다. sexiestgeeksalive.com의 2008년 6월 남성 센터폴드이기도 했던 그는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손자다. 그가 다른 자유주의 이론가와 함께 쓴 논문은 여러 해 동안 계속 업데이트됐다(프리드먼은 누구나 댓글을 달고 의견을 제안할 수 있도록 펄 스크립트를 작성했다).
 
2008년 4월 15일, 프리먼의 프로젝트는 시드 펀딩으로 50만 달러를 받으며 큰 힘을 얻었다. 투자자는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이자 페이스북의 최초 외부 투자가였던 억만장자 피터 틸이었다. 프리드먼은 틸에게서 후원받은 돈으로 비영리단체 TSI(The Seasteading Institute)를 세울 수 있었다. 프리드먼은 이 조직의 임원으로 풀타임 근무를 소화하기 위해 구글에서는 퇴사했다.
 
이후 TSI는 ‘에퍼머리아슬’이라는 부유(浮遊) 페스티벌을 매년 열었다. 설명에 따르면 이는 네바다주에서 매년 열리는 불놀이 축제 ‘버닝 맨’ 페스티벌과 실리콘밸리의 기술, 그리고 물이 조화를 이룬 행사라고 한다. TSI도 시스테딩을 실현하기 위한 시도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이 중 2017년의 ‘블루 프런티어 프로젝트’는 가장 성공에 근접했다. 당시 TSI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관광부 장관이던 마크 콜린스 첸과 손을 잡고 타히티 근해에 맨해튼만큼 비싼, 떠다니는 섬을 만들려고 했다. 디자인은 네덜란드의 해양 디자인업체 블루21이 맡았다. 자금 조달 면에서는 자체적인 가상화폐 베리온이 동원됐다.
 
TSI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정부에 성공적으로 침투했다. 이 프로젝트와 공식적 관계를 맺으며 이해 각서에 서명했던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에두아르 프리치 대통령은 “많은 개발의 가능성을 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적 저항은 거셌다. 결국 프로젝트는 연기됐다. 그러나 TSI는 굴하지 않았다. 현재 TSI는 변화를 꾀하고 있으며, 조 쿼크의 원조를 받고 있다.
 
프리드먼이 현실의 인간 같지 않은 강렬함을 갖고 있는 반면, 쿼크는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논픽션과 소설을 쓰는 작가인 그는 뉴저지에서 태어났다. 짧은 갈색 머리를 고수하며, 항상 재미있다는 듯한 미소를 짓고 있다. 54세이며 현재는 아내와 함께 캘리포니아 베이 에이리어에서 카발리에 킹 찰스 스패니얼과 토이 푸들을 키우며 산다. 나는 쿼크와 이메일을 통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는 시종일관 소탈하고 겸손한 말투였다.
 
쿼크는 지난 2011년, 버닝 맨 페스티벌에서 프리드먼을 만나 우정을 쌓았다. 이때의 인연으로 쿼크는 2018년 TSI의 회장이 됐으며(프리드먼은 이때부터 의장이다) 현재는 TSI의 ‘시밴절리스트(Seavangelist)’, 즉 ‘바다 전도사’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현재 그는 시스테딩 운동에서 가장 에너지 넘치는 활동가다. 콘퍼런스와 인터뷰에서 스티브 잡스처럼, 강렬하면서도 살짝 광기 어린 발언을 하기도 한다. 목적의식도 비슷하다. 그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대표단 앞에서 “워즈니악은 휴렛 패커드를 안에서부터 바꾸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한 점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쿼크가 TSI에서 매일 하는 작업은 ‘특별 경제 구역의 다음 단계’라 불리는 ‘시존(Seazone)’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파나마 국기를 시스테드에 맞게 만들기 위해 전 세계의 국기 등록소와 상의하고, 앞에서 나온 오션 빌더스의 시팟을 론칭하기 위해 파나마 정부와 해양 협정에 대한 협상을 진행한다. 상업적으로는 오션 빌더스와 아무런 연관이 없지만, 쿼크는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든 무탈하게 순항하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는 파나마에 있는 오션 빌더스 팀이 마침내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시팟에는 투자자가 필요하지 않아요. 고객에게 바로 팔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저렴할 테니까요.” 쿼크의 말이다. 엘와토우스키가 내게 말한 시팟의 가격은 15만 달러 수준이었지만, 이 기사를 작성할 당시 온라인에 공개된 가격은 19만 5000달러였다. 어쨌든. 쿼크는 시팟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그럼 고객에게 바로 팔 수 있어요. 처음에는 푸른 바다 위에서 명상을 하며 쉬는 공간이라고 판매할 수 있겠죠. 그다음으로는 자라나는 산호초 정원을 지켜볼 수 있는 에코 투어리즘이 있어요. 물고기와 해초 농장도 구경할 수 있죠. 그때쯤 누군가가 마사지와 보톡스를 들고 나설 겁니다. 줄기세포 치료도. 머지않아 선구자들이 모인 해상의 비즈니스 공간이 생길 거예요. 그러면 또 누군가가 블록체인 스마트 계약, 해상 안전 서비스, 지역 가상화폐를 선보이겠죠.”
 
미래주의, 가상화폐와 함께 시스테딩 운동의 핏줄 깊은 곳에는 ‘자유주의’가 흐르고 있다. 이 운동을 처음 시작한 프리드먼, 그와 함께 논문을 쓴 웨인 그램리치, 투자자인 피터 틸 모두가 스스로를 자유주의자라고 공언한다. 쿼크는 “내 정체성은 복음주의 무식쟁이”라며 이를 부인했지만, 그가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줄 자유 시장의 능력을 믿는다는 점에서는 자유주의와 맥락을 같이 한다.
 
엘와토우스키가 시스테딩에 대해 처음 알게 됐던 2008년으로 돌아가보자. 그는 론 폴 게시판에 참여하다 시스테딩에 대해 눈을 떴다. 단호한 자유주의자들이 만든 ‘시스테딩 서포터’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설문조사가 올라와 있었다. “국가 통제주의자와 안티-시스테더들에게 붙일 별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무엇일까요?” 여덟 표를 얻은 ‘내륙인’이 1등을 차지했다. ‘과세자’가 여섯 표로 2등, ‘중력쓰레기’와 ‘너네 엄마’가 각각 한 표씩을 얻어 꼴등을 기록했다.
 
떠다니는 도시의 세계에도 권위주의의 그림자가 감돈다. TSI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 대한 다큐멘터리의 공개를 허가하지 않았다. 그 방법은 통하지 않았고, TSI는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에게 발표하지 말라는 압력을 넣었다. 그 방법도 통하지 않았다. TSI는 관련 논란을 종식시키고 혼란만 가중시키기 위해 똑같은 제목과 거의 비슷한 영상을 넣은 자체 제작물을 얼른 공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프리드먼과 틸의 경우 NRx라 불리는 ‘어둠의 계몽주의’를 창시한 블로거 커티스 야빈(일명 멘셔스 몰드버그)의 지지자임을 밝힌 바 있다. NRx는 극단적 백인 우월주의에 기반한 미국의 극우 세력 ‘알트 라이트’의 모태가 된 네오 반동주의적 이론으로, 상당히 비민주적이며 반평등주의적인 사상이다. 그러나 프리드먼은 멘셔스의 주장이 더 이상 작은 하나의 외침이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글을 쓰며 프리드먼에게 연락을 취했더니, 그는 일부러 나를 자극하는 답을 보냈다. “저희는 지금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목적으로 물어보는지 확인 중입니다.  통과되면 다음 주쯤 답을 보내드리겠습니다.”
 
프리드먼의 답장에 담긴 TSI의 공격적인 이미지 관리와 “항상 당신을 지켜볼게요”라며 상냥하게 건넨 쿼크의 인사말은 상반되지만 사이언톨로지의 냄새를 풍긴다. 해양 거주 관련 주장을 펼치고 있는 또 다른 SF 작가인 L. 론 허버드 역시 매체와 여론을 다루는 데 능했다.
 
‘모두를 위한 전적인 자유’를 상정한 공간을 바다 위에 만들 경우 극단주의자들이 이끌릴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21세기 ‘미디어의 왕’이라고 불리는 조 로건은 지난 2014년, 쿼크를 인터뷰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 아이디어를 들었을 때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들었습니다. 세게 말해서, 미친 인간들이 자신들만의 괴상한 ‘떠다니는 나라’를 만들 수도 있잖습니까? 어떤 무법 상태의 나라가 만들어질지, 어떤 끔찍한 곳일지 모르죠.
 
비야르케 잉엘스의 BIG이 디자인한 ‘마스터플래닛’ 프로젝트 조감도. ©Oceanix/BIG·Bjarke Ingels Group

비야르케 잉엘스의 BIG이 디자인한 ‘마스터플래닛’ 프로젝트 조감도. ©Oceanix/BIG·Bjarke Ingels Group

 
이와는 사상과 접근 측면 모두에서 아주 다른 해상 도시 프로젝트도 있다. 2019년 4월, 주택 관련 사회 시설 분야에 대한 기술 원조 및 국제 협력을 위해 설립된 기구인 유엔인간정주계획(UN-Habitat)은 오셔닉스 시티를 지원하기로 했다. 허리케인을 견딜 수 있는 모듈식 육각형 섬에 최대 1만여 명을 거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블루 프런티어스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마크 콜린스 첸이 공동 창업한 기업, 오셔닉스가 제안한 사업이었다. 호놀룰루 출신인 54세의 콜린스 첸은 말솜씨가 좋고 발이 넓다. 유엔 글로벌 파트너십의 회장이었던 이타이 마다몸베와 함께 오셔닉스를 만들었다. 나와 콜린스 첸의 대화는 줌으로 이뤄졌다. 그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오셔닉스의 진전을 자랑했다. 유엔 인간정주계획 미팅 후 오셔닉스는 12개국 정부의 관심을 샀고, 최근 한 나라와 손을 잡기로 했다. 2021년 상반기에는 이 파트너십을 발표할 계획이다.
 
콜린스 첸에게는 국가, 바다, 그리고 건설 회사가 있다. 프랑스 대기업 부이그가 그의 프로젝트를 밀어주고 있다. 또 눈에 띄는 건 덴마크의 엄청난 건축가 비야르케 잉엘스와의 파트너십이다. 46세의 잉엘스는 비야르케 잉엘스 그룹(BIG)를 설립했다. 홈페이지 URL은 일부러 ‘big.dk’라고 지었다. 잉엘스에게는 이런 도발적인 URL에 걸맞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는 현대건축의 신동이며, 자신감이 넘치는 데다 잘생기기까지 했다. 주관적인 판단이 아니다. 이언 파커가 그에 대해 〈뉴요커〉에 기고한 글을 인용하자면, “그는 커리어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느라 충분한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보이 밴드 출신 스타처럼 보인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그는 겁이 없다. 일론 머스크의 하이퍼루프 작업, 구글의 거대한 새 HQ 디자인 등 덩치 큰 과제들을 자신감 있게 맡는다. 그는 화성에 건물을 짓고 싶다는 꿈을 밝힌 바 있고, 지금은 무려 지구 전체의 미래를 디자인하고 있다. 오셔닉스와 잉엘스가 준비 중인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마스터플래닛’이다.
 
유엔 인간정주계획의 빅터 키솝 사무차장은 이 프로젝트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내셔널 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콜린스 첸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디자인을 보면, 미래적인 듯하면서도 정말 실용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셔닉스가 자유주의를 강조하기보다는, 바다 위의 삶이 기후변화의 해결책이라고 주장한 부분은 지지를 얻기 충분했다. 거기에 더해 콜린스 첸은 자신이 제안한 도시가 ‘시스테드’라기보다 현존하는 도시의 자연스러운 확장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자치권을 얻기 위한 협상보다는 지역 당국과의 협업을 강조했다. “세금을 내고 싶어 하지 않는 억만장자보다는 공간이 필요한 도시들이 훨씬 많을걸요!” 콜린스 첸이 웃으면서 말했다.
 

 
목표와 이상은 거창하지만,
 TSI의 일원은 쿼크와 동료 한 명이 전부다. 하는 일 중에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그저 온라인에서 몇 명이 밈(meme)을 공유하는 것뿐인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소년 동화에나 나올 법한 면도 있다. 엘와토우스키와 섬머걸의 XLII를 통한 ‘시스테딩 인증 코스’에서 참가자들은 인증서를 받았다(쿼크가 수여했다). 이 인증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듣거라, 고대의 뱃사람들이여! 그리고 모든 인어, 뱀, 고래, 상어, 바다의 모든 생물이여… 그리고 모든 위도와 경도의 뱃사람들, 풋내기 선원들에게도… 이제 이 사람은 인증된 시스테더이며, 당신의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바다의 모두가 영광을 누릴 것이니라.
 
저런 인증서를 받고 싶지 않다는 이유 외에도, 진지하게 시스테딩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아주 적은 이유는 아마 해내기 너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떠다니는 커뮤니티를 만들겠다는 욕구는 시스테딩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다. 수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전부 실패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은 조르지오 로사라는 이탈리아인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는 1967년, 리미니 해안에 400m² 플랫폼을 띄우고 자신만의 섬 커뮤니티를 만들려고 했다.
 
1960년대에 미국 건축가인 벅민스터 풀러는 부유한 일본인 후원자의 요청을 받고 도쿄만에 거대한 ‘트리톤 시티’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이 후원자가 사망한 뒤 미 해군은 디자인을 승인했고, 볼티모어 체서피크만에 도시를 만들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1971년 영국은 그레이트야머스 인근에 ‘시 시티’를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1967년 서퍽 해안에는 자신들을 ‘시랜드 공국’이라고 명명한 연안 플랫폼도 존재했다. 1990년대 말, 새러소타의 엔지니어 노먼 L. 닉슨은 바다 위를 떠다니는 도시인 ‘프리덤 십(Freedom Ship)’을 건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5만 명 이상의 주민, 1만5000명의 직원, 2만 명의 방문자를 수용할 수 있으면서도 대부분의 현대적인 크루즈 라이너보다 1인당 공간이 네 배 정도 넓은 1.6km 길이의 선박이라는 설명이었다. 100억 달러를 들여 짓기로 했으나, 결국 이 프로젝트는 진척되지 못하고 유예됐다.
 
엘와토우스키와 섬머걸 등이 최전선에 서 있는 가운데, 프리드먼은 피터 틸이 지원하는 다른 프로젝트에 손을 대고 있다. 벤처 캐피털 기업인 ‘프로노모스 캐피털’의 프로젝트로, 개발도상국에 실험적인 전세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프리드먼은 내게 보낸 답장을 통해 프로노모스는 지상의 상황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경쟁적 거버넌스 운동은 시스테딩이라는 상호보완적이고 급진적인 전략을 동시에 지원할 정도의 규모”라는 주장을 고수했다. 이런 식으로 참여하는 프리드먼의 모습은 그 스스로가 과거 선언문에서 언급했던 ‘실패한 유토피아 프로젝트’들과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일들을 실현하려면 엄청난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초기에 폭발적이었던 열정은 사그라들고 만다.” 선언문에 있던 내용이다.
 
프리드먼은 자극적인 아이디어를 내어 사회를 바꾸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지만, 그의 일상은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다른 엔지니어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는 안개 낀 산타크루스산맥에서 아내, 자식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파쿠르나 크로스핏을 배운다. 디제리두 연주 방법을 공부하며 우물물을 마시고 명상도 한다. 〈스타트렉〉의 클링온 종족이 좋아하는 휘어진 칼, 베틀레스 소드를 생일 선물로 받고 폴리아모리를 시험해본 뒤 일부일처제를 선호하게 됐다고 ‘커밍아웃’ 하기도 했다.
 
현재 시스테딩은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을 전부 줄 수 있다는 잠재력이 있는 상황이다. 최대한 유토피아적으로 본다면, 시스테딩은 자유 연애와 콘택트 저글링이 진행되는 떠다니는 파라다이스다. 최대한 자유주의론적으로 보면 세계에서 가장 영리한 이들이 정부의 규제 없이 세상에서 가장 빨리 돌아가는 스타트업과 같은 속도로 최첨단 사회구조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역동적인 세계다. 실용적인 자본주의자의 입장에서 보면 부동산과 임대의 기회이며, 야심가의 시각으로 생각하면 인류 역사의 새로운 챕터로 들어가는 기회다. 죽지 않는 트랜스휴먼들이 론치 루프를 통해 우주로 나아가는 세계인 것이다. 그러나 가장 혼탁한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규제받지 않은 장사꾼과 키득대는 인터넷 트롤들, 가상화폐 사기꾼과 여기저기 전전하는 떠돌이들 그리고 전제군주를 꿈꾸는 위험한 인물들이 아무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커뮤니티를 가지고 실험에 나선 공간이기도 할 것이다.
 

 
오션 빌더스는
조립 중인 시팟의 거대한 유리 벽면을 찍은 파나마 공장의 사진을 내게 보냈다. 인상적인 성과였다. 가능성을 향한 진전이다. 비록 한 걸음 한 걸음이 매우 감질나지만. 오션 빌더스는 일주일에 시팟 한 개씩을 생산할 계획이다.
 
“2022년에는 파나마에서 시팟이 몇 개 떠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2027년에는 공해에 시팟 공장이 떠다니겠죠. 2035년에는 시스테드에서 이뤄진 몇몇 우월한 사례들로 인해 육지의 각국 정부들이 정책 개선에 나설 거예요. 30년 뒤에는 우리가 탄 개인용 드론이 해상 사회에 착륙하게 될 거고요. 그곳의 주민들은 정치에 대해 입씨름하지 않을 거예요. 육지 사람들이 크루즈십의 거버넌스에 대해 입씨름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죠.” 쿼크의 설명이다.
 
엘와토우스키는 나와의 마지막 대화에서 오션 빌더스가 크루즈십을 샀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가모토의 이름을 따 ‘MS 사토시’라고 이름 붙인 이 배는 바다에서의 삶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시스테딩 라이프’를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걸 목적으로 한다(지난해 10월, 프리드먼은 ‘MS 사토시가 세계 최초의 가상화폐 크루즈십을 통해 시스테딩을 현실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기쁘다’는 트윗을 게시한 바 있다).
 
모든 게 계획대로 된다면 첫 블록체인이 나온 지 12년이 되는 2021년에는 빛나는 새 시팟이 파나마 해안에 등장하게 될 것이다. 마침내 프리드먼의 꿈이 이뤄지고, 엘와토우스키와 섬머걸이 정착해서 살 수 있는 집이 생길지도 모른다. 국제적으로 인정하는 시스테딩 깃발을 휘날리며, 전례 없는 가속화된 인간 발전의 새 시대를 알리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혹은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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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김현유
  • WRITER MAX OLESKER
  • TRANSLATOR 이원열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