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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3cm의 여준석은 "피지컬로는 안 되더라"고 말했다

강백호를 본 안 감독이 이런 마음이었을까? 태극마크를 단 고등학생, 2m 3cm의 여준석이 내리꽂는 시원한 덩크를 보면 농구하는 형들의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BYESQUIRE2021.03.08
 
 

THE SUPER STAR

 
2012년에 이종현(고양 오리온스 소속) 선수 이후 고등학생이 태극마크를 단건 처음이라고 하더하고요. 2021 FIBA 남자농구 대표로 뽑힌 기분이 어떤가요? .
사실 처음에는 당황했어요. 지금은 긴장 반, 설렘 반이에요.
당황한 걸 보면 선수한테 먼저 통지한 게 아니군요?
뽑힐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는데, 정말로 뽑힐 거라고는 예상 못했죠. 그냥 아무 생각 안 하고 팀(용산고등학교)에서 운동하던 중에 들었어요. 지인들에게서 연락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여준석 선수가 스킬 트레이닝을 받은 바 있는 경기도 하남시의 트레이닝 센터 스킬팩토리에서 촬영. 브루클린 네츠 시티 에디션 슬리브리스 톱, 드라이핏 DNA 쇼츠, 조던 점프맨 스니커즈, 프로원 타이츠 모두 나이키.

여준석 선수가 스킬 트레이닝을 받은 바 있는 경기도 하남시의 트레이닝 센터 스킬팩토리에서 촬영. 브루클린 네츠 시티 에디션 슬리브리스 톱, 드라이핏 DNA 쇼츠, 조던 점프맨 스니커즈, 프로원 타이츠 모두 나이키.

국대 팀 중에 존경하는 선수도 있을 테고 친분이 있는 사람도 있겠어요.
코로나 시기에 학교에서 팀 운동을 하는데 제한이 걸리면, 운동을 쉴 순 없으니 픽업 게임을 뛰었어요. 그 시기에 이승현 형이랑 비공식 게임에서 잠깐 본 것 말고는 친한 선배도 없고 아직 어색한 사이입니다.
준석 씨가 좋아하는 김종규 선수도 있잖아요.
맞아요. 김종규 형을 엄청 좋아해요. 같은 선수로서 보면 운동 능력도 정말 좋고, 농구를 잘해요. 그래서 좋아해요. 김종규 형이 게임 때 덩크 하는 걸 벤치에서 직관하고 싶어요. 아직 한 번도 못 봤거든요..
막내 중에서도 완전 초막내잖아요. 아직도 군기 같은 게 있으려나요?
옛날에는 좀 있었다고 들었는데 요즘에는 형이나 동생이나 다 친하게 지내요. 저희 고등학교는 그래요. 프로 리그는 어떤지 모르겠네요.
형들이 되게 예뻐할 거 같아요. 전태풍 선수가 한 인터뷰 영상에서 준석 선수를 두고 “준석아, 너는 한국에 있을 애가 아니다”라며 애정을 표현하는 걸 봤어요.
전태풍 형이랑은 픽업 게임을 한 번 뛴 적이 있거든요. 근데 좀 쑥스러워요.
전태풍 선수 심정이 이해가 가요. 오늘 촬영할 때 덩크 하는 걸 잠깐 보여줬잖아요. 키도 2m 3cm인데, 점프도 엄청나고 게다가 빨라요. 형들이 보기에 얼마나 예쁘겠어요.
일단 오늘은 제 실력을 다 보여드리진 못한 것 같아요.(웃음)
최대한 점프하면 백보드 안쪽 사각형 위쪽 모서리에 닿는다면서요?
맞아요. 3m 49cm까지 닿아요.
으악. 3m 49cm요? (농구 림의 높이가 3m 5cm다)
제 기억이 맞다면요. 3m 50cm가 조금 안 된 걸로 기억해요.
중학생 때 이미 2m가 넘었잖아요. 그때 경기 영상 보면서 솔직히 좀 반칙이라고 생각했어요. 옆에 있는 친구들이 나름 그 나이에서는 큰 친구들인데도 호빗처럼 보이더라고요.(웃음)
솔직히 그런 건 조금 있긴 했어요. 예선 때 경기를 보면 더 그렇죠.
중학생 때 최고 득점은 몇 점인가요?
소년체전 결승전에서 첫 공식 경기를 뛰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50득점, 34리바운드를 했어요.
저도 그 기록 보면서 50득점보다 34리바운드가 좀 심했다고 생각했어요. 34리바운드면 혼자 리바운드를 거의 다 잡아낸 거잖아요.
그런데 상대 팀도 워낙 잘하는 팀이라 제가 그렇게까지 해도 계속 시소 타듯 마지막까지 호각지세였어요.
소년 만화였으면, 상대 팀의 한 명이 퇴장당할 각오를 하고 준석 선수를 때렸겠죠.(웃음)
주변 친구들이 그런 말 많이 해요. 대회 때 만나면 발목 조심하라고요.(웃음)
별명이 ‘괴물’인데, 막상 만나니까 프로포션도 워낙 좋고 얼굴도 정말 귀여워요. 약간 키가 엄청 큰 아이돌 느낌?
호주 가기 전에는 빡빡이였거든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제가 좋아서 잘랐어요. 근데 그때는 지금 이미지랑 달랐어요. 사람들이 저보고 항상 화나 보인다고 했거든요. 제가 인상이 조금 센 편이에요. 머리 기르고 나서 인상이 좀 바뀌었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슬램덩크〉 봤어요?
당연하죠. 농구 하는 사람이면 다 보지 않았을까요? 전 한 6~7번은 본 것 같아요.
본인은 거기 나오는 캐릭터 중에 누구랑 가장 닮은 것 같아요?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서태웅이 제일 좋은데, 팀 안에서의 역할은 강백호 느낌이 강한 것 같아요. 제가 몸개그를 좀 하는 편이거든요.(웃음) 예전에는 오히려 채치수 느낌이 강했죠.
센터를 많이 해서요?
맞아요. 중학생 때는 보통 센터를 많이 했어요. 호주 다녀오고 요즘에는 3번(스몰 포워드) 플레이 스타일에 더 가까워졌어요.
호주 NBA 아카데미에 가서 엄청 놀랐겠어요. 국내에선 피지컬로 압도했는데, 거긴 다 준석 선수 정도의 피지컬이었을 테니까요.
맞아요. ‘아, 정말 외곽으로 빠지지 않으면 못 살아남겠구나’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제 키가 딱 중간이었거든요. 쉽지 않더라고요.
NBA에서 전 세계 선수들을 리크루팅하기 위해 만든 캠프니까요.
맞아요. 중국, 인도, 유럽 등지에 있죠. 그 외에 있는 곳이 호주와 아프리카인데, 그중에 글로벌은 호주밖에 없어요. 중국 아카데미는 중국인만, 인도 아카데미는 인도 사람만 받는데, 호주는 모두 리크루팅하죠.
이현중 선수가 거기 출신으로 NCAA(미국 대학 남자농구 리그)에 갔잖아요.
맞아요. 현중이 형뿐 아니라 저에 대해서, 우리가 어떤 플레이를 하고 어떻게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지를 다 알고 계셨어요.
피지컬로 압도할 수 없는 사람들을 처음 만났을 때의 당혹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얘기해주세요.
솔직히 한국에선 돌파든 뭐든 하면 다 됐거든요. 그런데 처음 중국 리그에 가서는 쉽게 되는 게 하나도 없는 거예요. 18세 미만 국가대표에 뽑혀본 적도 있는데, 이미 중국에는 18세에도 저보다 큰 선수들이 잔뜩이더라고요. 그때 절실하게 깨달았어요. 더 발전하려면 외국으로 나가야 한다. 그래서 호주에 간 거였어요. 처음 호주 아카데미에 갔을 때, 제가 거의 두세 달 동안 적응을 못 했어요. 그때는 ‘이게 내 길이 맞나’ 하는 생각까지 했어요.
농구가 내 길이 맞는지 의심했다는 거죠?
맞아요. 항상 인터뷰만 하면 ‘NBA에 가고 싶다, 외국 진출을 하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솔직히 정말 큰 벽이 느껴졌어요. 저보다 키가 작은 애들도 있긴 하지만, 점프하면 거의 2m 애들이 뛰는 높이까지 뛰어요. 정말이지 ‘여기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특히 흑인 친구들은 저보다 큰 애들이 가드 애들만큼 빠르게 뛰니까요. 그런데 사람이라서 적응을 하게 되더라고요.
맞아요. 사실 하드웨어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렇죠. 제가 한국에서는 항상 제 피지컬을 살리는 농구를 한 거였어요. 거기서 보통의 피지컬이 되니까 살아남는 법을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그 정도 레벨에 올라가면, 하드웨어 말고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단 얘기를 하잖아요. 3점에 특출한 스테픈 커리처럼 특별한 툴을 살릴 수도 있고요. 본인은 어떤 길을 가고 싶어요?
저는 스테픈 커리나 크리스 폴 같은 테크니션 스타일은 아닌 거 같아요.
그럼 어떤 스타일인가요?
제 스타일은 커와이 레너드, 르브론 제임스, 블레이크 그리핀같이 선이 좀 굵은 편이에요. 크게 움직이고, 동작도 크고.
근데 혹시 또 모르죠. NBA에 가면 뭔가 하나를 특화시켜야 할지도.
일단은 뭐 하나 빠짐없이 다 연습해야죠. 박스 안에서도 하고, 밖에서도 할 수 있게, 잔기술이고 뭐고 하나하나 다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누구처럼 되고 싶어요?
인터뷰에 간혹 잘못 나간 경우도 있는데, 제 롤 모델은 항상 커와이 레너드예요. 일단 수비가 그래요. 제가 중학생 때는 항상 5번(센터)을 맡다 보니까 뒤에 가만히 서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커와이 레너드의 플레이 영상을 찾아보면서 수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요. 공격을 잘 못해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수비에서 나오니까요.
어휴, 감독이 들으면 감동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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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EATURES EDITOR 박세회
  • FASHION EDITOR 임일웅
  • PHOTOGRAPHER 김선룡
  • ASSISTANT 윤승현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