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공간을 만드는 사람의 에티튜드 (attitude)

정서가 머무는 공간을 만드는 사람에 대하여.

BYESQUIRE2021.11.22
 
 
나는 수도권에서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인테리어 회사 대표, 인테리어 업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모두 같은 일을 지칭하는 말이지만 업무를 대하는 태도에서 직업 명칭이 변화한다고 설명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단순하게 벽의 컬러를 페인트나 벽지로 새로 바꿔주기도 하는 개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공간의 사용자 경험을 생각하고 라이프스타일 따라 맞춤형으로 공간을 리디자인 하는 업무 프로세스는 꽤나 힘겹지만 매력적인 일임이 분명하다. 분명한 카타르시스가 있다.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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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사업을 운영하는 약 7년이란 시간 동안 수백 명의 클라이언트와 수천 시간 동안 삶의 방향이나 취향에 관한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이 원하는 공간의 범용성을 고려하면서도 예산 내에서 최대한의 디자인을 하다 보면 그런 과정에서 나 또한 스스로 발전하기도 하지만, 나로 인해 그들의 에티튜드 또한 변화함이 아주 섬세하고 자세히 느껴질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주거 공간 안에 홈오피스를 구축해야 하는 디자인을 진행하다 보면 그 클라이언트의 삶의 방향성에 업무 자체가 일상으로 녹아있는 정서를 발견한다. 주거 공간 안에 업무 공간을 들인다는 개념 혹은 그런 행위 속에서 포괄되는 정서들이다. 공간을 만듦에 있어서 업무를 대하는 그의 삶 속 정서를 발견하는 식이다.
 
이사를 하거나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계약을 한 후 공간을 개인의 필요에 맞도록 변경하는 일을 턴키로 진행하다 보면 나는 어느 현장에서나 일정한 수순의 감정 변화를 겪게 된다. 매일 아침에 출근하는 현장에서는 수십 가지의 공정을 직접 상주하고 지시하며 현장을 컨트롤한다. 현장의 계획, 발주, 양중, 감리, 정리, 마감 진행을 직접 컨트롤하다 보면 내 스스로가 슈퍼맨이 된 기분이 든다. 현장을 벗어나도 밤낮없이 바쁜 과정들과 완성에 대한 기대로 약 한 달여의 초집중 상태로 프로젝트 기간을 지낸 후에야 비로소 폐기물들을 최종 정리하고 준공 청소를 한다. 준공 청소가 끝나면 미리 준비해두었던 소품류의 어레인지를 진행하고 모든 과정이 마감되는 날에는 작업복을 벗고서 완벽한 컨디션의 상태로 클라이언트에게 완벽한 컨디션을 선사해 보이며 직접 설명하고 인수인계한다. 최종 준공 촬영을 진행하는 날에는 아직 한 번도 경험해 보지도 않았지만 흡사 금지옥엽 딸아이를 시집보내는 기분이 든다.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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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 인테리어 클라이언트는 생에 첫 인테리어 업체를 선택하는 과정을 거친다.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의 계약을 실무 담당자와 상담으로 인한 신뢰로 계약이 이루어짐이 흔한 프로젝트 프로세스다. 물론 건실한 포트폴리오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함은 기본이다. 공간을 만든다는 개념은 단순히 인테리어 업체에게 턴키로 일임을 시키는 과정일 수도 있지만 솔직하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실무 담당자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방향을 정확히 캐치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가능한 예산안에서 땀 흘리고 먼지 먹으며 꿈의 공간을 실현해 주는 리더(leader) 역할을 하게 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람이 사람을 움직이며 결과를 도출하는 직업이다. 서로 믿음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공사기간 내내 서로가 굉장히 피곤해진다. 결코 서로에게 최고로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되지 못한다.
 
어느 디자인 서적에서 읽었는데 건축주는 건축가와 소통한 후에 건축가가 실력 발휘를 할 때까지 신뢰하고 기다리는 시간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지혜가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도 확인이 된다. 물론 그러한 건축가를 선택할 수 있는 건축주의 안목은 필수 요건이다. 클라이언트와 프로젝트를 대면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모두가 공감할 거라고 확신한다.
 
인테리어 현장의 책임자 또는 디자이너의 업무는 연출자의 입장에서 영화감독과 업무 형태가 굉장히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시나리오를 쓰고 현장에서 연출을 하며 수많은 사람들과 살을 부대끼고 작품의 개봉을 향해 나아간다는 점에서 결이 같다고 생각한다. 다만 영화감독과 인테리어 업무의 다른 점은 물리적인 책임을 수반한 실리를 따져야 한다는 지점에서 명백히 다르다. 모든 디자인이 마찬가지지만 용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아름다워야 하며 실용적이야 한다. 또 실리적 이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급 레스토랑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미쉐린의 스타 선별 기준은 공식적으로는 비공개가 원칙이라 한다. 그래야만 평가의 일관성을 객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인테리어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묵묵함을 인정받는 미쉐린 원스타처럼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