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링 재킷은 1920년대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몸통은 풍성한 양털로 가득 채우고, 겉면엔 부드러운 양가죽을 두른 모양새의 재킷. 3만 피트 상공을 누비는 파일럿의 체온을 단단히 유지해주는 군인을 위한 투박한 옷이었다. 올해 시어링 재킷을 선보인 다수의 브랜드들은 셔츠와 치노 팬츠 같은 우아한 일상복에 매치했다. 한층 더 일상적이고 모던한 옷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워싱 디테일의 레더 시어링 재킷 300만원대 폴로 랄프 로렌.
그중에서도 폴로 랄프 로렌은 좀 더 실용적인 관점으로 시어링 재킷을 해석했다. 거친 필드에서 입는 아웃도어 목적이 아닌 도시의 겨울철 출퇴근을 위한 세련된 아우터웨어로. 혹독한 추위에 대비해 마구 껴입을 수 있도록 넉넉했던 형태는 몸에 딱 맞춰 슬림하게 만들었고, 체온 유지를 위해 두툼했던 내피는 가볍게 줄였다.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는 양털 칼라 대신 플리스 소재를 사용했고, 친절하게도 단단히 고정할 수 있는 스냅 버튼까지 달았다.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바랜 듯한 시어링 재킷의 성질과 멋은 그대로 유지한 채로. 이제는 도시에서 시어링 재킷을 우아하게 입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