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마티 브라운이 이야기를 추상으로 만드는 방법
독일 작가 마티 브라운(Matti Braun)은 이야기를 찾는다. 그 이야기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방식으로 유리가 되고 실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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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에서 아시아 첫 개인전 <Ku Sol>을 연 독일 작가 마티 브라운. 그는 여러 문화가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를 찾고, 그 이야기에서 얻은 관념을 극도의 추상으로 표현한다.
갤러리현대에 작품들이 전시된 모습을 보니 어떤가?
여러 측면에서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의 스튜디오에선 난 그때 작업 중인 하나의 작업에만 몰두한다. 내 작업이 이렇게 한꺼번에 전시된 모습을 볼 기회가 잘 없다는 얘기다. 드로잉을 하고 도면을 그리며 전시를 기획하기는 했지만, 물리적으로 만나는 건 새로운 차원이다. 갤러리현대와 이 전시를 2년 전부터 얘기했고, 1년 동안 준비했다. 이 공간은 한국의 역사에서 여러 층위를 가진 장소로 알고 있다. 특히 한국의 현대미술사에서 특별한 장소라고 들었다. 그런 공간에 내 작품이 걸려 매우 의미 깊다.
각 층은 어떤 기준으로 나누었나?
관람객이 처음 입장하는 1층에는 좀 더 강렬한 빛, 압도하는 분위기의 작품들을 배치했다. 2층에 있는 작품들은 비슷한 색상들이라도 그 조합이나 밀도가 조금 다르다. 지하 1층에는 이번에 전시된 3가지 타입의 작품들이 대화하는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지하 공간은 압도적이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지하에 있는 사진 작품은 당신의 연극 <외계인>을 촬영한 것이 맞나?
맞다. 사트야지트 레이의 각본 <외계인>을 연극으로 무대에 올렸을 때의 장면을 찍은 사진이 지하에 걸려 있다. 무대에 올리기 위해 안무가, 작곡가, 아마추어 연기자, 무용수들을 모아 공동으로 작업했으니 어떻게 보면 시적인 변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2층에 전시된 유리 작품들 역시 이 연극 <외계인>에 사용된 소품이었다. 그만큼 당신의 이번 전시에서 사트야지트 레이의 <외계인>이 중요한 셈인데, 그 작품에 꽂힌 이유가 궁금하다.
사트야지트 레이는 인도, 특히 벵갈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영화감독으로 1950~1960년대에 매우 성공적인 상업영화를 많이 제작했으며 유럽과 미국에서도 그의 작품의 인기는 상당했다. 지금도 영국에서는 레이의 영화를 매우 높게 평가한다. 그의 영화는 굉장히 보편적이고 인간적인 언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안에 있는 에너지가 무척 강렬하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ET>에서 그의 <외계인>을 모방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어떤 점에서 모방했다는 평가를 받나?
<ET> 이전의 외계인은 인류에게 적대적인 존재로 그려졌다. 그건 아마도 냉전시대의 공포감과 감정적으로 연관된 묘사들이었을 것이다. 사트야지트 레이의 <외계인>은 <ET> 전부터 굉장히 친근하게 외계인을 구상하고 묘사한 작품이다. 그가 어째서 외계인을 그렇게 친근하게 구상했는지는 연구해볼 주제다.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마티 브라운의 개인전 <Ku Sol> 전시 전경.
가장 유명한 당신의 실크 시리즈도 <외계인>과 연관이 있나?
느슨하게 있다. 이 작품들을 보면서 관객들은 여러 가지를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할 수도 있을 것이고, 영화 스크린 그 자체를 연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특정한 순간을 반영하는 아이디어가 될 수도 있다.
이 작품들은 자세히 보면 그 색의 변화가 오묘하다. 작업 방식이 궁금하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개발한 여러 가지 기법을 사용한다. 기본적인 재료는 실크와 잉크다. 실크에 브러시를 사용해 여러 차례 페인팅을 한 후 염료를 고정하기 위해 스팀을 이용한다. 실크 위에 색을 입히는 게 아니라 스며들게 하는 작업이다. 염색이라고 보면 되겠다. 유럽에서는 실크를 사다가 잉크를 입히고 증기를 이용해 염색하는 작업이 보통 사람들의 취미이기도 하다. 꽤 보편적인 취미다.
당신의 어떤 작업들은 하나의 단어로 그 색을 꼭 집어 말하기가 힘들다. 보는 방향에 따라 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어두운 색의 경우에 그렇다. 짙은 회색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면 초록이나 빨강이 보인다.
그건 내가 덧칠을 하기 때문이다. 여러 색을 더하다 보면 점점 어두워지는 게 색의 속성이다. 그건 색의 밀도가 높아져서다. 그러나 또 자세히 보면 가장 아래에 칠한 색이 비쳐 올라오기도 한다. 어두운 색 안에서 초록이나 빨강이 언뜻 올라오는 이유다.
오래 지켜보다 보면 그 색의 이름을 잊게 되더라. 그런 점에서 제임스 터렐의 빛 작품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나 역시 터렐의 작품에 관심이 있다. 난 실크가 소재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지역과 배경을 혼합하는 하나의 서사이고 내레이션이라고 생각한다. 난 여러 전통과 지역이 배경으로 혼합되어 하나의 회화,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벵갈의 영화감독 사트야지트 레이의 <외계인>에, 또 인도의 물리학자 비크람 사라바이 같은 인물에게 관심을 두는 이유다. 나는 다른 문화의 작품들을 경험하는 일이 대상을 습관적으로 보는 나의 시선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크람 사라바이는 어떤 인물인가?
인도의 물리학자이자 인도 우주개발 프로그램의 아버지다. 사라바이의 가계에선 수많은 학자와 예술가들이 탄생했다. 예를 들어 사라바이의 누이는 1940년대에 뉴욕에서 존 케이지의 친구로 지내며 1년간 작업을 같이 하기도 했다. 서양의 현대 예술과 인도의 전통 예술을 수집하기도 했다. 또 이 가문에서 찰스 앤 레이 임스 부부의 제안에 따라 인도 최초의 디자인 학교를 설립하기도 했다. 마치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 같은 역할을 한 것이다.
바우하우스 같은 디자인 학교 말인가?
맞다. 실제로 바우하우스의 교장이었던 르코르뷔지에가 의뢰를 받아 이 가문의 빌라를 설계하기도 했다. 영국과 독일에서 이 가문의 역사에 대한 강연을 할 때면 사실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당신에게 이런 이야기는 왜 중요한가?
난 비크람 사라바이 같은 인물이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렌즈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비크람이라는 렌즈를 통해 현대의 여러 관점들을 바라볼 수 있다.
보통 이런 콘텍스트가 배경에 있으면 연관성이 작품에 조금은 드러나기 마련인데,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 당신의 작품에서 그 연관성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작품을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고, 틀린 관점은 없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김성룡
- PHOTO 갤러리현대
- ART DESIGNER 김동희
JEWE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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