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배우 류경수는 자신에게 연기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누구나처럼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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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배우 류경수는 자신에게 연기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누구나처럼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A형에 INFP인 배우. 낯가림이 심하지만 늘 뒤풀이 제일 마지막까지 남는 배우. 연기는 내게 너무나 대단한 일이지만 그만큼 세상 모두의 직업이 대단하다고, 결과만큼이나 과정이 중요하다고 믿는 배우. 겨울 길목에서 만난 류경수의 진심들.

오성윤 BY 오성윤 2022.11.24
 
요즘 많이 바쁘죠?
요즘 드라마 〈구미호뎐1938〉 촬영하고 있고, 그 외에는 딱히 없어요. 지방 촬영이 많고 액션 신이 많은 작품이라서 몸이 피곤할 때는 있는데 힘든 정도는 아니고요.
그래요? 굉장히 신출귀몰한다는 느낌이 있는데. 곧 공개될 예정이거나 출연 확정된 작품만  5개쯤 된다고 알고 있고요.
아, 그게 또 찍은 지 좀 된 것들이 코로나19 때문에 미뤄졌다가 공개되기도 하고, 그러면서 일을 많이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작품을 많이 하겠다는 대단한 생각 없이 그냥 일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하고 있거든요. 저한테는 정말 누구나처럼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다른 직종에 종사하시는 분들과 똑같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배역의 비중이나 필모그래피에 대해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느낌이 있어요.
좀 단순한 대답일 수도 있는데요. 저는 재미있으면 돼요. 왜 사람을 만날 때도 막연히 ‘친해지고 싶다’는 느낌이 있잖아요. 이 친구만의 매력이 있거나, 저랑 코드가 맞거나, 끌리는 지점이 있다거나. 작품을 볼 때도 비슷해요. ‘이 배역을 해보고 싶다’ ‘이 세계 안에 내가 들어가 있고 싶다’ 하는 지점이 생기면 다른 부분은 별로 생각을 안 하는 거죠.
최근에 판타지, 스릴러, 오컬트 요소가 섞인 작품을 좀 많이 한 것 같아요. 그건 우연일까요, 개인적 선호가 섞인 걸까요?
선호가 좀 섞였어요. 제가 일상에서 접해보지 못한 소재들에 흥미를 많이 느껴요. 물론 리얼리즘적인 작품도 좋아하고, 그래서 그런 작품들을 이제 좀 할 것 같긴 한데요. 판타지나 오컬트적인 작품만의 매력이 있죠.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본인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해볼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잖아요.
 아노락 리바이스. 레더 팬츠 벨앤누보. 슈즈 1017 알릭스 9SM. 티셔츠, 빈티지 군용 헤드피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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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작품들을 하기 전에는 악하고 약한 인물, 실제 사회에 존재할 법한 인물을 많이 맡았던 것 같아요. 단편영화 자체가 현실적인 소재에 치중될 수밖에 없기도 하지만, 류경수 씨는 유독 그런 ‘평범한 악’을 표현하는 측면이 탁월해 보였다고 할까요.
저는 일단 그것도 똑같이 일이라고 생각해요. 리얼리즘을 표방하는 작품 안에서도 관객들이 볼 때 더 공감되고 현실적으로 느끼는 지점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더 자연스럽고 ‘초미세’하게 연기를 해야 하는 재미가 있죠. 반면에 일상에서 겪을 수 없는 판타지적인 작품의 경우에는 ‘이렇게 표현했을 때 어떻게 나올까?’ 상상하는 재미가 있고요. 그래서 실제로 촬영하러 갈 때도 좀 더 설레는 마음으로 가게 되는 것 같아요. 누구나 ‘아, 오늘 출근하기 너무 싫다’ 이런 마음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작품은 뭔가 더 설레는 마음으로 현장에 갈 수 있는 거죠.
드라마 〈글리치〉랑 영화 〈대무가〉(류경수의 최근 출연작들)는 보셨겠죠?
네. 〈글리치〉도 봤고, 〈대무가〉는 두 번 봤어요.
오, 두 번이나요? 극장에서?
네. 시사회로 두 번 봤죠.
(웃음) 의기양양한 투로 들렸는데, 자의에 의한 관람은 아니었군요.
아니, 그런데 제가 안 가도 됐는데 일부러 가서 본 거예요.(웃음) 제가 원래 제 작품을 잘 못 보는 편이라 두 번 본 것도 많이 본 거거든요.
보통은 한 번만 본다는 뜻이군요. 모니터링 차원에서.
그렇죠. 일단 내가 한 일의 결과는 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보는 거죠. ‘여기서 이렇게 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오는구나’ ‘이렇게 하면 좀 별로구나’ 이렇게 복습하는 개념으로요.
즐기지는 못하고.
네. 아마 많은 배우가 그럴 거예요. 연기를 안 해본 분들께 가장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비유가,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서 듣는 거랑 비슷하거든요. 그렇게 들으면 자기가 생각했던 거랑 좀 다르고 느낌도 이상하잖아요.
인터뷰 준비차 이것저것 찾다가 느낀 게, 경수 씨가 연기를 대하는 태도는 또래 배우들보다 수도승처럼 연기를 수련했던 1980~1990년대 배우들에 가까워 보인다는 거였어요. 음울할 정도의 진지함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웃음) 그런가요? 예전부터 이제 중년이 되신 선배 배우님들의 연기를 존경하고, 많이 찾아보고 배우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제가 이 일 자체를 소중하게, 대단한 일이라고 여기면서 임하고 있기도 하고요.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생각해달라는 식으로 말하는 건 좀 다른 문제고, 저한테만 그렇다는 거죠.
 카무플라주 패턴 아우터 오클리. 화이트 셔츠 디올 맨. 니트 팬츠 토즈. 레더 베스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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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냥 일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경수 씨 안에서는 좀 다른 문제군요.
다른 직업과 똑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연기를 진지하게 생각하지만, 다른 직업을 가진 친구한테 ‘나는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할 수는 없는 거죠. 제 일이 대단한 만큼 그 친구의 일도 대단하니까. 어쩌면 제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 같기도 해요. 이 일을 더 열심히 하기 위한 주문이요. 저 혼자 해서 끝나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거잖아요. 일이라고 생각하고 제대로 해야죠.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가 생각해보니 경수 씨 어린 시절의 일화들이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네요. 열다섯 살 때 혼자 이력서를 만들고 영화사에 찾아가서 배우를 하게 해달라고 했었죠. 산에 올라가서 발성 연습 하다가 해 질 때까지 안 내려오기도 했고.
무모했죠.(웃음) 왜 토크쇼 같은 데서 배우 선배님들이 어릴 때 영화사에 출근하듯이 가서 대걸레질하고 잔심부름했다는 얘기를 했거든요. 그렇게 해야 배우가 되는 줄 알았어요. 발성 연습도 집에 부모님이 계셔서 할 수가 없으니까,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데 가서 해야겠다 하고 간 거였고요. 와, 그런데 아차산이 해가 지니까 너무 무섭더라고요. 나무 모양도 좀 달라 보이고, 안 보이던 무덤이 보이더라고요. 내려오는데 얼마나 무서웠는지 지금도 기억이 나요.
최근 인터뷰에서도 연기에 대한 열망이 드러나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본인은 연기 생각만 하고 사람들과 연기 얘기만 한다고, 인생에서 연기라는 게 없어진다면 힘들 것 같다고 했었죠.
맞아요. 연기를 빼면 저를 설명할 수 있는 게 딱히 없어요.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웃음) 취미도 없고.
취미로 꽃꽂이를 한다고 했지 않나요?
취미 없어요. 꽃꽂이도 그냥 배워보고 싶다고 한 거였는데 기사에 ‘한다’고 나가서(웃음) 얘기가 커졌죠. 여전히 배워보고 싶긴 한데 확 끌리지는 않아요. 새로운 캐릭터를 맡으면 ‘이걸 어떻게 해볼까’ 이런 두근거리는 마음이 있잖아요. 걱정되는 부분도 있고, 기대되는 부분도 있고. 그런데 그건 어쨌든 일이고, 그 밖의 부분들에서는 확 끌리는 게 별로 없어요. 같이 골프 쳐보자는 사람도 있고 서핑 해보자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하고 싶은 충동이 안 생겨요.
연기만큼 경수 씨에게 스파크를 일으키는 일을 찾기가 쉽지 않은 거겠죠. 열다섯 살의 류경수가 품었던 열망과 지금 경수 씨가 품은 열망은 어떻게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열다섯 살 때는 마냥 연기를 하고 싶었죠. ‘마냥’이라는 표현이 꼭 맞아요. 그러다가 20대가 되면서 혼란스러운 느낌을 받았고요. 저는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아무도 찾아주질 않았으니까요. 〈대무가〉의 신남이라는 캐릭터가 20대에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직업도 구해지지 않아서 무당 단기속성 학원을 끊고 무당이 되기로 한 캐릭터거든요. 그 부분을 제가 스물여덟 살 때 찍었어요. (〈대무가〉는 본래 2018년 단편영화로 나온 작품을 기반으로, 뒷부분을 이어 찍어 장편영화로 만든 특이한 케이스다.) 그래서 그때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대학교 졸업할 때쯤, 진짜 일이 전혀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던 시기였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그때와 또 다르죠. 진짜 신중하게, 연기를 좀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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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오성윤
    PHOTOGRAPHER 김형상
    STYLIST 박선용
    HAIR & MAKEUP 김환
    ASSISTANT 송채연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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