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YLE
Part1. 배우 류경수는 자신에게 연기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누구나처럼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A형에 INFP인 배우. 낯가림이 심하지만 늘 뒤풀이 제일 마지막까지 남는 배우. 연기는 내게 너무나 대단한 일이지만 그만큼 세상 모두의 직업이 대단하다고, 결과만큼이나 과정이 중요하다고 믿는 배우. 겨울 길목에서 만난 류경수의 진심들.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요즘 많이 바쁘죠?
요즘 드라마 <구미호뎐1938> 촬영하고 있고, 그 외에는 딱히 없어요. 지방 촬영이 많고 액션 신이 많은 작품이라서 몸이 피곤할 때는 있는데 힘든 정도는 아니고요.
그래요? 굉장히 신출귀몰한다는 느낌이 있는데. 곧 공개될 예정이거나 출연 확정된 작품만 5개쯤 된다고 알고 있고요.
아, 그게 또 찍은 지 좀 된 것들이 코로나19 때문에 미뤄졌다가 공개되기도 하고, 그러면서 일을 많이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작품을 많이 하겠다는 대단한 생각 없이 그냥 일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하고 있거든요. 저한테는 정말 누구나처럼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다른 직종에 종사하시는 분들과 똑같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배역의 비중이나 필모그래피에 대해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느낌이 있어요.
좀 단순한 대답일 수도 있는데요. 저는 재미있으면 돼요. 왜 사람을 만날 때도 막연히 ‘친해지고 싶다’는 느낌이 있잖아요. 이 친구만의 매력이 있거나, 저랑 코드가 맞거나, 끌리는 지점이 있다거나. 작품을 볼 때도 비슷해요. ‘이 배역을 해보고 싶다’ ‘이 세계 안에 내가 들어가 있고 싶다’ 하는 지점이 생기면 다른 부분은 별로 생각을 안 하는 거죠.
최근에 판타지, 스릴러, 오컬트 요소가 섞인 작품을 좀 많이 한 것 같아요. 그건 우연일까요, 개인적 선호가 섞인 걸까요?
선호가 좀 섞였어요. 제가 일상에서 접해보지 못한 소재들에 흥미를 많이 느껴요. 물론 리얼리즘적인 작품도 좋아하고, 그래서 그런 작품들을 이제 좀 할 것 같긴 한데요. 판타지나 오컬트적인 작품만의 매력이 있죠.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본인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해볼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잖아요.

아노락 리바이스. 레더 팬츠 벨앤누보. 슈즈 1017 알릭스 9SM. 티셔츠, 빈티지 군용 헤드피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런 작품들을 하기 전에는 악하고 약한 인물, 실제 사회에 존재할 법한 인물을 많이 맡았던 것 같아요. 단편영화 자체가 현실적인 소재에 치중될 수밖에 없기도 하지만, 류경수 씨는 유독 그런 ‘평범한 악’을 표현하는 측면이 탁월해 보였다고 할까요.
저는 일단 그것도 똑같이 일이라고 생각해요. 리얼리즘을 표방하는 작품 안에서도 관객들이 볼 때 더 공감되고 현실적으로 느끼는 지점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더 자연스럽고 ‘초미세’하게 연기를 해야 하는 재미가 있죠. 반면에 일상에서 겪을 수 없는 판타지적인 작품의 경우에는 ‘이렇게 표현했을 때 어떻게 나올까?’ 상상하는 재미가 있고요. 그래서 실제로 촬영하러 갈 때도 좀 더 설레는 마음으로 가게 되는 것 같아요. 누구나 ‘아, 오늘 출근하기 너무 싫다’ 이런 마음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작품은 뭔가 더 설레는 마음으로 현장에 갈 수 있는 거죠.
드라마 <글리치>랑 영화 <대무가>(류경수의 최근 출연작들)는 보셨겠죠?
네. <글리치>도 봤고, <대무가>는 두 번 봤어요.
오, 두 번이나요? 극장에서?
네. 시사회로 두 번 봤죠.
(웃음) 의기양양한 투로 들렸는데, 자의에 의한 관람은 아니었군요.
아니, 그런데 제가 안 가도 됐는데 일부러 가서 본 거예요.(웃음) 제가 원래 제 작품을 잘 못 보는 편이라 두 번 본 것도 많이 본 거거든요.
보통은 한 번만 본다는 뜻이군요. 모니터링 차원에서.
그렇죠. 일단 내가 한 일의 결과는 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보는 거죠. ‘여기서 이렇게 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오는구나’ ‘이렇게 하면 좀 별로구나’ 이렇게 복습하는 개념으로요.
즐기지는 못하고.
네. 아마 많은 배우가 그럴 거예요. 연기를 안 해본 분들께 가장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비유가,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서 듣는 거랑 비슷하거든요. 그렇게 들으면 자기가 생각했던 거랑 좀 다르고 느낌도 이상하잖아요.
인터뷰 준비차 이것저것 찾다가 느낀 게, 경수 씨가 연기를 대하는 태도는 또래 배우들보다 수도승처럼 연기를 수련했던 1980~1990년대 배우들에 가까워 보인다는 거였어요. 음울할 정도의 진지함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웃음) 그런가요? 예전부터 이제 중년이 되신 선배 배우님들의 연기를 존경하고, 많이 찾아보고 배우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제가 이 일 자체를 소중하게, 대단한 일이라고 여기면서 임하고 있기도 하고요.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생각해달라는 식으로 말하는 건 좀 다른 문제고, 저한테만 그렇다는 거죠.

카무플라주 패턴 아우터 오클리. 화이트 셔츠 디올 맨. 니트 팬츠 토즈. 레더 베스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건 그냥 일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경수 씨 안에서는 좀 다른 문제군요.
다른 직업과 똑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연기를 진지하게 생각하지만, 다른 직업을 가진 친구한테 ‘나는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할 수는 없는 거죠. 제 일이 대단한 만큼 그 친구의 일도 대단하니까. 어쩌면 제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 같기도 해요. 이 일을 더 열심히 하기 위한 주문이요. 저 혼자 해서 끝나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거잖아요. 일이라고 생각하고 제대로 해야죠.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가 생각해보니 경수 씨 어린 시절의 일화들이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네요. 열다섯 살 때 혼자 이력서를 만들고 영화사에 찾아가서 배우를 하게 해달라고 했었죠. 산에 올라가서 발성 연습 하다가 해 질 때까지 안 내려오기도 했고.
무모했죠.(웃음) 왜 토크쇼 같은 데서 배우 선배님들이 어릴 때 영화사에 출근하듯이 가서 대걸레질하고 잔심부름했다는 얘기를 했거든요. 그렇게 해야 배우가 되는 줄 알았어요. 발성 연습도 집에 부모님이 계셔서 할 수가 없으니까,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데 가서 해야겠다 하고 간 거였고요. 와, 그런데 아차산이 해가 지니까 너무 무섭더라고요. 나무 모양도 좀 달라 보이고, 안 보이던 무덤이 보이더라고요. 내려오는데 얼마나 무서웠는지 지금도 기억이 나요.
최근 인터뷰에서도 연기에 대한 열망이 드러나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본인은 연기 생각만 하고 사람들과 연기 얘기만 한다고, 인생에서 연기라는 게 없어진다면 힘들 것 같다고 했었죠.
맞아요. 연기를 빼면 저를 설명할 수 있는 게 딱히 없어요.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웃음) 취미도 없고.
취미로 꽃꽂이를 한다고 했지 않나요?
취미 없어요. 꽃꽂이도 그냥 배워보고 싶다고 한 거였는데 기사에 ‘한다’고 나가서(웃음) 얘기가 커졌죠. 여전히 배워보고 싶긴 한데 확 끌리지는 않아요. 새로운 캐릭터를 맡으면 ‘이걸 어떻게 해볼까’ 이런 두근거리는 마음이 있잖아요. 걱정되는 부분도 있고, 기대되는 부분도 있고. 그런데 그건 어쨌든 일이고, 그 밖의 부분들에서는 확 끌리는 게 별로 없어요. 같이 골프 쳐보자는 사람도 있고 서핑 해보자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하고 싶은 충동이 안 생겨요.
연기만큼 경수 씨에게 스파크를 일으키는 일을 찾기가 쉽지 않은 거겠죠. 열다섯 살의 류경수가 품었던 열망과 지금 경수 씨가 품은 열망은 어떻게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열다섯 살 때는 마냥 연기를 하고 싶었죠. ‘마냥’이라는 표현이 꼭 맞아요. 그러다가 20대가 되면서 혼란스러운 느낌을 받았고요. 저는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아무도 찾아주질 않았으니까요. <대무가>의 신남이라는 캐릭터가 20대에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직업도 구해지지 않아서 무당 단기속성 학원을 끊고 무당이 되기로 한 캐릭터거든요. 그 부분을 제가 스물여덟 살 때 찍었어요. (<대무가>는 본래 2018년 단편영화로 나온 작품을 기반으로, 뒷부분을 이어 찍어 장편영화로 만든 특이한 케이스다.) 그래서 그때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대학교 졸업할 때쯤, 진짜 일이 전혀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던 시기였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그때와 또 다르죠. 진짜 신중하게, 연기를 좀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인 것 같아요.

카무플라주 패턴 아우터 오클리. 화이트 셔츠 디올 맨. 니트 팬츠 토즈. 레더 베스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관련기사]
Part2. INFP에 A형인 배우 류경수가 촬영 회식 때 늘 마지막까지 남는 이유 보러가기
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김형상
- STYLIST 박선용
- HAIR & MAKEUP 김환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주정화
JEWELLERY
#부쉐론, #다미아니, #티파니, #타사키, #프레드, #그라프, #발렌티노가라바니, #까르띠에, #쇼파드, #루이비통
이 기사도 흥미로우실 거예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에스콰이어의 최신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