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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나는 '좀 큰 단톡방에 웃긴 거 올리듯' 유튜브를 한다고 했다

‘그거 아세요’와 ‘홍박사님을 아세요?’를 만든 과나는 스스로의 재미 외에는 크게 생각하는 게 없다고 했다. 그런데 솔직히, 아주 솔직히 말하면 간혹 자기도 모르게 자꾸 누군가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기도 한다고 했다.

프로필 by 오성윤 2024.05.03
슈즈 컨버스. 벨트 마틴페이지. 빈티지 워치 파텍필립 by 빈티크. PSR-E473 키보드 야마하. 스트라이프 로브, 셔츠, 팬츠, 비니, 타이, 링, 어쿠스틱 기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 컨버스. 벨트 마틴페이지. 빈티지 워치 파텍필립 by 빈티크. PSR-E473 키보드 야마하. 스트라이프 로브, 셔츠, 팬츠, 비니, 타이, 링, 어쿠스틱 기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스로를 소개해야 할 일이 있을 때 보통 뭐라고 해요?
소개요? 일단은 안 할 수 있으면 최대한 안 합니다. 저도 뭐라고 설명하기가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최대한 도망가죠. 그런데 이게 점점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더라고요.
공식 석상에 설 일이 점점 많아져서겠죠?
그것보다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들어갔기 때문이죠. 다른 학부모들한테는 명확히 얘기해줘야 하거든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그런데 ‘유튜버’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더라고요. 제가 수상해 보이는 인상이라 혹시나 ‘분명 이상한 채널을 운영할 것이다’ 오해하실까 걱정되는 점도 있고, 제가 이제는 전업 유튜버가 아니기 때문에 애매하기도 하고요. 요즘은 제가 들이는 시간, 에너지의 양이나 실질적 수입도 음악 쪽이 더 크다 보니 그냥 ‘음악 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뮤지션이라고 소개를 하는군요.
그런데 문제가, 또 그렇게 말하면 민망해지는 부분이 있어요. 제가 어릴 때부터 미술이랑 음악 둘 다 좋아했는데, 결국 대학에서는 미술 쪽을 전공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제 미술은 ‘과제’나 ‘일’이 되고 음악은 ‘노는 거’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어쩌다 음악으로 먹고살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음악은 제게 동경의 대상이라는 느낌이 강해요. 그래서 정확히는 ‘광고 음악 만들고 있다’고 소개해요. 실제로 제가 유튜브와는 별도로 외주 광고 음악 일을 좀 하고 있기도 하고, 학부모들이 듣기에도 ‘음악 한다’ 그러면 백수 같아 보이는데 ‘광고 음악 한다’고 하면 건실해 보일 것 같고요.(웃음)
분명 혼자 뭘 만들면서 밤을 새우는 유년기를 보냈을 것 같다는 생각은 했어요.
맞아요. 어릴 때부터 만화 같은 걸 많이 그렸고, 그걸 꼭 사람들 모아서 보여줘야 직성이 풀렸어요. 지금도 기억나는 게, 초등학교 3학년 때쯤에 제가 만화를 그리니까 애들이 처음에는 신기해하다가 점점 관심이 식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 만화로 된 RPG 게임 노트 같은 걸 만들었죠. 애들이 내 그림에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해서. 제가 하고 싶은 건 그냥 그림을 그리는 거였지만요.
내성적인 사람이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관심을 갈구하는 부분도 있군요.
관심을 갈구하는 정도가 아니죠. 아예 천성이 광대예요. 내성적이라는 부분은 약간 오해가 있는데요. 제가 채널에서 ‘내향적이다’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게 제가 멍청해서 표현을 잘못 고른 거였죠. ‘방향 향’ 자를 쓰니까 스스로의 내면에 관심이 많고 집에 있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것 때문인지 다들 제가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나만 찌질한 인간인가 봐’ 같은 노래들 때문에 생긴 이미지일 수도 있죠. ‘상남자가 아닌 너가 참 좋아’나 ‘미용실 가는 법’도 있고, 좀 소심하고 섬세한 사람들을 위한 노래가 많았잖아요.
‘나만 찌질한 인간인가 봐’도 사실은 이런 얘기거든요. “야, 나만 찌질한 인간이야? SNS나 TV 보면 다들 너무 깨끗하고 쿨한 사람들이고, 일상이라는데 엄청 고저스하게 살고 있고, 그게 다 맞아? 나만 사는 게 이렇게 더럽고 찌질해?”
대중매체 속 포장되고 표백된 삶에 대한 문제의식을 굉장히 완곡하게 표출한 거군요.
그렇죠. 제가 원래 싸우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좀 순화한 거죠.
며칠 전에 조주봉의 세 번째 노래 ‘웃어’가 나왔는데, 거기에도 이른바 ‘홍박사 챌린지’가 만든 사회현상에 대한 자성이 담겨 있었던 것 같아요. (과나는 코미디언 조훈의 부캐 조주봉의 ‘홍박사님을 아세요?’ ‘할 말이 없네’ ‘웃어’를 프로듀싱했다.)
어린이들이 홍박사 챌린지를 하는 걸 보면 어른으로서 조금 불편한 게 있잖아요. 그게 그렇게 어린이들 사이에 유행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고, 사실 개인적으로는 성적인 콘텐츠가 어린이들에게 딱히 나쁜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어쨌든 보기에 좋지는 않은 거죠. 찾아보니까 정말로 초등학생들이 다 같이 그 춤을 막 추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가사를 쓰려고 노력했던 거예요.
‘웃어’는 억지웃음이라도 그냥 웃다 보면 정말로 행복해지고, 다른 사람들도 웃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죠.
네. 그런데 제가 이런 노래가 나왔다고 제 채널 커뮤니티에 올렸는데, 거기도 이미 비판적인 의견이 너무 많아요. 조주봉 노래를 만드는 게 세상에 좋은 영향을 주겠냐고, 초심 찾으라고요. 그런데 저한테는 사실 조주봉을 프로듀싱하는 게 오히려 큰 의미가 있거든요. 저는 예술을 차별하는 게 되게 슬픈 일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은 모순적인 존재잖아요. 메탈 음악을 좋아하면서 귀여운 아이돌 음악도 좋아할 수 있죠. 꼭 창작자가 아니더라도 그렇게 다양한 감각을 동시에 가질 때 삶의 해상도가 올라간다고 믿고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모순된 작업을 하는 게 좋고, 저질 노래를 만들면서 따뜻한 노래를 만드는 게 의미 있고, 사람들도 그렇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마음의 문을 닫고 그냥 제 노래 중에 따뜻한 노래 몇 곡을 말하면서 ‘초심 찾으라’고 하는 분들이 너무 많은 것처럼 느껴지는 거죠. 사실 따지고 보면 제 초심부터가 ‘속사포 저질 병맛 노래’거든요. 그래서… 어제 댓글들 보다가 슬퍼져서 얘기를 좀 길게 했네요.
과나의 시작점은 ‘라볶이’와 ‘돼지 고추장 비빔국수’ 레시피 영상이었죠. 이미 온갖 시도가 다 나오고 있는 국내 유튜브 시장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는데, 본인은 그게 그렇게 화제가 될 거라고 생각했나요?
네. 저는 ‘대박을 치겠다’라고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하하하. 성공한 유튜버들은 다들 ‘이 정도 반향을 얻을 줄은 미처 모르고 시작했다’고 하던데, 과나는 처음부터 대스타가 될 작정으로 시작했군요.
네. 저는 ‘이건 무조건 잘된다’ 그랬습니다. 그래서 ‘라볶이 끓이는 법’을 만들어서 올렸는데, 첫날 조회수가 10 정도 나와서 오히려 ‘어라 이상하다 내 감이 이상한가’ 했죠.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바로 두 번째 영상을 만들고 있었어요. 무조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이거 조회수 5만은 나온다.’ 그때만 해도 저는 유튜브 조회수 5만 나오면 대한민국이 뒤집히는 줄 알았거든요.(웃음) 그런데 결국 몇백만 회가 나오게 된 거죠.
초반에 요리 레시피에 음악을 붙이고 가사를 만드는 영상을 많이 올리면서 요리 유튜버로 인식되기도 했어요.
그건 사실 지속할 수가 없었던 게,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요리를 다 했어요. 단순히 요리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창작 레시피를 창작 음악으로 한다’는 게 골자였으니까요. 그래서 레시피 영상을 조금씩 줄이고 애니메이션 영상을 조금씩 늘려서 바꿔간 거죠.
지속할 수 있는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선회한 거군요.
네. 그런데 바꾸고 보니까 그것도 지속할 수가 없어요. 퀄리티와 기대치가 조금씩 올라가면서 영상 하나 만들려면 2~3주가 걸리는데, 조회수는 잘 나오면 100만 회 정도거든요. 그러면 2~3주 동안 밤 새우면서 작업해 100만원 버는 거예요. 심지어 동생이 영상 제작을 도와주고 있으니까 걔한테 줘야 할 월급도 포함해서요. 그래서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은 거죠. 나는 전업 유튜버를 할 수가 없겠구나. 유튜브라는 시스템에 전혀 맞지 않구나. 그렇다고 제가 브이로그나 먹방을 해서 주목받을 수 있는 사람도 아니잖아요.
확실히 요즘은 유튜브 업로드도 좀 뜸해지셨고,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졌죠. 그럼 이제 유튜브 영상은 어떤 마음으로 올려요?
저는 그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은데요. 왜 웃긴 거 생각나서 단톡방에 올리면 사람들 반응이 기대가 되잖아요. 그런 마음이에요. 좀 큰 단톡방에 웃긴 거 올리는 거죠.
사람들이 100만 명 있는 단톡방에(과나 채널의 현재 구독자는 98만 명이다).
그래서 계속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이거 하면 재밌어 하겠지’ 하는 가벼운 생각으로 접근하니까. 그래서 저는 그냥 떠오르는 대로 만드는 편이거든요. 만약 제가 ‘창작’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했다면 소재를 찾지 못해 괴로워한다거나 작업물의 방향성을 놓고 오래도록 고민할 수도 있었겠죠. 그런데 그냥 ‘내가 재미있는 얘기 해줄까’ 하고 수다를 떠는 거라면 소재가 떨어질 일도, 이야기 방식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할 필요도 없잖아요.
자신이 지금껏 만든 곡들에 대한 자부심은 얼마나 될까요?
전혀 없습니다.
전혀요? 최근에 콘서트까지 했잖아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과나의 음악을 좋아하는구나 눈으로 확인하면 자부심이 생기지 않나요?
그렇죠. 그런데 혹시나 어떻게 들릴지 몰라서 좀 조심스러운데, 저는 영상에 달리는 선플도 잘 안 읽는 편이거든요. 제가 이걸 하는 이유를 좀 다르게 만들까 봐. 그래서 콘서트에서도 사람들의 눈망울을 보고, 어떤 종류의 자부심이나 책임감을 느끼고,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 걸 느끼면 ‘단톡방에 웃긴 거 올리는 할 일 없는 백수’가 아니라 ‘뭔가’가 되어버릴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즐겁게 해야 그분들도 즐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콘서트는 어쩌다 하기로 한 거예요?
그냥 대표님(소속사인 메타코미디 정영준 대표)이랑 예전부터 한 번씩 그런 얘기를 했어요. 공연 한번 하면 좋을 것 같다고. 그런데 어느 날 또 그 얘기가 나왔는데, 대표님이 그러더라고요. “그 언제가 지금이야.” 말씀드렸다시피 저도 그냥 재미있어 보이면 하는 성격이라서 좋다고 했죠. 제가 학교 다닐 때도 사람들 앞에 나가서 춤출 수 있는 기회 같은 게 있으면 절대로 놓치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춤에는 아예 젬병인데도요.
그런데 사실 좋은 노래를 많이 만들었다는 것과 별개로, 일반인이 몇 시간 동안 공연을 한다고 하면 생각할 부분이 많잖아요. 아마추어가 밴드 사운드를 뚫고 소리를 낼 수 있을까, 목이 쉬지는 않을까, 관객들을 계속 집중하게 할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은 별로 안 했어요. 오히려 과나가 가진 건전한 이미지 때문에 많이 자제했죠. 제가 대학생 때 동아리처럼 록밴드도 해본 적이 있는데, 그때처럼 머리도 흔들고 눈도 까뒤집으면 사람들이 놀랄 수도 있잖아요. 아이들을 데리고 오신 분들도 많았고요. 가사는 좀 걱정돼서 열심히 외웠어요. 프롬프트가 있긴 했지만 공연 내내 그걸 보고 할 수는 없으니까. 제 노래가 프롬프트가 있다고 해서 실수를 다잡을 수 있는 종류가 아니라, 대부분 한번 호흡을 놓치면 끝인 것들이기도 하고요.
밴드를 하셨군요. 어쩐지.
그게 사실 밴드를 했다고 하기도 좀 애매해요. 술 마시고 잼(즉흥 합주) 하는 정도만 한 거죠. 대학생들이 밴드 한다고 하면 보통 유명 밴드 커버 연주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자꾸 혼자 곡을 만들어오고 ‘이렇게 쳐’ 하니까 다들 도망가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음악도 좀 오래 하고 자리를 잡으면서 최근에 드림팀을 구했어요. 올해 그 사람들이랑 록밴드를 하나 시작할 거예요. 록에 대한 마음은 거기에서 풀고 과나 채널은 별개로 운영하는 거죠.
조주봉의 성공 이후로 프로듀싱 제안도 많이 들어올 것 같은데, 어떤 걸 받아들이고 어떤 걸 고사하실지 기준도 궁금했어요.
저는 다른 사람들도 모르고 스스로도 잘 모르는 것 같은 매력을 끌어내는 게 재미있어요. 그래서 그런 제안을 주실 일도 없겠지만, 실제 가수와 하는 작업은 웬만하면 하고 싶지가 않아요. 좋은 재료로 좋은 요리를 만드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으니까요. 라면으로 크림 파스타 같은 걸 만들어내고 사람들이 보기에도 ‘저게 되네’ 하는 걸 만드는 게 재미있죠. 그래서 제안이 들어오는 것과는 별개로 혼자 쇼츠나 유튜브에서 새로운 기회를 계속 주시하고 있습니다.
조주봉도 단편적으로는 저질 코미디지만, 사실 ‘화장실에서 읽는 책’ 같은 유머집에 나올 법한 옛날 유머를 구사하면서 조주봉이라는 코미디언만 혼자 굉장히 웃기다고 생각하는 좀 더 고차원적인 코미디 요소가 있잖아요. 곡이 그 포인트를 되게 잘 살렸다고 생각했어요.
맞아요. 정확히 보신 게, ‘홍박사님을 아세요?’도 처음에는 조훈 씨가 ‘그쪽도 홍박사님을 아세요?’ 하고 은근하게 좀 야하게 놀리듯이 노래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디렉팅하면서 톤을 바꿨죠. 조주봉은 자기가 세계 최고의 코미디언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이고, 그래서 본인 스스로도 자기가 할 말이 너무 웃겨서 세게 내지르는, 그런 톤으로 해야 한다고요. 그렇게 지금의 결과물이 나오게 된 거죠.
프로듀서가 보기에 조주봉은 아직 더 많은 가능성이 남아 있는 아티스트인가요?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매번 ‘이제 마지막이다’ 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웃음) 제가 워낙 제 미래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그럴 거예요. 보시면 제 채널에도 시리즈로 제작되는 게 거의 없거든요. 있어도 한두 편 정도 하다가 말죠. 그래서 조주봉도 늘 ‘이번에 안 되면 끝이다’ 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하긴 창작물의 운명은 창작자 스스로도 알 수가 없는 법이죠. ‘그거 아세요?’도 4년 전에 발표한 노래인데 최근에 갑자기 에스파 멤버들이 그 노래로 숏폼 영상을 만들어 올리면서 화제가 됐고요.
그건 저도 신기해요. 그걸 왜 하셨지?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일단은 그저 너무 감사한 일이죠.
그게 사람들에게 댓글로 쓸데없는 정보들을 올려달라고 요청하고 그걸 바탕으로 노래를 만드는 프로젝트였잖아요. 정말 아무 말이 난무하는데, 이상하게 보고 있으면 뭉클해져요. 과나에게도 처음 의도와 결과물의 톤이 좀 달라진 경우이지 않았을까 싶었고요.
정확합니다. 코드를 만들고 댓글의 말들을 넣어봤는데 저도 ‘어 이거 왜 감동적이지’ 싶더라고요. 그래서 끝에 ‘사랑’ 키워드의 이야기들을 넣어야겠다 하는 식으로 단순하게 정리한 거고요. 가끔 그렇게 아무런 개연성이 없는데 뭔가 울림을 주는 경우가 만들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저마다 다 귀여운 존재인데 왜 나는 이렇게 쉽게 사람을 미워하면서 살까.’ 저는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어떤 부분이 그런 효과를 낳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제가 만든 사람이지만 동시에 저도 청자거든요. 제작 과정에서 계속 감상하면서 작업하죠. 그런데 그 곡은 멜로디를 써서 듣다 보니까 이상하게 감동적이더라고요. 그래서 그것에 맞게 배치를 바꾸는 정도의 아주 단순한 터치만 한 거지, 제가 어떤 의도나 메시지를 넣은 건 아니에요. 그건 각자의 감상에 달린 거죠.
과나는 구독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닌 걸까요?
네. 뭐 당연히 굳이 뭔가가 세상에 나온다면 이롭게 만드는 게 좋겠죠. 하지만 그런 의도로 뭔가를 만드는 것부터가 욕심이라고 생각해요. 작품이라는 게 창작자의 손을 떠나면 창작자의 의도 같은 건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무서울 때 듣는 노래’를 만들었다고 해서 그게 무서운 거 싫어하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용도로만 쓰이는 건 아니잖아요. 어떤 도둑이 큰 범행을 시작하기 전에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들을 수도 있는 거죠. 그렇게 폭넓게 보면 좋은 의도를 담았든 나쁜 의도를 담았든 모든 창작물은 태생적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측면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너무 일반론으로 눙치시는 거 아닌가 싶은데요. 어떤 작품은 창작자가 정의를 말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당사자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 그 안에 묘사되는 폭력과 야만에 대한 예찬인 경우도 있잖아요. 과나의 경우는 반대로 그냥 웃긴 콘텐츠를 만든다고 표방하지만 그 안에서 인간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고요. 예로 드신 ‘무서울 때 듣는 노래’도 콘셉트의 문제가 아니라, 가사를 듣고 있으면 실제로 무서운 걸 싫어하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이해와 다정함을 느낄 수 있어요.
(오래 생각하다가 눈을 질끈 감으며) 솔직히 말하면. 솔직히 인정하자면 조금 따뜻한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사실 그게 너무 싫거든요.(웃음) 정말 싫은데 그냥…뭐라고 해야 할까요. 자꾸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해야 하나요. 제가 만든 게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닿으면 그게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면 또 어떤 종류의 이미지가 강해질 것 같은데요. 그냥 사람들이 좋아하면 기분 좋잖아요. 그 정도인 거죠. 그건 누구나 그렇지 않나요? →

Credit

  • PHOTOGRAPHER 임한수
  • STYLIST 이다은
  • MAKEUP 김환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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