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와인 성군 '와인킹'을 만나다
그는 보르도와 부르고뉴의 값비싼 와인들을 들이대며 군림하는 절대군주가 아니다. 가성비와 대중화를 위해 헌신하는 와인 성군 와인킹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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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는 라코스테.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얼마 전에 했던 용산 아이파크 팝업이 정말 난리가 났었죠.
재밌는 일이 많았어요. 지난 5월 15일까지 용산 아이파크몰 3층에 있는 영풍문고 맞은편에 1000평 규모를 빌려 와인 팝업 스토어를 열어요. 처음에는 한 200평 정도의 공간에서 할까 싶었는데, ‘이왕 할 거면 크게 하자’고 마음먹었죠.
팝업 스토어를 한 이유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작년 10월부터 매달 수입사들로부터 와인을 출품받아 ‘이달의 와인’ 개념으로 와인킹 선정 와인을 발표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수입사들로부터 출품비를 받아서 그걸로 제작비와 인건비 등의 비용으로 썼는데, 이게 영세 수입사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그 이후에는 저도 이걸 무료로 할 수는 없으니 방식을 바꿨어요. 출품비 제도를 없애고 이달의 와인을 선정하되 저 역시 소매 면허를 따서 송파구에 작은 와인 상점을 열고 그곳에서 첫째 주 주말에만 제가 선정한 와인들을 팔기로 한 거죠.
정말 오래된 상가 건물에 있더군요.
맞아요. ‘인킹이네’라는 와인 숍인데, 옛날에 지어진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있어요. 돌아 들어가야 해서 밖에서는 보이지도 않는 한 4평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공간이고 오로지 결제만을 위한 와인 없는 와인 상점이에요. 오셔서 결제하면 저희가 배송해드려요. 첫 주엔 이틀 만에 5000명 정도가 다녀갈 정도로 정말 많은 분이 오셔서 와인도 사시고 저랑 사진도 찍고 사인도 받아 가셨죠. 그런데 여기서 반년 동안 팔면서 와인의 가짓수만 한 500여 종 되니까, 이 모든 회사의 와인을 많이씩 팔아드릴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한 게 팝업 스토어였어요. 저와 거래하는 영세 수입사들이 대부분 좋은 와인 그러나 아주 유명하지는 않은 와인을 한두 품목 들여오신 분들인데, 이분들 중에 재고를 쌓아두고 있어서 인벤토리와 캐시가 회전이 안 되는 경우들이 있었어요. 제가 그걸 해결해드리고 싶었던 거죠. ‘재고로 있는 품질이 좋고 가격이 합리적인 와인들만 선정해서 다 팔아드리고 싶다’는 아주 솔직한 마음으로 시작한 거죠.
어느 정도의 성공이었는지 수치로 얘기해주실 수 있나요?
첫 주엔 오픈발이 좀 있었는데, 그다음 주 월요일이 되니까 사람이 좀 줄긴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정육왕 씨, 정준하 씨, 한해 씨 등 셀럽과 인플루언서들이 찾아주면서 점점 고객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20일 동안 10만 명이 다녀갔어요. 마지막 주말에는 거의 하루에 1만 명이 방문하셨고요.
와… 물량이 받쳐줬나 보군요.
제가 처음부터 수입사 대표님들께 ‘다 가지고 오시라’고 말씀드린 터라 물량은 충분했어요. 판매가 너무 잘돼서 어떤 수입사는 열흘 만에 자기들이 가진 재고를 싹 털고 팝업 스토어에서 철수했어요. 그 수입사는 특히 감동적이었던 게 그 회사 품목 중에 2016년 빈티지의 2만원대 와인이 있었거든요. 그 와인을 두고 소비자들이 그동안은 ‘저가 와인인데 2016년 빈티지를 수입하면 어떻게 하느냐’라고 계속 무시해왔대요. ‘2만원대의 2016 빈티지면 이건 볼 것도 없이 맛이 간 거다’ 뭐 이런 말까지 들으셨고요. 그런데 저희 팝업은 조그만 플라스틱 컵으로 하는 테이스팅이 무료였으니 이 와인의 포텐셜이 폭발한 거죠. 사람들이 자기 와인을 좋아해주고 심지어 다 사줬으니 얼마나 행복하셨겠어요. 저한테 ‘너무 행복하다’며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수입사 약 70 곳이 참여했고, 아직 집계 중이긴 한데, 20일 동안 최소 4만 병이 팔렸습니다.
테이스팅을 다 해보고 사람들이 어떤 와인을 사는지도 지켜보셨으니 와인 소비 취향의 흐름 같은 것도 좀 보이셨을 것 같아요.
솔직히 모스카토가 인기가 참 많다는 거 말고는 특별히 눈에 띄는 흐름은 없더라고요. 테이스팅을 할 때도 특정한 취향을 고려하지 않았어요. 오로지 (해당 산지 해당 가격대의 와인이라는 걸 감안해서) 제대로 만들었는지에 중점을 두고 테이스팅했고요.
일일이 출품되는 와인들을 다 테이스팅하는 영상도 올렸어요. 저 역시 WSET를 이수하는 중인데, 레벨2를 할 때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고 나면 선생님이 늘 “이 와인은 얼마 받아야 할 것 같아요?”라고 물어봤었죠.
맞아요. 가격이 중요하죠.
그런데 그 많은 와인의 가성비를 전문가가 평가해준다니 소비자 입장에선 얼마나 고마워요.
그 영상 보셔서 알겠지만, 전 정말 죽을 것 같았어요.(웃음) 정말 말도 안 되는 와인들도 많이 출품되거든요. 먹으면 토 나오는 그런 와인들도 있어서 하다가 너무 힘들고 진이 빠지고 그랬어요. 그런 와인들이 연거푸 나올 때면 저 역시 의기소침해지고 정말 하기 싫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 와인 시음 영상에서 너무 궁금한 와인이 하나 있었어요. 왜 스킨 콘택트를 많이 한 것처럼 뿌연 색의 와인이라 ‘양말 빤 물 같은 색’이라고 표현했던 와인인데, 인킹 님이 마셔보고는 ‘이렇게만 만들면 뭘 해도 좋다’는 평을 내렸죠.
아! 기억나요. 독일 내추럴 와인이었어요. ‘프라우엔 파워’, 즉 ‘여성의 힘’이라는 레이블에서 만든 도른펠더 품종이 들어간 와인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 와인은 가격대도 4만5000원으로 그리 비싸지 않았어요.
좋은 가격이네요. 내추럴 와인들이 한국에서 좀 비싸지 않나 싶은 경우들이 있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전 내추럴 와인 양조 자체가 기본적으로 포도 품종의 특징을 그렇게 신경 써서 살리는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추럴 와인은 그야말로 통제하지 않은 내추럴한 맛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게 중요하지요. 포도 품종의 특징을 살린 아주 고급스러운 내추럴 와인들도 있지만, 아주 소수고요. 그래서 실은 출품된 와인 중에 내추럴 와인은 80% 정도가 기준에 미치지 못했어요. 그런데 그 와인은 입에 넣는 순간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한국의 와인 소비에서 좀 고쳐졌으면 하는 문화나 분위기가 있나요?
있죠. 제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에 비하면 정말 많이 달라지긴 했는데, 아직도 보여주기 위해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이 좀 많아요. 남들이 알아주는 허튼 와인에 돈을 쓰기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에 제대로 된 와인을 소비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원래 공부하고 배우는 걸 좋아하거든요. 와인은 공부하고 배워야 더 맛있는 술이라 그 허세만 좀 버리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주류가 될 것 같아요.
그 외에도 수입하는 분들을 보면서 느낀 점도 많을 것 같아요.
주세나 관세 말고도 교육세를 내야 하는 실정이 이해가 안 되기는 하죠. 전통주만 인터넷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도 마찬가지로 이해가 안 되고요. 아마 OECD 국가 중 인터넷에서 와인을 못 사게 막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할 거예요. 일종의 무역 차별이죠.
그건 정말 빨리 고쳐야 하는 일이죠. 전 전통주와 희석식 소주를 보호하려는 주세 무역 장벽이 미식 문화 전반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해요. 고급 음식에는 고급 술이 있어야 어울리는 법인데 복합미라고는 거의 없다시피 한 소맥과 와인의 가격 격차가 너무 커요.
그런 사회적인 여건을 만들어줘야지 말씀하신 것처럼 미식 문화가 발달하는 건데, 이건 뭐 괜찮은 술 좀 들여올라치면 너무 비싸게 팔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버렸으니까요.
와인의 주세와 가격 등에 관련해선 정말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죠. 인킹 님은 와인의 가격을 결정할 때 어떤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세요?
전 밸런스, 균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균형이 어설프더라도 어느 정도 잡혀 있으면 일단 합격선 안에 들어올 수 있죠. 물론 그 균형점이 어느 위치에 있느냐도 중요합니다. 산미와 알코올 도수와 향미 물질의 양이 어느 정도 높은 지점에서, 소위 ‘살이 붙은 채로’ 균형이 맞았을 때 아무래도 가격이 올라가죠. 또 같은 살이라고 해도 그 살의 질이 근육이냐 아니면 단순한 지방이냐에 따라 다르고요. 그 외에는 풍미와 향 그리고 여운이 얼마나 오래가냐 등등을 살피게 되지요.
오래전에는 ‘해당 와인이 테루아를 얼마나 잘 표현했는가’가 와인을 평가하는 스탠더드한 항목이었다면, 최근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요새는 정말 신대륙인지 구대륙인지도 헷갈릴 때가 많아요.
그건 어쩔 수가 없어요. 이제는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이 남반구와 북반구를 계절별로 왔다 갔다 하면서 만들기 때문이죠. 만드는 사람의 스타일이 와인에 그대로 스며들 수밖에 없으니까요.

니트 라코스테. 시계 파텍필립 by 빈티크. 셔츠, 팬츠, 벨트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 모델 소장품.
테루아는 과대평가되었던 걸까요?
그렇게 볼 수 있는 면이 있죠. 그런데 또 부르고뉴를 생각해보면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부르고뉴의 밭이 등급에 따라 나눠져 있는 걸 보세요. 그때 당시에 무슨 측량 기술이라든지 성분 분석 기술이 있어서 그걸 나눈 게 아니거든요. 오로지 그 땅에서 나는 포도로 만든 와인 맛만 보고서 나눈 거란 말이죠. 그런데 그 지도를 아직도 쓰고 있고 사람들이 여전히 동의하고 있잖아요. 적어도 그런 수준의 와인들에선 테루아의 특성이 최종 결과물에 반영된다는 게 사실인 거죠. 물론 테루아를 따질 만한 와인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렇게 따져가며 감탄하고 즐길 만한 와인들은 가격이 아주 높아요.
하긴 테루아를 말하는 순간부터 싱글 빈야드 레벨로 따지기 시작하는 셈이니까요.
근데 또 싱글 빈야드라고 써 있다고 다 좋은 레벨인 것도 아녜요. 신대륙의 칠레나 아르헨티나에서 웬만하면 싱글 빈야드를 붙이곤 한단 말이죠. 또 숙성에 대한 단어들도 그래요. 레제르바니, 그랑 레제르바니 써놓은 와인들이 많은데 큰 의미 없는 경우가 많죠.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세 국가에서 양조학을 공부했는데, 각 국가의 양조 철학이 조금씩 다르죠?
그보다는 와인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것 같아요. 일단 프랑스 사람들은 오만해요. 자신감이 넘치고 사실 오만할 만한 이유도 있죠. 프랑스는 와인을 잘 만드는 와이너리가 워낙 높은 비율로 많으니까요. 스페인은 좀 소박해요. 와인도 무척 솔직하게 만들고요. 다만 그 솔직함이 독이 돼서 개성 없는 와인이 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괜찮은 가격대의 신선하고 마시기 편한 와인들이 많죠. 이탈리아 와인은 개성이 넘처요. 물론 중앙집권적인 규범과 기준이 있긴 하지만, 그 안에선 최대한 자기 멋대로 움직이죠. 이탈리아 와인의 특징 중 하나는 프랑스 와인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품종의 포도를 사용한다는 점이에요. 이탈리아의 양조용 포도는 너무 많아서 평생 찾아다녀도 다 접하기 힘들 정도예요. 보통 프랑스는 특정 지역에서 지배적으로 재배하는 포도 품종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이탈리아에는 아예 그런 개념도 없어요. 바로 옆에 있는 밭인데 이 밭과 저 밭이 다른 걸 키우기도 하고 남쪽 품종을 중부지방에서 키우기도 하죠. 좋게 말하면 개성 만점이고 나쁘게 말하면 제 멋대로죠.
인킹 님의 자유로운 바이브는 이탈리아 와인과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해요.
저는 이탈리아 와인을 무척 좋아합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와인 생산국 중 하나예요. 다만 이탈리아 남자들은 남자들에게 너무 불친절해요.
그건 너무 잘 알아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남자한테는 말도 잘 안 걸죠. 아내와 같이 다니면 무조건 아내에게만 말을 걸고 저는 투명인간 취급을 하더라고요.
농담이지만, 차라리 저기 동물들한테 더 잘해준다는 느낌까지 받곤 하죠.(웃음)
지금 와인을 몇 병이나 가지고 계세요?
집, 작업실, 사무실, 해외에 있는 걸 다 합치면 아마 한 2000~3000병 정도 될 것 같아요. 3000병은 넘지 않을 듯한데, 전 딱히 특별히 아끼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전 와인에 는 정말 편견이 없거든요.
그럼 아끼는 와인이 없나요?
소중히 생각하는 것들은 있죠. 예를 들면 아주 예전, 2006년인가 2007년인가, 거의 20년쯤 전에 이수만 회장님과 그 지인분들을 모시고 칠레로 와인 투어를 떠난 적이 있어요. 말을 한 마리씩 주길래 말을 타고 포도밭을 돌아봤죠. 정말 재밌었어요. 그런데 그때 칠레까지 간 김에 당시 다니던 회사의 대표님께 ‘아르헨티나도 너무 가보고 싶다’고 말씀드려서 아르헨티나로 넘어갔죠. 그때 방문한 지역이 멘도사였어요. 그땐 뭐 구글 맵도 뭣도 없던 때니까 서점에서 지도를 사서 그걸 보며 다녔어요. 심지어 제가 들고 다니던 지도는 서점에서 산 건데도 자세히 보니까 누군가 펜으로 지도를 수정해놨더라고요. 출판을 해놓고 틀린 부분이 있으니 수작업으로 수정해서 판 거죠. 그런 지도를 보며 와이너리 하나 찾는 데 몇 시간씩 걸려서 멘도사 지역의 와이너리들을 찾아다녔고, 당시에 한 2만~3만원 정도 하던 와인 스무병 정도를 슈트케이스에 넣고 한국으로 왔어요. 당연히 와인 스무 병이 든 슈트케이스가 문제가 됐죠. 공항에서 술이 너무 많아 무거우니 그냥 갈 수는 없고 뉴질랜드 쪽으로 돌아서 가는 다음 날 비행기로 바꿔 타면 통과시켜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아르헨티나에서 뉴질랜드를 거쳐 가지고 온 스무 병은 그때 냉장고에 다 때려 넣은 뒤로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지구 반대편 이야기가 담긴 와인이니까요.
2만~3만원대 와인이면… 이미 숙성의 모든 단계를 다 지났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아끼면 똥 된다는 말이 와인에는 정말 딱 들어맞는 말이죠. 그래도 그 와인들은 너무 고생하며 이고 지고 온 것들이라 따기 힘든 존재가 됐어요.
그런 재밌는 사연을 가진 와인이 또 있나요?
사연이 있는 와인들이요? 사연이 없는 와인들이 없죠. 유럽에선 처음으로 프랑스에서 4년 동안 와인 공부를 할 때 모은 와인들을 컨테이너로 들여왔어요. 물론 세관에 걸렸는데, 그 와인들이 하도 여기저기서 모은 것들이라 따로 관세를 매기기도 힘든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협상해서 평균가로 세금 기준가를 정했요.
얼마로 했나요?
당시 병당 한 20달러 정도의 가치를 기준으로 했는데, 하도 많아서 세금이 엄청 나왔어요. 또 경매에서 산 와인 중에도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죠. 보르도의 한 부자가 죽었는데 집에서 나온 레이블이 없는 와인 몇 상자인가를 제가 경매에서 샀어요. 총 4상자를 샀는데, 같이 간 친구가 두 상자만 팔라고 해서 두 상자씩 나눠서 그걸 다 열어서 마셔봤죠. 그런데 그중에 1967년산 보르도 그랑 크뤼 와인이 있었어요. 와인을 오픈했더니 코르크에 샤토 이름이랑 빈티지가 써 있더라고요.
2000년대면 와인이 아직 살아 있었을 수도 있겠어요.
희미하게 살아 있었어요. 산미와 과실 향이 희미하게 살아 있었는데, 그랑 크뤼 와인의 흔적을 느끼는 게 재미였죠. 그래도 1967년 빈티지 보르도 그랑 크뤼를 어디 가서 병에 4000원 주고 사서 마셔볼 수 있겠어요.
유튜브를 하면서 가장 소중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뭔가요?
다 소중한 에피소드지만, 최근에 저를 초대해준 침착맨이 기억에 남아요. 그전까지는 저희 구독자의 대부분이 30~40대 남성분들이었어요. 그런데 침착맨에 나간 이후 어린 층으로 연령도 확대되었고, 여성 팬들도 부쩍 늘었어요. 침착맨 님도 남성 팬이 압도적으로 많은 걸로 알고 있었는데, 구독자가 230만 명이다 보니까 그 비율은 적더라도 절대적인 수치가 많더라고요. 또 최근에 <무한도전> 시절부터 좋아했던 정준하 씨를 만난 것도 소중한 인연이죠. 예전부터 준하 형은 공감대가 많아서 마음이 끌렸어요. 둘 다 술을 좋아하고, 덩치가 커서 놀림받는 슬픈 짐승 같은 느낌을 공유하거든요. 영상을 찍자고 불러주셔서 같이 찍어봤는데, 케미가 정말 잘 맞아서 그 후로도 종종 만나 같이 술도 마시고 그랬죠. 알게 된 지는 한 2~3개월밖에 안 됐는데 벌써 한 10번 정도는 만난 것 같아요. 오늘 저녁에도 보기로 했어요. 그런 분이랑 만나서 편하게 있다 보면 제가 있는 업계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는 위치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기도 하고요.
와인 유튜브를 하면서 ‘이건 내가 정말 잘하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게 있나요?
실은 제가 국내에서 가장 큰 와인 수입사에 2000년도 후반까지 다녔어요. 그때 회사를 그만두면서 상사가 제게 뭐 하려고 그만두느냐고 물어보길래 ‘사람들이 와인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대중화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죠. 그때 제 상사가 코웃음을 쳤어요. 생각해보면 당시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할 법도 하죠. 그런데 제가 지금 실제로 그 역할을 작게나마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잡혀 있는 큰 일정이 있죠?
내일 당장 조지아로 떠나요.
조지아의 크베브리에서 양조한 와인들 너무 맛있죠.
맞아요. 저도 엄청 좋아해요. 와인킹과 함께하는 조지아 아르메니아 여행이 타이틀인데 전세기로 가는 거라 비용도 적지 않거든요. 이걸 기획하신 대한항공 직원분은 ‘모집 기간이 2개월밖에 안 된다. 이런 갑작스러운 기획은 입사 이래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라며 걱정하셨는데, 두 번의 회차를 전부 꽉꽉 채워 성공했어요. 입사 5개월 차밖에 안 된 신입까지 저희 직원들도 다 같이 가기로 했어요.
역시 구독자 수 세계 1위 와인 유튜버답네요.
마지막으로 올해 연말에 와인킹 팝업 마켓을 또 한 번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번에 한 팝업 행사가 워낙 성공적이어서 반년 동안 모으면 연말에는 참여하는 수입사들도, 와인 수도 더 많이 늘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다른 하나는… 예전부터 항상 생각하고 있던 거예요. 와이너리 하나를 아예 인수해서 나만의 와인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지금까지 프랑스 보르도의 와이너리를 한 30곳 정도 가서 봤거든요. 마음에 드는 와이너리가 두 군데 정도 있는데 아직 마음이 망설여지네요.
Credit
- PHOTOGRAPHER 김성룡
- LOCATION P.O.T. Project
- STYLIST 박선용
- HAIR & MAKEUP 김환
- ASSISTANT 신동주
- ART DESIGNER 박인선
JEWE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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