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YLE
Part2. 노정의가 과거의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노정의는 스물네 살의 ‘배우’다. 어린 시절을 기억하되 지금의 모습에 눈을 크게 떠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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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본봄. 넥타이 어퓨커멘츠. 부츠 골든구스. 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아역 배우 시기를 지나서, 처음으로 영화를 촬영하고, 또 정극 드라마에 안착하고… 몇 번의 도약이 있었을 것 같아요. 무사히 지나왔다고 느껴요?
지나고 보니 스물네 살이네요. 그냥 꿈 하나만 바라보고 계속 달려온 것 같아요. 연기를 시작했을 때 목표는 열여섯 살 안에 성공하는 거였어요.
그렇게 정했던 이유가 궁금해요.
(김)유정 언니나 (김)소현 언니가 아역 배우로 큰 성공을 거뒀을 때였어요. 정말 부러웠어요. 막연하게 언니들의 뒤를 잇고 싶었어요. 언니들은 열네 살 즈음에 제가 원하는 모습이 되었구나. 나도 뒤를 따라가려면 성장기 전에 자리를 잡아야겠구나 한 거죠.
마음먹은 대로 된 것 같아요?
역시 어렵더라고요. 열여섯 살이 지나갈 때는 스스로가 실패한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게 오히려 연기에 좀 더 진심으로 다가가고 재미를 느끼는 계기가 되더라고요. 제 꿈은 현재진행형이지만 예전처럼 조급하지는 않아요. 솔직히 그때는 지금까지 연기를 하고 있을 줄 몰랐어요. 지금은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게 정말 행복해요.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닌가 봐요.
그 시절의 정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네가 원하는 순간은 온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정의 씨 팬이 남긴 인상 깊은 응원 글 하나를 곱씹어보게 되네요. ‘잘 버텨줘서, 연기를 계속해줘서 고맙다’고 했어요.
저에게 가장 힘이 되는 말이라고 어디선가 말한 이후부터 팬들이 더 많이 얘기해주시는 문구예요! <히치하이크>라는 영화의 GV를 정말 작은 영화관에서 했는데 끝나고 한 팬이 제 손을 잡으며 그렇게 얘기해주셨어요. 첫 목표가 실패했다고 느꼈던 열일곱 때였죠. 사실 그래서 집에 가는 차 안에서 엄청 울었어요. 유명하지도 않은 나를 계속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분이 있다는 사실에 모든 게 용서되고 위로가 되는 순간이었어요.
노정의의 전성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황야>에 이어 <하이라키>가 공개되고 강풀 작가의 웹툰 원작을 드라마화한 <마녀>도 라인업에 있어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옛날부터 회사에도 미팅이나 오디션 자리라면 어디든, 무엇이 됐든 그냥 저를 마구마구 불러달라고 부탁드렸거든요. 그 마음이 아직도 유효해요. 최대한 많은 분을 만나고 많은 기회를 접해보고 싶어요.
올해 작품들을 훑다 보니 ‘OTT의 총아’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어졌어요. 해외 팬도 부쩍 늘어난 것 같던데요.
부모님께서 영어 공부 하라고 할 때 열심히 할 걸 그랬어요.(웃음) 제가 생각한 것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프로필을 해외로 보내지 않아도 전 세계에서 제 모습을 볼 수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죠. 인스타그램 DM으로 오는 응원 메시지의 언어도 정말 다양해졌고요. 해외 시청자들은 작품을 또 어떻게 봐주실까 기대도 되고 덩달아 연기에 대한 제 시각도 더 유연해지고 넓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아무래도 <그 해 우리는>이라는 전환점이 있었기 때문일 텐데요. 톱 아이돌 엔제이 역할을 통해 분명하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어요.
처음으로 비중 높은 역할을 맡은 거라 당시만 해도 조심스러웠어요. 혹시라도 제 실수 때문에 좋은 작품에 폐가 되진 않을까 걱정도 많았고요. 하지만 오랜 고민과 힘든 시간을 견딘 게 무색하게 좋은 일들만 일어났죠. 그 뒤로 여러 작품에 출연하게 되었으니 저에겐 정말 특별한 작품이에요.
금발의 지분도 컸고요.
원래 설정은 금발이 아니었어요. 저는 엔제이가 엄청난 톱스타이기 때문에 머리색과 상관없이 어디서든 눈에 띄는 인물이라고 이해한 상태였죠. 그러다 감독님께서 금발은 어떨 것 같냐고 제안해주셔서 바로 납득하고 인생 처음으로 탈색한 거예요.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집에 들어간 날 부모님이 엄청 놀라셨어요. 20년 넘게 같이 살던 딸 머리가 갑자기 하얗게 돼서 나타나니 귀신인 줄 알았대요.(웃음) 어느 날 동네 친구가 똑같이 탈색을 하고 와서 쌍둥이 콘셉트로 인생네컷을 찍기도 했고요. 그 친구는 아직도 탈색 머리를 유지하고 있어요. 금발 덕에 주변 반응도 재밌었고, 칭찬과 사랑도 많이 받았어요.
실제 아이돌로 오인받은 경우는 없었나요?
막상 촬영 때 말고는 밖에 잘 안 나갔어요.(웃음) 아이돌이냐는 얘기를 실제로 들은 적이 있긴 한데, 극 중 역할을 물어보는 건지 다른 누군가를 염두에 둔 건지 잘 몰라서 우물쭈물했죠.

원피스 우부아. 글러브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 해 우리는>으로 ‘2021 SBS 연기대상’ 신인상을 받았죠. 수상소감을 하면서도 별로 안 떨었던 것 같아요.
너무 떨려서 청심환 안 먹은 걸 후회했어요. 잘 보면 손 안 떨려고 트로피를 꽉 쥐고 있는 모습이 보일 거예요. <인기가요>를 진행하면서 무대공포증이 많이 없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에는 되게 무섭더라고요. 스무 살에는 신인상을 받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시차는 있지만 정말로 받게 돼서 너무 놀란 거죠. 말 그대로 꿈이 이뤄진 그 느낌이었어요.
저는 정의 씨 작품 중에 <황야>의 ‘수나’ 얼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디스토피아를 살아가는 소녀의 불안함과 경계심, 강인함이 촘촘히 드러나 보였거든요. 그리고 흔한 말로 ‘예쁨을 내려놓는다’고 하죠. 그런 부분도 인상 깊었고요.
예쁨을 내려놓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겪어보지 않은 미래라는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일이 가장 중요했죠.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세트가 너무 완벽해서 여기에 잘 동화돼야겠다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감독님과 함께 연기한 분들이 세계관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덕분에 수나가 어색하지 않게 보였던 것 같아요.
또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선재 업고 튀어> 같은 로맨틱 코미디나 <눈물의 여왕> 같은 절절한 로맨스를 해보고 싶어요. 아직 해본 적이 없으니까, 20대 초반의 감성을 녹일 수 있는 로맨스를 찍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가요 프로그램 MC를 한 것처럼 연기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나요? 예를 들면 예능이라든가?
<인기가요>를 진행하면서 노래하는 분들의 무대를 직접 보는 게 신기했어요. 어떻게 저 짧은 순간에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보여줄까. 비슷한 일을 하지만 서로 다른 무대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존경심이 드는 경험이었어요. 예능은 좋아하긴 하지만 아직 멀었다고 느껴요. 얼마 전에 <아는 형님>에 나갔을 때도 선배님들 얘기에 빠져서 제가 얘기할 타이밍을 놓쳐버렸거든요. 너무 좋아하는 분들이라 마냥 연예인 보는 기분이 들어서.(웃음) <지구오락실>처럼 또래와 여행을 다니는 프로그램을 찍어보고 싶긴 해요.
인스타그램의 판다와 강아지 아이콘은 푸바오와 반려견이죠? 지금도 푸바오 티셔츠를 입고 있어요.
인기가 많아지기 전부터 푸바오를 좋아했어요. 우리나라에서 처음 태어나는 판다라는 뉴스를 봤는데 너무 귀엽더라고요. 그때부터 애정을 갖고 자주 보러 다녔어요. ‘내가 웃는 게 진짜 웃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 때가 있었는데 푸바오를 직접 보는 순간 가슴속에 쌓여 있던 응어리가 없어지고 제가 아주 행복하게 웃고 있는 거예요. 힘든 일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는 존재였고, 푸바오를 좋아하면서 나중에는 팬들의 마음까지 이해됐던 것 같아요. 반려견은 어릴 때부터 함께 살았기 때문에, 가족이자 친구에 가까운 존재예요.
정의 씨 이름을 검색하면 류다인 배우가 연관 검색어로 뜰 정도예요. ‘노씨컬렉터’라는 류다인 배우의 보석함에 정의 씨가 들어 있다죠.
어느 날 다인 언니가 “나 ‘노씨수집가’래” 그러더라고요. 노씨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 다인 언니가 윤서 언니랑도 친하고 저랑도 친하다 보니 그런 별명이 생겼나 봐요. 언니랑 윤서 언니랑 만나면 저한테 나오라고 연락이 와요. 그럼 저는 집에 거의 다 왔는데도 차 돌려서 가고.(웃음) 사람을 별로 안 만나는 편인데 다인 언니나 은비 언니(가수 권은비), 선빈 언니(배우 이선빈)가 부르면 나가게 돼요. 일하면서 알게 됐지만 만나자마자 잘 통했고 성격이 너무 좋은 사람들이라 잘 따를 수밖에 없어요.
시간 있을 때 뭘 하면서 보내나요?
누워 있거나 운동하거나 해요. 몸은 나가기 싫다, 머리는 나가야 한다 매번 싸우죠.
마지막 질문이에요. 가장 자신 있는 건 뭔가요?
저는 포기를 할 줄 몰라요. 그건 자신 있어요.
Credit
- CONTRIBUTING EDITOR 박의령
- PHOTOGRAPHER 윤송이
- STYLIST 성선영
- HAIR 케이트
- MAKEUP 최수지
- ART DESIGNER 김동희
CELEB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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