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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비통 2025 S/S 남성 컬렉션 탐방기

퍼렐의 범지구적인 세계관에 대하여.

프로필 by 이하민 2024.08.10
지난 6월 18일, 루이 비통의 2025 S/S 남성 컬렉션이 공개됐다. 런웨이가 펼쳐진 장소는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 쇼장에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글로브 구조물과 시원하게 펼쳐진 정원, 그 뒤로 반쯤 걸쳐진 에펠탑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모든 풍경이 마치 이번 쇼를 위해 치밀하고 완벽하게 준비된 무대 같았다. 패션과는 거리가 먼 이곳에서 루이 비통 패션쇼가 열린 이유는 뭘까. 지구를 형상화한 구조물과 바람에 펄럭이는 만국기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LVMH가 공식 후원하는 2024년 파리 올림픽, 100년 만에 파리에서 열리는 역사적 이벤트, 전 세계가 참여하는 지구적 축제, 인종과 종교와 정치 성향을 막론하고 정정당당히 겨루는 스포츠의 장…. 순간 모든 퍼즐이 하나로 맞춰지는 듯했다. 예상이 맞다면 이번 컬렉션을 보여주기에 이보다 적합한 공간은 없을 터였다.
루이 비통 2025 S/S 남성 컬렉션이 열린 라 메종 드 유네스코(La Maison de l’UNESCO).

루이 비통 2025 S/S 남성 컬렉션이 열린 라 메종 드 유네스코(La Maison de l’UNESCO).

루이 비통 2025 S/S 남성 컬렉션의 테마는 ‘세상은 당신의 것(Le Monde est à Vous)’. 퍼렐 윌리엄스는 이번 컬렉션으로 인류에 대한 애정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퍼렐이 직접 프로듀싱한 트리움푸스 코스모(Triumphus Cosmos)가 울려 퍼지며 성대한 쇼의 시작을 알렸고, 퐁뇌프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 보이스 오브 파이어 합창단의 목소리가 겹겹이 쌓이며 가슴을 더욱 뛰게 했다. 컬렉션의 포문을 연 것은 블랙 벨루어 슈트를 입은 흑인 모델. 그 뒤로도 블랙 더블브레스티드 재킷과 레더 코트를 입은 모델이 줄지어 등장했다. 색감을 제한한 만큼 소재와 실루엣, 디테일의 변주가 한층 더 도드라졌다. 어느 지점부터는 컬러 팔레트가 점차 그레이와 브라운으로 번져갔다. 트랙 슈트와 워크웨어, 스포츠웨어의 터치가 섞이기 시작했고, 모델의 스킨 톤도 한층 더 다채로워졌다. 다양성을 드러내고자 한 분명한 의도였다. 특정 캐릭터를 연상케 하는 룩도 눈길을 끌었다. 날렵한 더블브레스티드 슈트는 외교관, 보머 재킷은 조종사, 캐주얼한 워크웨어는 여행자를 위한 룩으로 표현됐다.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캐릭터들이 루이 비통의 영원한 키워드 ‘여행’을 연결시켰다. 이런 컬렉션 앞에서 인종과 국가를 나누는 것은 실로 무의미했다.
축구공을 조각조각 오려 붙인 듯한 재킷, 축구 유니폼을 연상케 하는 애슬레저 톱, 축구화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 분명한 스니커즈… 축구를 모티브로 한 룩과 아이템 역시 이런 맥락으로 읽혔다. 축구만큼 전세계 사람들이 열광하는 스포츠는 또 없으니까. 축구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하나가 되게 만드니까. 스포츠가 이끌어내는 범지구적 단합력에 대한 경의이기도 했다. 가방 단추에 새겨진 미니어처 세계지도, 비행기 모양의 장식, 작은 모노그램이 새겨진 벨트, 지구본과 외계인, 트렁크, 축구공을 활용한 키링과 참 또한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세부였다.
그리고 마침내 피날레. 81벌의 옷이 런웨이 위로 쏟아져 나오자 모든 것이 더욱 분명해졌다. 개별적인 각각의 룩이 하나의 커다란 스토리로 읽히는 순간이었다. 다양한 인종과 룩, 사람, 하나의 아름다운 이야기. 퍼렐 윌리엄스는 인종과 지역, 문화, 다양한 삶의 양식을 아우르며 인간적인 따스함을, 긍정적인 에너지를, 거대한 사랑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번 컬렉션을 들여다보면 누구라도 느끼게 된다. 세상은 ‘당신의 것’이자 ‘우리 모두의 것’임을. →

Credit

  • PHOTO 루이 비통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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