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고가의 와인들을 바다에서 숙성하는 이유
대체 왜 사람들은 크로아티아의 바다에 그 비싼 바롤로들을 집어넣고 있을까?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랭스는 샹파뉴 지방의 수도로, 이곳에서 와인 성분을 분석하는 연구원이라면 수많은 샴페인을 맛봤을 것이 분명하다. 그 대학의 연구원이 ‘평생 맛보지 못한 와인’이라는 말을 남겼으니, 맛보지 못한 와인 러버들은 얼마나 속이 탔겠는가? 여하튼 이 사건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샴페인을 바다에 담그기 시작했다. 난파 와인의 주인공 뵈브 클리코는 난파선이 발견된 지역의 주민들과 협약을 맺고, 수백 병의 뵈브 클리코 매그넘을 금속 케이지에 담아 50m 깊이 섭씨 4.5℃ 바다에 가라앉힌 바 있다. 바다에서 숙성한 샴페인과 육지의 창고에서 숙성한 샴페인은 그 향과 맛에서 확실한 차이를 보였는데, 그 이유는 온도가 낮고, 산소와의 접촉이 근원적으로 차단되며, 일조량이 거의 없고, 외부의 압력이 샴페인 병 내부와 거의 비슷해 기포가 새나갈 이유가 없다는 등의 요인 때문으로 알려졌다.
특히 압력은 수중 숙성 조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10m의 깊이당 1기압의 압력이 더해진다. 즉 60m 깊이 바다에서 병이 받는 압력은 6기압으로 샴페인 내부의 압력과 거의 비슷해 샴페인 내부의 기포가 빠져나올 물리적 요인이 사라진다. 중요한 건 이 사건 이후 결국 수많은 와인 러버들의 머릿속에는 난파선에서 건져 올린 뵈브 클리코에 붙은 따개비 배설물들의 아름다운 문양과 ‘바다 숙성’이라는 신화 같은 개념이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문제는 샴페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수많은 업체가 스틸와인(탄산이 없는 와인)을 수중에서 숙성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세요. 저희가 와인을 숙성하는 50m 깊이의 바다는 와인에게 더없이 좋은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어요. 일단 온도의 월간 변동폭이 1℃도 안 될 정도로 적어요. 해수 아래로 몇 미터만 내려가도 자외선과 적외선은 모두 차단되지요.”
이탈리아의 와인 해저 숙성 업체인 ‘코럴 와인’의 홍보 담당 이반 무드론자의 말이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한 것들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있다고 그는 말한다. “미세한 조류의 흔들림이 자연적인 ‘리무아주’를 만들어내고, 아직 연구 중이지만 이 과정이 다른 요소들과 함께 폴리페놀의 독특한 중합을 촉진해요.” 우리가 알고 있는 리슬링에서 나는 페트롤의 향취나 타닌 등이 모두 폴리페놀이다. 와인은 오랜 숙성 기간을 거칠수록 이 폴리페놀의 성분이 달라지며 어린 시절과 다른 향미를 품게 된다. 즉 그의 말을 쉽게 바꾸면, 바다의 여러 조건들이 와인 안에서 향미 물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다르게 바꿨다는 것.
나 역시 직접 마셔보지 않았다면, 바다에서 숙성한 와인의 부가가치를 전혀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8월에 우리는 9개월 동안 바다에서 숙성한 닥터 타니시 그라처 하임리히 리슬링 2018 빈티지를 테이스팅했다. 그로세스 게벡스(GG), 즉 독일의 와인생산자협회에서 인정한 드라이 와인에 붙는 인증 표시가 붙은 고급 리슬링으로 바다에 빠뜨리지 않았다고 해도 이미 화이트 품종치고는 오랜 숙성을 거친 보틀이었다. 그러나 바다에서 숙성한 그 와인에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한 아로마가 풍겼다. 청사과, 레몬그라스, 자몽, 로즈메리 등의 일반적인 고급 리슬링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풍미 외에 마치 그릴에 구운 듯한 사과, 아몬드, 호두, 옅은 그러나 전반적으로 와인의 품격을 높여주는 옅은 석유 향취가 났다.

코럴 와인이 바다에서 숙성한 제품들의 모습. 모양을 보면, 오른쪽 병은 사이까이아로 보인다.

크로아티아의 파그섬 앞바다에 와인 케이지를 넣고 있는 모습. 하나의 케이지에 150병 정도가 들어간다.
코럴 와인을 처음 출시할 당시인 2018년만 해도 코럴 와인은 하나의 프로젝트였으나, 이제는 홍합과 굴 양식 사업보다 더 큰 규모로 성장해 회사의 주축 사업이 되었다. “섬에서 쾌속선을 타고 가면 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바다에 저희 케이지들이 잠들어 있어요. 보통 한 케이지에 약 150병의 와인을 넣을 수 있는데, 그런 케이지 약 130개가 지금 바다 아래 잠들어 있어요.” 이반이 말했다.
와인의 향은 크게 그 유래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과실 그 자체에서 발현된 향과 맛을 1차 향, 오크 숙성에서 유래된 향을 2차 향, 병에서 숙성되며 발현된 향을 3차 향이라 한다. 1차 향은 보통 다른 과실이나 꽃 혹은 식물로 표현되고, 2차 향은 오크 통을 토스팅하며 발생한 당류 화합물인 바닐린이나 버터 등의 향이 대부분이다. 오랜 병 숙성으로 얻어지는 3차 향은 고급 와인에서만 의미 있게 발현되는데, 보통은 와인에 레이어를 더하는 복잡한 풍미인 경우가 많다. 흙, 가죽, 담배 등의 폴리페놀 중화합물들이 보통 3차에 발현된다.
“와인에 따라 다른데, 전통적인 와인에 비해 1차 풍미가 숙성된 이후에도 강하게 살아 있으면서도 산도가 살짝 낮고, 타닌이 훨씬 부드럽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반이 말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이반의 생각일 뿐이다. 여러 요소들로 인해 해저 숙성 와인 안에 있는 화학적 물질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는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와인이 숙성에 적합한지도 지금으로서는 과학적 판단이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경험에 따르면 가장 확실한 건 숙성 전에 이미 복합미를 가진 와인일수록 해저에서 숙성했을 때 더 큰 폭의 변화를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바롤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수퍼투스칸 등의 와인들을 통해 확인한 사실이지요.”
수중 숙성의 그 비밀을 열 수 있는 키 중 하나가 칼슘일 것이라는 예측은 있다. “실험실에서 테스트한 결과를 보면 바다 숙성 와인의 경우 칼슘의 양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구간이 발견되었어요. 그게 어떤 영향 때문이고 또 최종 와인의 관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앞으로 더 연구해야 할 문제지만요.” 이반의 말이다.
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 Coral Wine
- ART DESIGNER 주정화
JEWELLERY
#부쉐론, #다미아니, #티파니, #타사키, #프레드, #그라프, #발렌티노가라바니, #까르띠에, #쇼파드, #루이비통
이 기사도 흥미로우실 거예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에스콰이어의 최신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