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양봉업자 겸 유튜버 프응이 계속 벌에 쏘여도 괜찮은 이유
프응은 “쫄면 쏘인다”고 했다. “양봉업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멘털”이라고도 했다. 그렇기에 몇 마리의 말벌이 달려들든, 어떤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든, 자신만의 템포로 성큼성큼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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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오셨네요. 검은색이 벌에 쏘이기 쉽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맞아요. 곰들이 자꾸 꿀을 건드리니까 검은색과 털 부분에 반응하도록 진화했다고 하죠. 가급적 모자를 쓰고 검은색은 피하는 게 좋아요. 그런데 저의 경우에는 뭐, 경험상 그런 부분보다 ‘쫄지 않는 마음’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벌들이 상대방의 긴장을 감지하고 공격하는 거군요.
제 느낌에는 그래요. 좀 과학적이지는 못한 이야기이긴 한데, 보고 있으면 어떤 주파수 같은 걸 느끼나 싶거든요. 신체 중에서도 약한 부위를 먼저 쏘는 느낌도 있고요. 만약 오늘 발목을 삐어서 좀 아프다, 그러면 꼭 발목을 쏘더라고요.
베테랑이라고 벌에 쏘이지 않는 건 아니잖아요. 실제로 프응 씨도 많이 쏘이고 있고. 면역 같은 게 생기진 않겠죠?
그런 건 없죠. 다만 해독 작용이 좀 더 빠르게 일어나기는 해요. 몸을 하나의 책장이라고 치면, 벌에 쏘여본 적이 없는 사람은 쏘였을 때 그에 대응하는 책을 찾는 데 너무 오래 걸리는 거예요. 어디에 뒀는지 모르니까. 반면에 양봉업자들은 손이 제일 잘 닿는 곳에 벌에 대한 레시피 북이 꽂혀 있는 거고요. 그래서 좀 덜 붓거나 빨리 나아요.
언제부터 벌에 관심을 갖게 된 거예요?
원래 저희 아버지가 취미로 양봉을 하셨어요. 5통, 10통 뭐 이렇게 조금씩요. 그런데 제대로 못 키우고 좀 많이 죽이셨죠.(웃음) 저는 관심이 없다가 아버지가 자꾸 죽이니까 아까워서 한번 들여다봤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벌들의 움직임이나 생태 같은 부분이. 제가 또 어릴 때부터 ‘덕후’ 기질이 좀 있었거든요. 그래서 조금씩 해보고, 꿀이 나오니까 꿀도 팔아보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양봉에 발을 들이게 된 거죠.
유튜브를 시작한 건 양봉에 대한 잘못된 얘기가 많아서, 그걸 좀 타파할 목적이었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가짜 꿀’에 대한 오해 같은 게 좀 팽배했죠. 벌들에게 설탕물을 먹여 만든 꿀을 사양꿀이라고 하는데, 보통 요리용으로 많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이게 천연 꿀과 구별이 어렵다 보니 속여 파는 건 아닌지 불안해하는 거예요. 물론 그런 경우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정말 극소수였거든요. 하지만 지금까지도 천연 꿀이라고 하면 일단 의심부터 하는 분들이 있어 제가 연구를 좀 했어요. 이 오해를 타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그 결과로 ‘미디어가 만든 의심이니까, 미디어로 해소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른 거죠.
본업을 위한 도구 개념이었지 부업 개념은 아니었던 거군요.
그런 측면도 있었죠. 사실 국내에서는 25년 가까이 꿀 가격이 전혀 안 올랐거든요. 양봉을 하기 위한 제반 비용은 물가와 함께 계속 오르는데 꿀값은 그대로이니 매해 수입이 계속 줄어드는 거예요. 꿀 가격이라는 게 저 혼자 가격을 올린다고 비싸게 사주는 분야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생각했죠. ‘이게 결과로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분야는 못 되겠구나.’ ‘그럼 과정 속에서 돈을 벌자.’ 그렇게 양봉 과정으로 콘텐츠를 만들기로 한 거예요. 한 달에 몇십만 원이라도 여윳돈이 된다면 좋겠다 하고.
목표는 여윳돈 정도였군요. 지금은 배보다 배꼽이 더 커졌지만.
배꼽이…심각하게 커졌죠.(웃음)
양봉업계가 처한 상황에서 개선되고 있는 부분은 없나요? 예를 들어 가격은 그대로지만 기술 발전으로 생산성이 좀 더 증대됐다거나….
기술 개발은 계속 이뤄지고 있죠.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시장 가격이 바뀌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어요. 정부가 개입해 상황을 타개하든가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움직임이 전무한 상황이고, 오히려 2029년부터는 국내에 베트남 꿀이 관세 없이 들어올 예정이거든요. 베트남과의 FTA에 꿀이 포함되어 있어요. 베트남 꿀이 국산 꿀의 8분의 1 가격이니까 이제 대량으로 꿀을 쓰는 업장에서는 국산 꿀을 쓸 이유가 전혀 없는 거죠.



품질 측면으로 승부를 보기는 어려운가요?
그래서 양봉협회에서 등급제도에 힘을 쏟고 있죠. 등급 기준을 만들고 올해부터 강하게 밀고 있는데, 그것도 반쪽짜리라는 느낌이 들어요. 들여다보면 저처럼 양봉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좋은 방식은 아닌 거죠. 한국 꿀이 품질은 좋아요. 베트남 꿀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차이가 나요. 그런데 또 중앙아시아나 뉴질랜드와 비교하면 지역적 특성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죠. 거긴 그냥 지리적으로 좋은 꿀이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니까. 한국 꿀도 좋아요. 세계적으로 월등한 품질이냐고 하면 그건 아니지만 중상위권이라고 할 수는 있어요.
양봉 산업이 굉장히 힘든 상황이군요. 요즘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벌들이 실종되는 문제도 있잖아요.
거기에는 환경 문제도 있고, 농약 성분 문제도 있고, 전자파 이야기도 나오고 여러 원인이 분석되고 있어요. 제가 봤을 때는 그냥 환경이 급변하면서 벌들이 총체적으로 적응을 못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정말 오랜 세월 동안 천천히 진화해왔는데, 지금 갑자기 짧은 시간 안에 지구 환경이 너무 빠르게 바뀌니까 벌들도 당황스러워하는 거죠. 벌이 사라지면 꿀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만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가 먹는 음식 중에 70% 정도가 벌의 수분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위험한 상황이죠. 양봉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위기가 정말 크게 와닿아요. 매해 상황이 나빠지고, 제가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벌을 키우는 게 훨씬 어려워졌거든요. 그래서 이 일을 하다 보면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도 생기죠. 그렇다고 ‘내가 지구를 지키겠어’ 하는 꿈을 품는 건 아니지만, 마냥 돈벌이로 여기게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사회운동가 같은 기질은 전혀 없다고 했죠. 하지만 또 양봉업을 시작하시기 전의 막연한 꿈이 툰드라 지역 같은 데에 가서 순록을 보살피는 일이었다고 한 적이 있어요.
모르겠어요.(웃음) 사실 그건 사명감이 아니라 제 삶에 대한 막연한 이상향적 이미지였던 것 같아요. 지금도 양봉장 옆에 대장간 같은 거 하나 만들어서 칼 만들며 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거든요. 베트남 중부 지역에 가서 TV 고쳐주는 전파상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베트남 시골 전파상 주인’이라는 로망도 있군요.(웃음) 외롭고 꿋꿋한 삶에 대한 동경 같은 게 있나 봐요.
제가 기본적으로 일을 하면서 혼자 있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그렇게만 말하기에는 사실 또 어떤 종류의 발산이 필요하고요. 기본적으로 사람은 타인의 관심을 필요로 하잖아요. 저도 그런 부분이 있는데, 외향적인 성격이 못 되니까 유튜브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혼자 뭘 찍고, 혼자 편집하고, 그걸 바탕으로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풀어내는 거죠.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까 제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서 웃고, 그런 게 제 나름의 소통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저는 아픈 길고양이였던 토르를 보살펴주는 영상으로 처음 프응TV를 접했어요. 그래서 ‘목가적인 분위기의 청년 농업인 채널인가’ 했는데, 영상들을 조회수 순서로 정렬해 보니까 말벌 처형 영상들 인기가 압도적이더라고요.
(웃음) 맞아요. 사실 요즘은 그런 영상을 많이 안 올리긴 하는데요. 유튜브 자체에서 요즘 그런 영상들을 별로 안 좋아하는 느낌이 들어서. 좀 가학적으로 느껴지나 봐요. 저한테야 말벌을 잡는 건 양봉인으로서 꼭 해야 하는 업무고, 기왕이면 그걸 좀 재미있게 만들어보자고 했던 거지만요.
아, 사실 그 질문을 하고 싶었어요. 조회수가 잘 나오는 콘텐츠가 뭔지는 이미 시작부터 제시된 셈이었는데, 프응TV는 말벌 콘텐츠에 집중하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저는 막연히 그게 프응 씨의 성정인가 보다 했는데…. 실은 현실적인 제약이 있었군요.(웃음)
그 부분도 맞아요. 사실 유튜브의 제약이 요즘 들어 심해진 거지 예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그때도 제가 말벌 잡는 것에 매몰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은 했죠. 어쨌든 제가 유튜브에서 보여주려 한 건 양봉이었고, 그게 제일 중요했으니까요.
프응TV 채널이 가진 의미 측면에서 출발점과 달라진 부분도 있으려나요?
바뀌었죠. 사실 지금 국내에 양봉을 하는 젊은 친구들이 꽤 많거든요. 저와 왕래하는 양봉인들 태반이 어린 친구들이에요. 그런데 아까 들으셨다시피 상황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라서 빚을 내서 하는 경우도 많고, 대부분 좀 영세하죠. 저도 그렇게 시작했고요. 하지만 어쨌든 저는 프응TV를 하면서 마케팅력이라는 게 생겼잖아요.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최근에 브랜드를 만든 것도 그 연장선에 있고요. (최근 프응은 ‘바이비’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부산 기장에 동명의 카페 겸 꿀 상점을 오픈했다.) 제가 그분들에게 꿀을 사서 함께 팔고 있죠.



좋은 생각이네요. 어차피 프응 씨의 꿀은 매번 오픈하자마자 품절되는 상황이었으니까, 프응 씨가 믿는 양봉업자들의 꿀을 매입해서 하나의 브랜드로 만드는 게 파는 사람에게나 사는 사람에게나 득이 되겠군요.
궁극적으로는 꿀 소비 자체를 증진시키고 싶은 거예요. 물론 저 혼자서 시장을 바꿀 수 있는 건 아니겠죠. 제가 원하는 건 커피 부문에서 일었던 변화 같은 거거든요. 20년 전만 해도 국내에 커피 소비가 거의 없었잖아요. 그런데 어느새 이렇게 대중적인 기호식품이 되고, 그러다 보니까 스페셜티 커피를 찾는 사람도 많아졌죠. 여기 이 꿀만 봐도 ‘서기당’이라고 숙성 꿀만 하시는 분 건데, 이런 꿀이 사실 비싸요. 숙성을 하려면 채밀을 얼마 못 하니까. 이런 특성이 있는 꿀이 팔리려면 일단 꿀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야 하는 거죠. 제가 갖게 된 마케팅력을 이용해서 양봉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전체적으로 꿀 소비를 늘리고, 그러면 이분들도 함께 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답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 자신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일이기도 하죠.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문제가 터지는 양봉 일을 하며 유튜브 촬영과 편집도 직접 하면서, 브랜드를 만들고 카페까지 차렸어요. 이걸 어떻게 다 하는 거예요?
실제로 최근에 너무 힘들어서 살짝 ‘현타’가 왔었어요.(웃음) 브랜드를 만든다는 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결정이 필요한 일이더라고요. 카페의 이 휴지에 찍힌 로고까지도 어떤 디자인으로, 어떤 크기로, 어디에 인쇄를 맡겨야 하는지까지 하나하나 고민해야 하니까. 그 와중에 온라인 숍 오픈 준비도 해야 하고, 혼란스러웠어요. 무엇보다 본업이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이 제일 힘들었고요. 저는 제가 양봉업자이자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하거든요. 둘 다 제 직업인 거죠. 그런데 그중 어느 하나 제대로 못 챙기는 상황이 계속되니까, 현타가 많이 왔어요.
그래도 프응 씨는 심지가 굳은 편이신 것 같아요. 유튜브 하나만 하면서도 정신적 압박감을 토로하는 분들이 많던데.
제 주변에도 과부하가 좀 크게 온 크리에이터들이 있어요. 저도 크리에이터로서의 현타는 매년 오는 것 같고요. 좀 빨리 이겨내는 편일 뿐이죠. 사실 저는 양봉업에 제일 필요한 자질도 ‘멘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노하우나 기술이 아니라.
네. 양봉은 어느 정도는 하늘에 맡겨야 하는 일이에요. 아무리 열심히 하고 대비를 잘 해도 꿀이 안 나왔다거나 벌이 죽는다거나 할 수 있죠. 그런데 그때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거든요. 너무 허탈해요. 작년, 재작년에는 벌들이 사라지고 꿀이 너무 안 나와서 600통 정도 규모로 양봉을 하시던 분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도 있었죠. 불확실성도 너무 많아요. 한국은 이동 양봉이 기본이라 꿀이 나올지 안 나올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일단 무작정 이동해봐야 하기도 하고, 채밀 일정을 잡아놨는데 비가 많이 온다거나 하면 용달 비용 때문에 적자가 나기도 하고…. 양봉뿐만 아니라 농사일이 대개 다 그렇겠죠.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다 해놓고 하늘에 맡겨야 하는데, 요즘 같은 환경에서는 쉽지 않아요. 멘털이 강해야 해요.
이쯤에서 원초적인 질문을 하나 드릴까 봐요. 지금 행복하신가요?
엄청 행복하죠. 엄청 행복한데, 사실 요즘 들어 좀 혼란스러워요. 브랜드 준비하면서 일이 너무 많기도 했고, 또 제가 유튜브를 오래 했잖아요. 크리에이터로서 콘텐츠 소재가 좀 고갈됐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죠.
그 얘기는 몇 번 하셨던 것 같아요. 그때마다 사람들은 프응TV의 요체는 변화무쌍함보다는 편안함이기 때문에 똑같은 걸 해도 재미있을 거라는 답을 돌려줬고요.
봤던 거 또 봐도 재미있다고들 하죠. 하지만 똑같은 걸 하고 있으면 일단 제가 흥미를 못 느끼잖아요. 찍을 때도 재미가 없고, 편집할 때도 드립 같은 게 생각이 잘 안 나요. 그럼 하기가 싫어지는 거죠.
그렇게 들으니까 이해가 되네요. 어떤 사람들에게는 본인의 재미가 지속가능성의 가장 큰 요소일 수도 있죠.
그래서 새로운 것들을 찾아보고 있어요. 좀 더 다방면으로 콘텐츠를 만들려고요. 예를 들어 세계의 양봉, 꿀 문화를 찾아간다거나. 그건 이미 몇 개 콘텐츠를 만들어본 적이 있는데, 일단 제가 재미있어서 하려는 부분이 있어요. 가서 직접 보니까 신기한 것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그 외에도 사람들이 재미있어 할 만한 것들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고 있긴 한데, 일단은 뭐든 해봐야죠. 우선은 겨울철에 할 만한 콘텐츠를 찾아봐야 하고요. 양봉업자에게는 겨울이 비수기니까요.
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박기훈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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