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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상에 선 빨간 머리의 남자 '야닉 시너' 독점 화보 및 인터뷰

야닉 시너가 생각하는 테니스의 세계.

프로필 by 박세회 2024.12.05
시계 롤렉스, 의상 모두 구찌.

시계 롤렉스, 의상 모두 구찌.

블랙 다이얼과 오이스터 브레이슬릿, 오이스터스틸과 이브로즈 골드 소재의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추얼 GMT-마스터 II.

블랙 다이얼과 오이스터 브레이슬릿, 오이스터스틸과 이브로즈 골드 소재의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추얼 GMT-마스터 II.

블랙 다이얼과 오이스터 브레이슬릿, 오이스터스틸과 이브로즈 골드 소재의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추얼 GMT-마스터 II.

블랙 다이얼과 오이스터 브레이슬릿, 오이스터스틸과 이브로즈 골드 소재의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추얼 GMT-마스터 II.

당근 소년들의 대장 야닉 시너, 세계 모든 코트의 정상에 서다
야닉 시너와 나는 몬테카를로에 있는 한 호텔에서 만났다. 흐리고, 바람 부는 날이었다. 테니스복을 입고 나타난 그는 약간 위축되어 있었지만 재치가 넘쳤다. 그는 3년 전에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보다 키가 더 커진 것 같았다. “몇 센티미터 더 컸어요. 어쩌면 (기자님이) 나이가 들면서 작아지신 건지도 모르겠네요.” 그는 손목에 블랙과 브라운 베젤이 눈에 띄는 롤렉스 GMT-마스터 II를 차고 있었다. 시너는 시계를 풀더니 뒷면에 각인된 문구를 보여주었다. 호주 오픈에서 첫 그랜드 슬램 대회 우승을 하게 된 것을 축하하는 문구였다. “내 인생에서 가장 놀라운 한 해가 그렇게 시작되었다”고 시너는 말한다.
올해 23세인 시너는 지난 6월 10일 이후 ATP 랭킹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탈리아인으로서는 최초다. 지난 9월 8일 US 오픈에서도 우승하면서, 그는 같은 시즌에 그랜드 슬램 대회 우승을 두 번 해낸 최초의 이탈리아인이 되기도 했다. 그는 아직 어리지만 정상급에 오른 지는 오래 되었다. 시너는 이탈리아와 오스테리아 국경 지역인 세스토 푸스테리아에서 자랐다. 모친 지글린데와 부친 한스페터는 독일어를 썼고, 가족을 떠나 집에서 400마일 이상 떨어진 프랑스 국경 근처 보르디게라의 테니스 아카데미에 들어갈 무렵 시너는 이탈리아어를 거의 하지 못했다.
이제 그는 테니스 스쿨의 지원자가 하늘로 치솟는 상황의 이탈리아를 넘어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눈에 띄는 빨간 머리카락과 구부정한 등,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승리하겠다는 마음보다는 정신 건강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 코트 옆에서 종종 목격되는 그의 팬인 ‘당근 소년들’. 이 모든 것들이 시너를 테니스 로봇과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만들었다. 롤렉스가 그를 앰배서더로 선정한 이유를 알아차리기란 어렵지 않다.
“그게 제 자부심의 큰 원천이에요. 제게는 행동 윤리를 아는 우아한 사람들과 일하는 것이 중요해요.”
한편,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시너는 올해 호주 오픈과 US 오픈 우승 외에도 로테르담, 마이애미, 할레, 신시내티에서 우승하며 1100만 유로(약 164억원)가 넘는 상금을 획득했다. 하지만 그에게 올해는 몹시 괴로운 해이기도 했다. 시너는 5월, 고관절 부상으로 마드리드에서 경기를 중단해야 했다. 로마에서 열린 대회에도 불참했다. 롤랑 가로스에서 열린 준결승에서는 카를로스 알카라스에게, 윔블던 8강에서는 다닐 메드베데프에게 패배했다. 편도선염 때문에 파리 올림픽에도 불참했다. 무엇보다 그는 여전히 도핑 의혹에 시달린다. 시너는 3월 인디언웰스에서 10일과 18일에 두 번 도핑 물질인 클로스테볼 양성 반응을 보였다. 양은 10억분의 1그램이었다
시너는 4월 4일과 5일 이틀 동안 테니스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으나, 항소 끝에 처분이 철회되었다. 이후 4월 17일부터 20일까지 다시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의 변론은 간단명료했다. 시너의 팀은 금지약물 클로스테볼이 일반 의약품 스프레이에 포함되어 있었으며, 그 스프레이는 그의 물리치료사인 지아코모 날디가 자신의 손가락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사용한 것임을 밝혀냈다. 날디가 시너를 마사지하면서 극미량의 금지 약물이 무심코 시너에게 전달된 것이다. 국제테니스청렴기구(ITIA)는 이 설명을 받아들여 시너의 결백을 인정했다.
“정말 힘든 시기였어요.” 시너가 말했다. “이 문제에 대해 누구와도 이야기할 수 없었어요. 속마음을 털어놓거나 도움을 구할 수도 없었죠. 저를 알고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은 제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아차렸어요. 무죄라는 확신이 있어도, 이런 일들은 복잡하다는 걸 알기에 밤잠을 설쳤어요. 모두가 즉시 진실을 말해줬고, 덕분에 다시 경기를 뛸 수 있었어요. 윔블던의 코트에 섰을때 나는 깨끗했지만, 그 이후로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두려움을 느꼈어요. 신시내티 클럽하우스에서 훈련할 때는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진짜로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계속 신경 쓰였어요. 그때 누가 진정한 친구인지 깨닫게 됐어요.”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였지만, 9월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시너의 사건에 항소하겠다고 발표했다. 과실이나 부주의를 이유로 출전 자격 정지를 요구한 것이다. 이로 인해 시너는 다시 3개월에서 6개월 동안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정신력은 굳건했고,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10월, 그는 베이징에서 열린 차이나 오픈 결승에 진출했다.
“올해 저는 정말 많이 성장했어요.” 시너가 말했다. “정신적으로 또 신체적으로도요.”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여러분이 보는 결과물이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이건 지난 2년 동안 우리가 한 노력의 결실이다. 나는 요리사의 아들이다. 단 몇 분 만에 갑자기 좋은 요리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공부하고, 이해하고, 시도하고, 또 시도하면, 마지막에 좋은 요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경기장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전술. 전술은 중요하다. 전술이 있으면 잘 풀리지 않는 경기도 조정할 수 있다. 시모네 바뇨치(프로 테니스 선수 출신인 야닉 시너의 코치)는 우리 팀에 합류하면서 경기 때마다 나에게 7~8개의 정보를 주었다. 솔직히 나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시모네는 나에게 가끔씩 슬라이스를 치라고 말했지만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그래서 많은 것을 바꿨다. 기술적으로 말하면 나는 (아직도) 백핸드 슬라이스를 정확히 치지 못한다. 내가 양손 백핸드를 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원핸드 백핸더가 한 손으로 치는 백핸드 슬라이스를 더 잘 친다.) 그래도 자신감이 더 붙었다. 시모네는 대화를 많이 하고, 자신의 규칙을 강요하지 않아 좋다. 시모네는 나에게 더 유연하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라고 말한다. 올바른 방법으로 공을 치면 에너지 소모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자신이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
US 오픈 결승 때 내 서브는 좋지 않았다. 그럴 때도 있다. 하지만 그건 아직 내가 서브에서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습을 아무리 많이 하더라도,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날은 반드시 온다. 다양한 종류의 샷을 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더 과감하게 네트에 가깝게 뛰어들고, 드롭 샷을 연습하고, 공을 다루는 여러 느낌들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테니스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스타일을 설명한다면?
단단하게 지키는 스타일과, 공격적인 스타일이 섞여 있다. 나는 수비하는 걸 좀 더 어려워한다. 실제 경기에서는 수세에 몰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 테니스 스타일은 무척 다양하다. 그러나 아직도 네트 앞에서 플레이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를 때가 있다. 내가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준 선수는 다닐 메드베데프다. 서브 앤 발리(서브를 하고 네트 가까이로 전진해 발리로 점수를 내는 스타일) 스타일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와의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연습하게 됐다. 어떤 선수들을 상대할 때는 백핸드를 다운 라인 쪽으로 더 자주 보내야 한다. 테니스를 하다 보면 이렇게 상대 선수와의 상성에 따라서 여러 플레이 스타일을 배우게 된다. 테니스 선수가 늘 해야 하는 질문은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머릿속에 들어갈 수 있을까?”다. 그 답을 생각하면, 경기의 양상이 달라진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마음을 어떻게 정리하는가?
나 자신을 받아들인다. 나는 성숙해졌고,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이 기본이다. 리카르도 세카렐리(포뮬러 1 선수들의 멘털 관리 센터를 세운 유명한 박사)와 함께 노력한 것도 이 부분이다. 나는 가끔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고 어딘가가 불편해지면서 경기에서 지는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게 내 실수라는 걸 인정하기 시작하자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경기를 하는 동안 실수한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은 쉽다. 그런데 훈련할 때면 반대로 발전하기 위해 허겁지겁했는데, 그게 바로 실수였다.
블랙 다이얼과 오이스터 브레이슬릿, 오이스터스틸과 이브로즈 골드 소재의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추얼 GMT-마스터 II.

블랙 다이얼과 오이스터 브레이슬릿, 오이스터스틸과 이브로즈 골드 소재의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추얼 GMT-마스터 II.

승리를 위한 정신 무장이 당신을 바꾸기도 했나?
아니다. 우리는 언제나 결과에 대해 말한다. 나에게 결과란 코트에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나의 능력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몸이 버텨주기를 바라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의문을 품을 필요가 없다. 결과는 분명히 따라올 것이기 때문이다. 가족은 나를 이해해준다. 팀도 나를 이해해준다. 어쩌면 우리 부모님보다도 나를 더 잘 이해해준다. 그들 덕분에 나는 마음의 평안을 찾는다. 우리는 항상 이동하면서 호텔과 비행기에 산다. 나를 지금의 나로 만들어준 건 그들이다.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들은 이해한다.
예를 든다면?
갑자기 무언가에 푹 빠지는 것 같은 단순한 사실들이다. 나는 운전하는 걸 좋아한다. 운전을 하면 기분이 아주 좋다. 홀로 차에 앉아 음악을 듣다가 가끔씩 음악마저 끄고 엔진 소리를 들으며 나 자신을 재충전한다.
당신의 2024년에는 동료 테니스 선수이자 파트너인 안나 칼린스카야도 있었다. 새로운 감정의 대상인 그녀는 당신에게 무엇을 더해주었는가?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여자 친구란 기분을 좋게 하거나, 기분을 좋지 않게 하는 존재다. 난 파트너의 존재가 내 인생에 아주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것이기를 바란다. 선수로서나, 한 개인으로서나 변화를 감당할 여유가 나에게는 없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고 그게 우리의 관계가 유지되는 이유다.
어떤 것도 당신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나?
개인적인 문제가 있을 때에는 경기하는 게 쉽지 않다. 어릴 때 나에게 많은 걸 해준 친척 마르기트 아주머니가 위독하다는 걸 알았을 때는 정말 힘들었고 물론 영향을 받았다.
역대 이탈리아 선수들 중 자신이 가장 성공한 선수라고 생각한 적 있나?
믿지 않겠지만, 어떤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 내 목표였던 적은 없다. 나에게는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들이 주위에 있으며, 그들과 어느 정도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나는 이기면 실력이 좋은 것이고, 지면 실력이 나쁜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 각자의 재능이 있다. 행운은 그걸 드러내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승하면 여러 가지로 달라지는 게 있지 않나?
압박이 더 심해진다. 하지만 건강과 애정으로 둘러싸인 삶은 돈과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위대한 축구선수 중 한 명이었던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패배는 나를 아프게 한다’고 말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이기는 쪽과 배우는 쪽 중에서 배우는 쪽에 가깝다. 나는 노박 조코비치에게 자주 패배하면서 많이 배웠다. 정신이 번쩍 드는, 좋은 경험이었다. 축구에서라면 경기에서 호날두를 상대하게 되면 더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만회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기 마련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이 아직 이탈리아에서는 우승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불평하고 있다. 모두가 토리노에서 열릴 ATP 파이널스를 기다리고 있는 이유다.
사람들의 말이 맞다. 사실이다. 나는 이탈리아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 로마에서 경기를 뛰지 못한 게 속상하다. 좋아하는 선수에게 의문을 제기하는 건 일반적인 일이다. 그게 곧 응원이다. 우리에게는 분명 그게 자극이 될 것이다. 아무도 나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면, 내가 더 이상 흥미롭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올해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는가?
테니스는 중요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그 시간을 찾아야겠다.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화이트 다이얼, 플루티드 베젤과 프레지던트 브레이슬릿, 18캐럿 옐로 골드 소재의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추얼 데이-데이트 36.

화이트 다이얼, 플루티드 베젤과 프레지던트 브레이슬릿, 18캐럿 옐로 골드 소재의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추얼 데이-데이트 36.

블랙 다이얼과 오이스터 브레이슬릿, 오이스터스틸과 이브로즈 골드 소재의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추얼 GMT-마스터 II. 의상 및 악세서리 모두 구찌.

블랙 다이얼과 오이스터 브레이슬릿, 오이스터스틸과 이브로즈 골드 소재의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추얼 GMT-마스터 II. 의상 및 악세서리 모두 구찌.

Credit

  • STYLIST Nik Piras
  • PHOTOGRAPHER Philip Gay
  • WRITER Giovanni Audiffredi
  • GROOMING Gianluca Grechi
  • USING Depot – The Male Tools & Co.
  • DIGITAL Giuseppe Catesi
  • VIDEOMAKER Leonardo Ape
  • STYLE ASSISTANT Marco Visconti
  • LIGHT ASSISTANTS Carlo Carbonetti/Leonardo Galeotti
  • PRODUCTION Sabrina Bearzot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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