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건 코스. 안경 하이칼라. 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른 아침부터 불러내서 죄송합니다. 아침 볕에 사진을 찍으면 어울리실 것 같더라고요.
괜찮습니다. 저야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워낙 일상이라서요. 원래는 아기(작년에 태어난 안스타의 딸) 때문에 더 일찍 일어날 때도 많은데, 어제 늦게 잠들어서 그런지 오늘은 아기가 늦게까지 자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먼저 나왔습니다.
평균 수면 시간이 4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신 적이 있죠.
제가 유튜브도 하면서 언스페셜티라는 회사도 운영하고 있거든요. 크리에이터와 경영자의 삶을 동시에 살려면 아무래도 잠을 양보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팀원들이 12명 정도 있긴 하지만 파트별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보니 결국 일일이 다 확인하고 컨펌해야 하고, 콘텐츠 기획과 촬영도 워낙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니까요.
며칠 전에 병원에서 수면 품질 테스트를 받은 영상을 올리셨잖아요. 몇 시간 자지도 못하는데, 심지어 그 몇 시간 수면의 질도 굉장히 안 좋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웃음) 맞아요. 사실 제가 커피를 하루에 10잔 정도는 마시거든요. 그런데 누우면 바로 잠드는 편이라 딱히 문제가 없는 줄 알았어요. 사실 커피 관련 일을 하는 사람 중에 그런 경우가 많거든요. ‘내성이 생겼다’고 얘기하죠. 저도 그런 사례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테스트를 받아보니까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기면증이 있고, 수면의 질이 굉장히 떨어지고…. 카페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역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거든요. 그런데 저는 생각보다 좀 낮은 편인 것 같더라고요. 늦은 시간에는 커피를 자제하라는 조언을 받고 왔습니다.
커피에 의한 수면 문제가 있다는 결과를 여과 없이 보여주시더라고요. 그 뒤에 뭘 덧붙여서 누그러뜨린다거나 유머러스하게 편집한다거나 하지 않고요.
안스타라는 채널이 무조건 커피가 좋다고 알리는 채널은 아니니까요. 저희가 영상을 올리는 기준은 딱 하나예요. ‘구독자에게 도움이 되는가.’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영감이 되고, 그로 인해 삶의 질이 좀 더 나아지길 바라죠. 반대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영상이라면 올리지 않고요.
저 인터뷰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놀랐던 게 있어요. 제가 핸드드립을 2분 40초 만에 빠르게 추출하고 가수를 많이 하는 좀 독특한 방식으로 내려 마시거든요. 어쩌다 그렇게 하게 됐는지 기억도 못 하고 있었는데, 안스타 채널에서 알려준 레시피였더라고요.
‘자동 머신으로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꿀팁을 알려드립니다’ 영상. 안스타는 핸드드립, 에스프레소, 모카포트, 자동 커피 머신 등 분야를 불문하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온갖 종류의 커피 생활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핸드 드립 세계대회 2등 바리스타의 핸드드립 레시피를 공개합니다’ 영상. 각자의 취향과 도구의 종류, 원두에 맞춰 참고할 수 있도록 세계적 수준 바리스타들의 핸드드립 레시피를 소개하는 시리즈는 안스타 채널 최고의 인기 콘텐츠 중 하나다.
‘과연 최고의 원두 보관 용기는... 생각지도 못한 결과네요’ 영상. 11개 종류의 용기에 보관한 원두를 15주에 걸쳐 테이스팅하고 비교한 영상으로 안스타 채널의 혀를 내두르게 되는 집요함과 실용주의를 잘 보여주는 콘텐츠 중 하나다.
영광입니다. 얘기를 듣다 보면 제 생각보다 저희 채널을 보고 커피를 배우는 분들이 정말 많다는 걸 느껴요. 아마 정인성 바리스타님 레시피를 참고하신 것 같은데, 사실 그때만 해도 저희 타깃 층이 좀 달랐거든요. 안스타는 제가 커피 관련 창업을 하고 10년 정도 공부하면서, 제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다른 분들이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든 채널이었어요. 카페 사장님들, 바리스타들을 예상 구독자로 ‘이렇게 하지 마세요’ 하는 메시지를 보낸 거였죠. 그런데 의외로 일반인분들이 영상을 되게 많이 보는 거예요. 특히 코로나를 거치면서 그 관심이 확 늘기도 했고요.
유튜브 생태계에나 커피업계에나 코로나가 큰 변곡점이었죠.
맞아요. 사실 저는 홈카페는 앞으로도 계속 주목을 받을 분야라고 보는데요. 팬데믹이 가속화한 부분이 있는 거죠. 사실 대부분 커피를 처음 접할 때는 카페라는 공간적인 개념으로 접하거든요. 술집이 술의 맛을 진지하게 음미하는 곳이라기보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장소이듯이, 카페라는 공간이 해주는 역할 측면에서 커피 문화를 접하는 거죠. 그런데 팬데믹이 오면서 스스로 깨닫게 된 거예요. ‘내가 생각보다 카페라는 공간보다 커피라는 음료를 좋아했구나.’ 실제로 팬데믹 때 가정용 커피 도구 관련 시장이 굉장히 커졌거든요. 저희 채널도 조회수, 구독자 모두 크게 오르기 시작했고요.
커피를 공간으로 처음 접한다는 표현이 재미있네요. 예전에 커피업계에 종사하는 분과 한 인터뷰에서 비슷한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나요. 국내 커피 소비량이 세계적 수준이긴 하지만 결국 카페라는 공간 임대업으로서 발달하고 있을 뿐이라거나, 커피 본연의 맛을 좇기보다는 식사 후에 구수하게 들이켜는 숭늉 같은 개념으로 소비하고 있는 것 같다고요.
맞아요. 그런데 저는 굳이 그렇게 구분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해요. 어떻게 마시든 커피는 커피죠. 지금 저희가 마시는 고품질의 게이샤 커피도 커피고, 숭늉 맛이 나는 커피도 커피고요. ‘커피란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는 정의는 굉장히 모호할뿐더러 개인적 기호에 따라 굉장히 달라지잖아요.
그래도 모든 걸 취향 차이로 얼버무릴 순 없잖아요. 정답은 없다 해도 개별 커피의 매력을 더 효과적으로 끌어내기 위한 기본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희 채널이 영상을 만드는 거죠. ‘이런 커피는 이렇게 드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하고요. 제 말은 기본적인 태도와 역할에 대한 부분인 것 같아요. 장벽을 높이면 안 된다는 거예요. 단계별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줘야지. 물론 제 안에는 정답이 있죠. 제가 추구하는 커피가 명확히 있으니까. 그건 혹시나 전문가적 관점에서 필요로 하는 분이 있다면 정확한 표현으로 알려드리면 되는 거고요. 하지만 모두가 커피를 전문적으로 즐겨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여유 시간에 누군가와 대화를 하며 마시는 음료인데 그걸 좀 더 잘 즐기고 싶다, 그러면 그 정도에서 필요한 것들을 조언해줄 수 있는 거죠. 이건 맞고 그건 틀리다, 그렇게 접근하면 바깥에서 보기에는 배타적으로 느낄 수 있잖아요. 저희는 그런 태도를 지양하고 있고, 그래서 바깥에서도 ‘저렇게 즐기면 더 좋겠다’ 하는 관점으로 봐주시는 것 같아요.
대중적 커피 문화와 전문적 견지의 커피 담론은 화법이 다를 필요가 있다는 거군요.
좀 더 좋은 커피를 마시려고 찾아보는 과정은 사실 즐거운 일이잖아요. 하지만 전문가가 되는 길은 너무 힘들죠. 생각할 것도 많고, 자꾸 평가를 하게 되고, 그러면서 점점 즐기기도 어렵게 되고. 맛이라는 게 정확하고자 하면 굉장히 어려운 분야거든요. 만약 이 커피를 두고 두 사람이 ‘신맛이 느껴진다’고 해요. 그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신맛’의 정의가 다 달라요. 실제로 산도가 높아서 신맛이 느껴진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쓴맛을 두고 신맛이 높다고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밍밍해서 신맛이 높다고 느끼기도 하거든요. 그게 커피의 굉장히 오묘하고 어려운 부분이죠. 하지만 그 오묘함이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커피라는 분야가 워낙 주장이 다양하고, 미신도 많고,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사실들도 많잖아요. 안스타 채널은 그걸 정리해주는 부분이 탁월한 것 같아요.
그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커피의 역사를 굉장히 중시하고요. 누군가를 인터뷰할 때 늘 물어보는 것 중 하나도 ‘시기’예요. 언제 그런 부분을 배웠고, 언제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정립했는지. 커피도 시대에 따라 트렌드가 계속 바뀌거든요. 예를 들어 국내에 다크 로스팅이 대세였던 이유가, 그때는 그게 맞았어요. 라이트 로스팅이 다크 로스팅보다 생두가 갖고 있는 고유의 향미들이 좀 더 잘 표현돼요. 그런데 사실 그건 원두 품질이 좋을 때의 얘기지, 품질이 안 좋은 원두를 라이트 로스팅 하면 그만큼 결점이 더 잘 드러나거든요. 떫고 안 좋은 맛이 나죠. 그래서 세계적으로 라이트 로스팅이라는 게 나중에 등장하기도 했지만, 오래도록 좋은 퀄리티의 생두를 소싱하지 못했던 한국은 다크 로스팅 문화가 좀 더 오래 지속됐던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다르잖아요. 유럽에 가는 에티오피아 생두의 퀄리티와 한국에 오는 에티오피아 생두의 퀄리티 격차가 이젠 많이 줄어들었거든요. 중남미 원두의 경우에는 더 많이 줄어들었고요. 그래서 라이트 로스팅이 자리 잡고 있는 거예요. 물론 아직도 다크 로스팅을 선호하는 분이 있겠죠. 하지만 그건 그분이 커피의 향미를 처음 겪고 즐겼던 때의 임팩트 때문인 거지, 좋은 원두가 가진 본연의 맛을 잘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하기는 어려워요.
‘실패 없이 핸드드립을 전문 바리스타와 똑같이 내리는 방법’ 영상. 안스타가 운영 중인 커피 플랫폼 언스페셜티에서 개발한 ‘분쇄도 가이드’를 소개하는 콘텐츠로, 그간 홈카페의 난제였던 원두 분쇄도 정보 전달과 설정 문제를 해결했다.
언스페셜티의 ‘바리스타 선수 출신 임지영 대표가 소개하는 특별한 커피(헤베커피)’ 영상. 언스페셜티 채널은 안스타가 검증하고 언스페셜티와 협업하는 로스터리, 기구, 커피 교육에 대한 좀 더 심도 깊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프랜차이즈 아메리카노 진지하게 평가해봤습니다’ 영상. 44개 브랜드의 아메리카노를 오직 맛만으로 평가하는 콘텐츠로, 편견을 배제하고 본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의 실력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와 안스타 채널의 새로운 확장을 보여준다.
커피 로스팅 관련 이론 영상도 여럿 올리셨죠. 막연히 ‘이러면 더 맛있다’를 넘어서 최대한 과학적으로 따지고 집요하게 검증하는 게 안스타 채널의 기본 태도인 것 같아요.
저희 채널에서 그런 방향을 택한 부분도 있겠지만, 세계적 추세인 것 같아요. 사실 과학자들이 봤을 때는 커피업계가 정말 한참 뒤떨어져 있을 거거든요. 인류가 커피를 먹어온 역사에 비하면 맛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자 한 노력은 정말 얼마 되지 않은 거죠. 그간 경험으로 쌓아온 것들을 과학의 언어로 정립하려는 노력은 최근 세계적인 추세라고 보고요. 정보를 좀 더 정확히 전달하고 신뢰성 있는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저희 같은 입장에서 그 일부를 활용하고 있는 거죠.
안스타 채널과 언스페셜티의 큰 업적 중 하나가, 커피 분쇄도 측정 프로그램을 만든 거죠.
맞아요. 저희도 콘텐츠를 만들면서 직접 느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죠. 커피 레시피를 전달하는데, 분쇄도가 자꾸 걸리더라고요. 그라인더의 종류와 브랜드에 따라서 단위가 다 다르거든요. 주요 제품별 분쇄도 가이드를 만들어서 커뮤니티에 공유도 해봤지만 사실 그라인더는 동일 모델이라 해도 영점, 날의 마모도, 환경 같은 변수에 따라 다른 분쇄도를 보이기도 하고요. 레시피가 결국 결과물인 커피 품질을 더 좋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데, 그렇게는 부정확하잖아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뚝딱 프로그램을 만든 거예요. 저희 공동창업자도 개발자고, 팀원 중에도 개발자가 있거든요. (언스페셜티 홈페이지의 ‘분쇄도 가이드’는 분쇄된 원두 이미지를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올리면 마이크론 단위의 평균 크기와 입자 분포도까지 분석해 제공한다.)
그걸로 맞춰서 해보니까 좀 놀랍기도 하더라고요. 그렇게 추출 과정과 맛을 크게 좌우하는 요소를 지금껏 눈대중으로 해왔다는 게 좀 허탈했달까요.
저희도 예전에는 ‘이 정도 굵기입니다’ 하고 접사로 찍어서 보여드리곤 했죠. ‘소금 굵기예요’ ‘설탕 굵기예요’ 하는 식으로 설명하는데, 그것도 사람마다 생각하는 소금과 설탕이 다 다르잖아요. 집에 꽃소금이 있을 수도 있고, 굵은 소금이 있을 수도 있고.
반대로 생각보다 덜 중요한 요소도 있잖아요. 왜 옛날에는 많은 사람이 핸드드립의 요체가 ‘손목 스냅’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맞아요. 물줄기를 어디로 뿌리느냐, 어느 지점의 커피가 먼저 적셔지느냐 하는 건 말씀하신 것처럼 생각보다 덜 중요한 부분이에요. 내리는 사람이 커피에 대해 정확히 이해만 하고 있다면 도구도 크게 중요하지 않고요. 지금의 커피 스타일에서는 정확한 양의 물을 얼마나 추출 시간을 잘 지켜서 부어주느냐 하는 매뉴얼적인 요소가 훨씬 중요해요. 물을 붓는 스킬이 맛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좀 더 부차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죠.
운영하고 계신 회사인 언스페셜티는 안스타 채널과 어떤 관계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언스페셜티는 일종의 커피를 위한 플랫폼이라고 보면 되는데요. 일단 ‘월픽’이라고 해서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와 협업해 특별한 원두를 소개하고 있고, 마찬가지로 커피 기구들을 소개하기도 하고요. 온라인 교육도 하고 있어요. 국가대표 바리스타들과 함께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있고, 그 글로벌 버전도 있고. 언스페셜티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안스타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또 언스페셜티가 안스타에서 시작된 거긴 하거든요. 제가 유튜브 시작하고 1년 10개월쯤 됐을 때 시작해서, 채널에 창업기도 다 올렸기 때문에 오래 봐주신 구독자들은 그것도 다 알고 계시죠.
맞아요. 제가 안스타 채널에 커피에 대한 영상들을 막 올리다 보니까 이 채널에서 커피를 배우고 싶다는 분들이 생겼어요. 감사한 일이죠. 사실 초창기 영상 보면 아시겠지만 정말 허접했거든요. 저 혼자서 제작할 때는 만듦새가 정말 엉망이었죠. 소리는 울리고 자막도 없고…. 결국 저는 안스타 채널이 잘된 건 오직 커피에 대한 마음, 진정성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아무튼 말씀해주시는 게, 여기서 커피를 배우고 싶대요. 어떤 게 궁금하냐고 물어보니까 심도가 좀 깊은, A부터 Z까지 정리된 영상을 접하고 싶어 하는 거죠. 그럼 저 혼자 하는 것보다는 커피의 다양한 분야에서 각각 최고인 분들을 섭외해 알려드리는 게 그분들께 가장 좋은 정보를 드리는 길이겠다 싶더라고요. 언스페셜티 에듀라는 교육 프로그램이 그렇게 시작된 거죠.
안스타 채널에서 더 깊이 들어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맞아요. 더 깊게 들어가면 그만큼 더 정확한 정보를 알려드릴 수 있지만 그건 굉장히 소수를 위한 정보일 수 있잖아요. 그런 콘텐츠가 섞이게 되면 채널이 성장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겠죠. 사실 안스타 채널 자체도 최근에 변곡점이 있었거든요. ‘커피 시장 안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그게 애초에 제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였죠. 그런데 사실 정확하려면 콘텐츠가 말이 길어지고 내용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작년 초에야 깨달은 거예요. 이렇게 가면 더는 성장할 수가 없다는 걸요.
‘더 많은 사람에게 커피를 알리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긴 거군요.
제가 원했건 원치 않았건, 어느 순간 돌아보니 제가 일종의 커피업계 스피커가 되어 있더라고요. 그럼 ‘이 업계를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은 뭘까’ 생각해야 하는 거죠. 더 많은 사람이 커피를 쉽고 재미있게 느끼도록 해서 더 많이 진입시키는 거,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커피를 정말 잘하는 저희 파트너들을 접할 수 있게 하는 거, 그게 저희가 해야 할 역할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거예요.
그때부터 안스타 채널의 콘텐츠 결이 바뀌기 시작했군요.
맞아요. 잇섭님, 육식맨님, 범수님(가수 김범수), 상순님(뮤지션 이상순) 같은 분들과 협업도 하고, ‘블라인드 테스트로 커피 프랜차이즈 티어 나누기’ 이런 것도 하기 시작한 거죠. 사실 그렇게 단편적으로 평가하고 급을 나눈다거나 하는 게 전문가로서 할 일은 아니거든요. 프랜차이즈 커피는 변수도 워낙 많기 때문에 그렇게 단언하는 게 정확하지 않기도 하고요. 지금 약간 주저하고 있는 아이템 중에는 이런 것도 있어요. ‘딱 봐서 맛있는 카페 고르는 법’. 그것도 작년 초까지의 저라면 절대 안 만들었을 콘텐츠죠. “그게 말이 되냐?” 제가 들어도 황당해했을 콘텐츠인데, 지금은 반대로 좀 말이 되게 잘 만들고 싶어서 고민을 하고 있는 거예요.
‘전문가로서 해야 할 일은 아니다’라는 말이 와닿네요. 하지만 또 솔직히 말해서, 안스타가 맛있는 카페 구별하는 방법을 영상 한 개로 알려준다고 하면 저 같아도 무조건 클릭해볼 것 같긴 하고요.
(웃음) 정말 많은 변수가 있지만 많은 분이 딱 한 가지 요건으로 해결하길 원하니까요. 그런 딜레마는 있죠. 제가 그냥 취미로 커피를 하면서 유튜브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좀 더 스스럼없이 재미에만 신경 쓴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겠지만,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스페셜티 커피 신에서 스피커 역할을 하게 된 부분이 있잖아요. 유튜브 생태계는 말 그대로 ‘유낳괴(유튜브가 낳은 괴물)’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 되어버렸는데 저는 그 와중에 좀 조심스러워야 할 부분이 있는 거죠. 그런 콘텐츠를 하면서도 적절하게 전문성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으니까요.
사실 프랜차이즈 아메리카노 블라인드 테스트 영상이 나간 후에 안 좋은 반응도 많았잖아요. 그런데 그 욕하는 댓글들을 모아서 여과 없이 직접 듣는 영상도 만들고, 그걸 또 안스타 채널의 대표 영상으로 설정해뒀더라고요.
재미있잖아요. 저는 이제 그런 것들이 엄청나게 신경 쓰이지는 않아요. 원래 성격 자체가 안 좋은 건 마음에 오래 두지 않는 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제가 해야 할 일이 명확하게 보이니까요. 예전의 저라면 무섭고 걱정됐을 반응도 이제는 관심의 일환으로 느껴지고 감사해요. 오히려 ‘오늘 이런 영상을 보고 사람들이 욕을 했네’ ‘그럼 더 많은 사람들이 커피에 관심 갖게 될 확률이 높아졌겠다’ 싶기도 하고요. 어쩌면 그게 콘텐츠를 만드는 모든 사람의 숙명 아닐까요?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선택을 받지 못하면 전달을 할 수가 없잖아요. 잘 아는 것과 매력적으로 전달하는 건 다른 부분인 거죠.
그럼 ‘이것까진 하지 말자’ 하는 마지노선은 어디일까요?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업계가 가진 고귀한 부분, 사업가로서 지켜야 할 부분들을 훼손하지 않도록 노력해야죠. 후자를 너무 신경 쓰면 다가가는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고, 전자에 너무 집중하면 커피업계가 가진 고귀함을 지키지 못할 테고. 그래서 적정한 밸런스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웃음) 맞습니다. 그러니 제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해서 저희를 일부러 좋게 봐주실 필요도 없고요. 잘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짚어주세요. 잘하고 있으면 그것도 말씀해주시고요. 저희는 계속 수정하고, 응원받으면서 나아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