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은 허상일까?
게임의 영향력에 대해 우린 아직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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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젠슨(가명)은 어린 아들에게 화를 내는 자신을 발견한 후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들을 재우고 나서 게임을 할 작정이었는데, 아기가 영 잠들지 않았던 것이다.
“게임을 못 하게 됐다는 이유로 아들에게 그런 감정이 들었다는 걸 인지한 순간 내가 심각한 게임중독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젠슨은 그때의 경험을 이렇게 말한다.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처럼, 저는 게임에서 벗어나야만 했어요. 절제하는 게 아니라 완전히 끊어야 했죠.”
“가끔씩 게임을 다시 하고 싶어질 때가 있어요.” 젠슨은 미국 익명 게임중독자 모임(GAA)의 대변인을 맡고 있다. “하지만 그랬다간 수천 시간 동안 게임을 하면서 키워진 저의 신경이 순식간에 다시 활성화될 거예요. 게임을 끊은 후 처음 몇 달은 정말 힘들었어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게임이었죠.”
고블린과 싸우거나 온라인상의 세계를 구축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GAA로부터 도움을 받고자 찾아오는 사람들이 젠슨에게 하는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 시간을 줄이면 밥을 먹지 않겠다거나, 씻지 않겠다거나,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자녀 때문에 심란한 부모들도 GAA에 자주 전화를 걸어온다. 게임 때문에 직장에서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인간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성인들도 마찬가지다.
게임을 오래 하는 인구의 대부분은 십대 소년으로, 한 통계에 따르면 그들은 하루 평균 2시간 19분을 게임에 할애한다. 그러나 플레이어들의 평균연령은 (미국에서는)33세이며 절반은 여성이다. 열세 살짜리가 지하실에 틀어박혀 콜 오브 듀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출퇴근길에 아무 생각 없이 몇 시간 동안 캔디 크러쉬를 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젠슨은 그들이 겪는 불안, 공격성, 불면증 증상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다.
“주변 사람들에게 제가 게임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들은 이후 스스로 조절하기 위해 노력했던 적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저에겐 통제력이 많이 부족했죠.” 젠슨은 또 이렇게 덧붙인다. “게임에서 목표를 달성하면 확실히 기분이 좋아졌어요. 20분만 플레이할 생각으로 앉았다가도 결국에는 심각한 수면 부족 상태가 될 때까지 멈추지 못한 적이 많았습니다.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은 했지만 게임중독이란 것 자체가 허구의 개념이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게임을 매우 열렬하게 옹호하는 사람들조차도 게임에 중독되는 것과 같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부정하지는 않을 거예요. 소수라고는 해도 실제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말이죠. 하지만 현 시점에서 2025년에 많은 사람이 일반적으로 하는 행동을 의료적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게임중독이 실제로 존재하는 현상인가에 관한 논쟁은 현재진행 중이다. 특히 ‘중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두고서는 논쟁이 더욱 활발하다. 앉아서 하는 게임의 특성상, 장시간 게임을 하는 것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건 분명하다. 게임을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체질량 지수(BMI)는 높아지고, 수면의 질은 하락하며, 카페인과 칼로리 섭취는 늘어난다. 게임을 너무 많이 하면 살이 찌며, 초조함과 피로를 느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디오게임중독’을 정신 건강 질환으로 분류했으며 심리학자들 역시 현재 이를 IGD(Internet Gaming Disorder), 혹은 인터넷게임 장애라고 부른다. 2022년에는 미국 정신의학회가 게임중독을 정신 건강 진단 체계인 DSM-5-TR에 추가했다.
DSM-5-TR은 12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게임에 대한 집착, 내성 축적, 금단증상, 게임을 하는 자신에 대한 기만, 다른 활동에 대한 흥미 상실, 인간관계 상실, 학업 및 커리어 상실 등을 경험하는 것을 게임중독으로 정의한다. 영국과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게임 이용 장애 치료를 위한 전문 센터가 문을 열기도 했다.
한편 언론은 지난 몇 년간 스마트폰 및 소셜미디어 사용을 우려하는 것과 비슷한 양상으로 게임을 많이 하는 것이 해롭다는 생각을 지속적으로 불어넣어 왔다. 관련된 과학적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상관관계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주장을 늘어놓는 식이다. 예를 들어 과도한 게임 이용은 종종 ADHD, 자폐증, 우울증과 같은 문제들에 대한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실제로 인과관계가 있는 것인지, 혹은 그런 문제가 이미 있는 사람들이 게임에 더 끌리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바 없다.
“게임중독은 실제로 존재할까요? 네, 존재합니다. 하지만 비디오게임에 중독성이 있는지를 따지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영국 노팅엄트렌트대학교 국제 게임 연구소 소장 마크 그리피스 교수는 이렇게 강조한다. “저는 게임을 전혀 반대하지 않습니다. 저도 게임을 하고, 제 아이들도 게임을 하도록 둡니다. 저는 게임을 하면서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극소수이며, 영향을 받는다 하더라도 정상적인 일상생활의 범주 안에 머문다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있을 수는 있지만, ‘중독’된 건 확실히 아닙니다.”
마이크 비숍 박사는 이 용어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에서 매해 다양한 종류의 디지털 기기 사용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수많은 십대들에게 인지행동치료(CBT)를 기반으로 삶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을 가르치는 서머랜드 캠프의 설립자다. 비숍 박사는 특히나 젊은 세대에서 비디오게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상이 나타난 데는 여러 요소가 겹쳐 작용했다고 본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바깥 활동을 하는 것을 꺼린다. 아이들은 밖에 나가지 않고도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다. 학업 및 직장에서의 성공과 좋은 인간관계를 같이 얻으려면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가치들 대신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즉각적으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게임에 점점 빠져드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24시간 가능하고, 몰입감 있고, 때때로 아주 현실적인 아바타를 쓸 수 있고, 보상 메커니즘이 또렷한 게임의 특성을 더해본다면, 중독성 있는 도파민 분비가 촉발되는 것도 당연하다.
비숍 박사는 “이건 단지 비디오게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젊은 세대가 소비하는 많은 것이 게임화되어 있습니다. 소셜미디어는 공유, 인증, 팔로워, 좋아요로 가득하죠. 우리는 이제야 겨우 이것들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과거 흡연이 몸에 좋다거나 ‘의사들이 추천했다’는 1940년대 광고들을 보세요. 지금 우리가 보기엔 터무니없죠. 20년 후에는 어떤 방향이 됐건 게임에 대해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 봅니다.”
게임의 복잡함이나 때때로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을 조명하는 연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노르웨이 베르겐대학교의 e스포츠 수석 연구원인 안젤리카 올티스 드 골타리 박사는 ‘문제가 있는 게임 이용’에 대해 할 말이 더 많다. 그녀는 특정 개인들은 비디오게임을 하면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높으며,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정신질환을 가진 경우가 흔하다고 강조한다.
골타리 박사는 자신의 연구에서 게임 이용자들로부터 과도한 이용이 원인이 되어 게임을 하지 않을 때에도 게임을 할 때의 신체적, 지각적 행동이 되풀이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아직도 컨트롤러를 잡고 있는 것처럼 손가락을 움찔거리거나, 마치 환각을 보는 것처럼 현실 세상에 게임 속 세상을 투영하여 보는 현상이다. 그녀는 이를 ‘게임 전이 현상’이라고 부른다.
“게임 이용에 관해 사람들이 이해하는 영역이 더욱 늘어나고 있고, 게임을 하는 게 정말로 문제가 되는 사람들을 구분해낼 수 있는 기준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게임 전이 현상처럼 우리가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도 분명 있습니다. 과학은 시간이 걸리니까요.” 그러면서도 골타리 박사는 게임을 우려하는 시선들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과 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의 세대 간 단절이나 경험 차이로 인한 결과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게임 세계 밖에서는 게임의 매력을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게임을 하는 것이 게임 의존으로 이어질 수는 있겠지만, 요즘 시대에는 사람들이 즐거움을 얻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중독과 관련지어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비디오게임의 긍정적인 면을 설명하는 연구들도 아주 많이 있는데, 그런 연구들은 대체로 간과되죠.”
긍정적인 면을 다룬 연구들이 있다고? 실제로 최근 연구들 중 일부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 스캔을 통해 게임을 하는 사람들과 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교해 게임이 정신 건강에 꽤 여러 가지 긍정적인 이점을 안겨준다는 것을 증명했다. 인지 능력과 반응 속도를 향상시키고, 작업 기억력을 개선하며, 인지 활동을 증가시킨다는 내용이었다. 일부 연구는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IQ가 더 높다는 결과마저 제시하는데, 이는 많은 게임이 빠른 정보처리를 요구하기 때문일 수도, 혹은 애초에 정보처리 속도가 빠른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기 때문일 수도 있다.
“비디오게임은 목표 달성을 위해 문제를 해결하고, 자원을 관리하고, 장애물을 극복하고, 인내심을 기르고, 자신감을 기르는 것이 핵심입니다. 모두 배우면 유용한 기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애플과 액티비전의 수석 비디오게임 디자이너이자, 디즈니 최초의 비디오게임 프로듀서로 일했던 데이비드 멀리치의 주장이다. “게임을 하면 무언가를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기죠. 그건 젊은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경험 중 하나입니다.”
멀리치는 문화이론가 요한 하위징아의 ‘호모 루덴스’, 즉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개념을 들어 설명한다. 놀이란 언제나 인간 문화를 형성하는 한 측면이었으며, 인간은 놀이를 통해 현실 세계를 통찰하는 능력을 얻을 수 있고 허구와 불필요한 도전이 있는 평행 세계에 들어갈 수 있다는 발상이다. 그리고 비디오게임은 아마도 인간이 지금까지 그 평행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고안해낸 것들 중 가장 정교하게 설계된 관문일 것이다.
“물론 게임을 매우 열렬하게 옹호하는 사람들도 게임에 중독되는 것과 같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부정하지는 않을 거예요. 소수라고는 해도 실제로 피해를 입는 사람이 있다는 걸 말이죠. 하지만 현시점에서 2025년에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행동을 의료적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국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의 닉 발루 박사 역시 비슷한 생각을 밝혔다. “도박이 본질적으로 나쁘다는 건 다 압니다. 하지만 게임은 도박과는 다릅니다. 평균적으로 볼 때 게임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이에요.”
“제 매형은 현실 세계에서는 친구가 한 명도 없지만, 게임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가깝게 교류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것 아닌가요?”
발루 박사의 2022년 연구는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게임 회사들이 제공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활용하여, 게임이 자율성과 유대감, 역량 그리고 순수한 즐거움을 줌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내년 말 발표할 그의 연구는 부모들이 자녀의 게임 이용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의 효율성을 자세히 조사한다.
결국 게임은 양날의 검과 같다. 목표를 달성하려는 동기, 또 일부 게임의 경우에는 색감, 사운드, 볼거리, 액션 같은 요소들은 많은 사람이 게임을 더 재밌게 느끼도록 만든다. 바로 그 요소들이 게임을 중독성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발루 박사는 “그런 특성들이 없다면 결국 우리에게는 오트밀처럼 평이하고 특색 없는 것들만 남겨질 것”이라 말한다. 그렇다고 게임을 대체로 더 건강하게 하는 방법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유료 결제를 요구하지 않는 식으로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는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조금 다른 견해도 있다. 발루 박사는 현재 우리 사회가 일종의 도덕적 공황, 즉 새로운 매체에 대한 반발을 경험하는 중이라고 지적한다. 비디오게임은 한 해 3000억 달러 규모의 산업들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게임을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게임업계 평론가이자 스톡홀름에 본사를 둔 스타 스테이블 엔터테인먼트의 시니어 게임 프로듀서인 알리 파르하도 같은 의견이다. 파르하는 요즘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휘발성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소비하는지를 꼬집으면서, 게임에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할 필요가 있는지 반문한다.
파르하는 게임들이 중독성을 갖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을 인정한다. ‘중독’이라는 표현을 쓰겠다면 말이다. 그는 게임의 긍정적인 영향을 믿는 편이지만, 간혹 어떤 게임들은 고의적으로 도박과 유사한 구조로 플레이어를 자극한다는 걸 인정한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야비하고 추잡한’ 다크 패턴을 이용해 플레이어들이 더 많은 돈을 쓰거나 더 오랜 시간 플레이하도록 설계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게임을 한 후에는 나쁜 감정뿐 아니라 좋은 감정도 얻을 수 있다는 걸 제 경험으로 압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제가 게임 개발자이기 때문에, 게임을 하면서 경험한 감정적인 트리거들을 잘 알고 있어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나중에는 사람들이 그런 심리적 속임수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슈퍼마켓에서 10달러가 아니라 9.99달러를 붙인 물건을 봤을 때 그게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걸 알잖아요. 그런 것처럼 말이에요.”
그러면서도 그는 게임 문화가 너무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서 정부를 비롯한 여러 기관들의 인식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게임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히키코모리’ 같은 게이머 수준에 머무르기 일쑤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거대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일원이에요. 현실에서 사회를 떠나 살아가기 어려운 것처럼 가상 세계 역시 한번 발을 들이면 그 생태계를 떠나기 힘들어요. 계속해서 돌아옵니다.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친구니까요.” 파르하의 말이다. 이어서 그는 “제 매형은 현실 세계에서는 친구가 한 명도 없지만, 게임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친밀하게 교류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것 아닌가요? 우리는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 사이에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비디오게임 이후의 세상이 이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때가 된 거예요.” →
Credit
- WRITER Josh Sims
- PHOTO 게티이미지스코리아
- TRANSLATOR 박수진
- ART DESIGNER 김동희
MONTHLY CEL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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