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왜 이렇게 '외롭다'는 말을 하기 어려워할까? [1]
남자는 나이를 먹을수록 고립된다. 남성 간의 우정은 충만하다고 느껴졌다가도 갑자기 무너진다. 대체 그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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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목요일 밤. 젊은 남자 여덟 명이 작은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테이블 위는 작은 폭동이라도 겪은 모양새다. 구겨진 피자 상자, 술잔들, 우노(Uno) 카드… 누군가 편법을 쓴다는 얘기가 나왔다. 혐의를 받은 사람은 ‘드로 투(Draw Two, 우노 카드 게임에서 카드 두 장을 뽑는 것)’는 아무 문제가 없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세 번째 남자는 중재를 해보겠다고 챗GPT에 사실 확인을 요청하지만, 소란 속에서 챗GPT의 답은 무시당한다.
이들은 매주 의식처럼 이렇게 모인다. 오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집주인인 알렉스가 가진 의자 수가 모자랄 지경이다. 남성들의 유대는 보통 이런 모습이다. 시끄러움이 친근함으로, 혼잡함이 유대감으로 쉽게 혼동된다. 그리고 이 기사의 서문이 말하듯 외로움이 우리 시대 남성의 조용한 유행병이라면, 이 방의 남자들은 아직 그걸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이런 집단에서 남성의 외로움을 진단하기란 까다로운 일이다. 이들은 풋살 경기를 뛰고, 생일날에 모이고, 저녁 게임을 열고, 가끔 남자끼리 프랑스 생트로페로 끔찍한 여행을 가기도 한다.
“가장 친한 친구라면 스무 명 정도 있죠.” 알렉스가 단언하듯 말한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볼 때, 그 말은 사실일 확률이 낮다. 1990년 이후 가까운 친구가 한 명도 없는 남성의 비율이 다섯 배 늘었다. 알렉스는 아직 남자들이 사교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는 평행우주를 살고 있을 뿐이다. 다만 알렉스 역시 대학 졸업 후 첫해가 어땠는지를 말할 때는 어조가 좀 달라진다. “꽤 외롭다고 느끼던 때가 있긴 했죠.” 그는 그때도 ‘가장 친한 친구’의 수는 비슷했다고 한다. 결국 숫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뉴욕대학교의 발달심리학자이며 <이유 있는 반항(Rebels With a Cause)>의 저자인 니오베 웨이 박사는 이런 상태가 고착되는 것에 대해 일찍부터 경고한 바 있다. “단순히 외로워서만은 아니에요. 자기 자신에게서 필요한 것들로부터 아주 멀어지게 되는 거죠. 자기 자신에게서 멀어지면 타인들에게서도 멀어져요.” 방 안에 사람들이 가득하고 달력 속 일정 노트가 빼곡하더라도 뭔가 부족한 게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우정이 소리 없이 가라앉는 와중에도 단톡방은 시끌벅적할 수 있다. 21세의 칼레드는 친구들과 “매일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다만 그건 르브론 제임스 경기 하이라이트 숏폼 영상 같은 걸 주고받는다는 뜻이다. 제대로 대화를 나눈 지는 벌써 몇 주가 넘었다. 디지털 시대에는 지인들에게 둘러싸이는 동시에 연락이 되지 않는 것도 가능하다. 외로움은 소리 없이 찾아온다.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는 해에, 아무도 남에게 손을 뻗지 않는 겨울에 외로움이 올 수도 있다. 와글와글했던 채팅방이 조금씩 말라가는 것이다. 시간 되는 사람? 어디에서? 몇 시?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다. 모두가 동의했던 절차가 허물어지는 것이다.
남성에게 “당신은 외롭습니까?”라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아니라는 답이 돌아온다. 친구들을 얼마나 자주 만나느냐, 역학 관계가 어떻게 바뀌었느냐고 질문을 바꾸면 답변은 전혀 달라진다. 말로 표현되지 않는 거리감이다.
28세의 테이무어는 런던의 겨울이 자신을 ‘죽인다’고 말한다. 곧 좀 더 실용적인 표현으로 바꾸기는 했다. “나는 탈출해야 해요. 겨울은 어두우니까.” 그는 ‘외롭다’는 표현은 절대로 쓰지 않지만, 정확히 외로움의 조건에 부합하는 설명을 한다. 해가 짧고, 능동성도 떨어지고, 오후 4시가 되면 땅거미가 진다. 지인 누군가를 만나볼까 하는 의지도 그와 함께 사라진다.
30세 오마르는 고향인 도하에서 이주해 온 경험을 이야기하며, 그때 ‘연결이 끊긴 듯한 단절’을 느꼈다고 말한다. 더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자신의 취약한 마음이 드러날 것 같아 ‘연결이 끊긴 듯한 단절’이라는 복잡한 표현을 만들어낸 것이다. 웨이 박사는 이런 굴절을 문화적인 현상으로 본다. “외롭다고 말하는 건 ‘난 약해’ 하고 고백하는 것과 같습니다. 남성들은 약해 보이는 것을 원하지 않죠. 그래서 반발하는 거고요.” 남성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다만 감정을 거부하도록 학습된 것이다.
남성들은 로맨스에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같은 논리를 우정에 적용하는 남성은 많지 않다.
남성 간의 우정은 깊으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연약하다. 남성들이 친구가 되는 가장 쉬운 조건은 성인이 되면 저절로 사라지는 ‘가까움’이다. 어린 소년들은 학교 복도, 라커 룸, 늦은 시간의 게임 등을 통해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자주 접한다는 이유만으로 자기도 모르게 친밀해지는 것이다.
27세인 앱드는 ‘다른 길에서는 다른 말을 탄다’는 사고방식을 믿는다. 그는 체육관에서만 만나는 한 친구를 예로 든다. “그를 알고 지낸 지 2년이 넘었어요. 저는 그가 결혼은 했는지, 어느 동네에 사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가 벤치프레스를 몇 kg 들어 올릴 수 있는지는 알아요.” 친밀하면서도 전혀 그렇지 않은 사이다. 사회학자 대니얼 콕스는 이런 관계를 ‘조건적 우정’이라 말한다. 서로 터놓는 것이 아닌, 루틴에 의한 관계. “이런 종류의 우정은 함께하는 활동이 끝나면 대부분 사라지죠.”
성인이 되면 모두 뿔뿔이 흩어진다. 일하느라 저녁 시간이 없어진다. 외국으로 이주하는 사람도 있다. 연애를 하면서 커플만의 세계로 사라지는 이도 있다. 자동으로 일어나던 일들, 즉 만남이 열심히 관리해야 하는 일이 되고, 다른 약속과 통근 사이에 빈 시간을 만들어 끼워 넣어야 만남이 가능해진다. 일부러 거리를 두려고 하는 사람은 없다. 살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뿐이다.
테이무어는 반쯤은 농담처럼, 반쯤은 고백처럼 말한다. 남성들이 자주 쓰는 대화 방식이다. “제 가장 친한 친구가 최근에 결혼했어요. 다시는 걔를 볼 수 없게 된 거죠.” 그는 씩 웃지만, 그 웃음에서는 그가 감정적으로 힘들어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그에게 정말 잘된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 사이가 예전 같지는 못할 거라는 거죠.” 농담기가 사라진다. “아주 슬픈 일이에요.” 리서치에서는 이런 작고 사적인 슬픔은 거의 측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듯 외롭다고 해서 먼저 손을 뻗는 건 터부로 느껴진다. “남성들은 먼저 나서려 하지 않아요. 나는 답이 없는 문자를 두 번 세 번도 보내지만, 대부분의 남성은 그러고 싶어 하지 않거든요.” 자존심이라기보다는 간절해 보이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무언의 ‘남성적 선’을 넘고 싶지 않아서다. 한 남성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예전만큼 자주 만나지 않네’라는 말을 누군가에게 하느니 차라리 치과 예약을 잡겠다고. 치과는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장소지만, 최소한 감정적 침해는 덜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침묵은 무심함이 아니다. 칼레드는 가장 친한 친구 크리스와 매일 이야기를 나눈다. 인터넷 밈을 하나도 보내지 않고 24시간이 지나면 칼레드는 무슨 일이 생겼나 보다 생각한다. 여자 친구에게 차였거나, BBC 헤드라인에 나올 만한 일이 생겼거나, 국상이라도 일어났거나. 그가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어도, 이 공포감은 루틴의 중요함을 말해 준다. 남성은 유대 관계를 잘 언급하지 않지만 단절이 생기면 즉시 알아차린다. 말로 표현하기 훨씬 전에 느낀다.
“남성들은 의미 있고 친밀한 우정을 갈구해요.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여도 비웃음당하지 않는 우정을 원합니다.” 웨이 박사의 말이다. 갈망은 존재하나, 원한다는 걸 보이고 싶지 않다는 공포 아래 묻혀 있다. 이 지점에서 우정이 옅어진다. 두 남성이 가까움을 원하지만, 누구도 진심임을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렇게 점점 멀어진다. 앱드는 ‘돌아올 수 없는 지점까지’ 멀어졌다는 한 친구를 언급할 때, 차분하게 덧붙였다. “내게 상처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는 뒤늦게야, 그러나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다.
Credit
- EDITOR Yasmina Bitar
- PHOTO 게티이미지스코리아
- TRANSLATOR 이원열
-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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