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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스 조노와의 인터뷰

케이프타운부터 서울까지 자신의 취향을 좇아 달려온 러너. 알렉스 조노의 창립자이자 디자이너 알렉산더 조노메시스를 만났다.

프로필 by 박민진 2026.04.27

러닝은 이제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라이프스타일이 됐다. 한국의 러닝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러닝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해 온 활동이다. 그래서 지금의 젊은 세대가 대거 러닝에 참여하는 흐름이 흥미롭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를 가든지 자신들에게 맞는 방식으로 혹은 즐기고 싶은 방식으로 러닝을 대하고 있다. ‘달리고 싶어서 달린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 대회 출전을 목표로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핵심에는 사람들이 함께 모이고 시간을 보내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느낌이 있다. 함께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보기 좋고, 동시에 한국의 러너들은 아주 패셔너블하다. 러너 각자가 개인적인 스타일을 러닝에 녹여내려고 하는 점이 멋지다.

러너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러닝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오랫동안 달리면서 기존의 러닝웨어에 점점 흥미를 잃었다. 대부분 어두운 컬러에 기능에만 집중한, 다소 지루한 스타일이지 않나? 그래서 러닝웨어에 위트와 DIY 감성, 개성을 더해보고 싶었다. 그때부터 직접 옷을 손보기 시작했다. 찢어진 옷을 꿰매고 늘어난 부분에는 밴드를 덧대는 식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남는 실크 원단으로 쇼츠를 만들었는데, 그게 전환점이 됐다. 보통 러닝웨어는 합성섬유로 만들지 관리가 까다로운 실크를 사용하진 않는다. 하지만 실크 쇼츠의 가능성을 보았고, 여러 실험을 거치며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가면서 브랜드로 발전하게 됐다.

알렉스 조노의 컬렉션은 기능성을 챙긴 동시에 패션 아이템으로서도 훌륭하다. 이 두 가지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추나?

매번 어려운 문제다. 항상 ‘달릴 때 편하면서도 일상에서 어색하지 않은 옷은 무엇일까’를 고민한다. 기능적인 요소를 갖추되, 지나치게 운동복처럼 보이지 않도록 하는 균형을 찾고 있다. 모자는 그런 고민에서 출발한 아이템이다. 러닝에 필요한 기능을 갖추면서도 일상에서 어색하지 않게 쓸 수 있는 것. 재킷이나 셔츠 역시 기능성 소재를 사용하되 지나치게 스포츠웨어처럼 보이지 않게 조절한다. 여기에 귀여운 자수나 디테일, 스토리텔링을 더한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디자인 요소가 있나?

컬러다. 실루엣을 구상하는 건 비교적 수월하다. 컬렉션의 방향도 명확한데 색을 결정하는 일은 전혀 다르다. 같은 초록이라도 수십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를 고르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린다. 컬러가 정해지고 나면 나머지는 빠르게 풀린다.

서울에서 영감받은 서울 컬렉션은 어떻게 탄생했나?

지난 3월 서울마라톤에 출전했다. 대회를 계기로 서울을 위한 특별한 컬렉션을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0 꼬르소 꼬모 서울과 협업하며 아이디어를 주고받았고 내가 서울에서 좋아하는 것과 도시를 상징하는 색과 요소를 넣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 결과 무궁화 모티브와 ‘Run For The Seoul’이라는 문구를 반영하게 됐다.

달리기 전 항상 지키는 루틴이 있나?

처음 만들었던 ‘I Dig Running’ 샘플 모자를 챙긴다. 일종의 행운의 부적이다. 러닝 전에는 10~20분 정도 가볍게 몸을 푼다. 음악도 중요하다. 몸의 템포와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러닝 중에 음악을 듣지 않는 대신 출발 전에 ‘달릴 준비를 하는’ 음악을 집중해서 듣는다. 요즘은 해리 스타일스의 새 앨범에 수록된 곡을 자주 듣는다.

재치 있는 슬로건이 브랜드의 정체성이다. 이 문장들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

대부분의 표현은 일상에서 자연스레 영감을 얻는다.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같이 달리며 만들어진다. ‘I Dig Running’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달릴 수 있냐’고 물을 때 ‘그냥 좋아서 달린다’고 답한 데서 시작됐다. ‘Ten Toe Express’ 역시 어린 시절 추억에서 비롯됐다. 하굣길에 어머니께 학교까지 데리러 와달라고 하면 어머니가 “텐 토 익스프레스 타고 와”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 말 그대로 걸어오라는 뜻이었는데 그 이후로 러닝을 좋아하게 됐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그리고 러너로서 앞으로 당신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브랜드 운영과 러닝, 이 두 가지 일을 오래 지속하는 것. 앞으로 10년, 20년 계속 이어져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달리고, 탐험하고,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작은 허브 같은 공간을 여러 곳에 만들고 싶다. 언젠가 내 이름을 건 레이스를 열어보는 것도 좋겠다. 돌로미티나 파타고니아에도 가고 싶다. 이 세상엔 정말 멋진 곳들이 많지 않나. 그러니까 러닝을 기반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 목표다.

Credit

  • PHOTOGRAPHER 진서연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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