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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이 발라드가 아닌 록을 선택한 이유 [1]

선덕여왕 OST 이후 18년 만에 '너에게 가고 있어'를 선보인 김남길은 팬들과 함께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프로필 by 박호준 2026.05.22
코튼 셔츠 메종 마르지엘라.

코튼 셔츠 메종 마르지엘라.

지난 3월에 음원 ‘너에게 가고 있어’를 공개했어요. 노래를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음원까지 내실 줄은 몰랐어요.

제 주변의 거의 모든 분의 반응이 ‘오?’였어요.(웃음) 거창한 이유가 있던 건 아니고요. 예전 드라마 <선덕여왕> 때 OST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 노래를 팬들이 되게 많이 좋아해요. 해외 팬미팅 때도 불러주실 정도로요. 근데 그게 거의 19년 전이거든요. 그래서 이젠 좀 다른 노래를 선보일 때가 되지 않았나 싶은 마음에 곡을 준비하게 됐어요.

발라드일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신나는 음악이길 바랐어요. 다 같이 일어서서 흥겨운 분위기로 떼창을 할 수 있는 그런 노래요. 개인적으로 록 발라드를 좋아하기도 했고요. 처음엔 작사 작곡을 맡은 ‘로코베리’가 발라드곡을 가지고 왔었어요. 그래서 제가 ‘이런 거 말고 더 신나는 거 없을까? 막 바닷가를 뛰어가거나 자전거 타면서 들을 것 같은 노래였으면 좋겠어’라고 피드백을 줬죠. 부를 줄만 알지 작곡에 대해선 잘 모르니까 괜히 <슬램덩크> OST 같은 걸 카톡으로 보내면서요.(웃음) 그랬더니 찰떡같이 알아듣고 ‘너에게 가고 있어’를 만들어주더라고요.

직접 곡을 만드는 데 참여하기도 했나요?

앞서 말한 것처럼 처음에 방향만 제시했지 작업에 참여했다고 말하긴 어려워요. 겨우 단어 몇 개 바꾼 수준이죠. 농담으로 ‘그럼 나도 작사가에 이름 넣어주는 거야?’라고 말해봤는데 단칼에 거절당했어요.

잠시나마 신인 가수로 활동해본 소감이 궁금해요.

기본적으로 연기와 노래는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3~4분밖에 되지 않는 노래 안에도 기승전결이 있으니까요. 넓게 보면 목소리를 통해 감정을 전달한다는 면에서도 노래와 연기가 닮았죠. 특히 무대 위에서 청중을 마주하고 노래를 부른다는 건 꽤 큰 용기와 대범함을 요구하는 것 같아요. 제가 연극배우 출신이긴 하지만, 연극 무대와 음악 무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 연기를 할 때보다 노래를 할 때 더 떨려요.

그동안 다른 가수의 곡을 자주 불렀는데, ‘너에게 가고 있어’를 부를 때와 다른 가수의 곡을 부를 때를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다른 가수의 노래를 부를 때 더 긴장돼요. 잘못 불러서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고, 이미 그 곡을 청중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죠. 보통 반주만 나가도 듣는 분들이 ‘어 이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인데’라고 말씀하시거든요. 그리고 NG가 나면 다시 할 수 있는 연기랑 달리 노래는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쭉 가야 하니까 신경을 더 곤두세우게 돼요.

노래를 부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요?

고음에 대한 집착이 조금 있긴 한데(웃음) 당연히 감정 전달이 제일 중요하죠. 노래를 한다는 건 결국 듣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그 과정이 과하지 않고 편안하길 바라요. 이건 제가 연기를 할 때 갖는 마음가짐이랑도 똑같아요. 작위적이거나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운 감정 전달이요.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작년 하반기부터 예능과 유튜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채널에서 시청자와 소통했어요. ‘김남길의 재발견’이라고 부를 정도로요.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의도가 있었던 걸까요?

그런 질문을 자주 받았는데요. 제가 가만히 무표정으로 있으면 차가워 보이는 인상이긴 해요. 그래서 일부러 촬영 현장에서 장난도 치고 말을 걸어요.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고 싶어서요. 성격상 무게를 잡고 가만히 있는 게 어색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예능이나 유튜브에 나간 건 아니에요. 친한 동료 배우 따라 몇 번 출연했는데 여러 군데에서 출연 제안을 받으면서 일이 좀 커진 셈이죠.

콘텐츠에 자주 등장하면서 ‘말이 많다’는 이미지도 생겼어요. 배우로서 말이 많다는 이미지는 마이너스로 작용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모르겠다는 말이 제일 솔직한 답변인 것 같아요. 만약 그 이미지 때문에 캐스팅에 문제가 생긴다면 제가 그동안 배우 생활을 잘못했다는 의미 아닐까요? 배우뿐만 아니라 대중문화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발맞춰 어느 정도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변에서 제 이미지에 대해 걱정해주는 우려의 시선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배우로서 연기로 그 걱정을 씻어낼 자신이 제겐 있어요.

재킷 보테가 베네타. 슬리브리스 톱 아미.

재킷 보테가 베네타. 슬리브리스 톱 아미.

유튜브를 잘 해보려고 해도 도무지 화제가 되지 않는 배우들도 있으니까요.

운이 좋았죠. 제가 잘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출연한 채널들이 이미 예전부터 유명한 곳들이었던 덕이죠.

앞으로도 음원은 꾸준히 선보일 계획인가요?

준비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노래를 하던 친구들이 연기로 많이 넘어오는 것처럼 배우도 능력만 된다면 노래를 할 수 있죠. 홍콩이나 일본 배우들만 보더라도 연기와 음악 활동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았고요. 연기로 보여주는 김남길의 모습과 음악으로 보여주는 김남길의 모습은 다를 수밖에 없어요. ‘너에게 가고 있어’가 록 기반이긴 했지만, 다음 곡은 장르를 가리지 않을 예정입니다. 인터뷰를 보고 많은 작곡가에게 연락이 왔으면 좋겠네요.(웃음)

작품 이야기도 몇 가지 해보고 싶어요. 제일 최근에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트리거> 외에도 <열혈사제>나 <도적: 칼의 소리>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등 유독 경찰이나 군인같이 총과 밀접한 캐릭터가 많았어요.

정의로운 사람이 아닌데 자꾸 정의감에 불타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웃음) 근데 같은 경찰이라도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은 다양하다고 봐요. 예전과 비교하면 경찰이라는 캐릭터를 대하는 방식도 한결 다양해지기도 했고요. 예를 들어 <트리거>의 ‘이도’는 특수부대 출신의 경찰이지만 ‘다른 누군가를 죽여서 얻는 평화는 진정한 평화인가?’라는 철학적인 고민을 지닌 인물이었고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송하영’은 1세대 프로파일러로서 냉철함과 전문성을 강하게 표현하는 인물이었죠. 누군가는 ‘또 경찰이야?’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여전히 경찰이라는 신분으로 보여줄 수 있는 수많은 모습이 있다고 믿어요.

아니면 남길 씨가 액션을 잘 소화해서 그럴 수도 있죠. 액션 감독이 꼽은 액션 잘하는 배우이기도 하니까요.

잘하는지는 모르겠고 좋아하긴 해요. 그런 의미로 누아르를 해보고 싶어요. 수컷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정통 누아르요. 세련되고 스타일리시한 액션도 좋지만 원초적이고 리얼한 액션이 주는 멋이 또 있거든요. 진흙탕에서 처절하게 뒹구는 느낌이요. 예를 들면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같은 작품이요. <신세계>나 <무뢰한>도 비슷한 결이죠.

전에 다른 인터뷰에서 <무뢰한>을 다시 찍어보고 싶다고 이야기한 걸 봤어요.

맞아요. 지나간 작품에 미련을 두는 편이 아닌데 유독 <무뢰한>(2015)은 아쉬워요. 지금 다시 찍는다면 더 자연스러우면서도 더 지독하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30대 중반의 김남길과 40대 후반의 김남길이 주는 무게감이 다르니까요. 반면 <나쁜남자>는 아쉬움이 남아서라기보단 지금 촬영했을 때 굉장히 다른 그림이 나올 것 같아서 다시 해보고 싶은 작품이에요.

<트리거>를 보면서 궁금했던 건데 남길 씨의 트리거는 뭔가요?

개인의 이익을 위해 다수가 피해를 봐야 하는 상황을 보면 분노해요. 반대로 남을 돕기 위해 두 팔 걷고 나서는 사람이 있으면 저도 뭐라도 같이 도우려고 하고요. 이건 배우가 되기 전부터 그랬어요. 어른이 된다는 건 책임을 질 줄 안다는 뜻인데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면 너무 싫어요.

듣고 보니 정의로운 사람이 맞는 것 같은데요?

아유 아닙니다. 그냥 저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상식적인 선 안에서 사이좋게 지내길 바랄 뿐입니다.

Credit

  • EDITOR 박호준
  • PHOTOGRAPHER 김신애
  • STYLIST 황정원
  • HAIR 김태현
  • MAKE UP 김하나
  • ASSISTANT 정서현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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