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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이 노래와 연기 말고도 더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 [2]

오랜만에 사극으로 돌아올 예정인 김남길은 전에 없던 새로운 모습의 수양대군을 보여줄 예정이다.

프로필 by 박호준 2026.05.22
레이어드 셔츠, 팬츠 모두 에르메스. 슈즈 페라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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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트리거>처럼 정의감에 불타는 역할도 좋지만, <열혈사제>나 <해적: 바다로 간 산적>처럼 남길 씨가 위트 있는 캐릭터를 맡았을 때 더 인상 깊었어요.

<열혈사제>의 ‘김해일’이 저랑 가장 닮았어요. 스스로도 그런 허술하면서 코믹한 모습이 편하고 좋아요. 옛날에 주성치 영화를 보면서 공부 많이 했어요.(웃음) 코미디라는 장르를 정말 리스펙해요. 누군가를 연기로 웃긴다는 게 얼마나 정교하고 어려운 일인지 알거든요.

지난 20년간의 활동을 돌이켜봤을 때 대체복무 기간을 제외하면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했더라고요. 욕심이 나는 작품이 많았던 걸까요?

욕심이 많았어요. 지금도 많고요. 저는 늘 제가 필모가 부족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어릴 때 더 많이 작품에 참여했어야 했는데 아쉽죠. 어릴 때는 캐릭터에 푹 빠지는 메소드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작품에 들어가기 전과 후에 준비 기간이 길었죠. 근데 저는 메소드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라는 걸 이젠 알아요. 촬영하는 그 순간에는 온전히 캐릭터에 몰입하는 게 맞지만, 컷이 떨어지면 빠르게 빠져나오는 게 제가 생각하는 프로페셔널이에요.

하반기에는 영화 <몽유도원도> 개봉을 앞두고 있죠.

아직 구체적인 시기는 미정이에요. 제가 수양대군 역을 맡았고 (박)보검 씨가 안평대군이죠.

꽤 오랜만에 사극으로 돌아왔네요.

어떤 면에선 사극이 좀 더 편해요. 기록된 역사 안에서 상상력을 덧붙여 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죠. 우쭐대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는 사극에 특화되어 있는 배우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어요. 사극은 목소리 톤과 발성이 중요한데, 저는 20년 넘게 알맞은 사극 톤을 연구하고 연습해왔으니까요.

그동안 수양대군은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소비된 인물이죠. 김남길의 수양대군은 어떤 모습인가요?

수양이라는 인물이 기록만 놓고 보면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인물이잖아요. 그걸 답습하고 싶진 않았어요. 그럴 이유도 없고요. 기록에 남아 있지 않은 수양대군의 모습을 상상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익히 알고 있던 수양과는 다른 모습의 수양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직접 연출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나요?

관심이 있어요. 예전에 단편영화를 찍었죠. 배우가 다각도로 연출에 대해 접근하는 건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연기가 조금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면, 연출은 디렉션이 명확해야 하죠. 언젠가 장편 연출에도 꼭 도전해보고 싶어요.

노래와 연기 말고도 아직 사람들이 잘 모르는 숨겨둔 매력이 있을까요?

매력은 아닌데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하는 건 있어요. 원래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지만 요즘은 ‘왼손이 하는 일을 양발도 알게 하라’가 더 잘 어울리는 시대인 것 같아서요. 제가 2013년부터 ‘길스토리’라는 비영리 시민단체를 운영하고 있거든요. 공공예술 캠페인을 통해 가난한 예술가가 업을 이어갈 수 있게 지원 한다거나 재능기부쇼를 열어서 수익금을 위기 청소년을 위해 사용하는 식의 활동을 해요. 대중에게 사랑을 받으며 일하는 대중 예술인이라면 어느 정도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하는 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길스토리 홈페이지에 있는 인사말을 읽고 울컥했어요. 글을 정말 잘 쓰시더라고요.

국문학과에 진학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어요. 글을 잘 쓰고 싶었어요. 아까 노래와 연기를 할 때 자연스럽고 편한 걸 추구한다고 했던 것처럼 글을 쓸 때도 투박할지언정 솔직하고 겸손하게 다가가는 게 맞다고 보거든요. 처음에 인사말을 써달라길래 부담스러워서 거절했는데 ‘대표가 안 쓰면 누가 쓰냐’는 말에 ‘아 그건 그렇지’라면서 꾸역꾸역 썼어요. 기자님처럼 그 글을 읽고 진심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네요.

재킷 보테가 베네타. 슬리브리스 톱 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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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꾸준히 글을 쓰나요?

종종 일기를 써요. 흔히 나이를 먹을수록 진중하고 차분해진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만은 않거든요. 오히려 화날 일이 더 많아지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감정적이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글을 쓰는 게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돼요.

저도 대학생 때 국제자원봉사단체에서 4년 정도 활동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취직한 후로는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살았죠. 그런데 남길 씨는 그걸 놓지 않고 14년 동안 이어왔다는 게 대단해요.

솔직히 저도 힘들어요.(웃음) 근데 이제 와서 그만두기가 쪽팔려서 버티고 있어요.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지만, NGO를 운영하고 있으면 일상생활에서도 매사 바른 생활을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나 하나쯤은 어때’라는 생각으로 안일해지다가도 ‘아니야 길스토리 대표인 내가 이러면 안 돼’라면서 정신을 부여잡는 식이죠. 근데 그걸 갑갑하거나 구속이라고 여기진 않아요. 제가 더 좋은 사람이 되게 돕는 장치 같은 거예요.

힘들지만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은 뭘까요?

사람이요.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우린 결국 사람을 통해 힘을 얻고 치유를 받는 존재인 것 같아요. 때론 상처도 받고 실망도 하지만 그것마저 전부 우리 삶의 일부죠. 특히 드라마나 영화는 사람과 사람이 힘을 모아 만드는 종합예술이잖아요. 어제 열린 백상예술대상에서 박보영 배우가 남긴 수상 소감을 듣고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다른 직업도 그렇겠지만 배우는 특히 매 순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보여야 하고 다른 배우와 배역을 놓고 경쟁해요. 잔인하죠. 하지만 그 선의의 경쟁이 결국 더 좋은 배우와 작품을 만드는 힘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결국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나아갈 수밖에 없어요.

사실 오토바이라고 대답할 줄 알고 드린 질문이었어요. 저는 요새 오토바이 타는 재미로 주말만 기다리거든요.

(두 손을 덥석 잡으며) 라이더셨어요? 바람과 자유를 아는 분이셨군요. 반갑습니다.(웃음)

어떨 때 오토바이를 타길 잘했다고 생각하나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둥둥거리는 엔진 소리와 고동감을 느끼면서 달리는데 헬멧과 재킷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과 풀내음이 느껴질 때요. 자동차랑 다르게 바이크는 몸을 기울이면서 양손 양발을 전부 사용해 운전하기 때문에 ‘날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아요. 그 순간엔 잡념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유로워지는 느낌이 들죠. 길을 가다 모르는 사람들이랑 반갑게 손 인사할 때도 좋아요. 그리고 가끔 속도를 높이면 점 하나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바이크 이야기는 제대로 하려면 1박 2일도 부족해요.(웃음)

장거리 투어도 즐긴다고 들었어요.

얼마 전에도 부산에서 출발해 동해안을 따라 쭉 올라오는 3박 4일짜리 투어를 다녀왔어요. 기회가 된다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 유라시아를 가로지르는 투어를 해보고 싶어요. 제가 BMW 모토라드 앰배서더라서 알프스를 달리는 투어에 초대받기도 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못 갔어요. 아아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뛰네요.

오토바이를 탄다고 하면 ‘얼마나 빨리 달려봤어?’라는 질문을 자주 듣곤 하는데요. 잘 아시겠지만, 라이더에게 높은 속도는 별로 중요하지 않잖아요. 시속 60km로 달려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게 오토바이의 진정한 매력이니까요. 같은 맥락에서 연기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기 어려운 즐거움이나 만족감이 있나요?

시청률이 높고 관객수가 많으면 당연히 좋죠. 근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가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보는 사람에게 온전히 전달되는 거예요.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힘을 합쳐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을 때 대중이 그걸 알아봐주고 좋아해준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죠. 슬픈 노래를 불렀을 때 듣는 사람이 눈물을 흘리고, 웃긴 영화를 만들었을 때 관객이 박장대소를 한다면 그게 최고라고 생각해요.

레이어드 셔츠, 팬츠 모두 에르메스. 슈즈 페라가모.

레이어드 셔츠, 팬츠 모두 에르메스. 슈즈 페라가모.

Credit

  • EDITOR 박호준
  • PHOTOGRAPHER 김신애
  • STYLIST 황정원
  • HAIR 김태현
  • MAKE UP 김하나
  • ASSISTANT 정서현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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