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프랜차이즈 만화카페가 아닌, 오래된 독립 만화방의 매력에 대하여

웹툰 전성시대, 여전히 종이 만화책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에 얼마 남지 않은 추억의 아날로그 만화방을 향해.

프로필 by 정서현 2026.09.03

그런데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요?

서울 송파구 석촌동 작은 골목에 위치한 대박만화방에 방문했을 때 사장님이 말했다. 여기가 그렇게 찾기 어려운 곳에 있는 것도 아니라 아마 이런 뜻이었을 테다. ‘나이도 어린 사람들이 뭐 하러 이런 곳엘?’ (사실 이 기사를 위해 취재한 대부분의 만화방 사장님이 비슷한 질문을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보았던, 대박만화방을 다룬 릴스를 보여주자 그는 신기하다는 듯이 그 영상을 오래도록 보았고, 포토그래퍼와 내 손에 웰컴 드링크를 하나씩 쥐여주며 말했다. “여기는 아저씨들이나 많이 오지 아가씨는 오랜만에 보네요.”

확실히 만화책을 보는 사람도, 만화방도 많이 사라졌다. 어릴 때만 하더라도 동네에 한두 곳씩은 꼭 있었던 만화 대여점도 요즘은 도통 찾아보기가 힘들다. 명맥이 끊기다시피 한 만화방은 ‘만화카페’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만화도 보고 게임도 하며, 심지어 OTT 시청도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곳이 만화방의 진화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파르페처럼 이것저것 많이 얹어 내는 요즘 빙수들이 맛이야 있지만 그걸 달큼하고 구수한 매력을 가진 팥빙수의 진화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처럼.

서울에 전통적인 의미의 만화방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 무작정 네이버에 업체 등록되어 있는 만화방 리스트를 뽑아 40곳 넘게 연락을 돌려봤다. 대부분이 이미 없어진 지 오래거나 조만간 폐업할 예정이었다. 씁쓸한 마음으로 ‘추억의 만화방 찾기’를 포기할 즈음 만화방을 배경으로 한 콘텐츠들이 알고리즘을 타고 SNS 연관 콘텐츠에 뜨기 시작했다.

왕눈이만화의 일간만화 코너. 빼곡하게 꽂힌 책들 사이 낡은 포스터 두 장이 세월의 흔적을 가늠케 한다.

왕눈이만화의 일간만화 코너. 빼곡하게 꽂힌 책들 사이 낡은 포스터 두 장이 세월의 흔적을 가늠케 한다.

만화사랑에서는 라면 외에도 핸드드립 커피와 쥐포, 고구마 등을 판매한다.

만화사랑에서는 라면 외에도 핸드드립 커피와 쥐포, 고구마 등을 판매한다.

대박만화방은 사장 부부 둘이서 교대하며 21년째 24시간 연중무휴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대박만화방은 사장 부부 둘이서 교대하며 21년째 24시간 연중무휴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사실 (촬영 장소로) 이 만화방을 제가 고른 거거든요. 그 이유가 이런 책들이 다 있을 것 같아서였어요.” 20대 싱어송라이터 하현상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만화방을 소개하며 했던 말이다. 그가 소개했던 만화방이 바로 대박만화방이었다. ‘이런 책들’이란 1994년 작 <창천항로>와 1967년 작 <도로로>. 걸작임은 분명하나 일반적인 체인 만화카페에서는 찾기 힘든 희귀한 책들이다. 대박만화방은 절판된 고전만화부터 최신작까지 다양한 만화책을 보유하고 있다. 책이 너무 많아 사장님조차 정확하게 총 몇 권이 있는지 모를 정도다. 천장에 닿을 듯 내 키보다 높이 쌓여 있는 책 더미를 보자 그제야 간판 속 ‘송파 최고의 서적 보유’라는 문구가 상투적 표현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책장도 모자라 아무 곳에나 쌓아 놓은 듯한 수십 권의 만화책들은 자연스레 공간을 나누는 파티션이 되었고, 그 속에 파묻혀 만화책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의 풍경은 제법 아늑해 보였다.

얼마나 아늑했던 건지, 만화책으로 얼굴을 가리고 단잠을 자는 정장 입은 아저씨 몇이 눈에 띄었다. “근처 회사원들이 점심 먹으러 와서 만화책 보다 잠 좀 자고 그러다 가요.” 한 시간 남짓한 점심시간에 만화방에 들르는 직장인들이 한둘이 아닌 모양이었다. 많은 한국인에게 직장 생활의 낙은 맛있는 점심 한 끼일 텐데, 점심마다 식당도 아닌 만화방을 찾는 이유가 궁금했다. 근처 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김준수(가명) 씨는 ‘잠깐의 피로를 풀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카페는 점심시간이면 소란스러워지는 데다 대놓고 누워서 자기에는 눈치도 보인다는 것이었다. 잠을 잔다는 건 사실 꽤 클래식한 만화방 이용 방식이다. 야간조를 마친 근로자나 막차를 놓친 이들이 야간 정액권을 끊고 24시간 영업하는 만화방에서 쉬었다 가기도 한다. 호텔이나 찜질방 같은 숙박업소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들을 위해서일까. 대박만화방의 메뉴판은 유독 풍성하다. 육개장, 만둣국, 우동….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김치찌개와 오므라이스로, 냉동 레토르트가 아닌 사장님이 직접 만드는 요리다. 다른 곳에서 음식을 배달시키려면 최소 주문 금액과 배달비를 감수해야 하는데, 그게 부담이 되는 1인 손님들을 위해 사장님이 직접 냄비를 잡은 것이 계기였다. 그래서인지 대박만화방에선 종이 냄새 사이로 고소한 집밥 냄새가 느껴진다.


만화는 짜장면 먹으면서 봐야 제맛이거든

그래도 역시 만화방 하면 짜장면이다. 강북구 미아동 왕눈이만화를 찾은 날에는 한 손님이 대뜸 “볶짜(볶음밥과 짜장면을 반씩 섞은 메뉴) 하나”를 외치며 들어왔다. 식당에라도 들어서는 것처럼. 사장님도 별다른 확인 없이 중국집 전화번호를 눌렀다. 입장과 동시에 메뉴를 주문하고 탁자에 무협지를 잔뜩 쌓아 놓은 채 책에 푹 빠진 그 손님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는 비 오는 날 토요일 아침부터 버스를 타고 30분 달려 도착한 이 가게의 단골손님이었다. ‘그 정도 거리면 집 근처로 가는 게 낫지 않나?’라고 생각할 즈음 그의 ‘볶짜’가 도착했고, 그는 의중을 읽은 듯 랩을 벗기며 말을 이었다. “다른 곳은 외부 음식 반입 금지라 배달을 안 해주더라고. 만화는 짜장면 먹으면서 봐야 제맛인데. 그래서 집 근처 만화방 놔두고 여기까지 오잖아.” 낭만은 낭비의 다른 말이라고 했던가? 짜장면을 ‘먹으며’ 만화책을 보기 위해 30분 정도 버스에서 낭비하는 일은 그야말로 로맨틱.

왕눈이만화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만화책도 있다. 사장님이 직접 제작한 ‘미리보기’ 만화책. <소년 챔프>나 <아이큐 점프> 같은 만화잡지에 실린 연재분을 하나하나 분철해 만들어둔 것이다. 잡지가 나올 때마다 새로 연재된 부분을 덧붙여 업데이트하고, 정식 단행본이 나오면 해당 분량은 폐기하는 식이다. 신간이 나오기까지 길게는 수년을 기다려야 하는 손님들의 오랜 기다림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그렇게 만든 미리보기 책의 종류는 수십 권에 달한다. 한편에는 사장님의 손글씨로 제목이 덧씌워진 만화책도 있었다. 일본 만화가 수입될 때 출판사가 바뀌거나 재판본을 출간하며 제목을 바꾸는 경우가 왕왕 있었는데, 손님들이 헷갈리지 않게 새로 바뀐 제목을 초판본에 덧붙여 놓은 것이다. 세월이 오래되다 보니 만화방 구석구석 사장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건대 양꼬치거리 안쪽에 위치한 만화사랑은 이 근방에 거주하는 주민이 아니고서는 잘 모르는 숨겨진 동네 만화방이다.

건대 양꼬치거리 안쪽에 위치한 만화사랑은 이 근방에 거주하는 주민이 아니고서는 잘 모르는 숨겨진 동네 만화방이다.

왕눈이만화의 만화잡지를 모아서 만든 미리보기 책.

왕눈이만화의 만화잡지를 모아서 만든 미리보기 책.

만화책을 안 찍으니까요

왕눈이만화 사장님은 2003년에 시작해 24년간 장사하며 가슴에 남는 특별한 단골들도 있었다고 했다. 자주 오던 학생들이 군대 간다고 찾아와 함께 회식하러 갔던 일, 중학생이었던 아이가 직장인이 되어 다시 찾아왔던 일. 하지만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오면서 손님들이 많이 빠져나갔다고 한다. “젊은 손님도 있기야 하지만 나이 드신 분들이 더 많아. 요즘은 만화를 대부분 웹툰으로 보니까.” 그는 팬데믹 때 영업을 그만둬야 할지도 모르는 위기를 겨우 버텼고, 지금은 다시 손님이 늘고 있지만 예전 수준의 활기를 되찾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책이다. 책이 많이 나와야 사람들이 보러 올 텐데, 책이 없다. 일례로 왕눈이만화방 사장님은 윤태호 작가의 <미생>을 구하러 서점 100군데가 넘는 곳을 돌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고 한다. 출판사에서 책을 많이 안 찍었기 때문이었다. 건대입구 만화사랑 사장님의 견해도 비슷했다. “단순히 웹툰으로 보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만화방을 안 찾는 게 아녜요. 출판사에서 만화책을 안 찍다 보니 사고 싶어도 살 책이 없어요. 옛날엔 신간 구입하는 데 한 달에 250~300만원을 썼는데 지금은 다 사도 50만원이 안 돼요.” 대한출판문화협회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에는 785만 부였던 만화책 신간 발행 부수가 2019년 669만 부, 2020년에는 567만 부로 꾸준히 줄었다. 출판사에서는 수요가 적어 발행 부수를 줄인다고 주장하고, 만화업계에서는 발행 부수가 적어 찾는 사람이 적어졌다고 말한다.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가릴 수는 없지만 아무튼 악순환이다.

그래서 만화방 업계는 얌전히 사장되어 가고 있는가. 미묘한 반등의 기미가 있다. 무림만화카페 사장님의 말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예상치 못한 손님’들이 찾아오는 빈도가 점점 늘고 있다. “애니메이션 극장판이 개봉할 때쯤이면 특히 그런 손님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작품들이나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같은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면서 원작 만화를 찾는 손님들이 점점 늘고 있으며, 개중 일부는 오래된 만화방을 찾기도 한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과 만화책 문화가 맞은 작은 붐이 오래된 만화방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사실 요즘은 서울 곳곳의 대학가나 번화가마다 체인 만화카페가 들어서 있고, 보고 싶은 만화책을 택배로 받았다가 그대로 집 밖에 내놓으면 알아서 수거해가는 온라인 대여 플랫폼도 생겼다. 굳이 이런 찐 만화방에 오지 않고도 만화를 볼 수 있는 다른 수많은 방법이 있다. 오래된 만화방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소셜미디어 때문이기도 하다. 만화방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을 통해 ‘레트로 감성의 힙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방학이면 학생들이 몰려와 만화방에서 브이로그를 찍고, 커플들은 주문한 짜장면과 만화책을 배경으로 함께 인증샷을 남긴다.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 바이닐 펍들, 필름 카메라 열풍과 비슷하다. 만화방의 영업 방식과 본질은 움직이지 않았으나 트렌드가 한 바퀴를 돌아왔다.


만화사랑 유리문 뒤로 보이는 형광등 불빛과 체리색 가구들이 복고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만화사랑 유리문 뒤로 보이는 형광등 불빛과 체리색 가구들이 복고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낡은 만화책이 왕눈이만화방 천장 아래까지 빽빽하게 들어찼다.

낡은 만화책이 왕눈이만화방 천장 아래까지 빽빽하게 들어찼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만화책을 펼쳐 보고 있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만화책을 펼쳐 보고 있다.

여긴 에스파 카리나 씨도 왔다 갔어요

만화사랑은 각종 예능과 토크쇼, 아이돌그룹 뮤직비디오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 로케이션 명소다. 유튜브 채널 <정승환의 노래방 옆 만화방> 촬영 장소이기도 하며, 사장님이 자랑한 카리나 편은 조회수 258만을 자랑한다. 취재 문의를 했을 때도 비슷한 시기에 영화 촬영이 예정되어 있어 촬영 스케줄을 서둘러 선점해야 했을 정도다. 실제로 만화사랑은 과연 그만한 매력을 가진 공간이었다. 출입문에 붙은 주문 같은 문장부터, 그 뒤에 새로운 세계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암시하고 있었다. “내가 여기 오는 것은 시간이 남아서가 아니라...이만한 만남의 장소도 없거니와 편하게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이다.” 누군가가 오랜 시간 동안 기물 하나하나를 세심히 돌보며 애정을 들인 공간은 우리에게 안정과 평안을 약속한다. 만화사랑 내부를 채운 건 이런 것들이다. 노끈으로 묶어 놓은 만화 전집과 포스터, 옛날 전화기, 아날로그 시계… 책장 위에는 옛날 여성지와 무협지가, 소파 옆에는 쇼팽의 피아노 악보와 순정 만화가 나란히 놓여 있으며 한쪽 벽에는 한국 만화의 거장 이현세 작가의 친필 사인도 붙어 있었다. 골동품점 같은 그 어수선함이 오히려 이 공간의 정체성처럼 느껴진다.

만화사랑이 품은 매력은 반드시 직접 가봐야만 느낄 수 있다. 특히 어딘지 모르게 ‘칠’한 바이브는 사장님의 성정에서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일례로 만화책 대여 정책을 들 수 있다. 안내문에는 크게 ‘대여 불가’라고 쓰여 있지만, 오래된 단골에게는 예외인 듯하다. 그리고 그 방식은 쿨하다 못해 추울 정도. 만화방에 먼저 도착해 자리를 비운 사장님을 기다리던 중에 한 중년 남성 손님이 들어왔다. 그는 들고 온 만화책들을 벽장의 제자리에 꽂아 넣고는 다음 권을 꺼내 들더니 카운터 위에 대여료를 올려 두고는 홀연히 떠났다. 그가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 걸린 시간은 2분이 채 안 되었다. 누구에게 허락을 구하거나 두리번거리는 기색도 없이, 그의 움직임은 수백 번 넘게 반복해 가다듬어진 최단거리의 동선을 따랐다. 오랜 시간 쌓아 올린 신뢰의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하는 장면을 목격한 기분이었다. 만화사랑의 가장 핵심적인 고객층은 동네 어르신들. 나이대가 좀 있는 편이라, 가끔 만화책 반납이 늦어져 전화를 걸었더니 돌아가셨다는 답이 돌아오는 웃지 못할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모든 독립 만화방이 작은 동네 어귀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소상공인 상권이 살아 있는 여타 만화방과 달리, 무림만화카페는 종각 젊음의 거리 한복판에 있다. 찾아가는 길에 보니 프랜차이즈 만화카페로 대표되는 놀숲과 벌툰이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었다. 이 틈바구니에서 2016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것이다. 네 곳 중 가장 늦게 문을 연 곳이지만, 이런 입지에서 프랜차이즈 만화카페와 겨루며 10년을 버텼다는 사실이 범상치 않았다. 2016년이라면 이미 국내에서 웹툰이 만화 소비의 대세로 자리 잡은 후. 만화방이라는 업종 자체가 사양길에 접어든 시점에 문을 연 셈이다.

“솔직하게 말해요? 건물이 우리 건물이라서. 임대가 안 나가는데 지금까지 할 게 없어서 한 거예요.” 오래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을 때 무림만화카페 사장님은 이렇게 답했다. 물론 ‘할 게 없어서 한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서는 곤란하다. 만화방 운영은 보통 애정으로는 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 면모는 좋아하는 만화를 추천해 달라는 말에 돌려준 답변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우라사와 나오키는 정말 천재라고 생각한다”며 진지한 눈빛으로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실제로 무림만화카페에는 <20세기 소년> <빌리 배트> <몬스터> 등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만 모아둔 책장이 따로 있다. 촬영을 진행하다 그 서가를 발견하고는 여기가 사장님이 가장 아끼는 섹션이겠거니 짐작했다. 개인적인 큐레이션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독립 만화방만의 매력 아닐까? 그 옆으로는 ‘무림만화’ 카페답게 무협지를 작가별로 분류한 서가가 이어졌다. 고행석, 야설록, 신형빈, 황성... 누군가에게는 듣기만 해도 가슴이 뛰는 이름들일 테다.

무림만화카페는 프랜차이즈 업장들처럼 OTT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서가를 채운 콘텐츠와 전체적인 정서는 고전 만화방의 전통을 잇고 있지만, 젊은 층을 유입시키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편의시설 몇 가지로 간단히 모든 세대를 사로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무림만화카페에도 간간이 젊은 손님이 오긴 하지만, ‘벌툰’이나 ‘놀숲’처럼 이름만 들어도 어떤 콘텐츠와 편의시설을 즐길 수 있는지 대번에 알 수 있는 브랜드에 비하면 1020 세대의 손님이 적은 게 사실이다. 오래된 만화책들까지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는 이 시점에, 그들은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사실 그 질문은 하지 못했다. 너무 뻔한 얘기일지 몰라도 만화방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은 결국 애정 때문에 그 일을 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만화는 물론 만화를 사랑해 온 시간, 그것들로 가득 채운 공간 안에서 보낸 자신의 시간을 사랑하기에.

손님들도 마찬가지다. 만화방에서 만난 손님들은 대부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휴대폰으로 스크롤 내리면서 보는 것과 책의 질감을 느끼며 내 손으로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의 느낌 자체가 다르다고. 만화책을 보면서 근심 없이 웃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고. 그때의 나는 주인공보다 어렸는데 지금은 나는 훨씬 어른이 됐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기분이 몹시 묘하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건 체인 만화 카페의 깔끔하고 효율적인 공간에선 좀처럼 느끼기 힘든 감흥이라고.

Credit

  • PHOTOGRAPHER 조혜진
  • ART DESIGNER 최지훈

MOST LIK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