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 그룹이 열어젖힌 서초 신사옥 시대의 미래
화요(火堯)는 불사를 소(燒)의 좌우변을 파자한 이름이다. 불을 다스려 귀한 것을 만든다는 의미. 화요의 모태인 도자 브랜드 광주요도, 외식사업 법인인 가온도 모두 불을 다스린다. 서초동에 신사옥을 짓고 화요그룹 시대를 열어젖힌 조희경 대표를 만나 불을 다스리는 일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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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인 조태권 화요그룹 회장님과 어머니인 성복화 부회장님은 한국 전통문화와 외국 문물에 모두 밝으셨죠. 보통 집안과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을 것 같아요.
그 안에서 사는 저는 그게 특별한지를 잘 몰랐어요. 유치원 때부터 학교 끝나면 다도를 익혀야 했고, 어려서부터 도자기 보는 법을 배웠어요. 저녁이면 사업하는 아버지의 손님들이 거의 매일 찾아오셨고, 어머니는 딸 셋을 진두지휘하시며 늘 손님맞이를 준비하셨죠. 어머니도 저희도 항상 바빴고, 게으름이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다른 집도 다 비슷하게 사는 줄만 알았어요.
세 자매가 모두 다도를 배우면서 드러나는 차이가 흥미로웠을 것 같아요.
다도라는 게 결국 움직임의 미학이잖아요. 동생(조윤민 광주요 대표)은 손이 가늘고 여성스러워서 다도도 굉장히 섬세했고, 저는 힘 있고 관찰력이 좋았대요. 어머니 말로는 제가 물 온도에 따라 도자기 색이 달라지는 걸 유심히 관찰하곤 했대요. 어린아이가 “오늘은 이 다완이 더 예쁘네”라는 말을 곧잘 하면서요. 언니(조윤경 가온소사이어티 대표)는 늘 완벽했어요. 다도든 뭐든 누가 봐도 “참 잘 배웠네” 소리가 절로 나오는 사람이었어요. 인간관계도 완벽했어요. 누구를 만나든 잘 품는 스타일이었죠. 지금 동생은 선이 중요한 도자를 하고, 언니는 사람을 모으는 외식업을 하고 있죠. 각자의 본질적인 부분이 지금 저희가 하는 일에 그대로 접목돼 있는 것 같아요.
자신도 모르게 대물림 받은 심미안이 있을 것 같아요.
심미안인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집은 늘 음식이 다양했어요. 엄마가 요리를 정말 잘하셨거든요. 또 한식만 먹는 집이 아니었어요. 일식, 중식, 이탈리안, 프렌치, 한식까지 거의 모든 요리를 다 잘 하셨어요. 그 시절에 생면을 빚어서 파스타를 해줄 정도였죠. 고지식한 경상도 집안이라 제사도 많고 차례도 많아서 늘 한복 입고 다도 하고 어른들께 차 올리는 게 일상이었어요. 아버지께서 상사맨 출신에 방위사업을 하셨던 터라 집에 외국 손님도 엄청 자주 오셨는데,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거의 없던 시절에 그분들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겪으며 자란 것도 자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화요의 스토리를 보면서 늘 가장 신기한 건 조태권 회장님이 사업을 하며 모은 돈을 광주요, 화요, 가온에 쏟아부었다는 사실이에요. 왜 그러셨을까요?
아버지한테는 한국의 위상이 높지 않았던 시절에 태어나 겪은 인종차별의 한이 있었어요. 대우인터내셔널에 계실 때 한번은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출장을 가셨는데, 출입국 심사대에 라인이 두 개 있더래요. 하나는 화이트 라인 다른 하나는 컬러드 라인. 그런데 그때 아버지께서 영어와 일어를 모두 잘하시니까 일본 사람인 줄 알고 화이트 라인에 서라고 하더래요. 아시아인 중에 일본인만은 백인의 줄에 설 수 있었던 거예요. 그때 충격을 너무 크게 받으셔서 “나라가 못살면 이런 대접을 받는구나”라고 생각하셨대요. 아버지는 정말 진지하게 한국의 식문화 수준이 올라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광주요의 대를 잇고, 그에 맞는 술과 그에 걸맞은 음식 문화를 만들기 위해 화요와 가온을 시작하신 거죠.
이번 신사옥 이전이 무척 상징적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광주요그룹 안에 화요가 있었다면 이번에 광주요, 가온소사이어티, 화요를 아우르는 ‘화요그룹’으로 재편되었어요.
화요의 이름으로 재편한 게 매출 규모 때문은 아녜요. 저희가 꿈꾸는 건 대중이 좋은 문화를 접하게 하는 거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화요가 대중과의 접점이 넓다고 생각했어요. 화요는 꼭 한식당이 아니라도, 바에서 칵테일로도 마실 수 있고, 파인 다이닝에서 페어링할 수도 있으니까요. 대중의 삶의 일부로 흡수되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라고 판단한 거죠. ‘화요’라는 이름 자체가 가진 의미 때문도 있어요. 화요는 옛 가마의 이름에서 따온 건데, ‘불로 다스려 귀한 것을 만든다’는 의미거든요. 광주요의 도자기도 가온의 음식도 불이 없이는 만들 수 없으니 ‘화요’가 가진 의미가 세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에 다 적용되는 셈이죠.
(왼쪽부터) 가온의 세 번째 시즌을 이끄는 김병진 부사장, 화요그룹 사옥에 문을 연 한식 디저트 카페 아라리를 맡은 이지우 총괄 셰프, 가온가옥을 맡은 박상진 셰프.
이번 신사옥 1층에는 옛 미쉐린 3스타 가온의 명맥을 잇는 한식당 가온가옥을 열었습니다. 파인 다이닝이 아니라 곰탕이 주 메뉴인 대중 식당으로 변모했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습니다.
가온을 오픈하고 나서 어떻게 하면 김병진 셰프의 요리 철학을 보여줄 수 있는 메뉴를 짤 수 있을지에 대해서 함께 오랜 시간 고민했어요. 그러다 한번은 제가 “어떤 음식 만들 때 제일 즐거운지를 알려달라”고 여쭸는데, 답을 못 주시더라고요. 한참 지나서, 그 답이 왔어요. 미쉐린 3스타를 처음으로 받은 그해에 깨달았다며 나중에 얘기해주시더라고요. “육수를 만드는 게 제일 행복하다”하시더군요. 이번에 가온의 명맥을 잇는 대중식당을 계획하면서 ‘육수 베이스의 음식으로 가자’는 방향을 설정한 이유예요.
대표님도 요리학교를 나오셨고, 셰프 출신이시잖아요. 미쉐린 3스타 셰프의 곰탕은 어떤 점이 다른가요?
곰탕도 김병진 셰프의 기준에서 만드는 곰탕이라 다를 수밖에 없더라고요. 조미료는 당연히 사용하지 않고, 국물은 한우 사골과 양지 그리고 닭 육수를 배합해 완성해요. 또 국물을 낸 고기를 곰탕에 넣어주지 않고, 수비드로 익힌 고명용 고기를 따로 썰어 넣어줘요. 요즘 그렇게 시간과 노하우를 제대로 들이면서 실질적인 기술로 승부하는 셰프는 정말 손에 꼽아요.
저는 화요를 ‘전통 증류식 프리미엄 소주가 시장에서 먹힌다는 걸 오랜 시간 코피 터지게 싸우면서 증명한 최초의 브랜드’로 정의합니다. 대표님은 어떻게 정의하고 싶으세요?
코피만 터진 게 아녜요. 화요는 정말 불사조 같은 브랜드죠.(웃음) 아버지는 늘 모든 성장은 계단의 형태로 이루어진다고 말씀하셨어요. 조금씩 차차 발전하는 형태가 아니라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 같다가 갑자기 어느 구간에서 ‘리프’를 한다는 거였죠. 저희는 그 리프가 2012년쯤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 가로수길에 한식 주점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전통주 붐이 일기 시작했어요. 그전엔 거기 이자카야밖에 없었거든요. 한식이 힙해지면서 납품할 데가 많아진 거죠. 그렇게 쇼케이스가 생기니까 다른 데서도 화요를 들이기 시작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어요. 저희가 아무리 힘들어도 식당에 계속 투자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예요. 쇼케이스가 필요하거든요. 아파트 지을 때 모델하우스 같은 거죠. 당시 비채나가 그런 플래그십 역할을 해줬어요. 또 한 번은 코로나 때였어요. 밖에서 마시던 걸 집에서 마시면서 혼술 문화가 생기다 보니, 그냥 마시는 게 아니라 다양하게 맛있게 마시는 게 유행처럼 번졌어요. 그때 화요가 주목을 받았고요. 저희가 늘 추구하던 목표가 코로나 때 이뤄진 거죠.
화요를 여기까지 이끌면서 제일 힘들었던 건 뭐예요?
인식이요. 일단 한국에서는 ‘소주는 소주’라는 인식과 싸워 왔어요. 주정을 물에 타고 감미료를 섞어 맛을 낸 희석식 소주가 워낙 싸다 보니까 저희 술이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정작 희석식 소주와 증류식 소주의 차이를 100% 이해하는 소비자는 아직도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식약청의 표기로 인한 이유도 있겠지만, 소비자의 알 권리에 관한 문제로도 인식됩니다. 해외에서도 인식이 문제였어요. 희석식 소주만 경험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아무리 다르다고 설명해줘도 첫 반응이 늘 “난 소주 별로야(I don’t like soju)”더라고요. 아예 모르면, 경험하게 하면 되는 일인데 희석식 소주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바꾸는 건 또 다른 허들이더라고요. 해외에는 ‘가짜’ 한국 희석식 소주도 많거든요. 동남아에서 생산되는 희석식 소주에 한글 라벨을 붙여 싸게 판매하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화요는 가격 경쟁이 아닌 가치 창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화요그룹이 1000억 매출을 목표로 노력 중인 걸로 압니다. 화요만 생각해본다면, 목표 달성에 가장 중요한 변화는 어디서 올 거라고 생각하나요?
국내 소비자의 소주 인식이 달라질 때 글로벌에서 국내보다 더 큰 시장 기회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유통 채널 세 개를 바꿨고, 중국에 진출했어요. 내년엔 동남아, 일본에 유통 채널이 두 개 더 들어가요. 미국은 시장이 워낙 커서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 시행착오가 끝났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어요. 이제부터가 시작이에요. 게다가 2028년엔 LA 올림픽도 있으니 호재죠. 캘리포니아 한인 교민들이 요즘 애국심이나 헤리티지를 찾으시는데, 저희 브랜드가 딱 그분들이 원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적극 공략할 예정이에요. 요즘 고민 중인 새로운 포지셔닝은 ‘마시는 술’보다는 ‘가장 한국적인 선물’로서의 화요예요. 미국은 다른 집에 갈 때, 특히 친구 생일에 술을 선물해요. 가격대로 보면 저희 라인업은 생일 선물의 다양한 가격대에 아주 잘 맞아요. 고급 제품인 검은 병 라인이 특히 그렇지요. GDP가 올라가면 나를 위한 소비보다 남을 위한 소비가 늘기 마련이거든요. 그 시장에 잘 들어가면 승산이 있다고 봐요. 국내에서는 파인 다이닝 쪽을 공략 중이에요. 그 시장에 적합한 제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기획 중이에요. 비채나를 운영해보니까 코스 처음부터 끝까지 소주 한 병을 마시는 건 템포가 안 맞더라고요. 일단 다양한 술을 요리와 매칭하는 재미가 좀 떨어져요.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개발해보면서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어요.
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김성룡
- ART DESIGNER 주정화
MONTHLY CEL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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