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맥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르지오 갈리 인터뷰
조르지오 갈리는 오래 착용할수록 새로운 디테일을 발견하는 시계를 만들고 싶어 한다. 타이맥스 그룹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그에게 아틀리에의 출발과 디자인, 제작 기준부터 앞으로의 계획까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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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타이맥스 그룹의 디자인 디렉터가 되었습니다. 현재 정확히 어떤 업무를 맡고 있나요?
타이맥스와 다니엘 웰링턴을 비롯해 그룹 내 브랜드의 디자인을 총괄합니다. 밀라노 오피스에서 브랜드의 디자인을 관리하고, 어떤 제품을 만들고 각 브랜드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결정해요. 처음에는 타이맥스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브랜드의 디자인을 맡았고, 이후 타이맥스 브랜드까지 담당하게 됐습니다. 제가 운영하던 디자인 회사를 타이맥스에 매각한 후에는 그룹 전체의 디자인과 제품 방향을 맡았고요.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결정하는 일이 가장 어렵습니다.
디자인 디렉터가 된 지 벌써 13년이나 되었고, 당신과 타이맥스의 인연은 1994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디자인 키를 잡은 이후 타이맥스 디자인의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바꾸었습니까?
스와치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고, 스와치를 떠날 당시에는 이미 내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타이맥스의 디자인팀을 이끌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브랜드가 과거에 만든 시계들을 다시 살펴보는 것이었습니다. 그 안에서 타이맥스의 특징을 찾고, 이를 현재의 디자인에 반영하려 했어요. 말린과 Q 타이맥스, 워터베리 등 각 컬렉션의 가치를 지키면서 약 10년에 걸쳐 디자인과 완성도를 조금씩 높였습니다. 아틀리에도 그 과정의 일부죠.
그간 당신이 이룬 가장 혁신적인 제품이나 부분을 꼽는다면요?
각 라인에 고유한 가치가 있어 순위를 따지고 싶지 않습니다. 다 제 자식 같아요.(웃음) 다만 제 작업의 이정표로 본다면 ‘조르지오 갈리 S 시리즈’를 꼽겠습니다. 타이맥스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소재와 디자인을 실험했고, 소비자도 기존 타이맥스 제품과 다른 시계를 받아 들었고 그걸 또 인정하게 됐거든요. 타이맥스 옆에 내 이름을 쓰도록 허락한 회사의 결단도 감사하죠. 그 실험이 아틀리에로 발전한 겁니다.
아틀리에 컬렉션은 작년 글로벌 시장에 공개됐고, 10월 26일 국내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한국 출시가 늦어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초기 생산 수량이 한정돼 몇몇 시장에 집중해야 했고, 미국 브랜드인 만큼 미국에서 먼저 출시했습니다. 워낙 중요한 컬렉션이기도 해서 시장 반응을 세심하게 살피며 단계적으로 전개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무엇보다 예상보다 높은 인기에 초기 물량이 거의 다 판매된 것도 지각의 이유입니다.(웃음)
타이맥스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르지오 갈리.
아틀리에 컬렉션은 캡슐 컬렉션처럼 단발적으로 출시되나요? 아니면 향후 몇 년간 꾸준히 새로운 제품이 출시될까요?
처음부터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설계했습니다. 타이맥스 안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브랜드처럼 보이도록요. 조르지오 갈리 라인이 비교적 한정된 프로젝트였다면 아틀리에는 독자적인 디자인 방향을 갖고 계속 발전할 것입니다. 기존 타이맥스의 가치를 지키며 더 복잡하고 완성도 높은 시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합니다.
아틀리에 컬렉션을 보면 전체적으로 전통적인 요소가 있지만, 조너선 아이브의 애플처럼 간결하고 유려하며 또렷한 디테일이 눈에 띕니다. 이번 컬렉션을 관통하는 디자인큐가 뭔가요?
굉장한 칭찬이네요. 감사합니다. 케이스 일부를 비운 구조는 제가 1996년에 디자인했던 형태에서 출발합니다. 아틀리에는 각 부품이 어떻게 조립되어야 하는지, 표면에서 빛이 어떻게 반사되는지 등 굉장히 세부적인 면에 집중했습니다.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거나 미래적으로 보이려고 애쓰기보다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만들고 싶었거든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으면서도 과시적이지 않은 그런 시계요.
오토매틱 제품의 경우 시스루 케이스백을 채택해 무브먼트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무브먼트 세공 시 어떤 부분에 특히 신경을 썼나요?
무브먼트를 보여준다는 것은 기계장치도 디자인의 일부라는 뜻입니다. 로터를 별도로 디자인하고 여러 부품에 장식을 더했습니다. 특정 요소 하나를 과장하기보다 가격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아름답게 마감된 무브먼트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시계 안에서 기계장치가 작동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언제나 즐겁잖아요. 물론 더 화려하게 마감한 무브먼트도 있지만, 이 제품은 가격과 마감의 균형을 고려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워요.
타이맥스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르지오 갈리.
아틀리에 컬렉션이 속한 가격대에는 다양한 마이크로 브랜드를 비롯해 수많은 시계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습니다. 아틀리에 컬렉션만의 매력과 소구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다른 스위스 브랜드의 디자인을 거의 보지 않습니다.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제품을 정하고, 타이맥스를 대표하면서도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을 맞추는 데 집중합니다. 아틀리에가 그룹 매출을 책임져야 하는 사업은 아니므로 단기적인 결과에만 매달릴 필요도 없죠. 우리는 큰 브랜드지만 마이크로 브랜드처럼 일합니다. 우리 철학에 맞는가? 그 철학이 디자인에 녹아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그 제품을 만듭니다.
당신은 아틀리에 컬렉션에 대해 “Timex Atelier is designed to be discovered, slowly, over time”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착용자가 이 시계에 대해 어떤 것을 알아갈 수 있을까요?
착용하고 바라보는 시간이 쌓일수록 형태와 구조에서 새로운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지나치게 화려한 시계는 금세 흥미를 잃을 수 있고, 디테일에 신경을 쓰지 않은 시계는 실망하게 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좋아지는 디자인이 잘된 디자인이죠.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요.(웃음)
사진 작업으로 2026 커뮤니케이션 아츠 ‘어워드 오브 엑셀런스’를 수상하는 등 사진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빛과 피사체를 다루는 방식이 아틀리에 컬렉션, 나아가 당신의 디자인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연관성이 많아요. 사진에서 빛을 관찰하고 사용하는 방식은 시계를 설계하는 시선에도 당연히 영향을 줍니다. 모든 제품에 같은 접근을 적용하지는 않지만, 아틀리에는 빛을 해석한 방식이 중요한 제품입니다. 형태는 빛을 반사할 때 입체감을 드러내니까요.
타이맥스는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유명합니다. 아틀리에 컬렉션 내에서도 협업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당장은 계획이 없습니다. 지금은 아틀리에의 방향을 확립하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할 때예요. 앞으로 협업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적어도 2~3년은 브랜드 자체를 다지는 일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향후 아틀리에 컬렉션에 추가될 제품에 대해 힌트를 준다면요?
GMT에는 새로운 컬러와 두 가지 스타일을 추가하고, 마린에도 새로운 컬러와 변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7년 가을에는 같은 철학과 디자인 접근을 유지하면서도 아틀리에에 없던 새로운 카테고리를 선보일 계획도 있습니다. 곧 첫 샘플을 받아 약 6개월 동안 직접 착용하며 테스트할 예정이에요. 기대가 큽니다.(웃음)
Credit
- EDITOR 오정훈
- PHOTOGRAPHER 임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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