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의 첨단기술을 담은 직물, 알칸타라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알칸타라는 완벽한 직물을 말한다. 밀라노에서, 첨단 기술을 담아. | 알칸타라,알칸타라 소재,알칸타라 패브릭,알칸타라 공장,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 From Milano With Technology 」     테르니의 알칸타라 생산 공장. 알칸타라는 매해 다양한 도시에서 새로운 아티스트와 협업 프로젝트를 벌인다. 사진은 2018년 밀라노 팔라조 레알레에서 열린 전시. 밀라노 비아 피에트로 거리에 위치한 알칸타라 콘셉트 스토어. 길에서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를 마주쳤을 때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 건 이탈리아인도 마찬가지다. 그 장소가 밀라노 최고의 명품 거리 비아 피에트로라고 해도. 자꾸만 멈춰 서는 차들 때문에 차가 아주 더디게 움직인다. 금방이라도 포효할 듯 그르렁대는 엔진 소리가 조급하다. 다행히 아벤타도르에 탑승하는 재미는 과속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행인들이 자꾸만 탄소섬유 표면을 만져보듯 내부에서는 사방의 알칸타라 소재를 쓸어보게 된다. “경주용 모델에도 동일하게 알칸타라 소재가 들어가 있죠.” 좌석 밑부분까지 더듬거리고 있자 운전석에 앉은 마테오 밀라니가 말을 건넨다. 탑승 전에 안내받기로, 그는 이탈리아의 다수 레이싱 대회에서 우승한 이력을 가진 레이서다. “알칸타라를 쓰는 자동차 브랜드 중에도 람보르기니는 유독 편평한 형태로 사용해요. 아주 가벼운 소재이고, 실제로 운전할 때도 가벼운 느낌이 나거든요. 그 외에도 여러모로 유용하죠. 핸들의 그립감이 좋고, 무엇보다 좌석 온도가 최고예요. 겨울에는 쉽게 차가워지지 않고 여름에도 그리 뜨거워지지 않으니까요.” 촉감과 온도, 그는 이 두 가지가 자신이 가진 람보르기니라는 브랜드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차가 밀라노시의 경계, 노베그로 호수에 다다르자 빠른 손놀림으로 주행 모드를 ‘코르사’로 바꾸고 지그시 페달을 밟는다. 속도는 순식간에 시속 270km까지 올라가지만 불쾌감보다는 소파에 폭 기대는 듯한 감흥이 인다. 아벤타도르 특유의 낮은 차체와 레이백된 구조, 인체 공학적 시트 디자인 덕분일 터. 다만 표면을 덮은 알칸타라 소재도 적잖이 기여했을 것이다. 지금쯤 눈치챘겠지만 이건 자동차 기사가 아니다. 밀라노 근방의 와이너리까지 시승을 권한 브랜드는 람보르기니가 아닌 알칸타라. 동명의 소재를 만드는 이탈리아 신소재 기업이다.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BMW 등 내로라하는 자동차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으며 디자인 가구, 전자 기기, 패션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언뜻 스웨이드처럼 보이는 고급스러운 자태에 촉감은 실크 같고, 종이처럼 가볍지만 내구성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필요에 따라 방수 기능, 불연성, 항균 기능도 넣을 수 있다. 이토록 흠이 없다는 소개를 받으면 그게 사람이라도 좀 짓궂게 굴고 싶어지는 법. 알칸타라 콘셉트 스토어에서 소재 설명을 듣다 말고 대뜸 물었다. “알칸타라 소재에도 단점이 있겠죠?” 회장이자 CEO인 안드레아 보라뇨는 생각해본 적 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리고 “가격?” 하고 되묻자 그제야 입을 열었다. “품질에는 비용이 들죠. 저는 그게 단점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게다가 알칸타라와 가장 많이 비교되는 소재인 가죽과 비교하자면 절반 가격도 안 되거든요. 오히려 저는 가죽이 비싼 소재라고 생각하죠.” 활용성 역시 알칸타라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봉제선 없이 어떤 모양이든 구현할 수 있고 색상과 무늬의 제약도 없다. 밀라노의 중심지 비아 피에트로 한복판에 위치한 알칸타라 콘셉트 스토어는 이런 장점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지갑부터 옷, 가구, 오토바이, 미술 작품에 이르기까지 알칸타라 소재가 접목된 온갖 물건을 망라한다. 매장을 둘러보고 있노라니 디자인 매니저 필리포 타이아니가 테이블 위에 패턴 꾸러미를 펼쳐놓았다. 대표적 용례를 추린 것만 족히 100장은 넘어 보였다. 오묘한 색상을 띤 것, 디지털 프린트를 입힌 것, 그물 모양으로 짠 것, 엠보싱 효과를 낸 것, 폴리우레탄이나 나무 등 다른 직물과 섞은 것, 수를 놓은 것… 패턴을 한 장씩 넘기며 설명하던 매니저가 불현듯 실내 조명을 끄더니 패턴 하나를 들어 그 사이로 작은 조명을 비췄다. 패턴이 부분별로 빛을 투과하거나 막으며 숨어 있던 형상을 드러냈다. 전자 기기 위에 입힐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아예 한쪽 끝에 USB 코드가 달린 패턴도 있다. 중앙에 휴대폰을 놓으면 NFC 기능으로 순식간에 알칸타라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다른 웹사이트나 특정 정보를 자동으로 띄울 수 있겠죠. 이걸 어디에 쓸지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어요. 일단 만들어본 겁니다.” 밀라노 본사에 소속된 알칸타라 디자인 팀은 협업 프로젝트가 없을 때도 수시로 이 장점 많은 소재의 미적 활용법을 고민한다. 신기술이 접목된 프로젝트에는 네라 몬토로에 위치한 R&D 센터가 관여하기도 한다. 알칸타라 R&D 센터는 텍스타일업계에서 유럽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앞 문장에 오독의 여지가 있겠다. 알칸타라 R&D 센터는 소재의 활용성을 개발하기도 하지만 오직 그 때문에 대규모를 갖춘 건 아니다. 가장 큰 요인은 지속 가능성이다. 알칸타라는 유럽에서 탄소 중립성 인증을 받은 최초의 회사 중 하나다. 지금처럼 큰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전인 2009년부터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재료를 좀 더 친환경적인 것으로 대치하거나 소재를 재활용하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매해 방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알칸타라 공식 소개 책자는 기업 소개, 소재 소개에 이어 3번 항목으로 지속 가능성을 배치하고 있으며, 심지어 알칸타라 탄소 중립성 유지 10주년 홍보 책자는 브랜드 소개 책자보다 두꺼운 데다 온갖 언어로 번역되어 있다. 안드레아 보라뇨 회장은 꽤 차분하고 담백한 사람이었으나 딱 한 번, 환경 이야기를 할 때는 거의 격정에 가까운 어조를 띠기도 했다. “물론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이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건 아주 적어요. 어망을 던지면 온갖 쓰레기가 걸려 올라오는 시대인데, 고작 자동차 시트를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일이 흐름을 바꿀 순 없죠. 5년 뒤는 절대 지금과 같지 않을 테고, 저는 그걸 걱정합니다. ‘우리 회사는 지속 가능성을 추구해’ 하고 자랑이나 하고 다닐 때가 아니라는 뜻이죠.” 지속 가능성이 알칸타라의 핵심 가치이기는 하나 어느 회사든 최우선 가치로 삼는, 좀 더 당연한 명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였다. 알칸타라에 초청되면서부터 가진 가장 큰 의문은 이런 것이었다. 알칸타라는 직접 제품을 만드는 대신 여타 소비재 브랜드와 협업하는 ‘소재’ 기업. 그렇다면 밀라노 한복판에 근사한 쇼룸을 짓고 세계 각국의 미디어 관계자를 초청해 람보르기니 시승 행사를 벌이는 이유는 뭘까? 알칸타라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본 한 영상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작한 서피스 프로 출시 홍보 영상이었는데, 랩톱을 훑는 카메라의 움직임과 임직원의 인터뷰 모두 오직 키보드 부위에 적용된 알칸타라 소재를 예찬하고 있었다. “우리는 마이크로소프트 임직원들이 알칸타라 소재를 홍보하는 이 영상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단 1센트도요.” 영상이 끝나자 안드레아 보라뇨 회장이 검지 하나를 치켜들며 자랑스레 말했다.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엔지니어링, 마케팅, 세일즈, 재무까지 여러 기업에서 다양한 업무를 맡아온 그는 시장을 보다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듯했다. 그는 오늘날의 소비자는 여타 경영자들이 보듯 단순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디자인, 디테일, 소재는 물론 그 안에 담긴 가치까지 살핀다. 알칸타라가 매해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해 전시를 벌이는 것도, 세계 곳곳에서 오프라인 이벤트를 여는 것도 그런 이유다. “우리가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아니죠. 그래서 제품이 아니라 우리의 가치를 알립니다.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떤 소재를 어떻게 만드는지, 그 콘셉트를 알리는 거죠. 항상 그게 우선입니다.” 쉽게 말해 알칸타라라는 소재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알칸타라의 협업사를 움직인다는 것. 실제로 오늘날 알칸타라가 진행하는 협업은 상대 기업 측에서 먼저 제안해 성사된 경우가 많다. 앞서 열거했듯 분야를 막론하고 세계 최고 기업의 제안에 의해서 말이다.     알칸타라는 유수 자동차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다. 람보르기니는 양산형 차량은 물론 경주용 차량에도 알칸타라를 사용한다. 알칸타라는 유수 자동차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다. 람보르기니는 양산형 차량은 물론 경주용 차량에도 알칸타라를 사용한다.       「 알칸타라 회장 안드레아 보라뇨와의 7문7답 」     본인의 차에도 알칸타라 시트가 있나? 나는 자동차가 없다. 물론 나도 람보르기니처럼 빼어난 자동차를 좋아하지만 라이프스타일이 다를 뿐이다. 알칸타라 소재라면 집에 몇 점의 아티스트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인테리어 제품도 몇 개 있고, 휴대폰 커버도 알칸타라 소재다. 알칸타라의 디자인에는 전통 자수부터 하이테크까지 폭넓은 분야가 접목된다. 디자이너를 뽑을 때 어떤 점을 유의해서 보는가? 각자 강점이 있는 직원들을 뽑는다. 중요한 것은 지식이나 테크닉보다 창조력이다. 한 사람의 빼어난 직원보다 유기적인 소통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디자이너 간의 소통이나 기술자들과의 소통뿐 아니라 외부 파트너, 고객과의 소통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언젠가 인공 소재가 천연 소재의 자리를 대체하게 될까? 여전히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재는 가죽이다. 알칸타라에게는 큰 장벽이지만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실제로 활용 비중이 계속 성장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보도 자료에서 알칸타라 플래그십 스토어를 ‘뮤지엄’이라고 표현했다. 이 공간은 당신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우리 브랜드의 가치를 알리는 곳이다. 물건을 팔지는 않는다. 공간을 채운 제품은 대다수가 딱 1개만 생산된 유니크 피스이며, 구성도 시시때때로 바뀐다. 그런 의미에서 쓴 표현일 것이다. 다만 우리는 한곳에 고정된 박물관을 갖는 것보다 세계 곳곳에서 한시적 박물관을 여는 게 더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믿는다. 알칸타라 플래그십 스토어는 그런 이벤트를 위한 ‘중요한 중심’ 역할을 해주는 곳이다. 아시아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아시아 시장에 맞춰 바꾸는 부분도 있을까? 없다. 협업에 따라 새로운 분위기를 낼 수도 있겠지만 많은 부분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탈리아 브랜드다. 그건 우리에게나 협업사에게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생각해보라. 만약 우리가 중국에 개발 시설을 짓는다면 아마 중국인들이 가장 먼저 우리 브랜드에 흥미를 잃을 것이다.(웃음) 수익의 많은 부분을 재투자하고 있다. 2018년 한 해에만 5100만 유로를 투자했다. 어떤 부분에서 발전을 도모하고 있나? 가장 큰 부분은 생산량 증대다. 현재 알칸타라는 일주일에 20만m2 정도를 생산할 수 있는데 5년 내에 그 두 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속 가능성에도 여전히 힘을 쏟고 있다. 2022년까지 먹이사슬에 영향을 주지 않는 완전 바이오 재료를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하려고 하며, 재활용 소재를 활용하거나 수명이 다 된 알칸타라를 재활용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그 외의 투자 분야는 비밀이다. 알칸타라를 이끄는 본인의 철학을 한 문장으로 말한다면? ‘빼어난 비즈니스는 예술이 된다.’ 알칸타라가 가진 모든 키워드가 내 삶의 철학과 통용된다고 볼 수 있다. 감성과 미감, 독창성, 그리고 지속 가능성. 알칸타라는 완벽한 직물을 말한다. 밀라노에서, 첨단 기술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