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주 4일제 과연 꿈일까, 현실일까

주 4일제, 하겠습니까?

BYESQUIRE2020.01.23
 
 
 
 
 
마이크로소프트 일본 지사가 2019년 8월 한 달 동안 직원 2280명을 대상으로 한 가지 실험을 했다. 공통의 행동 양식은 하나.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주 4일만 일할 것. 금요일과 주말은 무조건 쉴 것. 5주간의 실험이 끝나고 마이크로소프트 일본 지사는 발표했다. “매출액 기준, 직원 1인당 노동 생산성이 전년 대비 39.9% 증가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일본 지사의 주 4일제 실험에는 여러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첫 번째, 유급 휴가였다. 이들의 주 4일제 실험은 매주 금요일에 쉬게 하되 유급 휴가 개념으로 휴식을 취하게 한 것이었다.
두 번째, 그래서 급여가 달라지지 않았다. 주 4일제 시행 여부를 두고 고용주나 피고용자 모두 눈을 크게 뜨고 있는 문제는 아마 월급일 것이다. 근무 일수가 주당 하루 줄어드는 것인데, 그렇다면 임금 체계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계산기를 두드리는 소리가 빨라진다. 마이크로소프트 일본 지사 직원들은 출근 일수는 줄었지만 돈은 똑같이 받았다(이것이 직원의 92.1%가 주 4일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가장 큰 배경이지 않을까, 자본주의 시대의 주 5일제 직장인은 추측할 뿐이다).
세 번째, 회사가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일본 지사는 주 4일제를 실험하며 회의는 5인 이하 구성원에 30분으로 시간을 제한하고, 그마저 오후 1시부터 3시까지는 집중 근무 시간으로 지정해 회의는 물론 통화도 금지시켰다. 회의 역시 되도록 화상이나 채팅과 같이 온라인을 활용하길 권했다. 효율적인 업무 환경의 판을 깔아준 것이다. 39.9% 오른 생산성은 이렇게 탄생했다.
 
심지어 휴가를 적극 장려하며 직원들의 가족 휴가에 1인당 최대 920달러, 한화 약 100만원을 지원해주었다고도 한다. 대체 회사가 왜 이렇게까지 한 걸까 싶어지는 때, 이 실험을 주도한 히라노 다쿠야 일본 지사 CEO가 주 4일제 논의에 대한 근본적인 시작점을 짚어주었다. “더 적게 일하면서도 어떻게 이전과 동일한 결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 모두 생각해보고 경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별개로, 회사의 전기 사용량은 23.1%, 종이 인쇄량은 58.7% 줄어들었다고 한다. 높아진 생산성도 생산성이지만 지출이 줄어든 부분만으로도 고용주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신호였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일본 지사는 이번의 긍정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한번 주 4일제를 실험해볼 예정이다. 그때는 같은 날로 지정하는 게 아닌, 직원 각자가 알아서 유급 휴가 등을 활용해 ‘영리하게’ 주 4일제를 운용하는 실험을 해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주 4일제 실험 프로젝트명은 ‘워크 라이프 초이스 챌린지’. 일, 삶, 선택, 도전. 주 4일제 이슈를 둘러싼 키워드가 응집해 있다.
 
 
주 4일제 실험 프로젝트명은 ‘워크 라이프 초이스 챌린지’.
일, 삶, 선택, 도전. 주 4일제 이슈를 둘러싼 키워드가 응집해 있다.
 

선택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요.” K 씨는 실명은 밝히지 말아달라 부탁했다. 근무시간 중 받은 전화라 그런지 수화기에 바짝 붙어 속삭이듯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덩달아 귀를 바짝 대고 있던 중이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말이 또렷했다. “건강 문제가 제일 컸어요. 허리 디스크가 안 좋아서 병원에 자주 가야 하는데 주말에는 (다니는) 병원도 쉬니까. 주말에는 할 수 없고 평일에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잖아요. 제게는 평일이 필요했어요.” K 씨는 2019년 상반기부터 주 4일제를 택해 근무 중이다.
‘평일이 필요했다.’ 근질거리는 어금니가 신경 쓰이지만 치과에 가자니 앞으로 몇 번의 반차를 더 내며 오가야 할지 모를 결과가 부담스럽고, 성실하게 적금을 부어보고자 설명 좀 듣자니 오후 4시면 끝나는 은행이 야속했던 직장인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이유다. 평일의 시간, 평일의 할 일, 누리고 싶은 여유. 돈만큼이나 중요한 일인데 K 씨는 왜 돈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고 한 걸까. “월급은 20% 줄었거든요.”
K 씨는 경상북도청 산하기관에서 근무한다. 경상북도청은 국내 공기업 중 최초로 주 4일제를 시행 중이다. 2017년에 공표, 2018년부터 서서히 시행됐다. 주 4일제를 운용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예처럼 근무시간이 줄어도 월급은 그대로인 경우가 있고, 근무시간이 줄어든 만큼 월급을 삭감하는 경우가 있다. 경상북도청은 후자다.
“최소 3년 이상 재직한 직원에 한해 사유서를 받아 주 4일제 근무자를 선정했습니다.” 이번에도 실명을 밝히지 말아달라 요청한 P 씨의 말이다. 거듭되는 익명 요청에 ‘주 4일제’란 입 밖에 내서는 안 되는 이슈인가 잠시 혼란스러웠다. 하긴, 대외적인 언행을 주의해야 하는 공직자 신분으로서는 불가피한 요청일 것이다. P 씨는 K 씨가 일하는 지사의 본사 인사 담당자다.
“2017~2018년 즈음 공고가 내려왔습니다. 총 직원 수가 80명 내외인데 이후 1년에 2~3명씩은 주 4일제를 신청했고요. 가족이 아프다든지 특별한 사유가 있다면 근속 3년 미만인 직원도 주 4일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주 4일제는 최소 3개월 이상 기간을 신청할 수 있고 재신청도 가능합니다. 다만 8개월 동안 주 4일제로 근무했다면 이후 같은 기간인 8개월 동안은 주 5일제로 근무한 뒤에 다시 주 4일제로 근무할 수 있어요.” P 씨가 경상북도청 산하기관에서 시행 중인 주 4일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사용하고 싶은 기간만큼 주 4일제를 택해 근무할 수 있는 방안은 주 4일제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선례가 될 만한 방향이다. 그런데 재신청할 경우 왜 꼭 다시 같은 기간만큼 주 5일제로 근무해야 하는 것일까. 이유는 주 4일제 시행 후 실무진의 피드백은 어땠는지 묻자 머뭇거리며 말문을 연 P 씨의 이야기에 힌트가 있었다. “사실 업무가 완벽하게 구분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한 명이 빠지면 매주 20%의 전력이 날아가는 것이다 보니까 다른 주 5일제 직원들에게 업무 부담이 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전원이 모두 주 4일제를 하는 게 아닌 이상은, 아니면 아예 (주 5일제 직원과 주 4일제 직원의) 일이 다르지 않은 이상은 그런 감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을 줄이는 P 씨에게 ‘그런 감’이 무엇인지는 되묻지 않았다. 다만 팀원 중 혼자 주 4일제를 선택해 근무하고 있는 K 씨가 통화 중 가장 작게, 수화기에 더 바짝 붙어서 전하던 목소리가 떠올랐다. “존중, 존중되면 좋겠어요. 월급도 20% 줄어들고 승진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는 걸 감안해 선택한 거잖아요. 나의 가치관에 따라 한 선택이니까, 개인의 선택이니까, 그게 존중되면 좋겠어요.” 주 4일제가 미지의 세계인 사람들에게 경험자로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묻자 돌아온 답변이었다.
한 가지, 승진 등 고과 산정 부분에 대한 인사 담당자 P 씨의 팩트 체크에 의하면 주 4일제 근무를 하는 1년 동안은 주 5일제와 동등하게 근속 기간을 부여해 아무런 불이익이 없지만, 1년 이상이 될 경우에는 인정받는 근속 기간 일수가 적어질 수도 있다고, P 씨는 또 한 번 말을 아꼈다. 문득 그에게는 묻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혹시 지금 주 4일제로 근무 중인가요? ”
“아뇨. 월급이 줄어드니까요. 언젠가 필요하겠지만 당장은 주 4일제를 택할 마음이 없습니다.” 가치란 모두에게 각자 다르다. 
  
본질로 다가서는 길은 이렇게나 여러 갈래다. 본질에 대한 가치 판단의 기준도 모두 다르다. 다만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결정권은 일과 삶을 살아내는 우리에게 있어야 옳다.
 
 

도전 

일과 시간

오전 9시 30분 출근
오전 11시 50분~오후 1시 점심시간
오후 4시~4시 30분 집중 휴식 시간 (이 시간 동안 산책이나 사내 운동 프로그램 수강 등 자유 시간을 가진다.)
오후 6시 30분 퇴근
특이 사항 - 애초에 에듀윌은 오전 8시 30분 출근, 오후 6시 퇴근이었다. ‘꿈의 직장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2018년부터 퇴근 시간은 그대로 6시로 유지하되 출근 시간을 한 시간 늦춰 9시 30분으로 변경했다. 이때 직원들의 업무 효율이 오르는 현상을 발견한 인사팀이 주 4일제 실험을 제안했다. 주 4일제를 시행하면서는 퇴근 시간이 오후 6시 30분으로 변경되었으나, 주별로 따지면 근무시간은 오히려 약 5.5시간 줄어들었다.
 
월급(연봉) 삭감 없음
휴일 지정 유연함 근무일이 아닌 날 일하게 되면 원하는 날로 바로 바꿔 쉴 수 있다. 다만 부서 내 정(사수)과 부(부사수)가 같은 날 쉴 수 없다.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다. 예외 부서 없음
특이 사항 - 에듀윌은 교육 영상도 제작한다. 영상 PD나 디자이너 등 주 52시간 제도를 지키기 어려워 자율출근제 대상인 직군도 존재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러한 직군 역시 모두 주 4일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업무 공백의 우려는 없는지, 도리어 업무 강도가 높아지는 건 아닌지 묻자 김보미 씨가 답했다. “그래서 회사에서 채용 인원을 늘렸습니다. 주 5일에서 하루를 빼면 20%가 줄어드는 건데, 그중 10%는 인력 충원을 통해 보강하고 나머지 10%는 직원 스스로가 업무 효율성을 높여 채우려 하고 있어요.” 실제로 에듀윌은 2018년 기준 30~40명의 직원을 채용했다면 주 4일제를 시범 시행한 후인 2019년 하반기에는 채용 인원을 늘려 50여 명을 채용했다. 어재원 씨는 “에듀윌이 주 4일제를 시행한다고 하자 지원자가 굉장히 몰린 효과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당시 에듀윌의 채용 사이트 접속률은 71% 증가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근무시간은 줄어들고 월급은 그대로 받는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인력을 줄이고 업무 강도는 높이는 회사가 천지인 마당에, 앞장서서 인력 보충을하는 회사가 존재한단 말인가? 홍보 담당자로서가 아니라 취재원으로서 주 4일제 뒤의 함정을, 회사의 어두운 면을 솔직히 대답해주길 몇 번이고 간청했다. 어재원 씨와 김보미 씨가 난감해하며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라는 표정을 연신 지었다. 어재원 씨가 말을 이었다. “저희 비전이 세 가지예요. 고객의 꿈을 이뤄주고, 직원의 꿈을 이뤄주고, 지역사회의 꿈을 이룬다. 그중 직원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꿈의 직장 프로젝트’를 시작한 거고, 이건 현재진행형인 것 같아요. 꿈의 직장 프로젝트라는 건 누구든 의견을 내고 그게 좋은 것 같으면 계속 발전시키려고 하는 건데, 그중 하나가 주 4일제인 거고요. 저쪽 룸에 가면 바디프랜드 안마 의자가 39대 있어요. 그게 있는데도 시각장애인 안마사 여성 2명, 남성 2명을, 그것도 교육을 받도록 지원해서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채용했어요. 이것도 저희 비전의 일환이죠. 근무시간일지라도 본인 스케줄에 따라 시간이 되는 직원들은 자유롭게 가서 피로를 푼 다음 다시 집중해서 일하고, 이런 모든 순환이 프로젝트를 지속시켜나가는 거죠.”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직원이 어딘가 기쁘게 뛰어 들어가길래 저긴 어떤 공간이냐고 어재원 씨에게 물었더니 ‘안마 시술가가 안마를 해주는 곳’이라는 설명을 듣고 직접 목격했던 이로서 더 이상 의심하기 힘들었다. 취재 이후 기사를 정리하며 다시 집어 든 어재원 씨의 명함에서 그때는 인식하지 못한 한 문장을 발견했다. ‘꿈을 현실로 만드는 교육 기업’.
 
 

일과 삶 

“가능한 일 같기도 하네요.” 이번 기사에 실릴 달력을 촬영 중이던 사진가 정재욱이 말문을 열었다. ‘전 직원 주 4일제, 근무시간 줄어듦, 임금 삭감 없음, 오히려 인력을 보충함, 효율성이 입증됐기 때문’의 예시를 장황하게 들려준 후였다. 그의 작업 데스크 한쪽에는 다구 세트가 놓여 있다. 중국 친구가 보내주었다는 백차를 우려내 마시며 우리는 달력을 예쁘게 찢고자 애쓰는 중이었다. 주 4일제로 인해 근무일의 1/5이 날아갔다는 의미를 담은 표현이었다. 실제로는 절반 가까이 찢긴 했지만, 어쨌든. “제가 대체 군 복무로 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거든요. 그때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에요. 매일 전력을 다해 100% 일하는 사람은 20%에 불과해요. 4일 만에 할 수 있는 일을 5일 안에 해야 하니까 매일 최선을 다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런데 4일만 출근해서 4일 안에 일을 해야 한다면 그만큼 효율성이 집약되겠죠. 효율성이 높아지면 회사도 좋고. 충분히 가능한 일 같아요.”
그러나 각기 다른 직군이 발현해낼 효율성을 같은 기준선에 두고 비교할 수는 없다. 노동의 양을 정해놓고 할 수 있는 직군이 있고, 수치로 잡히지 않는 결과치를 향해 끊임없이 노동해야 하는 직군도 있다. ‘근무시간을 줄인다 - 업무 부담은 인력 보충으로 줄인다 - 직원 개인당 확보되는 재충전 시간이 늘어난다 - 일하는 시간의 집중력이 극대화된다 - 효율성이 높아진다 - 성과가 나온다 - 월급을 잘 받는다’와 같은 이상적인 선순환이 누군가에게는 꿈일 수 있다.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려는 사람도, 만들어내는 사람도, 만들고 싶은 사람도, 별 관심 없는 사람도 있다.
“꿈? 이상? 그걸 좇는다고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촬영 장비를 정리하던 정재욱의 손이 멈췄다. “저는 그냥, 인간 존엄성이라든지 본질적인 것 있잖아요. 이런저런 개념 갖다 붙이는 것 다 떼고 어쨌든 인간 그 자체로서 존중받는 것, 그걸 좇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건 꿈도 아니고 이상도 아닌 거죠. 본질인 거지. 뭐라 그래야 할까… 내가 내 아이에게 만들어주고 싶은 세상?” 정재욱이 달력을 멋지게 찢어냈다.
되짚어보면 경상북도청이 주 4일제를 시행한 이유는 일자리 나눔의 목적이었다. 경상북도청의 어느 산하기관은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정규직을 채용하기 위해 당초 주 5일제 신입 사원을 13명 뽑기로 했다가 연봉은 20% 적지만 주 4일 근무를 원하는 이들로 16명을 선발했다. 에듀윌의 김보미 씨는 주 4일제로 바뀐 후 한정된 시간에 주어진 일을 해내느라 두 달 정도는 조금 버거웠다고, 어재원 씨는 “일과 동안 정말 일만 할 때도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래도 주 4일제를 사수하려는 동지애가 사내에 끈끈하다고, 두 사람은 또다시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라는 얼굴로  배웅했다.
본질로 다가서는 길은 이렇게나 여러 갈래다. 본질에 대한 가치 판단의 기준도 모두 다르다. 다만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결정권은 일과 삶을 살아내는 우리에게 있어야 옳다. 그러니 물어야 한다. 고용주에게, 피고용자에게, 여러 사람에게, 스스로에게. 주 4일제, 하겠습니까? 어떤 형태로 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