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생각이 있는 골든스테이트 리빌딩
골든스테이트는 스플래시 브라더스의 부상 공백과 함께 일찌감치 이번 시즌을 접었습니다. 플레이오프보다는 그간 부족했던 유망주 육성을 비롯해 리빌딩에 초점을 뒀습니다. 다음 시즌과 미래를 위한 포석으로 탱킹(일부로 순위를 낮춰 높은 드레프트 픽을 얻기 위한 전략)에 가까운 행보입니다. 그러한 기조는 이번 트레이드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올 시즌 쏠쏠히 활약했던 선수들을 과감히 내보내고 내년을 위한 샐러리 캡 확보와 드래프트 픽 수집에 나섰습니다.

2014년 NBA 전체 드래프트 1위 앤드류 위긴스는 루키 시절 기대를 되살릴 수 있을까.
‘케빈 듀란트(브루클린 네츠)의 유산’ 러셀을 내보내고 앤드류 위긴스를 데려온 것을 두고 특히 말이 많습니다만, 이유는 있습니다. 일단 공을 오래 소유하는 러셀의 성향상 공을 원활하게 돌리고 어시스트에 중점을 둔 골든스테이트의 팀 컬러에는 다소 맞지 않았기 때문이죠. 게다가 훗날 리그 최고의 가드 듀오 스플래시 브라더스가 돌아온다면 1번(PG)을 주로 보는 러셀이 팀의 간판인 스테판 커리와 포지션에서 겹칩니다. 러셀 1번, 스테판 커리 2번(SG), 클레이 탐슨이 3번(SF)을 볼 수도 있겠지만 효율 면에서 의문이 따릅니다. 그러니 이미 이번 시즌을 접은 골든스테이트 입장에서 다음 시즌에 굳이 검증이 안된 조합으로 시험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반면, 확실한 1번 자원을 필요로 하는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이하 ‘미네소타’)에서 러셀은 딱 맞는 조각이었습니다. 또한 팀의 에이스인 칼 앤서니 타운스를 붙잡아 두기 위해서는 막역한 러셀을 데려오는 것은 꽤 효과적인 무브였죠. 이때 미네소타가 사용한 카드가 위긴스입니다. 마침 케빈 듀란트의 이적 이후 3번의 부재가 뼈아팠던 골든스테이트에게도 위긴스는 나쁘지 않은 퍼즐이었습니다. 위긴스는 수비가 다소 약하다는 평가이지만 공격만큼은 확실하고, 루키 때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올 시즌 반등하는 보습을 보여준 바 있죠. 다음 시즌 골든스테이트는 멤버를 제대로만 가동시킨다면 스테판 커리, 클레이 탐슨, 위긴스, 드레이먼드 그린, 케본 루니의 베스트 5는 꽤 그럴싸해 보입니다. 물론, 위긴스가 내년 시즌 다시 트레이드 카드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죠.

굿 바이 디안젤로.
스몰 라인업 올인 휴스턴 윈-나우
마이크 댄토니(이하 ‘댄토니’)가 그리는 휴스턴은 명확합니다. 공격 위주의 경기 운영에 3점슛을 어느 팀보다 선호합니다. 성공률을 떠나 때론 과하다 싶을 정도로 3점슛을 고집하기도 합니다. 이번 트레이드에서 제임스 하든(이하 ‘하든’)의 ‘영혼의 파트너’이나 휴스턴 유일의 정통 빅맨 클린트 카펠라(이하 ‘카펠라’)를 내보낸 이유도 어떻게 보면 그 집요한 철학에 있습니다. 클린트 카펠라가 골밑을 지배하고 에이스 하든과 수많은 2대2 플레이를 합작해도 댄토니의 휴스턴에게는 맞지 않았나 봅니다.
물론, 돌파로 림 어택을 즐기는 러셀 웨스트브룩(이하 ‘웨스트브룩’)과 합이 좋지 못한 것도 이유 중 하나였죠. 휴스턴 입장에서는 어렵게 데려온 웨스트브룩을 최대한 살려야 했으니까요. 결국 휴스턴은 카펠라가 중심이 된 복잡한 4각 트레이드(휴스턴, 미네소타, 덴버 너겟츠, 애틀랜타 호크스)를 통해 미네소타의 로버트 코빙턴(이하 ‘코빙턴’)을 데려왔습니다. 코빙턴을 영입하기 위한 대가는 상당합니다. 카펠라(애틀랜타)는 물론, 제럴드 그린(덴버 너겟츠), 네네(애틀랜타 호크스), 2020년 1라운드 지명권(덴버 너겟츠)까지 다른 팀에 넘겨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댄토니가 그렇게 코빙턴을 원한 이유는 뭘까요?

대표적인 3&D 플레이어 로버트 코빙턴. 전천후 수비수라는 명성만큼 뛰어나지 않다는 평도 있다.
효과는 지난 7일 LA 레이커스 전에서 바로 나타났습니다. 당시 휴스턴은 코빙턴이 추가된 새로운 스몰 라인업으로 서부지구 1위 LA 레이커스를 잡아냈습니다. 문제는 바로 다음날(8일) 열린 피닉스 선즈와의 경기입니다. 웨스트브룩이 빠졌다고 하지만 이날 휴스턴은 센터가 없고 베스트 5 전원 200cm 이하의 극단적인 스몰 라인업을 돌렸으나 피닉스 선즈에게 무너졌습니다. 3점슛은 터지지 않고 골밑 싸움에서는 처참히 패했습니다. 5번을 맡은 포워드 P.J 터커가 아무리 수비력이 뛰어나다 한들 상대 빅맨과의 물리적인 높이 차이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앞으로 휴스턴의 곹밑은 피닉스 전처럼 상대팀에 집중적인 공략 대상이 될 게 뻔합니다. 결국 해법은 레이커스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공격입니다. 골밑에서 2점 실점하면 공격에서 3점을 넣으면 되는 것이죠. 사실, 휴스턴이 추구하는 이러한 스몰 라인업은 리그 경기보다는 플레이오프와 같은 단기전에서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라이벌 골든스테이트가 그와 같은 스몰 라인업으로 왕조를 구축한 바 있죠.
그렇습니다. 휴스턴의 이번 스몰 라인업, 나아가 논란이 된 트레이드의 성패 여부는 지금 왈가왈부할 게 아니라 플레이오프가 끝났을 때 평가 받아도 늦지 않습니다. NBA 챔피언이 된다면 댄토니는 NBA 스몰라인업의 혁명가로서 박수를 받을 것이고, 초라한 성적으로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퇴장한다면 고집이 초래한 도박으로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혁명과 도박 사이, 댄토니가 설계한 휴스턴의 미래는 과연 어디로 향할까요? 쉽지 않은 그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는 것도 꽤나 흥미로울 듯 합니다.
- 신동균 피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