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패기, 재기, 광기 그리고 파격미로 점철된 런던 패션 위크 맨즈 컬렉션

런던 패션 위크를 런던 패션 위크로 만드는 요소인 패기, 재기, 광기 그리고 파격미. 이 기준으로 고른 런던 패션 위크 맨즈 2020 F/W 절정의 무대와 룩.

BYESQUIRE2020.02.24
 
 

요즘 런던

 
만화 〈원피스〉의 세계에 입회한 듯했던 런웨이. 타탄체크 같은 스코틀랜드의 전통 요소를 베이스로 스트리트웨어 한 스푼, 디자이너의 시그너처인 퀴어 한 국자를 넣어 의상을 코스튬의 영역까지 밀어붙였다. 엄숙한 알라딘, 드래그 퀸 래퍼, 다 큰 유치원생 등 뒤죽박죽 섞인 군상도 흥미진진한 요소.
 
 
킴 존스의 친구에서 원단 스페셜리스트로 어엿하게 레벨 업한 에드워드 크러칠리의 저력을 보여준 무대. 슈트와 재킷과 코트 위에 익살스러운 프린트, 현란한 패턴을 도배했음에도 전체적인 앙상블이 꽤나 훌륭했다. 또한 모델이 입은 옷의 구성이 비슷하고, 실루엣이 크게 다르지 않아 원단의 호화로움이 더욱 도드라졌다.
 
 
찰스 제프리 러버보이가 만화 속 풍경을 보여주었다면, 아트 스쿨은 관람객을 공포 영화 속으로 끌어들였다. 지난 시즌에 이어 눈동자가 흰자로 뒤덮인 좀비 모델들을 런웨이에 풀어놓았는데, 차이라면 이번 시즌이 더 진지했다는 거다. 블랙, 라이트 그레이, 화이트만 사용하는 등 색을 극도로 제한했고, 모든 모델이 맨발로 등장했으며, 간호사 좀비처럼 하얀 가운을 입은 모델도 있었다. 이 때문인지 몇 벌 등장한 (현실적인) 테일러드 재킷이 더욱 돋보였다.
 
 
베서니 윌리엄스의 매력은 핫한 스트리트웨어를 만드는 감각과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는 따뜻한 시선에서 비롯된다. 이번 시즌엔 노숙 부모와 아이들을 돕는 자선 단체 맥파이 프로젝트(The Magpie Project)와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동복의 패턴과 색감, 소재를 대거 차용했다. 영감의 출발점이 건전해서인지 무대가 밝고 유쾌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샌더 주는 패션 디자이너가 양자역학에 빠지면 어떻게 되는지 무대로 보여주었다. 즉 평행 우주에 서로 다른 내가 있다면 그 둘을 동시에 같은 장소로 소환할 경우 어떻게 될까? 그래서 무대에는 대칭인 듯 대칭 아닌 대칭 같은 옷이 대거 등장했다. 여기에 스트리트웨어와 퓨처리즘을 도킹시켜 지구 표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옷을 만들었다.
 
 
요즘 애들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아이를 업을 때 ‘포대기’라는 신통한 아이템을 사용했다. 디자이너 한현민은 이 아이템을 활용해 슬링백을 만들고 덕지덕지 재단된 코트와 재킷에 매치해 런웨이로 내보냈다. 타이를 엮어 코트를 만들거나 보머 재킷 소매를 잘라 머플러로 만드는 등의 용도 변경이 흥미로웠고, 원단의 라벨을 외부로 노출하고 타이를 뒤집어 매는 등의 재기 발랄한 디테일도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