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본 어게인'에서 1인2역을 맡은 두 배우, 이수혁과 장기용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운명은 꿈꾸는 자들이 개척한 영토다. 이수혁과 장기용은 거기서 만났다.


장기용이 입은 셔츠, 팬츠 모두 질 샌더. 슬리브리스 톱 셀린느. 목걸이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이수혁이 입은 재킷, 팬츠 모두 김서룡.

장기용이 입은 셔츠, 팬츠 모두 질 샌더. 슬리브리스 톱 셀린느. 목걸이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이수혁이 입은 재킷, 팬츠 모두 김서룡.


이수혁의 오늘, 장기용의 내일


슬리브리스 톱, 데님 팬츠 모두 셀린느. 목걸이 블라인드리즌.

슬리브리스 톱, 데님 팬츠 모두 셀린느. 목걸이 블라인드리즌.


이수혁

올해 1월호 〈에스콰이어〉 커버스토리 주인공이었는데 4개월 만에 다시 화보 촬영과 인터뷰를 진행하게 됐어요.
지난 1월호는 좋은 취지로 진행했고 커버였기 때문에 더욱 기분 좋게 촬영했는데, 오늘은 기용이와 함께 출연하는 드라마를 좀 더 알리기 위한 작업이라 다른 의미로 기분 좋게 작업하고 있어요. 〈에스콰이어〉도 늘 고맙습니다.(웃음)
4월 20일에 방영하는 드라마 〈본 어게인〉 촬영이 한창인 것으로 아는데 4년여 만에 출연하는 작품이라 배우로서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도 작품에 대한 갈증이 있었고, 기다리는 팬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만큼 부담감도 없지 않았는데 감독님이나 함께하는 배우들이 워낙 열심히 하고, 현장 분위기가 좋은 편이라 저 역시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2015년에 〈엘르〉 인터뷰로 만났는데 그 이후로 좀 더 경력이 쌓인 만큼 주연으로서 책임감을 더 느낄 것 같아요.
예전에 비하면 부담감이 늘어난 건 사실이에요. 나이도 더 먹었고, 작품 수가 쌓이는 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아무래도 오랜만에 보여주는 작품이라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본 어게인〉에서 1인 2역을 맡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1980년대와 현재를 사는 두 인물을 연기한다고 들었는데 어쩌면 두 작품에서 함께 연기하는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네요.
초반에 1980년대 배경을 촬영했는데 현재 배경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이렇게 말한 거 같아요. 단막극 하나 끝내고 새로운 작품 들어가는 기분이라고. 촬영 장소도 그렇고, 의상이나 소품도 제작진이 잘 준비해줘서 80년대 느낌이 살아나는 거 같았어요. 그 시절에 쓰던 전자 기기부터 80년대 스타일의 의상까지 제대로 갖춰 입은 덕분에 정말 80년대에 잠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고, 그래서 재미있었어요. 그렇게 다들 한 달 가까이 과거 배경으로 촬영하다가 현재 모습으로 나타나니까 새로운 기분도 들었고. 아무튼 두 캐릭터 간에 큰 차이가 있는데 작가님이 서로 다른 대사 톤도 잘 잡아주셔서 그 차이를 잘 보여줄 수 있을 거 같아요.
차형빈과 김수혁은 각각 형사와 검사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이라 들었는데, 시대 배경을 비롯한 차이가 두 인물을 함께 연기하는 데에서 중요한 단서가 될 거 같아요.
둘 다 극단적인 친구들이긴 해요. 일단 과거의 인물인 차형빈은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가 순수해요. 그래서 범죄자를 대할 때도 일단 회유시키고, 최대한 보듬으려 노력하죠. 이 사람이 왜 그랬는지 생각하며 수사하는 타입이에요. 반대로 김수혁은 범죄자를 경멸하고 그 존재 자체를 지워도 무방하다고 느끼는 인물이고요. 그런 극단성에 공감하려고 하면서 잘 표현해보려 노력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더 공감되는 인물이 있나요?
둘 다 너무 끝과 끝에 있는 인물이라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가 어려워요. 둘에 비하면 내가 훨씬 평범한 인생을 사는 거 같기도 하고.
이수혁 씨가 평범하다는 말은 좀 와닿지 않는데….(웃음)
평범하지 않은 직업을 가진 사람일 뿐이지 평소의 나는 그리 특별한 삶을 사는 게 아니니까. 그냥 집에만 있을 때도 많고.
모델과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만큼 화려한 삶을 살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런 얘기를 들으면 본인의 삶과 괴리가 있다고 느낄 때도 있나요?
아무래도 어린 나이에 모델로 데뷔했고 배우로서 살아가는 입장이니까 특이해 보일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마냥 평범한 사람이라는 얘기도 아니고. 다만 생각보다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직업을 제외하면 또래 남자들과 별다를 게 없는 사람이니까. 어쩌면 대중과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미지라 어렵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최근에는 예능에도 출연하면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올해 1월부터 〈끼리끼리〉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데, 사실 좀 의외의 선택이라 생각했어요.
저도 매주 놀라고 있어요. ‘정말 이렇게까지 한다고?’ 이러면서.(웃음) 사실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건 좋아해요. 〈무한도전〉도 전부 다 봤고. 다만 보는 게 좋은 것이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섭외가 들어와서 처음에는 좀 놀랐어요. 게다가 출연자들이 워낙 핫한 분들이라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제작진을 만났고, 도전해봐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예능에 출연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 자신감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런 본인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고 하길래 믿고 해보기로 했죠. 그런데 아직까진 놀라고 있어요.(웃음)
어쩌면 스스로 자신의 더 생소한 모습을 보게 되는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평소에 하던 일이 아니니까. 갑자기 찜질방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 앉아 있고, 심지어 이마로 계란을 깨고 있고. ‘이걸 정말 깬다고?’ 이런 생각을 하다가 옆에서 다들 너무 자연스럽게 깨는 걸 보니까 저도 그렇게 되더라고요.(웃음) 아무튼 웃음을 드리기 위해 선택한 이상 열심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막 웃기려고 오버하는 것보단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예능이라는 포맷 안에서도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일단 열심히 하고 있어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을지 몰라요. 어쩌면 그만큼의 여유가 생긴 게 아닐까요?
사실 배우는 연기를 위해 자신을 좀 더 숨겨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시대가 많이 변했고, 좀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배우로서 좋은 일이 된 거 같아요. 오히려 그로 인해 작품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도 생기는 거 같고. 한정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만 보여주기보단 캐릭터가 아닌 나 자신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할 수 있는 역할도 보다 넓어질 거란 기대감도 있고요. 아마 몇 년 전이라면 두려움이 더 커서 이런 생각은 못 했을 텐데 타이밍이 잘 맞은 거 같아요.
무엇이 두려웠어요?
대중 앞에 나를 더 드러낸다는 것이 좋은 기회가 아니라 두려운 일이라 느꼈어요. 그런 면에서는 예전에 비해 더 여유가 생긴 건 확실하네요. 물론 그런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내일모레 〈끼리끼리〉 촬영을 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두렵네요.(웃음)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열심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조금은 낯선 거지.
‘운명’이라는 단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실제로 운명이라는 게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본 어게인〉을 찍게 돼서 그 단어가 좀 더 좋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거 같아요. 아무래도 운명적인 관계를 그린 작품이다 보니 내게 이런 운명적인 만남이 생긴다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 내가 지금 이런 일을 하는 것도 어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우연도 지나고 보면 필연처럼 느껴지는 법인데 배우로 살아오는 과정에서도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 있었을 거 같아요. 그리고 오래전부터 꿈꿔온 일을 하는 만큼 이 일이 운명적으로 다가오는 순간도 있지 않았을까요?
가끔 신기할 때가 있긴 해요. 어릴 때부터 꿈꿨던 일을 실제로 하고 있는 거니까. 게다가 지금처럼 오랜만에 작품을 하게 된 상황에서는 어느 때보다 행복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다만 과거에는 지금보다 마음이 조급해서 빠르게 뛰어가야 할 거 같았는데 지금은 차근차근 이 일을 지속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 거 같아요. 실제로 어디까지 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더 멀리 온 셈이니까 어찌 됐건 목표에는 좀 더 가까이 와 있는 것이기도 하고. 확실히 여유가 생긴 거 같아요.
〈본 어게인〉을 촬영하며 1980년대를 되짚어보기도 했는데 혹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경험해보고 싶은 시대가 있나요?
지금은 그런 생각을 잘 하지 않지만 어릴 때는 내가 1980년대 초반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곤 했어요. 당시는 전 세계적으로 음악을 비롯한 문화가 엄청나게 발전하던 시기잖아요. 어릴 때부터 패션, 음악, 문화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그 시기에 살고 있었다면 제가 뭘 했을지 궁금해요.
음악에 대한 관심이 상당한가 봐요.
집에서 하는 일이라는 게 거의 넷플릭스나 영화 보고 음악 듣거나 뮤직비디오 보는 건데, 음악 듣는 걸 정말 좋아해요. 직접 하진 못해도 굉장히 좋아하는 분야인 셈이랄까.
음악을 배워보고 싶지는 않았나요?
다 시도해봤는데 그냥 연기를 하는 게 낫겠더라고요.(웃음) 직접 하는 건 확실히 아닌 거 같아요. 그야말로 지나친 욕심이지.
그렇다면 작품 속에서 뮤지션 캐릭터를 연기해봐도 좋겠네요.
기회가 온다면 당연히 해보고 싶어요.
코엔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 같은 영화가 생각나는데.
코엔 형제 영화라면, 그냥 지나가는 역할이라도 좋겠어요.(웃음)
장기용 씨가 오래전에 했던 인터뷰에서 이수혁 씨의 런웨이 영상을 보고 모델이 되길 꿈꿨다고 말한 바 있어요. 누군가가 어떤 꿈을 갖게 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됐다는 사실은 어떤 식으로든 기분 좋은 일 아닐까요?
굉장히 오래전에 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너무 고마운 말이지. 물론 지금은 다른 분을 통해 그런 자극을 얻지 않을까?(웃음) 아무튼 나 역시 누군가를 보면서 꿈꿨던 시절이 있었고, 어떤 선택을 할 때도 그런 지향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누군가 저를 보고 뭔가를 느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좋은 선택을 하고 싶어요. 어쨌든 당연히 기분 좋은 일이지만 지금은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아닐 거 같아서 이런 얘기를 듣는 게 조금 민망하기도 하네요.(웃음)
혹시 롤 모델까진 아니라도 이 일을 하는 데에서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 있을까요?
너무 많아서 한 사람을 꼽기가 어려워요. 그분들이 인터뷰를 보실 것 같기도 하고.(웃음) 예전에는 좋아하는 취향이 확고했고, 나는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정의를 내리고 세상을 대했는데 요즘은 좀 더 마음이 열린 거 같어요. 아무튼 배울 점이 느껴지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한 사람을 꼽기는 어려워요.
지난 〈에스콰이어〉 인터뷰에서 마틴 스코세이지의 〈아이리시맨〉을 언급한 걸 보고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잖아요.
일단 영화 보는 걸 워낙 좋아해요. 어릴 때는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 그 영화의 감독이 찍은 영화를 찾아보곤 했는데 마틴 스코세이지는 워낙 대단한 거장이잖아요. 심지어 1942년생이라는데 그런 분이 넷플릭스라는 최신 플랫폼과 작업하고 동시대의 흐름에 맞아떨어지는 생각을 한다는 게 멋있었어요. 요즘 사람들은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안 보는 경향이 있는데, 자기 영화도 보다가 끄고 다음에 다시 봐도 좋다고 말한 인터뷰를 보고 나니까 영화가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그리고 〈아이리시맨〉을 보고 나서 마음의 여유가 좀 더 생겨났어요. 20대에는 배우로서 빨리 완성도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청춘스타까진 아니어도 괜찮은 젊은 배우로 인정받고 싶었고. 그런데 〈아이리시맨〉을 보니까 저런 나이에도 멋진 연기를 할 수 있으니 조급한 마음을 먹고 순간을 위한 선택을 하기보단 목표 지점을 향해 꾸준히 가면 제게도 좋은 배우라 불릴 날이 오지 않을까 싶었어요.
〈아이리시맨〉을 아버지에게 추천해줬다던데, 과거 인터뷰에서도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해 언급하곤 했어요. 어쩌면 인생의 롤 모델은 아버지일지도 모르겠네요.
닮고 싶은 점이 많아요. 어릴 때부터 친구처럼 대해주셔서 다른 친구들도 부러워했거든요. 언젠가 아이가 생긴다면 친구 같은 관계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든 분이기도 하고, 덕분에 가족을 대하는 태도도 잘 알게 됐어요.
작년에 유하 감독의 〈파이프라인〉 촬영을 마쳤어요. 2013년에 개봉한 〈무서운 이야기 2〉 이후 오랜만의 영화라 기대감이 상당했을 거 같네요.
영화를 너무 좋아하는 만큼 기분 좋은 일이었어요. 게다가 유하 감독님과 작업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고요.
〈고교처세왕〉 이후 6년 만에 서인국 씨와 재회한 작품이기도 하잖아요. 평소에 알고 지내는 사이라 해도 작품으로 다시 만났을 때 느낌이 남달랐을 거 같아요.
〈고교처세왕〉 때 인국이 형이 정말 모든 사람을 다 챙겼어요. 그만큼 느낌이 좋았고 그 이후로 계속 연락하고 지냈는데 현장에서 다시 만나니까 둘 다 성장한 느낌이라 좋았어요. 여전히 착하고 잘하더라고요. 그만큼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느껴졌고.
함께 작품을 했던 배우를 다시 만나면 오히려 자신의 현재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경우도 생길 거 같아요.
실제로 그랬어요. 심지어 〈고교처세왕〉을 다시 찾아보기도 했고. 서로 주고받는 대사가 많아서 예전에 함께했던 작품을 찾아보면 도움이 될 거 같았어요. 그리고 만나서 얘기도 많이 했고. 그 과정에서 서로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형은 여전히 잘하고 있구나, 나도 잘해야겠다’ 이런 느낌.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잘 보는 편인가요?
지금은 잘 보는데 예전에는 못 봤어요. 그런데 한 선배님이 자기 작품을 자기가 못 보면 누가 보냐고 하는데, 맞는 말이더라고요. 내 부족함이 보여서 못 본다고 하면 남들이 그런 내 연기를 봐줄 이유가 없는 거니까. 그때부터 보지 못했던 것들도 다시 보고, 장단점을 찾으려 노력했어요. 물론 여전히 오그라들긴 하지만.(웃음)
요즘 배우들이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목소리가 정말 좋아요. 내레이션 제안을 받아본 적 없나요?
하고 싶어요. 평소에 다큐멘터리도 많이 보니까 내 목소리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정말 좋을 거 같아요. 그런데 쉬운 일은 아닐 거 같아요. 예전에 미술 전시회 도슨트 녹음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그것도 많은 훈련과 경험이 필요한 일인 거 같아요.
2015년 인터뷰 당시 서른을 앞둔 나이라 30대가 되면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 것 같으냐고 물었을 때 좀 더 여유가 생겼을 거 같다고 답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실제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서 자연스럽게 그리 된 걸까요? 아니면 특별한 계기라도?
둘 다인 거 같아요. 나이도 들었고, 예능도 하게 됐고. 바지 한번 벗고 나니까 못할 게 없더라고요.(웃음) 사실 20대에는 그 순간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니까 그때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했어요. 지금은 예전에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해보니까 이런 것까지 좋아해준다는 걸 알게 됐고, 그만큼 스스로 어떤 제약을 두기보단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서 좋은 인생을 산다면 좋게 봐준다는 걸 알게 됐어요. 결국 팬들도 함께 성장하는 거니까. 그만큼 하나하나 잘해보려 해요.
나이가 들어가는 것도 좋은 일처럼 느껴지나요?
꼭 그렇지는 않은데,(웃음) 나이가 들고 보니까 조금 여유가 생기긴 해요. 물론 아직도 어린 나이라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이가 좀 더 들어보면 그만큼 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그러길 기대해요.


셔츠, 목걸이 모두 아워 레가시 by 비이커. 데님 쇼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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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퀸 폴로셔츠, 스웨이드 팬츠, 부츠, 목걸이, 벨트, 팔찌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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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혁이 입은 실크 셔츠, 티셔츠, 목걸이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장기용이 입은 슬리브리스 톱 셀린느. 데님 팬츠 리바이스.

수혁이 입은 실크 셔츠, 티셔츠, 목걸이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장기용이 입은 슬리브리스 톱 셀린느. 데님 팬츠 리바이스.


슬리브리스 톱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데님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목걸이 칸티크 1/4.

슬리브리스 톱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데님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목걸이 칸티크 1/4.


장기용

지난 3년 동안 경력을 타이트하게 이어오고 있어요.
주변에서도 쉬지 않고 작품을 한다고 하는데 정작 저는 작품 중간마다 충분히 쉬고 있다고 생각해서 조금 의아했어요. 아무튼 전 일할 때가 마음이 편해요. 지금은 계속해야 하는 단계이고, 작품을 수십 편 한 게 아닌 이상 쉬지 않고 작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작품이 타이밍에 맞게 딱딱 들어온 덕분이기도 하고. 결론은 일하는 게 좋아요, 지금은.
쉴 때는 주로 무엇을 하나요?
딱히 하는 건 없어요. 그냥 〈무한도전〉을 몰아서 보거나 보지 못한 영화를 보든지, 자주 가지 못한 산에 오르거나 한강에서 걷거나 조깅하기? 아니면 서울에 있는 울산 친구들 만나서 맥주 한잔하며 대화하고 서로 고민 들어주는 정도인 거 같아요.
오래된 친구들은 이렇게 유명해진 친구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처음 TV에 나올 때는 다들 못 보겠다고 하던데요? 아무래도 친구들이 낯간지러운 걸 잘 못 참는 편이라서. 지금은 그래도 조금씩 봐주는 친구가 한두 명은 있는 거 같아요. 바빠서 자주 연락은 못 하지만 가끔 생각날 때마다 안부를 묻는데 학창 시절부터 알고 지냈으니까 오랜만에 봐도 어색하진 않아요. 그리고 같이 급식 먹던 애들이 결혼도 하고 육아 얘기도 하고 그럴 때 좀 웃기기도 하고. 아무튼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한 친구들이니까.
〈이리와 안아줘〉로 백상예술대상 신인남우상을 받았고, 그전에 MBC 연기대상에서 우수연기상을 받았어요. 첫 주연작인 만큼 인정받는 기분을 느끼진 않았나요?
첫 주연작인데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고생했다는 의미가 첫 번째라면, 다음 작품도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주는 상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무튼 정말 기분 좋은 일이죠. 솔직히 백상예술대상을 받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을 못 했어요. 그래서 얼떨떨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이 상을 받으면서 내가 조금은 성장했다는 걸 느꼈고, 이 상에 부끄럽지 않게 다음 작품은 더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어요.
과거 인터뷰에서 이수혁 씨의 런웨이 영상을 보며 모델을 꿈꿨다고 했는데 이수혁 씨와 함께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네요.
아마 19살쯤 수혁이 형이 나온 패션쇼 영상과 〈세븐모델즈〉라는 프로그램을 계속 봤어요. 모델이라는 직업이 제게 주는 희열을 느꼈고, 이걸 해야 하는 운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너무 어렵게 부모님을 설득하고 울산에서 올라왔어요. 그만큼 수혁이 형은 제게 너무 대선배님이자 존경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한 작품에서 만났다는 건 제 입장에서는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에요. 시간이 지난 만큼 저도 성장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일이니까. 같이 촬영하면서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사람과 한 공간에서 배우로서 호흡하고 있으니 제겐 특별한 의미가 있죠.
모델이 되기 위해 울산에서 서울로 혼자 올라왔다는 건데, 지나고 나니 간단히 말할 수 있는 일이지, 당시에는 큰 결심이었을 거예요.
만만한 일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어렵게 여기진 않았어요. 쉽게 봤다는 게 아니라 그냥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결과를 떠나서 정말 즐길 수 있을 거 같았고요.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 이 일을 한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돈은 뒤따라오는 거라 생각했죠. 실제로 멋진 옷을 입고, 워킹도 하고, 카메라 앞에서 포즈도 취하며 사람들 앞에 서 있는 게 정말 좋았어요. 그렇게 최선을 다하며 작은 기회라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고, 모델로 일하면서 뮤직비디오 출연 기회가 왔고, 드라마 오디션 기회가 왔고, 결국 주연을 맡게 될 기회까지 왔어요. 작은 기회도 대충 넘기지 않고 최선을 다했고, 지금 〈본 어게인〉도 열심히 촬영하고 있어요.
〈본 어게인〉에서 1인 2역을 맡았어요. 1980년대를 사는 공지철과 현재에 사는 천종범을 연기하는 것으로 아는데 하나의 작품에서 두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처음인 만큼 이번 작품 자체가 새로운 도전처럼 느껴질 거 같아요.
1인 2역은 처음이라 그만큼 큰 도전이긴 한데, 저는 매 작품마다 새로운 걸 도전하고 싶어요. 전에 했던 작품과 또 다른 캐릭터를 만나고, 지금껏 해보지 못했던 걸 해보는 게 좋아요. 예를 들면 〈고백부부〉에서는 대학생이었고 〈나의 아저씨〉에서는 사채업자였으니까 완전 극과 극의 캐릭터였어요. 그런 극과 극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색다른 의미를 입히는 재미가 있어요.
그렇다면 〈본 어게인〉에서는 한 작품에서 상반된 캐릭터를 함께 연기하는 셈이라 그런 재미를 더 크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맞아요. 그 전에는 전작과 차기작의 흐름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재미를 한 작품에서 느껴요. 반면 좀 더 예민해지는 거 같고 고민도 더 깊어지는 거 같은데,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걸 해내는 부분인 만큼 이 역시 배우로서 짊어져야 할 숙제이고, 하루하루 촬영하다 보면 충분히 해볼 만한 고민 같아요.
혹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나요?
없어요. 다 떠나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물론 믿기 나름이겠지만 환생이라는 건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어요.
이수혁 씨를 통해 모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처럼 장기용 씨도 누군가가 모델이나 배우를 꿈꾸게 만드는 동기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정말 기분 좋은 일일 거예요. 수혁이 형도 기분 좋을 거 같고. 아마 형도 모델로서 열심히 해왔을 텐데, 그런 자신을 동경한 후배가 있다면 지금까지 해온 일이 의미 있게 느껴질 테니까. 그래서 저도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밥 사라고 말하겠지.(웃음)
모델이나 배우는 많은 주목을 받는 직업인 만큼 일찍이 그런 시선을 즐긴다는 것을 알고 이런 직업을 선택하고 싶었던 걸까요?
그건 아니에요. 어렸을 때 저는 내성적이고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었어요.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 자체가 무서웠고. 그런데 고1 때 학교 축제에서 노래할 기회가 생겼는데 희한하게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용기를 냈고 기분 좋은 긴장감을 느꼈어요.
그 이후로 모델이나 배우의 삶을 꿈꾼 건가요?
그때부터 진로를 정한 건 아니었는데, 왜 긴장감이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긴 한 거 같아요. 게다가 부모님이 연예인이 되는 걸 반대하셨는데, 서울에 가고 싶다고 하니까 아버지가 한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서울 가면 저보다 키도 크고, 얼굴도 작고, 피부가 하얗고 매력적인 애들이 많을 텐데 거기 가서 뭘 하겠느냐고. 그럼에도 용기를 냈어요. 그만큼 저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잘될 거란 확신은 없었지만 재미있을 거란 기대 하나를 믿고 올라온 거죠.
결과적으로는 아버지 보란 듯이 잘된 셈인데.
그런데 제가 서울에서 혼자 지낼 수 있는 힘은 울산에서 응원해주시는 부모님 덕분이기도 해요. 절 보며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면 더 힘이 나요. 아무튼 이제 제가 이쪽에 재능이나 끼가 있다는 걸 진즉 알았다면 좀 더 빨리 서울로 올려 보냈을 거라고, 그랬다면 더 잘하고 있지 않겠느냐고, 이런 얘기를 하시니까 제 입장에서는 재미있기도 하고. 아무튼 지금은 너무 대견해하시고 좋아하세요. 저도 부모님이 행복해하시니까 더 힘이 나는 거 같고.
드라마 OST에 참여해서 직접 노래를 한 적도 있고, 과거에 〈힙합의 민족 2〉에 출연해 랩 실력을 뽐낸 적도 있어요. 가수가 되고 싶은 생각은?
안 해봤어요. 가수가 되고 싶다기보단 공연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해봤어요. 고1 때 처음 느낀 것처럼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게 좋았고, 지금도 똑같이 느껴져요. 그래서 여유가 되면 소극장을 빌려서 팬을 모아 공연하거나 홍대에 가서 버스킹 같은 걸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공연을 하려면 이름을 건 앨범이 있어야 할 수도 있으니 그때 되면 앨범 작업을 할 수도 있겠네요. 다만 가수가 되고 싶은 건 아니고, 공연을 하기 위해서. 나중에 여건이 되고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면 같이 해보고 싶어요.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좋아해〉에서 드럼 연주 실력을 뽐낸 바 있는데.
작품 때문에 배우게 된 거였어요. 손발이 따로 놀아야 되는데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금방 감을 잡은 거 같아요. 그래서 작품에 필요한 기본 비트나 있어 보이는 느낌만 빨리 익혀서 연기한 거예요. 그 이후로 계속 배워볼까 했는데 작품을 계속하다 보니 상황이 여의치 않았어요.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오겠다는 결심을 하지 못했다면 지금 이 시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네요. 혹시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나요?
딱히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없어요. 어릴 때부터 하고자 하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바로바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었어요. 반대로 관심이나 흥미가 없는 일은 쳐다보지도 않았고요. 그럼에도 울산에서 올라오지 않았다고 상상해보자면, 뭘 했을까? 개인적으로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은 있는데, 그냥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상상해본 적 있어요. 최소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일을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일에 흥미가 있나 봐요.
그런 거 같아요. 가만히 앉아서 뭔가를 쓰는 일은 못 할 거 같아요. 계속 움직이면서 사람을 만나고 교류하고 소통하는 일이 체질에 맞아요.
모델이 되고자 서울로 올라왔을 때는 열망이 컸던 만큼 성취의 희열이 더 크게 다가왔을 거 같아요. 그런데 배우가 되는 과정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도전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처음에는 드라마 오디션을 보러 가는 곳마다 다 떨어졌는데 오디션장 특유의 냉랭한 공기와 감독님의 눈빛을 보면서 대사하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웠어요. 아무래도 연기를 공부한 게 아니기도 했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사하고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해본 적도 없었으니까. 그러면서 오기가 생겼죠. 제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인데 이런 시절도 있어야 나중에 잘되는 거라고 계속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했어요.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오히려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자 노력했죠. 사실 모델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처음부터 모델로서 잘된 게 아니었어요. 선배님들은 하루에 12개씩 쇼를 하면서 계속 다음 쇼를 준비하기 위해 뛰어다니는데 저는 하루에 하나밖에 없어서 쇼가 끝나면 집에 가는 입장이라 바쁘게 움직이며 다음 쇼 준비하는 형들이 너무 부러웠어요. 나도 화장실 가서 머리 감고 다음 쇼 준비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그럴 때일수록 부정적인 생각을 떨치려 했어요. 지금은 한두 개지만 다음 시즌에는 세네 개, 다음에는 여섯 개, 열 개…. 이런 생각을 많이 했고 결과적으로 그게 많은 도움이 된 거 같아요.
이젠 현장 분위기가 웬만큼 익숙해졌을 텐데,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는 어땠어요?
처음에는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 나고,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어요. 귀에서 ‘삐’ 소리가 나는 것 같았거든요. 지금은 많이 적응했지만 여전히 긴장되는 부분이 있고 설렘도 있는 거 같아요. 연기는 하면 할수록 더 어렵기도 하고. 그래도 옛날보다는 편해졌고, 감독님이나 작가님이 믿어주는 만큼 최선을 다해 보여주면 된다는 걸 아니까 최대한 집중하려 노력해요.
주연배우로서 경력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점점 더 많은 책임감을 느낄 거 같아요.
아무래도 주연으로서 짊어져야 할 무게가 있는 거 같아요. 그런데 거기에 초점을 맞춰서 생각하진 않으려고 해요. 어차피 저 혼자 하는 게 아니고, 감독님이나 작가님, 선배님을 비롯한 동료 배우들이 다 함께 만드는 거니까 현장에서 호흡을 잘 맞추고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함께 대화하며 풀어나가면 돼요.
고민이나 스트레스가 있으면 혼자 삭이는 편인가요? 아니면 누군가와 상의하는 편인가요?
개인적인 고민은 혼자서 잘 풀어보려고 노력해요. 걷는 걸 좋아해 한강에 나가서 음악 들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걸으면 나름대로 잘 풀리는 거 같기도 하고요. 반면 배우로서 작품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는 바로 감독님을 찾아가요. 작가님에게 전화를 하기도 하고.
예전 인터뷰에서 30대 중반에는 한 해에 영화 세 편씩 찍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나요?
나름 잘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아주 천천히 순항하는 배처럼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작년에 〈럭키〉를 연출한 이계벽 감독의 신작 영화 〈새콤달콤〉 촬영을 마친 것으로 알아요. 〈나쁜 녀석들: 더 무비〉(이하 〈나쁜 녀석들〉)에 이어서 두 번째 주연 영화죠. 배우로서 영화에 대한 로망이 있는 거 같은데 나름의 기대나 욕심이 있을 거 같아요.
일단 〈나쁜 녀석들〉은 너무 소중한 기회가 온 것만으로도 고마운 작품이었어요. 그리고 눈앞에 김상중, 마동석, 김아중 선배가 있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는데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으니까 더욱 신기한 경험이었죠. 아무튼 첫 영화인 만큼 너무 잘 해내고 싶었어요. 선배님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고, 저 자신에게도 부끄럽지 않고 싶었어요. 그래서 최선을 다했지만 냉정하게 보자면 아쉬운 부분도 많았어요. 그런데 선배님들 입장에서는 열심히 하는 모습이 예뻐 보였나 보더라고요. 그래서 촬영 끝나고도 가끔씩 안부 문자나 전화를 드리면 되게 반가워하셨어요. 그래서 〈새콤달콤〉을 찍으면서 그때 생각이 들었죠. 좋은 선배님들이 울타리가 돼주신 덕분에 편안하게 연기했고 그렇게 다음 영화에서 잘할 수 있는 자신감까지 얻은 거 같았어요. 그만큼 다음 영화에서는 더 잘하고 싶었는데 그때 이계벽 감독님이 새로운 영화를 하신다고 그래서 미팅을 하게 됐어요. 제가 〈럭키〉를 너무 재미있게 봤는데 미팅까지 하고 나니 같이 하면 너무 좋을 거 같았죠. 시나리오도 너무 신선했고, 처음 해보는 캐릭터라 설렘도 있었고. 그래서 도전하고 싶은 열정도 생겨서 촬영하게 됐는데 두 번째라 그런지 확실히 처음보다는 편안했어요. 긴장도 덜했고. 아무튼 영화가 개봉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빨리 보고 싶네요.
자신의 연기를 잘 보는 편인가요?
옛날에는 못 봤는데 〈고백부부〉 때부터 조금씩 보기 시작했어요. 지금 내가 어떻게 나오는지, 어떻게 하는지 알아야 힘을 주는 게 맞는지, 빼는 게 맞는지 알 수 있으니까.
배우로서 좀 더 프로가 됐다고 할 수 있겠네요.
준프로 정도는 된 거 같아요.(웃음)
2015년에 이수혁 씨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수혁 씨 나이가 29세였어요.
아, 지금 내 나이와 같다.
그래서 그때 이수혁 씨한테 한 질문을 장기용 씨한테도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30대가 되면 자신이 어떤 사람이길 바라는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궁금해요.
거창한 거 없어요. 지금과 큰 차이는 없을 거 같아요. 늘 그렇듯 배우로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고민하고, 작품을 하면 할수록 걱정과 설렘도 계속되겠죠. 그런데 이것도 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일일 테니까. 그렇게 배우로서 열심히 살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결혼을 생각해볼 나이니까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열심히 살아가게 될 거 같고요. 그렇게 제가 해야 할 것만 소소하게 잘 해내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배우로서, 그리고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둘 다 열심히 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멋진 사람이 된다는 거, 별거 없는 거 같아요. 배우로서, 아버지로서 임무를 열심히 해내면서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자상하게 가족을 잘 챙겨주며 살고 싶어요.
배우로서의 운명은 확실히 받아들인 거 같네요.
뭐, 끼워 맞추자면?(웃음) 배우로서의 삶을 생각하고 있으니까 틀린 말은 아니겠죠.


스웨트셔츠, 목걸이 모두 이자벨마랑 옴므. 티셔츠, 데님 쇼츠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니커즈 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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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업 재킷, 셔츠, 이너 톱, 팬츠 모두 셀린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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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꿈꾸는 자들이 개척한 영토다. 이수혁과 장기용은 거기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