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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의 배우 한예리를 만나다

춤을 얼마나 잘 추었는지를 보여주는 객관적인 지표를 묻자 한예리는 난색을 표하면서도 무용으로 1등을 휩쓴 기록과 콩쿠르 입상 실적을 조곤조곤 읊었다. 그러나 가장 선명한 지표는 지금 한예리라는 배우다.

BYESQUIRE2020.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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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현실 은희는 처음 봐요.
저도 신기해요. 한예리 씨가 연기한 캐릭터 중 김은희라는 이름이 최근 종영한 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까지 합치면 벌써 세 번째인거죠?
맞아요. 김종관 감독 영화 〈최악의 하루〉(2016), 〈더 테이블〉(2017)에서도 김은희로 나왔어요. 은희라는 역할을 맡을 때마다 남자와 많이 엮이더라고요.(웃음)
 
슬리브리스 원피스 문선. 링, 이어링, 암 커프 모두 앙스모멍.

슬리브리스 원피스 문선. 링, 이어링, 암 커프 모두 앙스모멍.

 
현실 은희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3남매 중 둘째인 은희를 연기했어요. 실제 본인의 형제 관계도 3남매라고요?
재밌는 게 원미경 엄마(극 중 엄마 역인 원미경 배우를 두고 한예리는 ‘원미경 엄마’, ‘엄마’라고 불렀다)도 실제로 딸 둘에 아들 하나, 3남매를 두셨거든요. 엄마가 그러더라고요. “애들한테 많이 미안해. 애들 마음이 이럴 수도 있겠다는 걸 이번 드라마 찍으면서 알았어. 이제는 애들한테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많이 얘기해.” 그 마음을 저도 알겠더라고요. 가족이기에 잘 알 것 같지만 가족이기에 더 잘 모르는 것들이 있잖아요. 저도 이번 대본 읽으면서 각자의 입장이라는 게 이렇게 차이가 있구나 싶었어요. 저는 특히 막내랑 나이 차이가 좀 나서 막내 속을 잘 모르겠다 싶을 때가 있거든요.
실제로는 3남매 중 첫째라고 들었어요.
남동생인 막내와는 다섯 살, 여동생인 둘째와는 두 살 차이 나요. 둘째와는 먹는 거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 코드가 잘 맞는데 막내에게 저는 마냥 편한 누나는 아닌 것 같아요. 얘가 요즘 무슨 생각을 하나 궁금할 때가 많아요. 혹시 힘들진 않은지, 용돈이 필요하지는 않은지, 그럴 땐 둘째한테 “네가 가서 얘기 좀 해봐” 하고 찔러요.
왜 직접 말하지 않고요?
큰누나라고 어렵고 불편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둘째가 저보다 더 어른스럽거든요. 둘째가 훨씬 지혜로워서 저도 의지하는 부분이 많아요. 극 중 제가 연기한 둘째 은희처럼 불협화음을 없애거나 괜찮게 만들려고 애쓰는 부분이 우리 둘째에게도 분명 있거든요. 그렇게 노력하기에 유지되는 것들이 있다는 걸 이번 기회에 알게 됐어요. 그 친구가 얼마나 힘들까 생각해요.
극 중 첫째인 은주처럼 차갑고 냉정한 언니는 아닌 것 같네요.
냉정하지는 못해서, 제가.(웃음)
 
 
슬리브리스 톱 모노하. 버뮤다 팬츠 유돈초이. 링 앙스모멍. 이어 커프 페르테.

슬리브리스 톱 모노하. 버뮤다 팬츠 유돈초이. 링 앙스모멍. 이어 커프 페르테.

 
롱 드레스 잉크. 샌들힐 발리.

롱 드레스 잉크. 샌들힐 발리.

 
자식으로는 어떤 딸이에요?
그러게요. 생각해보면 부모님께 무뚝뚝한 첫째 같아요. 대외적인 모습과 다르게 집에서는 말을 잘 안 하고 과묵한 편이거든요.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이상하게 집안의 첫째는 관심을 많이 받잖아요. 부모님도 부모가 되는 건 첫째로 인해 처음 겪는 일일 테니까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고 그러면서 첫째에게 쏟게 되는 관심이 있죠. 저희 부모님도 그런 것 같아요. 제가 무슨 얘기를 하면 둘째, 셋째가 얘기했을 때보다 훨씬 더 안절부절, 큰일이 난 것처럼 여기실 때가 있어서 ‘나 힘들어. 이런 일이 있었고 어쩌고저쩌고’ 이런 얘기를 잘 못하겠는 부분이 있어요. 아마 첫째들은 많이 공감할 것 같은데, 그래서 부모님께는 내 얘기를 더 안 하게 돼요. 제 일에 저보다 더 많이 슬퍼하고 아파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어떻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럼 하고 싶은 말은 속으로 삼키고 마나요?
그래서 친구가 많죠. 친구들이 많이 들어주고 풀어주는 편이에요. 제 여동생도 친구 같고요. 여동생은 실제로 제 친구들이랑도 많이 놀거든요. 자연스레 첫째가 끌어안고 가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어쨌든 첫째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각자 자신이 해내는 부분이 있다는 걸 이번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되어서 좋았어요.
이번 작품에서 함께한 배우들에게서 보고 배운 점이 있다면요?
자현 언니(극 중 맏딸 은주 역의 추자현)가 13부 찍을 때쯤 전화한 적이 있어요. “너 지금 잘하고 있어. 지금이 힘들고 어렵고 지칠 때인 거 알아. 여태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많이 힘들겠지만 흔들리면 안 돼”라고 말해줬어요. 그때가 딱 그런 타이밍이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 알고 얘기해주는 걸까, 위로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 언니가 나를 오랫동안 쭉 지켜봐줬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너무 감사한 거예요. 언니는 재하(극 중 막내 지우 역의 신재하)에게도 “재하야, 넌 잘될 거야” 이런 얘기를 늘 서슴없이 해주거든요. 저는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잘 못해준 것 같은데 언니가 주는 긍정적 에너지가 너무 좋더라고요. 받은 에너지를 저도 누군가에게 꼭 전해줘야겠다 싶었어요.  
한예리 씨의 어떤 모습을 보았길래 ‘많이 힘들겠지만 흔들리면 안 된다’고 얘기해준 걸까요?
언니가 그러더라고요. 주인공이 원래 어렵다고. ‘네가 해보니까 알겠지만, 사람들은 주인공이니까 알아서 잘 하겠지, 주인공은 여러 사람이 봐주니까 괜찮겠지 생각하지만 주인공은 진짜 외로운 싸움을 하는 거라고.’ 정말 그렇거든요. 제가 맡은 은희 역은 주인공이면서도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사람이라서 계속 고군분투하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그러면서도 일을 벌이는 입장에 놓일 때가 많아요. 연기하다 보면 지칠 수도 있다는 걸 언니는 알고 있었던 거겠죠. 언니는 내가 외로운 걸 알고 있구나. 나도 혹시 누군가 주인공이 되었을 때 ‘쟤는 주인공 하니까 좋겠지’ 이런 생각 말고 그 친구가 얼마나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야겠다, 그걸 언니를 통해 알았어요.
 
* 한예리 화보와 인터뷰 풀버전은 에스콰이어 8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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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김은희
  • FREELANCE EDITOR 최자영
  • PHOTOGRAPHER 윤송이
  • STYLING 박세준
  • HAIR 이민이
  • MAKEUP 조해영
  • ASSISTNAT 윤승현
  • DIGITAL DESIGNER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