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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워치 42년. 10년 후, 20년 후가 더 기대되는 이유
에르메스 시계엔 고유한 언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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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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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워치는 확실히 다른 브랜드의 시계와 다르다. 오트 올로제리의 세계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때론 유머러스하거나 위트가 넘치는 지점이 분명 에르메스엔 있다. 시계 광고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은 현대적 건축물 사이를 떠다니고, 또 다른 사람은 그림자 속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나타난다. 독특한 개성은 시계 디자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시계 H 아워는 에르메스를 상징하는 H 형태 케이스 안에 네모난 다이얼이 있고, 표면은 거울 같은 반사광을 내뿜는다. 반대로 까레 아쉬는 정사각형 케이스 안에 동그란 다이얼을 얹어 나침반과 추를 떠올리게 한다. 또 케이프 코드 그랑 아워는 불규칙적인 인덱스 배치로 특정한 시간대가 빠르게 혹은 느리게 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에르메스는 이런 독창적인 시계로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를 네 번이나 수상했다. 진지한 자세로 워치메이킹에 도전한 결과다. 에르메스의 또 다른 차별점은 스트랩에 있다. 가죽 제품으로 워낙 이름 높은 브랜드이다 보니 품질이나 만듦새는 거의 완벽에 가깝다. 보통 질 좋은 송아지 가죽이나 선명한 색감의 악어가죽을 쓰며 스트랩 하나를 완성하는 데 4시간 넘게 걸리기도 한다.


“가방 시장과 비교해보면 시계는 참 어려운 분야였습니다. 가방 쪽에서는 우리가 리더여도 시계 분야에선 신출내기 도전자니까요. 세일즈도 마케팅도 결코 쉽지 않았죠.” 도르데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어찌 보면 에르메스가 42년 전부터 시계 시장에 발을 들였다는 말은 틀린 얘기일 수도 있다. 사실 1900년대부터 시계를 판매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예거 르쿨트르나 파텍 필립이 만든 시계에 에르메스 로고를 찍어 팔았다. 1978년 장루이 뒤마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브랜드의 수장을 맡으면서 라 몽트르 에르메스를 설립하고 브랜드의 전략 역시 달라졌다. 초창기 매뉴팩처에서는 여성용 쿼츠 시계를 만들었다. 디자인은 파리에서, 생산은 스위스 비엘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럭셔리 기계식 시계의 부활이 절정에 달하자 에르메스는 더 좋은 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2006년 무브먼트 제조사 보셰 매뉴팩처에 2000만 파운드를 투자하고, 다이얼과 케이스 등 각종 부품 공급 회사를 계속 사들인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리고 현재는 에르메스와 다른 회사들 간의 완벽한 수직적 통합이 이뤄졌다. “제대로 시계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고 나니 투자할 것이 엄청 많았습니다. 일단 시계 관련 기업들을 사들이고 그다음엔 설비를 현대화해야 했어요.”


2015년 시계업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신제품이 등장했다. 바로 애플 워치다. 이 시계는 에르메스의 까레 아쉬와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이는 애플의 최고 디자인 책임자였던 조너선 아이브도 지적한 사실이다. 애플 워치의 디자인도 물론 훌륭하지만 시계 전문가들은 까레 아쉬의 완성도가 좀 더 높다고 입을 모은다. 그 차이는 손목에 맞게 완만하게 휘어진 케이스 같은 디테일에서 확연히 드러난다(물론 애플 워치는 스마트 센서를 작동시키기 위해 뒷면을 평평하게 처리한 것이지만). 결국 에르메스와 애플은 몇 해 전 함께 손잡고 에르메스 애플 워치를 만들었다. “우리의 협업은 서로를 존중하면서 진행되었습니다. 모두에게 윈-윈 제품이었다고 할 수 있죠.”

유명한 저널리스트 데이나 토마스는 자신의 책 <럭셔리: 그 유혹과 사치의 비밀>에서 하이엔드 패션 하우스를 면밀히 해부했다. 이 책에 따르면 18세기 또는 19세기에 세워진 거대 기업들은 프랑스 궁정에서 쓸 고급 제품 생산에 집중했고, 그 이후엔 유럽 귀족을 고객으로 삼았다. 하지만 당시 장인이 손수 만든 공예품은 대량생산에 밀려났고, 이제 쇼핑센터에선 로고가 대문짝만하게 박힌 티셔츠를 판다. 그런데 이 책에서 비판하지 않은 브랜드가 하나 있다. 바로 에르메스다. “에르메스의 메시지는 가짜가 아니니까요.” 도르데는 또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의 가치 역시 가짜가 아닙니다. 여기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믿음을 가지고 있거든요.” 시즌이 바뀔 때마다 브랜드 CEO들이 서로 자리를 바꾸는 럭셔리업계에서 평생을 보낸 도르데가 25년 동안 에르메스에 몸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Credit
- EDITOR 윤웅희
- WRITER JOHNNY DAVIS
- PHOTOGRAPHER VIRGINIE KHATEEB
- TRANSLATOR 이원열
- DIGITAL DESIGNER 이효진
JEWE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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