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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에 도전하는 기계식 시계 6

워치메이킹의 한계에 도전하는 기계식 시계 6.

BYESQUIRE2020.10.15
 

PINNACLE

 

THE MOST COMPLICATED

VACHERON
CONSTANTIN REF. 57260

2000년대 후반에 바쉐론 콘스탄틴은 한 시계 애호가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를 만들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이를 거절할 바쉐론 콘스탄틴이 아니었다. 아틀리에 캐비노티에의 마스터 메이커 3명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브랜드 창립 260주년을 맞은 2015년 마침내 그 결과물을 공개했다. 이 시계에 담긴 컴플리케이션은 무려 57개. 이전까지 세계 기록을 보유하던 프랭크 뮬러 애터니타스 메가 4의 36개를 훌쩍 뛰어넘는 엄청난 시계였다. 2800개가 넘는 부품이 지름 98mm, 두께 50.55mm의 케이스 안에 빈틈없이 설계되었으며 투르비용과 퍼페추얼 캘린더,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 알람과 웨스트민스터 차임, 천문 캘린더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버거운 수많은 기능이 모두 담겼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이 역사적인 마스터피스를 57260으로 명명했다. 57개의 컴플리케이션과 창립 260주년을 기념한다는 의미에서.
 
 

THE DEEPEST

OMEGA
SEAMASTER PLANET OCEAN ULTRA DEEP PROFESSIONAL

2019년 4월 미국 출신의 탐험가 빅터 베스코브는 수심 1만928m의 마리나 해구 챌린저 딥에 도달하며 세계 최저 심해 잠수 기록을 경신했다. 그가 탑승한 잠수정 DSV 리미팅 팩터의 양쪽 로봇 팔에는 특수 제작한 시계가 채워져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오메가의 씨마스터 플래닛 오션 울트라 딥 프로페셔널. 이로써 오메가는 지구 가장 깊은 곳에 다다른 시계 브랜드가 되었다. 1960년 이후 깨지지 않던 롤렉스의 기록을 거의 60년 만에 갈아치운 셈이다. 지름 52mm, 두께 28mm의 그레이드 5 티타늄 케이스로 무장한 이 시계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끄떡없이 작동했다. 더 놀라운 점은 트리톤 서브마린 시설에서 시뮬레이션 테스트한 결과 1만5000m의 수심과 25%가량 더 높은 압력에도 견딜 수 있다는 사실. 달부터 지구 가장 깊은 곳까지 정복한 오메가가 다다르지 못할 곳은 없다.
 
 

THE MOST EXPENSIVE 

PATEK PHILIPPE
GRANDMASTER CHIME REF. 6300A-010

파텍필립은 ‘경매의 제왕’이라고 불린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후한 대접을 받고 조금이라도 희소성이 있으면 값이 천정부지로 뛴다. 그런 이유에서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는 것 역시 대부분 파텍필립이다. 2014년 2천3백23만7천 스위스프랑으로 최고가 회중시계에 이름을 올린 헨리 그레이브스 슈퍼 컴플리케이션이나 2015년 7백30만 프랑에 낙찰된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Ref. 5016A, 2016년 1천1백만2천 프랑으로 세계 기록을 세운 손목시계 퍼페추얼 크로노그래프 Ref. 1518이 좋은 예다. 그렇다면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시계도 파텍필립일까? 물론이다. 작년 온리 워치에 출품한 그랜드마스터 차임 Ref. 6300A-010의 낙찰가는 무려 3천1백만 스위스프랑. 한화로 약 4백억원에 달한다. 이로써 파텍필립은 2014년 헨리 그레이브스 이후 한동안 깨지지 않던 자신의 기록을 넘어서며 다시 한번 가장 비싼 시계로 우뚝 서게 됐다.
 
 

THE FASTEST 

TAG HEUER
MIKROGIRDIR

일반적인 기계식 시계의 밸런스는 시간당 2만8800번 진동한다. 태그호이어 마이크로거더 역시 평소엔 이런 속도의 밸런스 운동을 통해 시간을 표시한다. 하지만 크로노그래프를 작동시키는 순간 얘기는 달라진다. 이 시계엔 시간 측정을 위한 특별한 레귤레이터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크로노그래프가 시작되면 직선형 오실레이터에 연결된 2개의 금속 축이 작은 각도 안에서 일정한 주기로 진동한다. 이때의 진동수는 시간당 무려 720만 번. 1초에 2000번 움직인다는 뜻이다. 마이크로거더는 이러한 메커니즘을 통해 5/10000초라는, 인간이 인지할 수 없는 찰나까지 정밀하게 측정한다. 태그호이어가 마이크로거더를 공개한 건 2012년의 일. 그러나 아직까지도 이 기록을 깬 시계는 없다. 현재 기계식 시계에서 이 영역에 도달한 브랜드는 태그호이어가 유일하다.
 
 

THE THINNEST 

PIAGET
ALTIPLANO ULTIMATE CONCEPT
기계식 시계는 얼마나 얇아질 수 있을까? 피아제의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콘셉트는 이 질문에 대한 가장 현재적인 대답이다. 시계의 총 두께는 겨우 2mm. 쉽게 말해 1백원짜리 동전 2개를 겹친 정도에 불과하다. 이토록 경이로운 두께를 성취하기 위해 피아제는 케이스와 무브먼트를 일체화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지름 41mm 케이스를 베이스 삼아 부품을 납작하게 편 독특한 설계. 덕분에 시침과 분침을 포함한 다이얼 역시 무브먼트의 일부로 포함된다. 피아제는 4년간의 연구 개발을 거쳐 2018년 이 시계를 콘셉트 워치로 처음 소개했다. 그리고 올해는 상용화에도 성공했다. 이렇게 얇으면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휘거나 부러지진 않을까? 괜한 걱정이다. 코발트 주성분의 합금 소재를 사용해 무척 견고하니까. 울트라신 워치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내구성 문제도 극복했다는 얘기다.
 
 

THE LONGEST 

GREUBEL FORSEY
NANO FOUDROYANTE EWT
한때는 기계식 시계를 와인딩해 70시간만 가도 롱 파워 리저브라 불렀다. 물론 시간이 흐르고 기술력이 발전하면서 파워 리저브도 훌쩍 길어졌다. 이제 이 분야에서 명함 좀 내밀려면 최소 8일, 길게는 수십 일은 되어야 한다. 그 정점에 당당하게 서 있는 시계가 바로 그뢰벨 포지의 나노 푸드로이안트 EWT. 장장 180일 파워 리저브로 기계식 시계의 한계에 도전한다. 일단 메커니즘부터 그간의 통념을 깬다. 극도로 작은 초침에 각종 부품을 나노 단위로 새롭게 설계해 일반 시계보다 96% 더 작은 메커니즘을 완성했다. 에너지 효율은 자그마치 1800배. 일반 시계를 구동하는 에너지의 1/1800만으로도 초침이 작동한다. 해당 초침은 제품명에 따라 ‘푸드로이안트 초침’이란 이름이 붙었다. 케이스 왼쪽 측면의 23 배율 렌즈를 통해서만 그 움직임을 자세히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