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뉴 고스트가 지향하는 것

BY박호준2021.01.04
완벽하지 않으면 롤스로이스가 아니다.
100미터 밖에서 봐도 한눈에 롤스로이스임을 알 수 있다.

100미터 밖에서 봐도 한눈에 롤스로이스임을 알 수 있다.

뉴 고스트에는 준자율주행 기능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차선 유지 기능이 없다. 앞차와의 간격을 알아서 조절해주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후측면 접근 경고 시스템’ 등 다른 주행 보조 기능은 전부 챙겼는데 차선 유지만 빠졌다. 기술이 없는 건 결코 아니다. 같은 그룹의 BMW의 차선 유지 기술은 대부분의 경우 안정적으로 차선을 유지한다. 고스트가 오너 드리븐이 아닌 쇼퍼 드리븐에 어울리는 차이기 때문에 굳이 준자율주행 기능이 필요 없다고 판단한걸까? 
뉴 고스트는 오너드리븐과 쇼퍼드리븐을 겸하는 모델이다.

뉴 고스트는 오너드리븐과 쇼퍼드리븐을 겸하는 모델이다.

답은 명쾌하다. “과도기적 기술은 롤스로이스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롤스로이스 홍보 담당자의 말이다. 고객에게 조금이라도 불안감이나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차에 탑재하지 않는 게 그들의 원칙이다. “만약 완벽한 자율 주행(5단계)가 실현된다면 그땐 롤스로이스도 자율 주행 기술을 받아들일 겁니다.”  
롤스로이스에는 드라이브 모드가 없다. 드라이브 모드를 바꾸는 수고스러움조차 덜어내기 위해서다.

롤스로이스에는 드라이브 모드가 없다. 드라이브 모드를 바꾸는 수고스러움조차 덜어내기 위해서다.

‘EV 롤스로이스’ 역시 같은 맥락이다. 사실 전기 모터는 토크가 강력하고 소음이 적어 롤스로이스와 잘 어울린다. 차체가 크고 길어 배터리를 넣을 공간도 충분하다. 하지만 번거로운 충전 방식과 시간이 발목을 잡는다. “저희는 롤스로이스 오너가 충전소를 찾아 헤매는 수고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전동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보다 완전한 기술이 등장할 때까지 롤스로이스는 V12 엔진을 지킬 겁니다.”    
자랑하는 건 우리 스타일이 아니야
디자인 요소가 복잡했던 이전 모델과 달리(위) 뉴 고스트(아래)는 깔끔하다.

디자인 요소가 복잡했던 이전 모델과 달리(위) 뉴 고스트(아래)는 깔끔하다.

‘포스트 오퓰런스(Post Opulence)’는 10년 만에 재탄생한 뉴 고스트의 디자인을 관통하는 개념이다. 순수, 절제, 간결함, 미니멀리즘을 포괄한다. 뉴 고스트의 디자인을 담당한 디자이너는 “덜어내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과시하는 건 롤스로이스가 추구하는 방향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 흔적은 보닛 위에 있다. 롤스로이스를 상징하는 환희의 여신상이 이전 모델과 달리 보닛 위에 위치한다. 차 전면부를 가로지르던 보닛 라인을 그릴 앞부분까지 밀어 내린 결과다. 라인 하나라도 덜어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일반 승용차와 반대 방향으로 열리는 코치도어는 롤스로이스의 상징 중 하나다.

일반 승용차와 반대 방향으로 열리는 코치도어는 롤스로이스의 상징 중 하나다.

은은하게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게 또 있다. 문이다. 차에서 내릴 때 손잡이를 당기고 있으면 저절로 문이 열린다. 투명인간이 문을 열어주는 것만 같다. ‘하차감이 좋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경사진 곳에서도 문제없다. 도어에 내장된 중력가속도 센서가 지형에 맞게 감응하기 때문이다. 
승차감, 승차감, 승차감
고배기량 V12 엔진의 목적은 단 하나다. 승차감!

고배기량 V12 엔진의 목적은 단 하나다. 승차감!

V12기통 엔진을 심장으로 하는 뉴 고스트의 가속 페달을 단숨에 끝까지 밟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최고출력 571마력, 최대토크 86.7kg·m이기 때문에 총알 같이 튀어 나갈까? 아니다. ‘빠르지만 천천히’ 속도를 올릴 뿐이다. ‘빠르지만 천천히’는 모순되는 말이지만 그렇게 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제원상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8초만에 도달하지만, 체감이 되질 않는다. 변속 충격, 차체 쏠림, 엔진 소리 등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새로 개발된 ‘플레이너 서스펜션 시스템’과 ‘어퍼 위시본 댐퍼 유닛’도 양탄자 위를 나는 듯한 롤스로이스 특유의 부드러운 승차감을 돕는다. 더블 위시본 방식에 전자제어식 가변 쇼크업소버와 고용량 에어 스트럿을 접목한 형태다.
10년 후에도 근사한 디자인일거라 확신한다.

10년 후에도 근사한 디자인일거라 확신한다.

이는 이전까지 다른 어떤 양산차에도 적용된 적 없는 방식이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것을 가지고 와서 그보다 더 완벽하게 만들라”고 했던 창업자 헨리 로이스의 말이 떠오른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면 고스트를 몰고 노면이 고르지 못한 곳으로 가면 된다. 다른 차 같으면 방지턱을 지날 때 앞 바퀴에서 한번, 뒷바퀴에서 또 한 번 ‘덜컹’했겠지만 고스트는 앞바퀴에서만 가벼운 출렁거림이 느껴질 뿐 뒷바퀴가 잠잠하다. 고백하건대 처음엔 그 느낌이 신기해 일부러 울퉁불퉁한 부분을 밟으며 달렸다. 
시쳇말로 뉴 고스트는 "롤스로이스가 롤스로이스 했다."

시쳇말로 뉴 고스트는 "롤스로이스가 롤스로이스 했다."

솔직히 "롤스로이스를 왜 사? 그 돈이면 다른 차 여러대 살 수 있잖아"라고 생각했었다. 생각이 짧았다. 애당초 롤스로이스를 타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뉴 고스트는 가격을 따져가며 구매를 결정하는 수준의 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차에선 경험할 수 없는 작은 차이가 모여 지금의 롤스로이스를 이룬다. 언제나 '위에는 위가 있는 법'이지만 이번 만큼은 예외다. 롤스로이스의 위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