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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워치4가 원형 디자인을 고수하는 까닭

갤럭시 워치4는 새로움과 친근함이 공존하는 지대에 깃발을 꽂았다. 전부 바뀌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친근함을 유지하는 일은 꽤나 미묘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해 갤럭시 워치 UX 디자이너들을 만났다.

BY박호준2021.10.07
 
 

Watch My Face 

 

Originality

박호준(〈에스콰이어〉 피처 에디터, 이하 ‘박’) 신형 모델 역시 원형 디자인을 선택했어요. 갤럭시 워치4와 워치4 클래식 전부 말이죠. 경쟁 브랜드와 달리 둥근 모양을 고수하는 이유가 뭘까요?
박미연(갤럭시 워치 UX 팀 수석 디자이너, 이하 ‘연’) 시계의 원형(原型)은 원형(圓形)이죠. 사각형에 비해 동그란 형태가 가진 아름다움이 분명 존재해요. 익숙한 형태가 스마트 워치에 대한 낯섦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어요.
옥준호(갤럭시 워치 UX 팀 수석 디자이너, 이하 ‘옥’) UX 디자인적으로 보자면 원형 디자인의 강점은 ‘집중’입니다. 사각 프레임에 비해 정보를 강조해서 보여주기 유리해요. 자연스레 중앙으로 시선이 쏠리거든요. 영화를 보거나 긴 대화를 주고받는 휴대폰과 달리 스마트 워치는 일상생활 중 짧은 시간 내 확인하는 용도이기 때문에 모든 정보를 담기보단 순간적으로 명확한 정보 전달을 지향합니다.
‘순간에 집중한다’라는 표현이 갤럭시 워치4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것 같아요.
맞아요. 그렇기 때문에 워치 디자인은 휴대폰 디자인과 접근 방식부터 달라야 했어요. 신형 모델 론칭을 준비하면서 거의 모든 부분을 손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폰트와 자간은 물론 색감과 텍스처 디테일까지 세세하게 가다듬었어요. 이런 디테일들은 일반 사용자의 입장에서 체감하기 어려운 부분일 수 있어요. 하지만 이런 소소한 변화가 모였을 때 ‘음, 뭔가 더 좋아진 것 같아!’라는 인상을 주거든요.
집 근처 공원으로 가볍게 운동하러 나간다고 상상해볼게요. 워치4 LTE 모델이 있다면 굳이 휴대폰을 들고 갈 필요가 없어요. 전화, 메신저, 음악 재생 등 운동 중 사용할 만한 기능은 워치로 전부 실행할 수 있으니까요. 심박수와 체성분 측정 역시 워치의 특장점이고요. 만약 한창 운동에 집중하고 있는데 문자 메시지가 온다면 어떨까요? 힐끔 확인하겠죠. 그 짧은 순간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을 신형 갤럭시 워치4 UX 디자인의 지향점으로 삼았습니다.
원형 디자인이 지닌 한계도 분명 존재하잖아요.
인정합니다. ‘로스(loss)’되는 공간이 많아요. 최대한 쉽고 짧게 모든 페이지를 구성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많은 정보를 전달해야만 하는 화면이 있어요. 걸음 수, 주행 코스, 평균속도, 소모 칼로리 등을 담고 있는 ‘헬스’ 영역이요. 그래서 새롭게 적용한 게 ‘스냅 스크롤 디자인’입니다. 정보를 길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한 화면에 하나의 정보만 들어가도록 레이아웃을 바꿨어요. 쉽게 설명해 전엔 긴 글을 있는 그대로 쭉 보여주는 구성이었다면, 이젠 긴 글의 단락을 나누고 핵심에 밑줄 쳐서 화면에 띄우는 셈이죠.
 
 

Diversity

운영체계(OS)가 바뀐 걸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어요. 기존의 ‘타이젠 OS’와 달리 구글과 새로운 ‘웨어 OS’를 개발하며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OS가 바뀌면서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앱 생태계’의 확장입니다. 삼성과 구글이 공동의 OS를 구축하며 다양한 서드파티들이 참여해 사용 가능한 앱의 범위가 훨씬 넓어졌어요. 더 많은 앱을 손쉽게 사용하기 위한 몇 가지 장치를 추가했습니다. 이전 모델과 달리 갤럭시 워치4는 홈 화면을 아래에서 위로 올리면 사용 가능한 앱이 한눈에 보여요. 메뉴에 들어가 베젤을 돌리며 앱을 찾을 필요 없이 한 번의 터치만으로 앱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어요. 또 한 가지 새롭게 탑재된 기능은 ‘백 제스처’예요. 여러 앱을 사용하다 보면 앱에 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시 빠져나오는 것도 간편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화면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밀면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른 것처럼 이전 화면으로 돌아와요. 한 손으로 조작해야 하는 워치의 특성을 반영한 UX 디자인입니다.
개선된 호환성도 빼놓을 수 없죠. 웨어 OS를 사용하면서 휴대폰과 워치의 연동이 훨씬 매끄러워졌어요. 폰에 앱을 다운로드하면 자동으로 워치에도 앱이 깔리거든요. 예를 들어 폰에서 구글 맵 내비게이션을 작동하면 워치도 함께 지도를 표시해요. 향상된 호환성이 휴대폰과 워치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거죠.
다양성 측면에서 가장 흥미롭게 느껴진 부분은 ‘워치 페이스 스튜디오’였어요.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면 자신이 원하는 워치 페이스를 만들 수 있도록 했잖아요. 생각보다 자유도가 무척 높더라고요.
워치 페이스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것이야말로 스마트 워치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이기도 하고요. 제조사 또는 디자이너가 만들면 사용자는 그걸 받아 사용하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함께 만들고 보완해나가는 소통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어요.
사실 다양성과 아이덴티티는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요. 어느 한쪽을 강조하면 다른 한쪽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워치 페이스 스튜디오의 공개를 통해 전체적으로는 다양성과 ‘오픈니스(openness)’ 방향으로 나아가면서도 직접 제작한 워치 페이스에는 저희만의 아이덴티티를 담았어요. 추가로 사용자는 갤럭시 웨어러블 앱을 통해 시침과 분침, 다이얼의 모양과 색상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고 특정 애니메이션과 효과를 더해 개인의 취향이나 스타일에 맞게 워치 페이스를 디테일하게 꾸밀 수 있습니다.
이례적으로 워치4와 워치4 클래식을 함께 출시한 건 어떤 맥락에서 비롯된 건가요?
운영체계와 하드웨어 성능이 향상되면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했어요. 모델명이 3에서 4로 이어지긴 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름을 붙이는 방식부터 달라졌다는 걸 알 수 있죠. 워치4부턴 물리 베젤이 있는 모델을 ‘클래식’이라고 불러요. 기계를 조작하는 것처럼 뚝뚝 끊어지는 물리 베젤의 사용자 경험이 조금 더 아날로그 시계와 가깝다고 판단했어요.
 
갤럭시 워치 UX 팀 수석 디자이너 박미연, 옥준호.

갤럭시 워치 UX 팀 수석 디자이너 박미연, 옥준호.

Expression

하드웨어 성능의 향상이 워치 페이스 디자인에도 영향을 줬나요?
그럼요. 디스플레이 해상도와 프로세서 성능이 향상되면서 페이지를 전환할 때의 움직임이 한결 부드러워졌죠. 더 나아가 워치 페이스에 다양한 모션을 담을 수 있었어요. ‘AR 이모지’ 워치 페이스를 사용하면 화면 속 캐릭터가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해요. 배터리가 부족한 상태일 땐 캐릭터가 충전을 권하는 제스처를 선보이는 식이죠.
기본 제공하는 워치 페이스의 종류와 개수도 늘었어요.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워치 페이스가 있다면요?
워치 페이스는 크게 세 가지 타입으로 구분돼요. 전통적인 디자인 구성의 클래식(classic), 활동적인 기능 수행에 초점을 맞춘 인포머티브(informative) 그리고 개성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익스프레시브(expressive)요. 워치4를 출시하며 이러한 스펙트럼을 좀 더 확장하고자 했습니다. 모든 워치 페이스가 매력적이지만, 제가 추천하는 건 ‘마이 스타일’이에요. 예를 들어 오늘 입은 옷을 사진으로 찍으면 워치 페이스가 알아서 옷과 어울리는 색깔과 패턴으로 바뀌어요. 앞으로 기능이 추가되면 좀 더 복잡한 맞춤형 디자인을 실현할 수 있을 거예요.
저는 2개를 소개하고 싶어요. 첫 번째는 ‘멸종위기동물’ 워치 페이스요. 멸종위기종인 동물을 일러스트 방식으로 표현했어요. 메시지를 품은 디자인이라 더 마음이 가요. 현재는 수달, 바다거북, 북극곰만 들어가 있지만, 앞으로 늘어날 예정입니다. 두 번째는 ‘프리미엄 아날로그’예요. 클래식한 다이얼 위에 4개의 컴플리케이션이 들어가는데 대부분 ‘이니셜’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더라고요. 짧은 단어를 넣거나 본인 이름을 넣을 수 있어요. 다른 워치 페이스에선 볼 수 없는 기능이라 특별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