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카보다 보기 어려운 차가 있다고? part.1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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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카보다 보기 어려운 차가 있다고? part.1

희소성으로 따지면 여느 슈퍼카 부럽지 않다. 돈은 물론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겨우 손에 넣을 수 있는 6대의 차와 그 차의 주인들을 만났다.

박호준 BY 박호준 2021.11.02
 

Alfa Romeo GTV 2000 1972

Q. 곧 마흔 살이 되는 차다. 부품 수급이 가능한가?
놀랍게도, 가능하다. 영국에 열정이 대단한 2개의 회사가 있다. ‘Classic Alfa’와 ‘Alfaholic’이다. 클래식 알파는 순정 파츠 위주로 취급한다. 반대로 알파홀릭은 말 그대로 알파로메오에 미친 사람들이다. 그들은 오래된 알파로메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Q. 차와 관련해 자주 듣는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달리다가 바퀴 빠지는 거 아니야?”라는 말. 농담 반, 걱정 반이라고 알아듣는다.(웃음) 그런 말을 들을 때 기분이 나쁘진 않다. 1972년식 차를 탄다고 하면 당연히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낼 만하다. 평소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 있게 “절대 안 빠져”라고 대답할 수 있다. 여전히 엔진 성능의 70~80%까지 끌어내며 달린다.
 
OWNER 전용훈 1984 대표 37세.

OWNER 전용훈 1984 대표 37세.

Q. 에피소드가 있을까?
알파로메오 3대가 함께 모여 서울 시내를 달린 적이 있다. 각각 1960년대, 1970년대, 1990년대 모델이었는데 서로 가진 매력이 달라서 재밌었다. 알파로메오 자체가 워낙 보기 드문 차여서 3대가 한자리에 모인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다른 차들을 보며 GTV 2000만의 매력에 대해 고민하게 됐는데, ‘친근함’에 끌렸던 것 같다. 1960년대 알파로메오도 물론 아름답지만 1980년대생인 나에겐 조금 생경했다. 차를 즐기는 방식에서 오너의 성향이 보이는 것 같아 신기하다.
 
Q. 고치고 싶은 부분이 있나?
도장에 대한 고민이 있다. 예전 같으면 칠이 조금만 벗겨지거나 녹이 슬어도 부리나케 고쳤다. 그런데 밀라노에 있는 알파로메오 박물관에 갔다 온 지인의 말을 듣고 마음이 바뀌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박물관에 있는 차들은 녹이 슬거나 누유가 있어도 그대로 둔다고 한다. 그게 알파로메오의 역사이자 헤리티지라고 보기 때문이다. 비단 차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삶을 대하는 방식과도 이어진다.
 
연륜이 묻어나는 원목 운전대와 엔진룸 모두 요즘 차에선 보기어려운 디테일이다.연륜이 묻어나는 원목 운전대와 엔진룸 모두 요즘 차에선 보기어려운 디테일이다.
Q. 희소한 차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양한 방식으로 차를 즐겼으면 한다.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본래 자동차가 탄생했을 때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도 좋고 개성을 담아 커스터마이징하는 것도 좋다.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그 과정 속에서 과거와 현대를 오가는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Q. 추가로 갖고 싶은 차가 있나?
갖고 있는 걸 감당하기도 벅차지만(웃음) 요즘은 국산 올드카에 관심이 간다.
 

 

Mazda Eunos Roadster 1993

Q. 직업부터 독특하다.
예전엔 드리프트 선수로 활동했고 지금은 자동차 광고를 찍을 때 ‘히어로카(모델이 되는 차)’의 운전을 맡고 있다. 때때로 모터스포츠 해설이나 드라이빙 인스트럭터로 활동하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학창 시절 부모님 몰래 아르바이트해 모은 돈으로 바이크를 살 때부터 탈것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Q. 차의 가장 큰 매력은?
가벼운 공차중량이다. 980kg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에 1.6 터보 엔진을 더하면 꽤 즐겁게 와인딩을 즐길 수 있다. 원래는 자연흡기 엔진이지만, 출력 향상을 위해 터보차저를 장착했다. 요즘 차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앙증맞은 크기의 유선형 차체도 매력이다. 보닛 아래서 튀어나오는 ‘리트랙터블 라이트’는 또 어떻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컨버터블’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아, 자랑하려면 끝도 없다.(웃음)
 
OWNER 소준호 드라이버 35세.

OWNER 소준호 드라이버 35세.

Q. 단점은 없나?
좁다. 표준 체형인데도 그렇다. 다른 부분은 부품을 교체해 개선할 수 있지만, 차체가 좁은 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30년이 다 되어가는 차여서 이곳저곳 손볼 곳이 많은 것도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국내에서 부품을 찾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해외 소식에 능통한 지인들의 도움을 자주 받고 있다.
 
Q. 에피소드가 있을까?
처음 터보차저를 달았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아서 무리하게 차를 몰았다. 재밌게 탈 때까진 괜찮았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제가 생겼다. 결국 트레일러에 실려 돌아와야만 했다. 지금은 꼼꼼하게 보완 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그럴 일이 없다.
 
Q. 유지비가 궁금하다.
따로 유지비가 얼마나 나오는지 따져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어쩌다 한 번 기분 내는 용도로 타기 때문에 유류비는 거의 들지 않는다. 얼마나 정성을 들이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대략 국산 중형 세단을 운행하는 것보다 살짝 더 드는 것 같다.
 
그렇다. 예전 자동차 트렁크는 열쇠로 열었다. 요즘 20대는 모를 법한 디테일이다.

그렇다. 예전 자동차 트렁크는 열쇠로 열었다. 요즘 20대는 모를 법한 디테일이다.

Q. 희소한 차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갖고 싶은 차가 있고 여유가 있다면 당장 사라고 말하고 싶다. 하고 싶은 걸 하기에도 인생은 짧다. 조심해야 할 건, 한번 발을 들이면 헤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최근 사고 싶은 차가 생겨서 눈독 들이고 있다. 하지만 비밀이다. 괜히 말했다가 가격이 또 올라갈 것 같다.
 

 

Mitsuoka 505c 1985

Q. 구하게 된 경로는?
505c는 대한민국에 딱  한 대밖에 없다. 독특한 차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찾아갔다. 올드카 세계에선 속도가 생명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팔지 않겠다고 하면 영영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난 자리에서 바로 차를 구매해 가지고 왔는데, 35년 된 차의 총 주행거리가 고작 42km였다. 구매한 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차를 올렸더니 일본 어느 박물관 쪽에서 구매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지만 거절했다. 한번 내 손에 들어온 차는 되팔지 않는 게 철칙이다.
 
Q. 이게 차가 맞나?
대답하기 참 애매하다. 나라마다 기준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말하면 사륜 바이크에 속한다. 번호판도 자동차 번호판 대신 이륜차 번호판을 달고 있다. 종종 드라이브를 즐길 때면 불법 아니냐며 신고를 당할 때도 있다. 하지만 전혀 불법이 아니다. 엔진 배기량이 50cc밖에 되지 않지만 최고 시속 60km까지 나온다. 179cm인 내가 타기에 살짝 비좁은 것만 빼면 다른 부분은 전부 만족스러운 편이다.
 
OWNER 문예철 IT사업가 겸 유튜버 35세.

OWNER 문예철 IT사업가 겸 유튜버 35세.

Q. 고치고 싶은 부분이 있나?
이미 엄청 많이 고쳤다. 하나부터 열까지 뜯어고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엔 시동도 걸리지 않았다. 다행히 주변에 ‘능력자’들이 많아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전기 배선과 관련한 계기반과 헤드램프 부분은 여전히 손보는 중이다. 성급하게 접근했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있어서 차근차근 만들어가려고 한다.
 
Q. 505c를 고른 이유는?
505c의 후속 모델인 ‘k4’도 소유하고 있다. 이런 차들을 ‘마이크로카’라고 하는데 국내에선 존재감이 거의 없는 시장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관심을 갖고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튜버가 본업은 아니지만, 자꾸 이렇게 보기 드문 차를 수집하고 복원하는 이유다. 한 발 더 나아가, 내가 사는 대전에 자동차 문화를 꽃피우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뭉친 ‘히피스’라는 모임이 있는데 우리가 주축이 돼서 모터쇼를 열고 있다. 수익금은 전액 기부한다. 올해도 준비 중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모터쇼가 될 것 같다.
 
일명 ‘예초기 엔진’이 들어갔다. 레이싱 카트에도 쓰이는 바로 그 엔진이다.

일명 ‘예초기 엔진’이 들어갔다. 레이싱 카트에도 쓰이는 바로 그 엔진이다.

Q. 추가로 갖고 싶은 차가 있나?
너무 많다. 일단 지금 복원 중인 차는 박정희 대통령이 탔던 링컨 리무진이다. 창고에 오랫동안 보관되어 있던 걸 겨우 구했다. 잠시 차를 세워놨을 뿐인데도 구매를 희망한다는 쪽지가 창문에 꽂혀 있을 정도다. 복원이 잘 될지 모르겠지만, 기대가 매우 크다. 콕 집어 어떤 차를 원한다기보다 희소성과 가치가 있는 차가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달려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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