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성철은 <그 해 우리는>의 김지웅을 연기한 후로 MBTI까지 바뀐 것 같다고 했다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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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성철은 <그 해 우리는>의 김지웅을 연기한 후로 MBTI까지 바뀐 것 같다고 했다

배우 김성철의 발걸음이 떨어질 때, 그의 얼굴에 표정이 번질 때, 그의 입이 열릴 때. 거기에서 어떤 이야기가 시작될지는 누구도 가늠할 수가 없다. 그 자신도.

오성윤 BY 오성윤 2022.02.24
 
 
최근 종영한 〈그 해 우리는〉을 택한 이유는 뭐였을까요?
일단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최웅이랑 국연수 역할은 누가 하냐고 물어보니까 최우식이랑 김다미가 한대요. 그럼 전 당연히 해야죠.(웃음) 우식이 형이랑 다미는 또래 배우 중에서도 제가 꼭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이었거든요. 둘 다 연기를 워낙 잘하니까. 그래서 현장에서도 너무 행복했고, 배울 것도 많았어요.
다른 배우들에게 그런 마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하나요?
해요. 우식이 형이랑 다미한테는 두세 번쯤 만났을 때 얘기했어요. 제가 진짜 너무 팬이라고.
성철 씨도 그런 얘기를 들으면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편이고.
저요? 저는 담담하게 못 받아들이죠. (눈을 피하면서) “그래요. 그 작품 재미있게 보셨구나. 음. 네.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이러고.(웃음)
(웃음)남 칭찬은 쿨하게 하는 스타일이지만 남이 그러는 건 못 견디는군요.
제가 칭찬 듣는 걸 되게 힘들어해요.
 
메시 하프 슬리브 셔츠, 패턴 셔츠 모두 디올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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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MBTI가 ENFP였는데 얼마 전에 INFP로 나왔다고 했잖아요. 혹시 김지웅(〈그해 우리는〉에서 김성철이 맡았던 역할)의 영향이 있었던 건 아닐까요?
맞아요. 있는 것 같아요. 〈그 해 우리는〉 하고 나서 처음 봤을 때 그렇게 나왔거든요. 사실 지웅이가 저와는 거리가 멀어요. 제가 누군가를 그렇게 오래 지켜보거나 할 말을 못 하거나 한 적은 거의 없으니까. 하지만 지웅이도 저에게서 나온 거고, 어쩌면 제 속에 있는 일면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연기할 때도 이해하기 어렵다거나 답답하다고 여겨본 적은 없었어요. 이건 도무지 누구에게도 말을 하면 안 되는 감정이야, 그렇게 이해를 했죠. 그래서 (나중에는) 그렇게 느꼈고.
농담처럼 ‘이제 짠 내가 덜 나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도 했어요.
제 이미지가 그런 역할에 잘 맞나 봐요. 공연할 때도 짠 내 나는 역할을 되게 많이 했거든요. 주위 사람 다 죽고, 누구 짝사랑하고, 혼자 울고…. 연출하시는 분들이 그런 측면을 느꼈으니까 많이 맡겨주신 거겠죠. 그래서 저라는 배우가 내는 색깔이 좀 짠한 느낌이 있나 보다, 저도 그렇게 이해하고 있어요.
작품 안에서 편의점 알바로 나온 적이 많았잖아요. 고시생, 공시생 역할도 여러 번 했고. 확실히 연출자들이 김성철 씨에게서 ‘청춘의 얼굴’을 보는 것 같긴 해요.
네. 좋은 일이죠. 일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느낌이라는 거니까.
특히 〈투 제니〉의 박정민은 다른 배우가 맡았다면 느낌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소심하고, 찌질하고, 공감성 수치심을 유발하는 실수도 많고, 그런데도 이상하게 답답하기보다는 마음이 가는 캐릭터잖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캐릭터는 사랑스러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물론 작품에 따라 장치적으로 비호감이어야 하는 캐릭터나 악역은 필요하겠죠. 하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 건 결국 사랑스러움이라는 부분에서 나오는 것 같고, 저는 그런 여지를 만드는 게 좋은 거예요.
사랑스러움이라는 것도 연기로 만들어낼 수 있는 부분일까요?
글쎄요. 뭐 저는 원체 사랑스러우니까요. 하하하하.
(웃음) 굳이 해볼 필요가 없는 고민이군요.
(너스레 떠는 말투로) 뭐 저희 어머니가 저를 이렇게 낳아놓으셨는데. 사실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했는데 워낙 다들 그러니까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다들 그렇다는데 계속 손사레만 치는 것도 좀 가식적으로 보일 수 있죠.
그래서 이제는 ‘그래, 귀엽다’ ‘어 나 귀여워’ ‘나 사랑스럽다’ 인정하고 그래요.(웃음)
(웃음) 직접 보니까 진짜 귀여우신 것 같아요. 이런 사람이 몇 년 전까지 ‘독기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게 상상이 안 될 정도로.
그때는 진짜 그랬어요. 엄청났죠. ‘눈에 독기가 서려 있다’ ‘욕심이 그득그득하다’ 이런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지금도 스스로를 굉장히 푸시하는 스타일 같긴 하지만 동시에 어떤 여유가 느껴져요.
푸시를 많이 해서 생기는 여유인 것 같아요. ‘나는 이 정도 했어’ ‘이 정도 했으니까 이제 괜찮아’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거죠.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했으니까 무서울 게 없다고. 그리고 사실 옛날만큼 푸시를 하지는 않기도 하고요. 그때는 도무지 안 되는 것도 아득바득 어떻게든 해내겠다는 식이었거든요.
 
나일론 재킷, 차이니스칼라 셔츠, 나일론 쇼츠, 니트 쇼츠 모두 발렌티노. 삭스, 로퍼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네크리스 발렌티노 가라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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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도 굉장히 열심히 하잖아요.
맞아요. 처음 시작한 건 ‘소년미’ 같은 이미지를 좀 벗어날 수 있을까해서였는데요. 몸이 커지면서 또 이미지가 달라지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소년미가 있었을 때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들이 있었지만 이젠 그걸 좀 벗어나서.
그렇죠. 그런데 ‘있었을 때’라고 말씀하시니까 좀 속상하네요.
네? 아니, 저는 벗어나려고 하신다기에.
(웃음) 아이, 갖고는 있고.
소년미를 갖고는 있고.(웃음)
다만 그게 주력은 아니다, 그런 거죠.
하하하. 죄송해요. ‘소년미를 벗었다’고 남이 말하면 또 안 되는구나.
안 되죠. 그건 이제 ‘청년미로 밀고 나가지만 어쩔 수 없는 소년미가 있구나~’ (하고 생각해주셔야죠).
제가 유튜브에서 이런 댓글을 봤는데, 성철 씨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어요. “김성철 님 연기 진짜 잘하신다. 물론 노력도 많이 하셨겠지만 노력만으로 완성된 연기라 하기에는 너무 잘하신다.”
재능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다고 생각해요. 이 댓글에 많은 사람이 ‘좋아요’를 눌렀고요.
그런데 저는 이제 어떤 연기가 잘하는 거고 어떤 연기가 별로인 건지를 모르겠어요. 옛날에는 제가 해외 영화 보면서 혼자 “왜 저래, 연기가?” 이러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요새는 뭘 봐도 다들 너무 잘하는 것 같아요. 나는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지고. 그래서 연기를 잘하기 위한 노력도 노력이지만 인간성을 키우고, 살도 좀 빼고, 멋있어지자, 그런 생각도 해요. 저도 재능은 정말 중요한 거라고 생각하지만 또 재능이 있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니까요.
성철 씨는 고2 때 친구 따라 연기학원에 갔다가 1년 공부해서 한예종에 들어갔잖아요. 뮤지컬 데뷔 1년 만에 신인남우상을 탔고, 또 1년 뒤에는 공식 석상에서 까마득한 선배인 조승우 배우에게 ‘함께할 때마다 놀라고 배우게 된다’는 말을 들었고. 결국 여쭈고 싶었던 건 이런 질문이었어요. ‘김성철은 천재인가?’
천재… 이고 싶은 시절이 있었죠. 20대 초반에 학교 다닐 때. 다들 잘한다 잘한다 해주고 잠깐 집중해서 뭘 하면 스스로 대단한 뭔가를 해낸 것 같고. ‘나는 연기 천재니까 스물여덟 살에 죽겠지. 천재들은 다 스물여덟 살에 죽었으니까’ 뭐 이러고 다니고.
 
오버핏 트렌치코트, 시퀸 톱, 쇼츠, 스커트 모두 로에베. 부츠 발렌티노 가라바니. 네크리스 포트레이트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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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또 한 줄이 추가되네요. ‘전국의 연기 영재들이 모인 한예종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주목을 받지는 못했어요. 욕도 되게 많이 먹었고. 그냥 그렇게 해도 기가 안 죽었죠.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거의 독기에 사로잡혀서 ‘내가 1등이야’ 하는 느낌으로 다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웃음) 진짜 천재이고 싶었어요. 연기 천재가 되고 싶었죠. 그런데 제가 지금 서른두 살이잖아요. 스물여덟 살에 죽지 않고 살았고, 결국 (천재가) 아니었던 거야.
연기자로 영역을 좁히면 보통 천재들의 전성기가 그보다 훨씬 늦잖아요. 그때의 김성철이 지금 김성철을 보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역시 나는 천재일 줄 알았어.’
〈그 해 우리는〉의 테마가 ‘10년 후에 이들은 뭘 하고 살까요?’였잖아요. 고등학생 때 만난 친구들이 10년 뒤에 다시 만나고, 또 그 10년 뒤에는 부부가 되고. 제가 10년 전이면 스물두 살인데, 그때 학교 복학을 앞두고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내가 10년 뒤면 할리우드에 있겠지?’(웃음) 영어도 못하고 아무 준비도 안 되어 있었는데, 그냥 그렇게 생각한 거죠. 그런데 비록 할리우드는 못 갔지만 이런 좋은 작품들을 하고 〈에스콰이어〉 화보까지 찍었잖아요. 만약 뭔가 말해줄 수 있다면 이런 얘기를 하고 싶네요. 매사에 감사하고 살라고. 까불지 말고.
그럼 10년 뒤에는 뭘 하고 있을까요?
음… 마흔두 살에요. 할리우드에 (웃음) 있겠지. 하하하하.
(웃음) 이젠 마냥 막연한 꿈은 아닐 것 같은데요. OTT도 발달했고, 언어의 장벽도 낮아졌고.
네. 사실 그냥 계속 제가 할 수 있는 작품이 있기만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제가 그 나이에 좋은 영향을 낼 수 있는 종류의 작품이 끊기지만 않으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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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오성윤
    PHOTOGRAPHER 이규원
    STYLIST 김영진
    HAIR 이민아/김민지
    MAKEUP 은경
    ASSISTANT 송채연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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