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에서 눈 여겨 봐야 하는 건 액션의 색감이다.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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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에서 눈 여겨 봐야 하는 건 액션의 색감이다.

장혁에게 액션은 다르다. 그는 흔한 주먹질에도 깊고 짙은 희로애락을 담을 수 있다고 믿는다. 영화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의 주연 배우이자 기획자로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 역시 농익은 액션으로 전달하는 색감이다.

박호준 BY 박호준 2022.07.22
 
니트 톱 클럽모나코. 팬츠 맨온더분. 링 포트레이트 리포트. 브레이슬릿 프레드.

니트 톱 클럽모나코. 팬츠 맨온더분. 링 포트레이트 리포트. 브레이슬릿 프레드.

장혁이 추구하는 액션의 정수가 〈더 킬러〉에 듬뿍 담겨 있다는 말로 들려요.
하고 싶은 걸 많이 시도하긴 했는데(웃음) 여전히 해보고 싶은 것들은 있죠. 영화 〈블레이드〉를 각색해 좀비 헌터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일본 애니메이션 〈갑철성의 카바네리〉처럼 좀비 디스토피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토리도 눈길이 가요. 두 작품의 공통점은 주인공이 인간과 괴물 사이에 위치한 일종의 혼종이라는 사실이죠. 몸속엔 괴물의 피가 흐르지만 인간의 편에 서서 싸우는 복합적인 캐릭터인 셈인데, 그렇기 때문에 시도해볼 수 있는 새로운 액션 디자인이 있을 수 있거든요. 비로소 초인의 반열에 들어서는 거죠.(웃음) 구체적인 계획은 전혀 없지만, 꼭 제가 주연을 맡지 않더라도 그런 종류의 영화를 기획해보고 싶어요.  
풍부한 아이디어의 원천은 취미로 모은다는 7000장의 DVD인가요?
글쎄요. 나이가 드니까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예전엔 주어진 것에 충실하게 앞만 보고 달렸다면 이젠 주위도 좀 둘러보면서 ‘이거랑 저거랑 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해요. 기획자의 마인드가 점점 자리해가는 거죠.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을 재미있게 봤는데 같은 음식을 주제로 한 콘텐츠라도 어떤 장르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음식남녀〉 같은 영화가 나올 수도 있어요. 추상적인 것을 구체화한다는 점에서 연기와 기획이 닮았기 때문에 제가 기획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기도 해요.
장혁을 액션 배우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합니다.
뭐라고 부르건 그건 그 사람의 자유지만, 저는 액션 배우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액션을 정말 좋아하고 재미있게 촬영하는 건 맞지만, 배우가 어느 특정 장르만 고집하는 걸 굳이 지향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배우는 대본에 따라 왕이 됐다가 종이 됐다가 하는 자유로움이 특징인 직업이니까요. 〈화산고〉나 〈추노〉의 임팩트가 크긴 했지만 액션 연기만 고집한 적은 없습니다. 실제로 개수를 따져보더라도 액션이 없는 작품이 더 많거든요. 다만, 성룡과 이연걸의 액션이 다르고 드웨인 존슨과 제이슨 스테이섬의 액션이 다른 것처럼 저만의 액션 스타일을 만들어나가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얼마 전 종영한 KBS 드라마 〈붉은 단심〉에선 액션과 거리가 먼 고뇌하는 좌의정 박계원 역을 맡았죠. 왕과 끊임없이 대립하며 드라마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캐릭터지만, 빌런이라고 하기엔 인간적인 면모가 강한 복합적인 인물이었어요.
정몽주를 품은 정도전을 박계원의 모델로 삼았어요. 사리사욕을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부터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가득하지만 그 방향이 어린 왕과 달라 자꾸 부딪히는 구조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무미건조하고 철두철미하지만 사실은 감정적이고 약한 구석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박계원은 스스로에게 가혹한 선택을 하는 인물이기도 해요. 왕실을 유지하기 위해 사랑하는 여인을 매몰차게 잘라낼 정도로요. 그러니까 박계원이 드라마 끄트머리에 “이제 그만 쉬겠습니다”라고 말했던 건 그동안 왕을 이겨먹기 위해 싸워왔던 게 아니라 나라를 지키기 위해 힘겹게 버텨왔다는 걸 함축해 보여주는 대사입니다.
이준, 강한나 같은 후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과정은 어땠나요?
같이 만들어나간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즐거웠어요. 아까 나이가 드니 생각이 많아진다고 했잖아요. 거의 모든 촬영을 제가 한 해석과 그 친구들이 한 해석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조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특히 〈붉은 단심〉처럼 인물과 인물 사이의 심리를 밀도감 있게 묘사한 드라마는 배우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합이 잘 맞을 수가 없어요. 제가 한 해석과 전혀 다른 해석을 마주하면 ‘아, 저 친구 입장에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고 깨닫죠.
스웨터 보디 by 무이. 팬츠, 슈즈 모두 구찌. 브레이슬릿 포트레이트 리포트. 셔츠, 벨트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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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출연했던 여러 사극과 〈붉은 단심〉이 달랐던 지점이 있다면요?
두 가지 정도 떠오르는데 첫 번째는 미장센이요. 감독님이 로케이션에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썼어요. 이동 시간이 이렇게 많았던 작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촬영했던 것 같아요. 덕분에 그림 같은 장면들을 담아낼 수 있었죠. 두 번째는 그런 새롭고 적절한 로케이션에서 비롯된 묵직함이요. 오고 가는 차 안에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많았던 것도 있지만, 대본과 잘 들어맞는 장소에 섰을 때 온몸으로 느껴지는 분위기 같은 게 있어요. 맡은 배역에 푹 빠지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연기를 하고 나면 여운이 오래 남는 편인가요?
그렇진 않아요. 끝나면 바로 빠져나오죠. 하나의 캐릭터에 너무 깊이 빠지면 동시에 여러 작품을 촬영해야 할 때 걸림돌이 될 수 있어요. 감정적인 면에선 공과 사를 딱 잘라 구분하는 편입니다. 물론 역할에 대한 생각이 계속 맴도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것들이요.
1997년 데뷔하고 25년 동안 한 해도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했더라고요. 지친다고 느낀 적은 없나요?
꾸준히 활동한 건 맞지만, 쉬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촬영이 매일 있는 건 아니니까요. 매일 출근하는 일반 직장인에 비하면 오히려 시간이 더 많다고 볼 수도 있죠. 개인적으로 현장에 있을 땐 피곤함을 별로 못 느껴요. 수많은 사람이 바쁘게 움직이는 촬영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에너지가 있어요. 연기, 카메라 워크, 로케이션, 특수효과가 잘 짜인 톱니바퀴처럼 들어맞아서 의도했던 멋진 장면이 탄생했을 때의 쾌감은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어요.
다작을 하면서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생겼을 것 같아요.
요즘은 큰 그림을 봐요. 주어진 배역이나 시나리오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도 중요하지만, 외적인 요소를 고려합니다. 예를 들어, 이번 〈더 킬러〉의 무술감독을 2013년 드라마 〈아이리스 2〉를 찍을 때 저의 대역으로 만났던 친구가 맡았어요. ‘우리 둘 다 역량을 갈고닦아서 언젠가 꼭 같이 멋진 작업 한번 같이하자’고 말했던 걸 지킨 거죠. 영화 〈순수의 시대〉와 드라마 〈나의 나라〉에서 연달아 이방원 역을 맡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배우로서 같은 인물을 두 번 연기하는 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나름의 의미가 있죠. 그땐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게 아니라 이미 벌어진 역사적 사건이지만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두 작품을 통해 던질 수 있으니까요.
최근 작인 〈강릉〉 〈붉은 단심〉 〈더 킬러〉뿐만 아니라 〈추노〉 〈화산고〉까지 거슬러 올라가보더라도 장혁이라는 배우가 보여준 캐릭터의 공통점은 차가운 모습 속에 쓸쓸함이나 연민이 감추어져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슬픔을 가슴 한구석에 담고 있는 그런 인물이요.
인정합니다.(웃음) 확실히 그런 역할에 끌리는 부분이 있긴 해요. 〈강릉〉의 이민석을 연기할 때 그런 모습이 잘 드러났어요. 이민석은 사채업을 하며 폭행과 살인도 서슴지 않는 극악무도한 남자지만, 사실은 하루도 편히 잠들지 못하는 지옥 같은 나날을 끝내줄 누군가를 찾고 있는 가여운 인물이거든요. 그래서 자신이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무모하게 싸움을 걸었던 거고요. 이경영 선배님이 나오는 〈하얀 전쟁〉이란 영화가 있는데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인물이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여전히 과거의 기억에 갇혀 괴로워하는 내용이에요. 이민석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해 그 영화를 여러 번 봤어요. 전쟁까진 아니더라도 누구나 가슴속에 어두운 기억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연기로 건드리고 끄집어내는 과정이 저에겐 흥미로운 거고요.
7월 13일 〈더 킬러〉가 개봉했을 때 관객이 어떤 반응을 보였으면 하나요?
엉뚱한 답변이지만, 피겨가 되고 싶어요.(웃음) 피겨라는 건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캐릭터거든요. 갖고 싶다는 건 닮고 싶다는 말이기도 하죠. 그러니까 영화 속 어떤 캐릭터가 피겨로 등장한다는 건 단순히 인기가 많다는 걸 넘어 관객을 설득시켰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어요. 액션에 집중한 영화이고 시기가 여름이니 ‘시원하게 잘 봤다’ 정도만 들어도 전 만족합니다.
이 글을 보고 누군가 만들지 않을까요?
환영합니다. 연락 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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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은 액션배우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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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FASHION EDITOR 임일웅
    FEATURES EDITOR 박호준
    PHOTOGRAPHER 임한수
    STYLIST 황선영
    HAIR 박종범
    MAKEUP 달래
    ASSISTANT 권혜진/송채연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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