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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워치의 우뚝한 거점, 파리 방돔 부티크가 새롭게 태어났다

프로필 by ESQUIRE 2022.08.22
로베르 구센의 샹들리에와 요한 크레텐의 조각 ‘라본’이 전시되어 있는 1층.

로베르 구센의 샹들리에와 요한 크레텐의 조각 ‘라본’이 전시되어 있는 1층.

지난 5월 18일, 샤넬의 파리 방돔 부티크가 1년에 걸친 리노베이션 끝에 다시 문을 열었다. 하이 주얼리 컬렉션 비주 드 디아망(Bijoux de Diamants)의 탄생 9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보석과 고급 시계 신에서 방돔 광장이 갖고 있는 상징성을 생각해볼 때, 또 마담 샤넬의 디자인에 끼친 영향을 돌이켜볼 때, 이 부티크는 샤넬 주얼리 & 워치메이킹의 간판이자 지표일 수밖에 없을 터. 주얼리와 시계만 다루는 방돔 부티크 리노베이션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을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해볼 수 있다.
방돔 광장의 시작은 18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1702년 루이 14세의 명을 받은 궁정건축가 망사르(Jules Hardouin Mansart)는 아카데미와 왕립 도서관을 수용할 수 있는 광장을 설계했고, 이후 루이 14세 기마상을 에워싼 형태로 타운하우스가 건설되었다. 현재 방돔 부티크의 토대가 된 건물이 들어선 것은 1723년의 일. 기욤 크레사르(Guillaume Cressart)라는 인물이 방돔 18번지에 세운 빌딩은 내셔널 웨스트민스터 은행으로, 펜싱 클럽으로, 또 젊은이들이 공연과 전시를 관람하는 공간으로 용도를 바꾸며 3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방돔 광장과 역사를 함께하다 마침내 1997년 샤넬에 인수되었다. 샤넬은 곧바로 이곳을 주얼리와 워치를 위한 무대로 탈바꿈시켰다. 부티크뿐 아니라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와 하이 주얼리 공방 역시 이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워치메이킹 크리에이션 스튜디오의 책임자인 아르노 샤스탱(Arnaud Chastaingt)과 파인 주얼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디렉터 파트리스 레게로(Patrice Leguereau)도 여기서 일하고 있다.
샤넬 방돔 부티크의 전경. 브론즈와 블랙 래커로 장식된 1층 살롱의 모습.
세계적인 건축가 피터 마리노(Peter Marino)에 의해 새롭게 태어난 방돔 부티크는 샤넬의 창조성과 예술성, 뛰어난 장인 정신을 집결한 공간이다. 이들이 지금까지 제작한 하이 주얼리와 워치,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예술품이 세 개 층에 걸쳐 방대하게 펼쳐진다. 묵직한 문을 열고 부티크에 들어서면 먼저 골드와 베이지, 브라운 래커 패널로 장식한 포이어가 방문자를 맞이한다. 그러니까 여기에 배치한 델로스 & 유비에도(Delos & Ubiedo)의 콘솔과 이드리스 칸(Idris Khan)의 작품 ‘영원한 움직임(Eternal Movement)’은 말하자면 고상한 샤넬식 환대인 셈이다. 블랙 래커와 골드 부조로 라이닝을 두른 벽면은 샤넬 여사가 살았던 캉봉 31번지 아파트의 코로망델 병풍과 골드 컬러 삼베 패브릭 벽을 연상케 한다. 망치로 두들긴 청동 투각 스크린은 방돔 광장으로 향하는 시선을 부티크 안으로 이동시키며 공간을 각각의 살롱으로 구분 짓는다. 루이 15세의 집무실을 장식했던 소품과 로베르 구센(Robert Goossens)의 샹들리에를 따라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도금 벽면으로 둘러싸인 아트리움과 거대한 청동상을 마주하게 된다. 높이만 3m에 달하는 이 작품은 요한 크레텐(Johan Creten)의 ‘라본(La Borne)’. 나폴레옹의 전승 기념 기둥을 닮은 라본은 압도적인 크기와 존재감으로 방돔 광장에 대한 찬미를 드러낸다. 잉그리드 도나(Ingrid Donat)의 미카 커피 테이블, 로베르 구센의 크리스털 프레임 거울로 장식된 살롱을 지나면 엘리베이터 맞은편에 프랑수아 자비에 랄란(Francois-Xavier Lalanne)의 조각 ‘와피티(Wapiti)’가 장엄하게 서 있다. 게다가 샤넬은 흔한 엘리베이터조차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내벽에는 피카소의 석판화 세 점이 걸려 있는데, ‘바이올린이 있는 정물(Still Life with a Violin)’과 ‘앉아서 신문을 읽는 남자(Seated Man Reading a Newspaper)’ ‘우산을 들고 일기를 읽는 남자(Man with an Umbrella Reading a Journal)’가 바로 그것. 또 계단 아래에선 조엘 모리슨(Joel Morrison)이 부티크 리오프닝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코코 샹들리에(Coco Chandelier)’도 감상할 수 있다. 샤넬이 방돔 부티크에 전시해놓은 예술품만 해도 여느 갤러리 못지않다.
2층에는 우아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VIP 살롱이 마련되어 있다.샤넬의 워치메이킹을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시계가 있다.
시선은 계단의 건축적인 라인과 직사각형 카보숑을 박아 넣은 난간을 따라 자연스레 위층으로 이어진다. 커다란 세 개 창으로 방돔 광장의 빛을 받아들이는 2층은 샤넬의 파인 워치 컬렉션을 위한 공간이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요한 크레텐의 작품 ‘뉴 뉴로즈(New Neurose)’는 파르플뤼 파르파데(Farfelus Farfadets)의 ‘콜론(Colonnes)’ 위에서 자태를 뽐내고, 화이트 브론즈와 블랙 오크로 만든 장-뤼크 르 무니에(Jean-Luc Le Mounier)의 ‘하마다 로(Hamada Low)’ 테이블도 놓여 있다. 카멜리아의 변주로 표현한 피터 데이턴(Peter Dayton)의 수평 콜라주도 그냥 지나치기 힘든 작품. 이 밖에 섬세한 태피터와 성글게 직조한 삼베를 번갈아 배치한 커튼, 블랙 디테일과 대비되는 의자와 캐비닛의 골드 악센트 역시 공간을 풍성하게 만드는 데 한몫한다. 프라이빗 살롱으로 이어지는 벽엔 다이아몬드로 샤넬 여사의 자화상을 표현한 빅 뮤니츠(Vik Muniz)의 ‘코코 인 다이아몬드(Coco in Diamonds)’가 걸려 있고, 제스모나이트로 만든 소피 코린든(Sophie Corydon)의 조각도 벽면에 배치되어 루이 15세의 책상, 가리도(Garrido)의 도금 테이블, 자개 장식의 도자기 램프와 절묘한 앙상블을 자랑한다.
3층으로 연결된 계단을 오르면 필립 안토니오즈(Philippe Anthonioz)의 금박 벤치와 망치로 두드려 만든 청동 콘솔, 한 쌍의 화병과 금박을 입힌 꽃이 나타난다. 3층은 하이 주얼리 컬렉션으로 채웠다. 통로에는 샤넬 하우스가 소장한 진귀한 주얼리들을 진열해놓았는데,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N°5 네크리스다. 무려 55.55캐럿의 커스텀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이 목걸이는 거울 벽을 통해 신비롭게 모습을 드러내며, 하종현의 삼배 유화, 금박으로 덮인 천장, 래커로 칠한 벽면과 극적 대비를 이룬다. 3층 살롱에는 풍부한 질감이 인상적인 니콜라 드 스탈(Nicolas de Stael)의 캔버스 유화 ‘구성(Composition)’이 있다. 부케나스 페트리디스(Voukenas Petrides)의 청동 조각 암체어와 레다 아말루(Reda Amalou)의 커피 테이블도 금빛으로 공간을 채우며 샤넬 주얼리의 이미지를 확장한다. 3개 층에 걸쳐 방대하게 펼쳐진 샤넬의 솜씨와 미감. 결국 방돔 부티크를 둘러본 이들은 누구라도 깨닫게 된다. 이곳은 단순한 시계 & 주얼리 매장이 아니라, 샤넬의 헤리티지와 비전을 집약하고 응축해놓은 공간이라는 것을. 그 자체로 완결된 하나의 작품이라는 것을.
계단 아래에는 조엘 모리슨이 부티크 리오프닝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조각 ‘코코 샹들리에’가 전시되어 있다.3층에서 바라본 계단의 모습. 건축적인 라인과 금빛 난간이 인상적이다. 55.55캐럿 커스텀 컷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N°5 네크리스.

Credit

  • CONTRIBUTING EDITOR 이현상
  • PHOTO 샤넬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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