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에 얽힌 놀라운 이야기 10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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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에 얽힌 놀라운 이야기 10

4년 만에 열린 세계인의 축제. 오일머니가 듬뿍 발린 중동 최초의 월드컵은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이다. 흥미로운 ‘썰’부터 꺼림칙한 논란까지,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둘러싼 이야기를 모았다.

김현유 BY 김현유 2022.11.16
 
밀집된 경기장
카타르의 면적은 1만1571km²로, 경기도보다는 조금 더 크고 전라남도보다는 작다.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이라 경기장이 수도 도하 인근에 몰려 있을 수밖에 없다. 도하에는 3개의 구장이 있고, 경기장이 위치한 또 다른 도시인 루사일, 아라얀, 알와크라는 지하철로 이동이 가능하다. 알바이트 스타디움이 위치한 알코르가 도하에서 가장 먼데, 그래 봐야 50km 이내다. 한국 상황에 빗대자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중심으로 가장 먼 경기장이 동탄신도시 정도에 위치한 셈이다. 금전적,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시간이 겹치는 일부 경기를 제외한 전 경기를 모두 관람할 수도 있을 만큼의 거리다.
 
두 번째 아시아, 첫 번째 아랍
다들 기억하는 바와 같이, 아시아 최초로 월드컵을 개최한 나라는 2002년 한국과 일본이었다. 이번 대회는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 서아시아에서는 첫 번째로 열리는 월드컵이다. 아시아 국가의 첫 단독 대회이기도 하다. 덕분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팀은 처음으로 6팀이나 월드컵에 출전하게 됐다.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을 통해 월드컵 진출을 확정한 한국, 일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4개 팀과 남미 지역 예선 5위 페루와의 대륙 플레이오프에서 가까스로 승리한 호주, 그리고 개최국 카타르가 그 주인공이다.
 
시체 위에 세워진 도시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인 카타르는 월드컵을 위해 텅 빈 사막 위에 새로운 거대도시를 건설했다. 도시 위에는 경기장과 도로, 숙소가 필요했고 아래로는 지하철이 다녀야 했다. 대규모 공사가 시작됐다. 카타르 인구(280만 명)의 절반에 달하는 숫자의 사람이 투입됐다. 대다수는 이주 노동자였다. 문제는 현장의 기온이 50℃에 달했고, 카타르의 안전 관련 제도는 엉망이었다는 점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개최가 확정된 2010년부터 2021년까지 남아시아 출신 노동자만 6751명이 숨졌다.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출신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훨씬 늘어날 것이다. 카타르 정부는 사망자가 37명에 불과하며 피해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으나 논란이 불거지자 개최를 코앞에 둔 4월에야 가혹한 근로 환경을 인정하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2000년대생이 온다
지난 대회 최연소 출전 선수인 호주의 다니엘 아르자니(매카서 FC)는 1999년생으로 20세기 말에 태어났다. 이번에는 드디어 21세기에 태어난 선수들이 출전한다. 당장 한국만 해도 대표팀 합류에 강한 뜻을 표한 이강인(RCD 마요르카)이 2001년생이며, 스페인 대표팀의 ‘든든한 막내’로 꼽히는 페드리(FC바르셀로나)와 가비(FC바르셀로나)는 각각 2002, 2004년생이다. 56년 만의 우승을 노리는 잉글랜드에는 2003년생임에도 버밍엄 시티 FC의 영구결번으로 남은 주드 벨링엄(도르트문트)이 있다. 이른바 Z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이 보여줄 활약은 이번 월드컵에서 눈여겨볼 만한 장면 중 하나다.
 
러시아 아웃!
러시아는 유럽 지역 최종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폴란드, 체코, 스웨덴과 맞붙게 돼 있었다. 2월의 일이다. 애초에 도핑 논란으로 여론이 좋지 않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폴란드를 시작으로 스웨덴, 체코의 축구협회가 러시아와의 경기 보이콧을 선언했다. FIFA는 러시아에 국명 사용 금지 등의 징계를 내렸으나 솜방망이라는 지적과 함께 보이콧은 계속됐다. 결국 3월, FIFA는 자신들이 주관하는 모든 대회에 러시아 국가대표 및 클럽의 출전을 금지시켰다. 러시아는 부당하다며 국제스포츠중재위원회(CAS)에 항소했으나 기각됐다. 이번 대회가 끝나더라도, 당분간 국제 축구 대회에 러시아가 참가하긴 어려울 것 같다.
 
노 알코올
‘맥주가 없는 축구장’이라니, 말도 안 되는 단어의 조합 같지만 중동 국가의 월드컵에선 가능하다. 카타르 정부는 주류 판매와 음주를 엄격하게 제한해왔으나, FIFA의 눈물겨운 설득 끝에 대회 기간에는 규제를 다소 완화하기로 했다. 월드컵 기간 동안 티켓 소지자에 한해 경기장 인근 지정 구역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게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음주가 불가능하고, 판매 시간은 정해져 있다. 게다가 가격도 만만치 않다. 카타르는 올해 초 모든 술에 100% 이상의 추가세를 도입했다. 〈미러〉는 월드컵 기간 동안 도하 인근에서 맥주 500cc 한 잔 가격이 15.5파운드, 한화 약 2만5000원에 달할 것이라 전망했다. ‘만원네캔’의 민족에겐 가혹한 가격이다.
 
마지막 32강 체제
FIFA는 2026 북미 월드컵부터는 48개국이 출전하도록 법령을 개정했다. 워낙 쟁쟁한 팀이 많아 출전권 따기가 어려운 남미 국가들, 월드컵에 누구보다 많은 돈을 투자하지만 정작 출전 경험은 한 번뿐인 중국, FIFA가 시장성을 무시하기 어려운 인도 등 다수 국가가 찬성 의사를 밝혔다. 속전속결이었던 탓에 카타르 월드컵이 최초의 출전팀 48개국 대회가 될 뻔했으나, 개최까지 시간은 촉박한데 준비해야 할 것은 늘어나는 관계로 무산되었다. 주변 국가들과 모두 사이가 나빠 공동 개최도 불가능한 카타르의 외교 상황도 한몫했고.
 
가을에 열리는 월드컵
월드컵은 여름 축제였다. 주로 6월, 늦어도 7월에 열렸다. 유럽 축구 클럽들의 비시즌 기간으로 시즌을 종료한 선수들이 곧바로 대표팀에 합류해 대회를 치를 수 있는 시기였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역사상 최초로 11월, 가을과 겨울 사이에 열린다. 50℃를 넘나드는 카타르의 여름 최고 기온 때문이다. 처음에 카타르는 경기장 곳곳에 에어컨을 가득 설치해 그라운드와 관중석의 온도를 낮추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으나, 한여름에는 불가능했다. 결국 FIFA는 개최를 11월로 미뤘다. 이로 인해 EPL 등 세계 각국의 리그는 시즌 일정을 조정해야만 했다.
 
92년 만의 여성 심판
남성의 전유물이던 월드컵 심판 자리에 92년 만에 여성이 기용됐다. FIFA가 공개한 이번 월드컵에 참여하는 36명의 주심과 69명의 부심 명단에는 6인의 여성이 포함됐다. 주심의 스테파니 프라파르(프랑스), 야마시타 요시미(일본), 살리마 무칸상가(르완다), 그리고 부심의 네우사 백(브라질), 카렌 디아스(멕시코), 캐서린 네스비트(미국)가 그 주인공이다. 월드컵 심판 규정에 성별 제한이 따로 있진 않았으나, 여성 심판이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차별이 극심한 중동 지역 최초의 월드컵에 참여한 첫 여성 심판이라니,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오일머니와 비리 의혹
2018년까지도 개최지가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오일머니가 오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탓이다. FIFA는 비리는 없었다는 주장을 펼치다가, 〈빌트〉가 관련 내용을 단독 보도하자 그제서야 당시 상황을 정리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카타르의 석유 부자들이 FIFA 집행위원들과 그 가족들에게 부적절한 입금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직접적인 연관 관계가 증명되지 않아 결정적 증거는 못 됐다. 체포됐던 조제프 블라터 FIFA 전 회장 등은 무죄를 선고받았고, 개최지는 변하지 않았다. 비리가 없었던 걸로 정리가 끝난 셈이다. 그럼에도 명확한 정황 증거와 제기된 스캔들은 찜찜함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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