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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남녀〉는 드라마지만 시트콤 같은 느낌이 있었죠. 극 중 채연이의 성격은 ‘츤데레’였고요. 코믹한 면모를 보이면서도 오버하지 않는 게 사실 어려운데, 첫 연기였는데도 그 중간을 잘 살렸어요.
친구들도 그렇고, 촬영 현장에서도 정말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어요. 공명 선배, 김기범 선배, 김동영 선배 그리고 감독님께서도 열과 성을 다해 도와주셨고요. 사실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기억은 있는데, 그때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이아와 아이오아이 활동을 같이 하는 것도 힘든 와중에 개인 스케줄과 드라마 촬영까지 하느라 정말 바빴거든요. 정말 잠잘 시간도 부족했어요.
〈혼술남녀〉가 2016년이니, 다이아와 아이오아이로 모두 활동하고 있을 때네요. 그걸 어떻게 견뎠어요?
연기를 꿈꿔왔지만, 저한테 이렇게 기회가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어요. 나이도 어렸고, 너무 신인이기도 했던 터라 무조건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마음도 급했고요. 대신 그 시기의 기억을 잃어버렸죠.(웃음)
그럼요! 다들 바쁘다 보니 다 같이는 가끔 만나고, 삼삼오오 자주 만나요. 저희는 모이면 아주 맛있는 걸 먹어요. 계속.(웃음) 몇 달 전에 한 번 다 같이 모였는데, 연정이가 굴 먹고 싶다고 해서 다 같이 굴을 먹었어요. 먹으면서 근황 얘기 하다 보니까 또 허기가 지더라고요. 그래서 떡볶이 먹다가 매운 거 먹었으니까 단 걸로 중화시키자고 빵 시켜 먹고… 항상 만나면 이렇게 돼요. 엄청 많이 먹어요. 먹으면서 얘기를 하니까 시간도 엄청 빨리 가고요. 다들 초심의 시기를 같이 보내서 그런지 만나면 정말 편해요.
삼삼오오 짝 지어서 만나면, 주로 누구랑 만나요?
(임)나영 언니요. 얼마 전에도 만났어요. 제가 다친 직후라 보호대를 차고 있어서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못했거든요. 바람 쐬고 싶다고 했더니 언니가 차를 끌고 집 앞까지 와줬어요. 근교에 있는 예쁜 카페도 데려가주고, 수다도 떨면서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다시 연기 얘기로 돌아와볼게요. 〈혼술남녀〉도 그렇고 〈투 제니〉에서도 캐릭터를 설명할 때 ‘뛰어난 미모’라는 수식어가 붙었죠. 실제로 굉장한 미모지만, 부담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쑥스러웠죠. 사실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을 때도 있고요.(웃음) 이건 제 외적인 부분보다 주변 분들이 잘 살려주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투 제니〉 예고편을 보면, 학교에서 제가 연기한 ‘나라’가 걸어가고 있을 때 옆의 학생들이 ‘우아, 진짜 예쁘다’ 하면서 수군거리거든요. 거기 나온 학생들이 실제 저희 고등학교 후배들이었는데, 정말 열심히 띄워주더라고요. 또 조명감독님과 카메라감독님이 그만큼 예쁜 각도를 찾아주시기도 했고요.(웃음) 덕분에 극 중에 ‘예쁘다’는 묘사가 더욱 부각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여러모로 감사한 부분이죠.
〈투 제니〉에서는 투정을 부리는 듯한 애교 연기가 정말 일품이었어요.
원래 그게 없었던 신인데, (김)성철 오빠가 제안해서 찍게 된 거예요. 〈투 제니〉를 찍는 내내 성철 오빠가 정말 많이 도와줬거든요. 아직도 작품을 찍으면서 막막한 일이 생기면 성철 오빠한테 의견을 물어볼 정도로 의지를 많이 했어요.
애교가 약간 있다고는 하는데, 〈투 제니〉의 나라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말투나 리액션에서 약간 묻어나는 정도?
〈투 제니〉도 그렇고, 〈첫사랑은 처음이라서〉에서도 ‘여사친’에서 ‘여친’이 되는 그런 캐릭터를 연기했어요. 〈금수저〉도 따지고 보면 여사친이었다가 여친, 연인이 되는 그런 내용이죠. 채연 씨 나온 작품에서 남녀 사이 친구는 결국 연인으로 종결되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남녀 사이 우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완전요.(웃음) 완전 가능하다는 주의예요. 그런 말 있잖아요, 남녀 사이 친구는 둘 중 한 명이 좋아해야 가능한 거라고요. 저랑 제 친구들 생각해보면… 절대, 절대! 이성적인 감정 하나도 없이 우정만 유지하는 거 완전 가능합니다.
그러고 보면 맑고 풋풋한, 교복 입던 그 시절의 ‘첫사랑 그녀’ 같은 역할을 많이 맡았어요. 이미지가 굳어질까 봐 걱정하지는 않았어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이미지가 고정된다는 걱정은 아예 한 적이 없고요. 역할이 들어왔을 때 ‘내가 첫사랑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한 적은 있지만요. 저는 할 수 있을 때 교복도 입고, 첫사랑도 여사친도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 나이에만 할 수 있었던 거니까요. 미래에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분명 있을 거고요.
또 다른 모습. 그럼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장르가 너무 많아서 딱히 ‘이런 역할을 꼭 해보고 싶다’는 건 없어요. 또 앞으로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잖아요. 제가 여태껏 해온 것보다 앞으로 보여드릴 수 있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해요. 물론 새로운 도전은 당연히 어렵겠죠. 하지만 호기심도 많고 배우고 싶은 마음도 커요. 그냥 뭐든지 다 경험해보고 싶어요.
롤 모델, 롤 모델. 아, 제가 감히 정말 좋아하는 선배님이 세 분 계세요. 전지현 선배님, 손예진 선배님 그리고 한효주 선배님이요. 실제로 뵌 적은 없는데, 정말 멋있고 닮고 싶은 분들이에요.
세 분 다 다양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소화할 수 있는 배우들이죠. 채연 씨의 이상향과 부합하는 면이 있나 봐요.
가고 싶은 길을 앞서 개척해주신 분들이에요. 저는 정말 오래오래 이 직업을 계속하고 싶은데, 세 분 다 쉼 없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연기 활동을 지속해오셨잖아요. 제가 선배님들처럼 후배들을 위한 길을 개척할 순 없더라도, 선배님들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해요.
원래 배우가 꿈이었으니까 예고에 진학하고 연기를 준비했던 거잖아요. 만약 아이돌이 되지 못해서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면 지금 스물일곱을 목전에 둔 정채연은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 것 같아요?
요즘 친구들하고 그런 얘기를 많이 해요. 만약 배우가 되지 못했다면, 지금쯤 대학을 졸업하고 다른 직업을 가진 채 사회생활을 시작했겠죠? 그러면서도 배우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못하고 어떻게든 길을 찾고 있었을 것 같아요. 진로 방향을 두고 갈림길에 서서 고민하고 있었겠죠.
처음 데뷔했을 때, 부모님께 스물다섯 살 때까지 하고 싶은 걸 할 테니 지켜봐달라고 했다면서요. 성공할 거라는 자신이 있었던가 봐요.
아뇨, 오히려 그 반대였어요. 그 얘기를 처음 한 게 열아홉 살이었거든요. 회사에 들어갔을 때요. 만약에 제가 스물여섯 살이 됐는데도 이룬 게 하나도 없고, 할 줄 아는 게 없다면 과감히 그만둘 테니까 그때까지 당당하게 손을 벌릴 생각이었어요.(웃음)
저도 어렸으니까, 그 정도 나이면 진짜 어른의 나이라고 생각했어요. 나름대로 근거도 있었어요. 대학을 들어갔으면 24, 25세에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테니까요. 그 나이쯤 되면 인생의 방향성을 잡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그런 얘기를 했던 거죠. 지금 생각하니 당돌하고 귀여웠네요.(웃음)
부모님께 스물다섯 살까지 지켜봐달라고 얘기했던 때와 지금의 마음가짐을 비교하면 어때요. 아무래도 나이도 먹었고, 경력도 쌓였으니 여유가 생겼을 것 같은데.
직업적으로는 아직도 성장 단계라고 생각해요. 어떤 작품에 도전해도 항상 새롭고, 가끔은 막연하고 또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힐 때도 있으니까요.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때의 마음가짐과 지금이 크게 다르진 않아요. 대신 개인적으로는 스스로를 살펴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잘 붓는 편인데, 옛날에는 붓는 게 너무 싫었거든요. 강박이 있었어요. 지금은 스스로에게 채찍질하지 않으려고 해요. 부기는 조금 일찍 일어나서 빼면 되니까요. 제가 행복한 게 더 중요해졌어요. 그런 부분이 여유라면 여유겠죠?
곧 데뷔 8년 차죠. 또래 친구들에 비하면 사회생활 ‘짬’이 상당한데, 아직도 성장 단계라는 건 너무 겸손한 것 아닌가요.
와, 벌써 그렇게 됐다고요? 저는 왜 계속 신인인 것 같죠.(웃음) 겸손해서 그런 게 아니고, 정말 잘 모르겠어요. 10년 차 넘으면 좀 느껴질까요? 아직 감흥이 없어요. 18년 차, 더 가서 28년 차가 될 때까지 계속해나갈 것들도 많고 그리고 보여드릴 것도 많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봐요.
‘프로 긍정러’답군요. 연말인데, 내년에 기대하는 게 있어요?
좀 많이 긍정적인 편이에요.(웃음) 내년에는 더 많은 걸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저도 기대가 돼요. 다음에 어떤 작품을 하면 좋을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은 요즘이네요. 일단 내년에는 어떤 것이든 간에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한 번 아프고 보니까, 안 아픈 게 제일 중요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