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춤의 혈전을 벌인 <스맨파>리더 8명을 만났다. | 에스콰이어코리아
PEOPLE

Part1. 춤의 혈전을 벌인 <스맨파>리더 8명을 만났다.

춤의 혈전을 벌인 <스트릿 맨 파이터> 여덟이 다시 모였다. 어쩌면 진짜 춤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오성윤 BY 오성윤 2022.12.19
 
(오천) 후드, 팬츠 모두 돌체앤가바나. (드기) 넥 워머, 블랙 재킷, 팬츠, 슈즈 모두 돌체앤가바나. (영제이) 스타디움 재킷, 화이트 상의, 쇼츠, 레깅스, 슈즈 모두 돌체앤가바나. (백구영) 하트 니트, 블랙 팬츠, 슈즈, 네크리스 모두 돌체앤가바나. (바타) 아우터, 티셔츠, 데님 팬츠, 슈즈 모두 돌체앤가바나. (트릭스) 아우터, 블랙 데님, 슈즈 모두 돌체앤가바나. (제이락) 블랙 재킷, 티셔츠, 쇼츠, 레깅스, 화이트 슈즈 모두 돌체앤가바나. (테드) 베스트, 로고 니트, 데님 점프슈트, 슈즈, 이어링 모두 돌체앤가바나.

(오천) 후드, 팬츠 모두 돌체앤가바나. (드기) 넥 워머, 블랙 재킷, 팬츠, 슈즈 모두 돌체앤가바나. (영제이) 스타디움 재킷, 화이트 상의, 쇼츠, 레깅스, 슈즈 모두 돌체앤가바나. (백구영) 하트 니트, 블랙 팬츠, 슈즈, 네크리스 모두 돌체앤가바나. (바타) 아우터, 티셔츠, 데님 팬츠, 슈즈 모두 돌체앤가바나. (트릭스) 아우터, 블랙 데님, 슈즈 모두 돌체앤가바나. (제이락) 블랙 재킷, 티셔츠, 쇼츠, 레깅스, 화이트 슈즈 모두 돌체앤가바나. (테드) 베스트, 로고 니트, 데님 점프슈트, 슈즈, 이어링 모두 돌체앤가바나.

화이트 베스트, 톱, 팬츠, 링, 네크리스 모두 돌체앤가바나.

화이트 베스트, 톱, 팬츠, 링, 네크리스 모두 돌체앤가바나.

 
YGX
드기
 
〈스맨파〉 갈라쇼에서 도니가 노래를 불렀는데 ‘가수인 줄 알았다’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잘 부르더라고요.  
쌍둥이지만 저랑 도니는 다른 점이 많아요. 한때 가수를 꿈꾼 적이 있었는데 도니와 달리 전 노래를 잘 부르는 타입이 아니라 접었죠. 춤도 마찬가지예요. 도니는 그루브에 강점이 있다면 저는 파워풀한 편이거든요. 얼굴을 가리고 춤을 추더라도 저희 멤버들은 누가 드기이고 도니인지 금세 맞힐 정도로요.
쌍둥이라서 얻는 메리트도 있을 것 같아요.
〈스맨파〉에서도 인트로 부분에 저랑 도니가 마주 보고 서서 거울처럼 춤을 추는 장면이 있었어요. 어떤 댄서는 그걸 보고 ‘아니, 이건 반칙이지’라며 볼멘소리를 하더라고요. 진짜 묘미는 같은 듯 다른 맛을 주는 거라 생각해요. 똑같이 생긴 사람 두 명이 같은 춤을 추지만 살짝 다른 느낌이 중요하죠. ‘복사 붙여 넣기’처럼 100% 똑같이 추는 건 굳이 쌍둥이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연습만 하면 잘할 수 있으니까요.
출연을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YGX는 〈스우파〉에도 나왔잖아요.
먼저 경험해본 리정이랑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힘들긴 하겠지만 얻는 게 많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잘할 거라고 응원도 많이 해줘서 고마웠죠. 사실 〈스우파〉에 나가기 전엔 저를 댄서보단 인플루언서로 생각하는 시선이 많았어요. 아무래도 화보 촬영이나 광고 같은 데에 일찍 노출되다 보니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도 댄서야. 춤 잘 춰’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어요.
시작부터 가장 많은 노 리스펙트 스티커를 받았죠. 마음의 준비를 많이 하고 나왔어도 힘들었을거 같아요. 워낙 다들 자기 춤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분들이니까.
방송에 나가진 않았지만, 배틀만 아홉 번인가 했어요. 계속 졌죠. 이기고 싶은 마음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던 것 같아요. 긴장을 했던 것도 있고요. 근데 그렇게 하루에 몰아서 배틀을 하다 보니까 배틀의 맛이 뭔지 제대로 느꼈어요. 속성으로 경험치가 쌓인 셈이죠. 덕분에 지금은 코레오그래피(안무라는 뜻으로 댄스 씬에선 정해진 음악에 맞춰 춤을 만드는 일을 가리킨다, 이하 코레오)보다 프리스타일에 관심이 더 많아요.
탈락하고 나서 다른 팀들의 미션을 보면서 탐이 났던 게 있나요?
파이널 미션이요. 코레오에 베이스를 둔 YGX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미션이거든요. 팀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도 했고요. 어차피 다 지난 일이지만, 저희가 유독 운이 없었다고 생각해요. 맞붙은 팀이나 음악, 의상 같은 것들이요.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굉장히 많아요.
기회가 된다면 다시 출연할 의사도 있나요?
아니요. (최)영준이 형이나 (백)구영이 형 앞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저도 벌써 삼십대 중반입니다.(웃음) 저보다 다른 분들에게 기회가 갔으면 좋겠어요. 이미 저는 한 번 경험을 했고 성적과 상관없이 좋은 추억을 쌓았어요. 그런 경험을 다른 사람들도 누리길 바라죠. 저희 팀도 그렇고 요즘 잘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거든요. 〈스맨파〉 시즌 2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보석 같은 댄서를 발굴하는 기회의 장이 됐으면 해요. 저는 〈스우파〉 때처럼 잠깐 도와주러 나오는 정도면 만족합니다.
후배들을 챙기는 모습이 자주 보였어요. 본인이 빛나는 것보다 멤버들이 빛났으면 한다고도 했고요.
짧은 시간이지만 〈스맨파〉를 하면서 진짜 끈끈한 사이가 됐어요. 친동생이 6명 생긴 기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원래 약간 ‘나만 잘하면 되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젠 진심으로 동생들이 잘됐으면 좋겠어요.
일적으로 말고 편하게 듣는 노래는 뭔가요?
요새 편하게 듣는 건 뉴진스랑 르세라핌 노래요.(웃음) 아무래도 코레오를 하다 보면 K팝을 자주 듣게 돼요. 배틀에 재미를 들리고 나선 오천이나 트릭스가 추천해주는 리드미컬하면서 비트가 강한 음악도 챙겨 듣고 있어요. 근데 쉬려고 노래를 들어도 자꾸 안무가 생각나서 쉴 수가 없어요. 직업병인가 봐요.
2023년에 계획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도니랑도 여러 번 이야기했는데, 퍼포먼스를 더 많이 보여주려고 해요. 영상을 찍을 수도 있고 공연이나 이벤트에 직접 나갈 수도 있겠죠. 코레오도 중요하지만, YGX가 추구하는 무지개 색깔 같은 매력을 더 많이 보여줘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블랙 터틀넥, 재킷, 팬츠, 슈즈, 선글라스, 네크리스 모두 돌체앤가바나.

블랙 터틀넥, 재킷, 팬츠, 슈즈, 선글라스, 네크리스 모두 돌체앤가바나.

 
WE DEM BOYZ
바타
 
키가 180cm라고 하셨는데, 더 커 보이는데요?
옛날부터 제가 180cm라고 하면 다들 놀라긴 했어요. 근데 180cm가 맞을 거예요. 군대에서 쟀을 때 그랬으니까.
스스로 밝혔는데도 안 믿는 분위기더라고요. 인터넷에도 ‘본인은 180cm라고 하지만 186cm 정도로 추정된다’고 되어 있었어요.
(웃음) 그래요? 혹시 키가 어떻게 되세요? 실례가 안 되시면… (일어나서 키를 잰다.) 180cm 맞는 것 같죠? 제가 어깨 위치는 보통의 180cm보다 높은 편이에요. 머리가 작아서. 팔다리도 긴 편이고, 아마 그래서 더 클 거라고 생각들을 하나 봐요.
비율이 너무 좋아서 더 커 보이는 거군요. 키가 크거나 팔다리가 길면 춤을 잘 추기가 어렵다는 얘기가 있는데, 딱히 그렇지는 않나요?
확실히 어려운 부분이 있죠. 휘적휘적하는 느낌이 나기도 하고, 몸이 무겁기도 하고요. 작은 사람들만큼 날렵하지 못해요. 그래서 저보고 백구영님처럼 날렵한 춤을 추라고 하면 확실히 약해요. 대신 키 큰 사람 중에 잘 추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 제가 더 튀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하죠. 저도 그 장점을 많이 살리는 방식으로 춤을 추려고 했고요. 한창 춤을 추기 시작할 때부터 키가 컸으니까요.
대학생 때 춤을 추기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사실 중고등학생 때도 춤을 좋아하긴 했어요. 그런데 제가 또 공부를 잘했거든요. 공부를 못했으면 미련 없이 춤으로 갔을 텐데.(웃음)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열심히 했나 모르겠는데, 아무튼 ‘공부를 왜 해야 할까’ 이런 의심 한 번 없이 그냥 했어요. 해야 한다고 하니까. 딱 한 번 부모님한테 말한 적이 있었죠. 나 춤추고 싶다고. 그러니까 ‘부모님 국룰’인 “대학 가서 해라”라는 답이 돌아왔고, 그래서 그렇게 했어요. ‘그래, 좋은 대학 간 다음에 춤춰야겠다.’
학교를 관둘 정도로 출 줄은 모르셨겠죠.(웃음)
대학 입학하고 1년 동안은 정말 춤 동아리 활동밖에 안 했어요. 그냥 매일 춤만 춘 거죠. 그러다 군대에 갔고 군대에서도 열심히 췄고요. 옆에 다른 애들 운동하고, 탁구 치고 있는데 ‘축 증정’ 이런 거 쓰여 있는 거울 앞에서 혼자.(웃음) 군대에서 또 제가 포상휴가 따려고 도서관 관리병을 했거든요. 그러면서 주말에 할 게 없으니까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 보니까 이 책도 그렇고 저 책도 그렇고 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다들 이런 말을 하는 거 보니 뭔가 이유가 있겠구나’ 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그걸 의심 한 번 없이 받아들인 게 신기하긴 하네요.(웃음)
결국 자퇴까지 하고 춤에 매진해야겠다고 생각하게 한 건 뭐였을까요? 확신? 열정? 조바심?
제가 공대생이라서, 그때도 엄청 이성적으로 판단했어요. 표를 그려서 대학교를 자퇴했을 때와 안 했을 때의 미래를 비교한 거죠. 수익과 행복과 장기적인 전망과… 그런데 그렇게 이성적으로 판단을 해봐도 학교를 관두는 게 낫겠더라고요. 사실 한 학기 동안 병행하려고도 해봤는데 그대로는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았거든요.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춤추면서 링거도 한 세 번 맞고 그랬는데 안 돼요. 그 정도 춤춰서는 먹고살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때 그려본 미래와 비교해본다면 지금의 바타는 어떤가요?
더 잘되고 있는 것 같아요. 굳이 〈스맨파〉 때문이 아니라, 그전에도 수입 면에서나 행복 면에서나 예상보다 나았거든요. 위댐보이즈 멤버들을 만난 부분이 컸죠. 뭐 혼자일 때도 댄스 신의 라이징 스타이긴 했는데, 인규 만나면서 상황이 엄청 달라졌어요. 그래서 저는 친구나 후배들 만나면 맨날 그렇게 얘기해요. “댄서는 혼자 살아가기에는 너무 힘이 없는 존재야. 꼭 팀을 만들어.”
영제이가 1위 소감 때 대뜸 위댐보이즈에게 그런 말을 했죠. “앞으로 너네 시대가 올 거야.”
그때 진짜 웃겼어요. 너무 꼰대같이 말해서. 제 속마음은 그랬죠. ‘이 형 진짜 웃기네.’ ‘형, 죄송한데 이미 우리 시대가 왔거든요?’
1화부터 올드하다는 공격을 많이 받았으니, 우승까지 한 입장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도 있죠. ‘아직은 우리 시대다.’
제가 영재 형(영제이)을 되게 좋아해요. 자주 놀리기도 하고. 그냥 그 말도 너무 영재 형 같아서 웃겼어요. 이런 거예요. 지금은 아이돌 안무를 봐도 좀 ‘빡센’ 춤이 대세잖아요. 옛날에 빅뱅 같은 팀이 활동할 때만 해도 안무에서 ‘스웨그’를 보여주는 게 대세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안무도 엄청 어려워지고 칼각을 맞춰야 하는 춤이 많이 나오게 된 거죠. 저스트절크나 원밀리언의 춤에 가까운 춤이요. 그런데 위댐보이즈는 이제 다시 스웨그의 시대가 올 거라고 믿는 거예요. 사람들이 슬슬 칼각에 질려 할 타이밍도 됐고, 틱톡 챌린지 같은 유행이 끼친 영향도 있을 거고요. 실제로 아이돌 안무가 점점 쉬워지고 있다는 걸 저도 느끼거든요. 챌린지에 동참하게 하려면 따라 출 수 있어야 하고, 유행할 만한 느낌이 있어야 하니까.
여기서도 공대생의 분석적 면모가 나오네요.
제가 좀 ‘분석충’이라서요.(웃음) 저희가 사실 방송에 나온 멤버들 외에도 동생들이 많은 팀이거든요. 앞으로 할 수 있는 것도, 해야 할 것도 정말 많다고 생각해요.
 
 데님 톱, 재킷, 팬츠, 슈즈, 링, 네크리스 모두 돌체앤가바나.

데님 톱, 재킷, 팬츠, 슈즈, 링, 네크리스 모두 돌체앤가바나.

 
JUST JERK
영제이
 
우승 후에도 멤버들에게 ‘자만하면 안 돼’라는 충고를 하신 적이 있나요?
(웃음) 네. 애들이 진짜 너무 싫어하더라고요. 우승한 날에는 “형, 이제는 좀 자만해도 되지 않나요?” 하는데, 듣고 보니까 맞더라고요. 그래서 “알겠다. 오늘 하루만 자만하자” 하고 맥주 한잔하면서 우리가 제일 멋있다, 우리가 왕이다 그랬죠. 그리고 다음 날부터는 바로 또 연습을 시작했고요.
자만은 경계하지만, ‘국가대표’ ‘세계 최고’ 같은 표현은 스스럼없이 쓰더라고요.
저희가 팀 활동을 한 지 13년이 됐는데, 그중 10년을 거의 대회 출전에 매진했어요. 아시아, 미국, 유럽, 뭐 대회라는 대회는 다 나가봤죠. 말이 10년이지 보통 세월이 아니잖아요. 나갈 때마다 또 얼마나 큰 벽을 느꼈겠어요? 세계대회를 휩쓴다는 게 말로는 쉽지만 사실 한 번 한 번의 우승이 늘 어려운 거거든요. 그래서 저는 저희 결과가 정말 자랑스럽기 때문에, 당당하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전임 대통령님께서도 저희를 되게 좋아해주셔서 늘 러브콜을 해주셨고, 그래서 댄서로서는 최초로 이름을 걸고 올림픽에서 공연도 할 수 있었잖아요.
저스트절크의 바디락 우승이라는 커리어는 지금 생각해도 경이로워요. 연습실도 없이 한강변에서 춤 연습을 하고, 다 같이 반년씩 아르바이트를 해서 제반 비용을 마련하고. 그런 식으로 어떻게 세계 최고의 춤 경연대회를 접수하죠?
힘들었죠. 저희도 마음 약해질 때가 많았어요. 실제로 많은 댄서가 세계대회에 도전했다가 중도에 포기해요. 워낙 큰 벽이 느껴지니까 ‘그냥 출전에 의미를 두자’ 하게 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저는 워낙 어릴 때부터 성격이 고집스러웠던 것 같아요. ‘기왕 태어난 인생 정점 한 번은 찍어야 하지 않겠나’ 이런 생각이 늘 있었고, 포기를 잘 모르기도 하고요.
팀이라는 게 또 개개인의 의지나 끈기와는 다른 문제잖아요. 저는 〈스맨파〉에서 가장 놀라웠던 게 영제이의 리더십이에요.
저도 늘 어려워요. 제가 어디서 읽었는데, 표현을 많이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사람 간의 오해와 불화는 다 표현을 하지 않아서 생기는 거라고요. 저는 그 말을 명심하고 제가 고마운 거, 미안한 거, 다 얘기하려고 해요. “오늘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내가 아까 모질게 말해서 미안하다” “오늘 청소 도와줘서 고맙다” 하는 식으로요. 아이들을 인간적으로 대하고 인격을 존중하려고 늘 노력하고요. 그리고 방송에는 잘 안 나왔는데 부리더인 제이호가 굉장히 큰 역할을 해줘요. 제가 어긋나려고 하면 다잡고 응원해주고, 너무 세게 말한다 싶으면 중재도 해주고, 대신 얘기도 전해주고요.
역시 핵심은 소통과 존중이군요. 결정을 독단적으로 하더라도 멤버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낄지 진심으로 이해하려 하는 것 같았어요.
사실 제가 저스트절크 멤버들 모두와 각별한 인연이 있어요. 제이호는 중학생 때부터 함께해온 둘도 없는 친구고, 에스원 형은 가장 오랫동안 함께 춤을 춘 동반자고…. 그래서 멤버들의 개인사, 가족사, 춤에 대한 마음까지 다 알고 싶어 해요. 멤버들 한 사람 한 사람과의 대화를 정말 중요하게 여기고요. 그런 부분 때문에 그나마 멤버들이 저를 이해해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제 리더십이 아니고, 멤버들의 끈기와 인내인 거죠.
‘리더십’이 아니라 ‘팀워크’군요.
아까 얘기가 나온 바디락 출전 때 이런 일이 있었어요. 이정이(당시 저스트절크 멤버였던 YGX 댄서 리정)가 비행기 타기 바로 전날 손을 크게 다친 거예요. 당시 이정이 포지션이 굉장히 중요했거든요.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데 대회 직전에 그렇게 되니까 실망감과 좌절감이 너무 크더라고요. 그래서 미국 가서도 저는 한 3일은 연습을 안 했어요. “너희끼리 해” 하고 들어가서 게임이나 하고. 그런데 새벽에 자꾸 위에서 쿵쿵거려서 올라가 보니까 이정이랑 윤영이가 계속 연습을 하고 있더라고요.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내려와서 물 한잔 마시러 갔는데, 말소리가 들려서 보니까 개라지 쪽에서는 남자 멤버들이 연습을 하고 있었고요. 그때 얼마나 반성했는지 몰라요. 그 뒤로 저도 열심히 연습에 참여했고, 결국 대회 백스테이지에서 애들 차례로 안아주면서 말했죠.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그런데 우리 후회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내려오자고, 사랑한다고. 무대 나가서 춤추면서 보니까 애들이 다 울고 있더라고요.(웃음) 어쩌면 온갖 감정이 복합된 상태에서 에너지를 쏟아내니까 심사위원들과 관중들이 그걸 느낀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저도 그렇게 배워온 것 같아요. 리더가 어떤 건지, 팀이 어떤 건지.
위댐보이즈의 인규 씨가 저스트절크의 스타일을 비하하면서 ‘디기디기딕 갱갱갱’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저스트절크가 가져다가 아예 팀의 캐치프레이즈로 삼았잖아요. 이렇게 팀을 사랑하는 사람인데 화가 나지는 않았어요?
어쩔 수 없잖아요. 그게 우리인 걸 어떡해.(웃음) 우리가 그런 걸 사랑해서 모인 집단인데. 그래서 멤버들한테도 그랬죠. “우리가 좋아하는 걸 다른 분들도 다 좋아하게 만들자.” 그러니까 멤버들이 그러더라고요. “그럼요.” “당연하죠.” “저희 진짜 멋있어요.” 그런 말을 듣고 어떻게 자신감이 안 생길 수가 있겠어요?
 
화이트 터틀넥, 데님 재킷, 로고 쇼츠, 이너 팬츠, 네크리스 모두 돌체앤가바나.

화이트 터틀넥, 데님 재킷, 로고 쇼츠, 이너 팬츠, 네크리스 모두 돌체앤가바나.

 
1MILLION
백구영
 
〈스맨파〉에 나가는 것 자체가 원밀리언에겐 도전이었다고 생각해요. 이미 많은 것을 이룬 입장에선 이겨도 본전일 수 있으니까요. 기껏 쌓아 올린 걸 잃을 수도 있다는 부담은 없었나요?
일단 저는 제가 쌓아온 것들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굳이 따지자면 잃을 게 없는 쪽에 더 가깝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거든요. 출연이 결정됐을 때 부담보다 설렘이 더 컸어요. 날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죠.
어떤 걸 보여주고 싶었죠?
제 춤이요. 20년 넘게 춤을 췄지만, 매번 대중 앞이 아닌 카메라 앞이나 연예기획사 담당자 앞이었어요. 어느 순간 ‘춤 잘 춘다’는 말을 들어도 기분이 좋은 게 아니라 의구심이 들더라고요. 점점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어가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과 함께요. 그래서 〈스맨파〉를 통해 확인하고 싶었어요.
원래 선호하는 춤 장르는 뭐예요?
크럼프랑 힙합이요. 어릴 때 크럼프에 빠져서 꽤 열심히 연습했었어요. 힙합은 힙합이 지닌 특유의 바이브를 좋아해요. 제가 스트리트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다들 놀라더라고요. 〈스맨파〉를 찍으면서 배틀에도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배틀이요?
(웃음) 잘 못한다는 건 알고 있어요. 오천이나 제이락 같은 친구들과 비교하면 저는 꼬맹이 수준이죠. 근데 배틀을 하면서 어릴 적 처음 춤이 재미있다고 느꼈을 때의 기분을 다시 느꼈어요. 몸에 활력이 도는 기분이요. 2023년에는 개인적으로라도 배틀에 참가할 계획입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해봐야죠. 지금 서른여덟 살인데 하루하루가 달라요 진짜.
원밀리언의 춤은 유독 구성이 좋다는 칭찬을 많이 들어요. 리더의 영향인가요?
잘 쓰인 글을 보면 흐름이 있잖아요. 기승전결이요. 춤도 마찬가지예요. 화려하고 멋진 동작을 나열한다고 멋진 퍼포먼스가 되는 게 아니니까요. 그동안 수많은 무대를 기획하다 보니 무브를 짜기 전 큰 그림부터 생각하는 게 습관이 됐어요. 방송에는 그런 장면이 나오질 않았는데 저는 안무를 짤 때 글을 자주 써요. 보여주고 싶은 스토리가 머릿속에서 정리되고 난 후에야 몸을 움직이죠.  
다른 코레오 팀과 비교했을 때 원밀리언만의 강점은 뭔가요?
밸런스요. 〈스맨파〉에서 최연장자와 최연소자가 같이 있는 팀이 저희였어요. 트렌드는 변해요. 중요한 건 끊임없이 바뀌는 트렌드를 유연하게 아우를 수 있는 능력입니다. 저나 (최)영준이 형이 지닌 경험치와 젊은 친구들의 젊은 에너지가 균형을 이루고 있어요. 언제 어떤 의뢰가 들어오더라도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춤의 영역을 넓히려고 노력해요.
바쁠 땐 한 달 만에 10여 개의 안무 시안을 짰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다 보면 퀄리티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순간도 있을 듯해요.
오늘도 새벽 6시까지 안무 작업을 했어요.(웃음) 예전에는 의뢰가 들어오면 거절을 못 했어요. 기회를 한 번 놓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시간에 쫓겨 작업을 하게 되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어요. 정작 의뢰를 맡긴 사람은 좋다고 하는데도 제 마음은 불편한 상황이 반복됐죠. 돌이켜보면 춤에 대한 갈증이 채워진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한 번도요?
네. 제가 만든 안무가 인기를 얻으면 얻을수록 공허한 기분이 들었어요. 설사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제가 만든 춤을 추더라도 그 사람들은 결국 백구영을 모른다는 생각 때문예요. 남들 눈엔 돈 많이 벌고 유명한 가수들과 작업하니까 화려해 보였을 수 있겠지만 속으론 계속 ‘내가 뭘 하고 있나?’ 하는 의문만 커져갔죠. 그런 면에서 〈스맨파〉가 정말 고마워요. 어느 그룹의 안무가 백구영이 아니라 댄서 백구영을 보여주는 기회를 줬으니까요.
〈스맨파〉 참가자들 중 최연장자에 속했어요. 어린 친구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솔직히 부러웠어요. 이렇게 말하면 꼰대 같겠지만, 20년 전은 지금이랑 많이 달랐으니까요. 그땐 춤으로 나를 증명하는 길이 코레오밖에 없었어요.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했고요. 그에 비해 요샌 실력과 개성만 있다면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잖아요. 저만 하더라도 실력 좋은 댄서를 SNS에서 찾아요. 춤 영상을 올려놓은 걸 보고 잘한다 싶으면 DM을 보내죠. 그렇게 알게 된 대표적인 인물이 노제였어요. 뻔한 말이지만, 요샌 즐기면서 추는 게 답인 것 같아요.
 
[관련기사]
Part2. 〈스맨파〉 리더 8명은 입을 모아 '진짜 춤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Keyword

Credit

    FASHION EDITOR 최아름
    FEATURES EDITOR 오성윤/박호준
    PHOTOGRAPHER 박현구
    STYLIST 신상철
    HAIR 박희승/장윤나
    MAKEUP 김신영/안세영
    ASSISTANT 신유림/신동윤/유승현/송채연
    ART DESIGNER 김동희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