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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을 기다리고 피어난 돔 페리뇽 2004년 빈티지의 찬란함

프로필 by 박세회 2022.12.25
 
돔 페리뇽 빈티지 2004-플레니튜드2 70만원대 엠에이치샴페인즈앤드와인즈 코리아.

돔 페리뇽 빈티지 2004-플레니튜드2 70만원대 엠에이치샴페인즈앤드와인즈 코리아.

돔 페리뇽보다 영적인 샴페인 브랜드가 있을까? 플레니튜드 시리즈의 탄생을 생각하면 예수의 수난을 묘사한 성가의 음률이 머릿속에 울린다. 돔 페리뇽엔 논빈티지가 없다. 모든 와인에는 그해 수확한 빈티지의 인장이 달려 있다. 그리고 그 인장은 숙성의 사인 곡선에서 절정에 이르는 시기에 따라 3개의 종으로 나뉜다. 그해에 만들어진 와인이 약 7~8년의 숙성을 거쳐 첫 번째 절정기, 즉 플레니튜드 1을 맞으면 3~4년의 안정기를 보내고 ‘돔 페리뇽 빈티지’라는 이름을 달고 시장에 나온다. 최소 8년. 그해의 와인이 병에 담겨 우리를 만나는 데는 최소 8년이 걸린다. 참고로 2004년의 포도로 만든 돔 페리뇽 빈티지 2004는 2015년에 공개됐다. 그해에 거둔 포도 중 일부는 더 장기적인 숙성을 거친다. 약 15년, 혹은 14년이 지나면 와인은 하지를 향해 치닫는 태양처럼 두 번째 절정을 맞는다. 2004년의 와인이 15년의 절정을 맞았을 때 병입되어  4년의 안정기를 거친 샴페인. 그것이 바로 이번에 공개된 ‘두 번째 절정’을 뜻하는 ‘돔 페리뇽 빈티지 2004-플레니튜드2’다. 같은 해의 포도로 다른 숙성 과정을 거친 두 개의 절정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2004년의 빈티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003년은 엄청난 서리와 혹서로 역사에 남은 해였으나, 2004년은 ‘차분한 부흥’이라 부를 정도로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포도송이 수와 크기가 최상의 상태인 해였다. 특히 서늘한 8월이 지나고 수확 직전 몇 주에 걸쳐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 특유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병에 담긴 첫 번째 절정 ‘돔 페리뇽 빈티지 2004’는 구운 빵의 향기, 아몬드와 코코넛, 마른 꽃의 부케가 어우러지며 원숙한 완성도를 뽐낸 바 있다. ‘돔 페리뇽 빈티지 2004-플레니튜드2’는 이 모든 것이 정제되었으면서도 오히려 더욱 활기를 띠는 듯한 기묘한 감각을 전달한다. 특히 폭발적인 미네랄리티와 짭조름한 감칠맛이 효모의 잔향, 구운 빵의 향기와 어우러질 때면, 아주 잠시 아찔한 영적 체험에 빠져볼 수 있다. 참, 절정은 3번이다. 그러나 마셔본 사람은 손에 꼽는다. 세 번째 절정기인 ‘돔 페리뇽 빈티지-플레니튜드3’도 언젠가는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정우영
  •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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