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는 말에 담긴 박소담의 진심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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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는 말에 담긴 박소담의 진심

<유령>으로 돌아온 박소담을 만난 날. 그녀는 흘러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박세회 BY 박세회 2023.01.19
 
톱 로에베. 이어링 넘버링. 네크리스 포트레이트리포트.

톱 로에베. 이어링 넘버링. 네크리스 포트레이트리포트.

뒷부분의 연출은 거의 서부극 같은 느낌까지 나더군요. 여성 독립투사의 탄생 같은 느낌으로 가더라고요. 시리즈로 나와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첫 상영을 보고 나서 하늬 선배랑 둘이 “우리가 나오는 마지막 장면 너무 감동적”이라고 감독님께 얘기했어요. 다시 봐도 마지막 시퀀스의 모든 장면들이 너무 뭉클하더라고요. 서로 마주 보면서 ‘씩’ 웃는 컷이 마지막 장면이기도 하지만 마지막 촬영이기도 했거든요. 그 장면을 보면 촬영을 끝냈을 때의 감정이 다시 떠오르기도 해요. 여담이지만, 하늬 선배님이 지명수배 전단을 액자에 표구해서 제게 선물로 주시기도 했어요. 그 선배가 그런 분이세요.(웃음)
다른 코드로 읽어내자면 이건 박차경과 유리코의 러브스토리이기도 하지요. 박차경이 처음에 난영과 등장할 때 저는 두 사람이 연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웃음) 그건 뭐 보시는 분들에 따라 자유롭게 해석하시면 될 것 같아요.
난영을 잃은 슬픔의 자리에 유리코가 들어간 셈이죠.
비슷한 질문을 받았을 때 하늬 선배가 한 답변이 정답인 것 같아요. 사랑의 종류를 남녀 간의 사랑으로만 정의할 수 없듯이, 난영은 차경에게 그런 존재였고, 유리코 역시 그렇다. 유리코의 인생에서 자신이 가진 상처를 다 보여주고, 그 상처를 만지게 해주고, 그 상처에 있는 이야기를 전부 공유한 인물은 아마 차경이 처음이었을 거예요.
차경은 선명한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고 영화 초반부터 자세히 설명되지요. 부잣집에서 태어났으나 누릴 수 있는 모든 걸 버리고 한국인의 이름으로 첩보국에서 일하며 비밀 작전을 수행해요. 그런데 유리코의 백그라운드는 밝혀진 게 없어요. 배우들에겐 좀 더 많은 정보가 있었나요?
아뇨. 저 역시 함경도 출신이라는 점과 조선 이름 정도 밖엔 몰랐어요. 다만 유리코의 상처로 그녀가 너무도 힘든 일을 겪어가며 헌신해왔다는 사실 정도를 알 수 있었을 뿐이죠. 감독님께선 그녀의 과거를 좀 더 자세히 늘어놓는 대신 상처를 보여주는 함축적인 장면을 선택한 셈이죠. 대사에 “일없다 야” 같은 함경도 말투를 넣어볼까도 함께 고민했는데, 감독님은 상처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그녀의 삶이 충분히 설명될 거라고 판단하신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뭔가요?
아까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하이힐을 벗어던지는 순간요. 그 발로 곧바로 테이블을 밟고 올라가서 뛰는 장면요. 리허설을 엄청 많이 했어요.(웃음) 액션스쿨에 가서 매트를 쫙 깔아놓고 그 장면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연습했죠. 또 하이힐을 벗어 던지는 순간이 제 정체가 공개되는 그 순간이기도 해서 감독님도 그 장면에서 큰 희열을 느낀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장면은 “자, 이제부터 다른 영화 시작이다”라는 의미도 있지요.
맞아요. 그 장면의 앞과 뒤가 다르죠.
영화를 보기 전에 소담 씨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봤어요. 대학 시절에 찍은 단편영화만 15개가 넘더군요.
좀 많아요. 세어보진 않았지만 한 17개에서 19개 정도 될 것 같아요.
게다가 ‘과대’였잖아요.
동기인 이상이 배우가 원래 과대였는데, 남자 동기들이 한꺼번에 입대하면서 제가 2학년 때 과대를 맡았죠.
재킷 마르지엘라. 이어링 넘버링. 네크리스 포멜라토.

재킷 마르지엘라. 이어링 넘버링. 네크리스 포멜라토.

과대를 하면서….(웃음)
(웃음) 그런 얘기 많이 들었어요. 동기 중에 유일하게 4년 만에 스트레이트로 졸업해서 ‘독한 년’ 소리도 들었죠. 그런데 전 학교 다니는 게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한창 재밌게 다니고 있는데 졸업을 하라고 하더라고요. 지금 학교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느냐고 누군가 물어도 전 정말 후회 없을 만큼 재밌는 대학생활을 해서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아요. 연극도 하고 단편영화도 찍으면서 치열하게 재미를 만끽했으니까요.
졸업하고 난 다음 해가 정말 대단했죠. “마! 언니가 왔다”라는 느낌?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베테랑〉 〈사도〉 〈검은 사제들〉까지 한 해에 굵직한 작품 네 개에 이름을 올렸으니까요.
그건 정말 운이 좋았어요. 제가 졸업한 2013~2014년도에 신인 여자 배우를 뽑는 오디션이 정말 많았거든요. 저만 해도 한 달에 오디션을 17번이나 본 적이 있으니까요. 지금은 그렇게 많이 뽑지 않아요. 또 그 전까지도 많이 없었고요. 제가 졸업한 해에 유독 오디션이 많았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이죠.
이번에 건강상의 이유로 쉰 것 말고 커리어상 또 한 번의 공백기가 있었죠.
졸업하고 3년 동안 일들이 엄청나게 휘몰아쳤어요. 기자님들이 저를 걱정할 정도로요. 시사회장에서 만나면 “소담 씨 괜찮아요?”라고 물어보셨어요. 그때 제 별명이 충무로 공무원이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괜찮았어요. 너무 행복했거든요. 그렇게 3년을 보내고 나서야 알겠더라고요. 아, 내가 너무 감사해서 힘들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구나. 그때 회사를 나왔죠. 그리고 1년의 공백기를 가지며 찍은 영화가 장률 감독님의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예요. 장률 감독님 영화 현장에 매니지먼트 개입 없이 홀로 뛰어들어 연기하다 보니 마치 대학 때 독립영화 연기하던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던 중에 〈기생충〉으로 봉준호 감독님이 제안을 주셨으니, 처음엔 제가 안 믿을 만도 했죠. 오디션도 아니고 배역 제안이었거든요. 이번에도 또 쉬게 되었는데, 아프지 않았더라도 꼭 쉬어야 할 타이밍이었던 것 같아요.
언제 그렇게 느꼈어요?
선배님들이 가끔 “너 스스로를 돌보면서 여행도 좀 가고 숨도 좀 쉬면서 일해야 오래갈 수 있어”라고 말했는데, 이제는 정말 알겠어요. 적절하게 주기적으로 끊어가면서 제 상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겠더라고요. 안 아팠으면 더 좋았겠지만, 잘 아팠던 것 같아요.
박소담을 검색하니 ‘멘털갑’ ‘사이다’ 등의 연관 검색어가 뜨더군요. 〈청춘기록〉의 안정하 역 때문에 그런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다른 작품들에서도 그랬죠. 〈기생충〉의 기정이도 멘털갑, 〈특송〉의 장은하, 〈유령〉의 유리코도 그렇죠. 그게 어쩌면 하늬 씨가 얘기한 ‘단단한 사람 단단한 배우’라는 진짜 성품에서 나오는 이미지 때문인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감사하네요. 작품에서 내면이 단단하게 갖춰진 캐릭터를 만나게 되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캐릭터들과 만나면 저 역시 그 캐릭터로 살면서 많은 걸 배우거든요. 정하의 단단함, 기정이의 지혜로움, 은하의 올곧음, 유리코의 당찬 모습들을 배우며 ‘사람 박소담’이 만들어진 게 아닐까요?
최근에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언제였나요?  
지금 바로 이 순간이요. 오랜만에 새로운 작품을 통해 관객 여러분과 만날 수 있게 됐고, 또 이렇게 화보를 찍고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행복해요.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관객분들을 가까이에서 보기 힘들었던 상황까지 해소되어서 어찌나 설레고 떨렸는지 몰라요. 무대인사를 다니고 쇼케이스에서 얼굴을 뵙는 하루하루가 행복해요.
스커트 고엔제이. 슈즈 로에베. 네크리스 넘버링. 이어링 일리앤.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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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FASHION EDITOR 김장군
    FEATURES EDITOR 박세회
    PHOTOGRAPHER 장기평
    STYLIST 정환욱
    HAIR 편은정
    MAKEUP 황선하
    ASSISTANT 송채연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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