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이종석이 <빅마우스>에서 일부러 연기에 빈틈을 뒀던 데는 이유가 있다 | 에스콰이어코리아
PEOPLE

Part1. 이종석이 <빅마우스>에서 일부러 연기에 빈틈을 뒀던 데는 이유가 있다

이종석은 자신의 수많은 결정이 현실적인 문제의식에서 기인한다고 말했다. 두 발을 땅에 찰싹 붙인 그의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든든했다.

박세회 BY 박세회 2023.02.22
코트, 셔츠, 데님 팬츠, 슈즈, 토트백 모두 가격 미정 메종 마르지엘라.

코트, 셔츠, 데님 팬츠, 슈즈, 토트백 모두 가격 미정 메종 마르지엘라.

이렇게 빨리 끝난 촬영은 오랜만이네요. 촬영은 어땠어요?
(웃음) 옷이 예뻤어요. 어째서인지 한복 같은 아름다움이 있었어요. 롱코트들이 두루마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달까요? 연청으로 된 셋업도 정말 예뻤고요.
소년미가 살아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 생생한 느낌이 마르지엘라와도 잘 어울렸고요.
에이. 저 이제 삼십대 중반인데요.
나이랑 소년미는 상관없어요.
(웃음) 그런데 저도 오늘 너무 좋았어요. 포토 실장님도, 마르지엘라 관계자분들도 다들 응원을 열심히 해주셨고요. 덕분에 기운 내서 마친 거 같아요.
지난번에 만난 게 〈마녀2〉 촬영 들어가기 직전이었죠.
맞아요. 전역하고 〈에스콰이어〉와 화보 작업을 한 후에야 본격적으로 작품에 들어가기 시작했죠.
〈마녀2〉에서 장은 사실 특별출연이잖아요. 그런데 생각보다 임팩트가 있는 역할이더군요.
저도 예고편 보고 놀랐어요.(웃음) 예고편만 보면 마치 제가 꽤나 많이 등장할 것 같더라고요. 제가 나오는 분량은 적었지만, 작업 자체는 재밌었어요.
박훈정 감독이 그려둔 〈마녀〉의 세계관 안에서는 꽤 의미 있는 인물이던데요. 심지어 3편의 메인 빌런 후보로까지 거론될 정도로요.
실은 저도 작품 들어갈 때까지는 감독님한테 제 캐릭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작품 전체의 세계관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어요. 그냥 “좀 멋있는 캐릭터가 있는데 해볼래?”라고 하길래 참여한 거죠. 나중에 감독님 인터뷰를 보고 나서야 그 세계관에 대해 알게 됐죠.
박훈정 감독과는 전작에서 인연이 있는 사이죠.
〈V.I.P.〉라는 작품에 제가 출연했었죠. 개인적으론 감독님과 개그 코드가 잘 맞아서… 친하게 지내는 형이라고 할까요? 감독님이 되게 무뚝뚝한데 뭔가 재밌어요. 뻔한 말을 되게 재밌게 얘기하셔서 티키타카를 하면 즐거워요.
 
패디드 코트, 후디, 와이드 팬츠, 백, 슈스트링 벨트 모두 가격 미정 메종 마르지엘라.

패디드 코트, 후디, 와이드 팬츠, 백, 슈스트링 벨트 모두 가격 미정 메종 마르지엘라.

전역 후 첫 드라마인 〈빅마우스〉가 대히트를 쳤지요. 차기작 고민이 많았다고 했는데, 그 고민이 유효했나 봐요.
맞아요. 차기작을 한참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지요. 운이 좋았어요. 오랜만의 복귀라 어떤 작품을 들고 나와야 할지 정말 많이 고민했는데, 생각보다 더 좋아해주셔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반신반의했거든요. 이 드라마 속에는 많이 보이지 않았던 제 모습이 있었으니까요.
예전에 종석 씨가 좋아했던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차은호를 두고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은호는 현실감 있는 캐릭터이면서도 편견이 없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무조건적인 배려심을 보여서 오히려 판타지 같은 인물”이라고요. 드라마 속에서 변하기 전의 박창호가 약간 무능하긴 하지만 미호를 생각하는 마음은 비슷한 것 같아요.
전 오히려 그 두 사람이 극과 극에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사실 차은호는 초능력이나 뛰어난 자질 등의 특별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기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사랑하며 보여주는 모습들이 판타지적일 정도의 캐릭터거든요. 미호에 대한 사랑이 〈빅마우스〉에서 창호의 동력으로 작용하기는 하지만, 인물 자체는 극과 극으로 달라요.
차은호를 미호를 지켜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 집어넣으면 창호처럼 드라마틱하게 변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어요.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겠네요. 그런데 전 사실 창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이게 정말 미호를 위하는 일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실제로 창호를 보면서 연기하는 저는 ‘창호 너 말로만 미호를 위하는 건 아니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웃음) 드라마에서도 사실 말뿐이라 ‘빅마우스’(big mouth)이기도 하죠.
그러니까요. 떨어져 있을 때는 미호를 그리워하면서 눈물짓다가도 막상 만나면 포옹 한 번 하고 미호 전화기로 자기 볼일을 보니까요.
전 그때 화나더라고요. 박창호가 총 맞아서 죽는 걸로 꾸미는 장면이 있는데, 그럴 거면 미호한테는 얘기해줬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그렇죠. 말도 안 하고 죽은 척을 하면 아내인 미호는 얼마나 걱정을 하겠어요. 상대방을 배려하는 은호와 비교하면 창호에겐 조금 아쉬운 면모들이 있지요.(웃음)
 
데님 코트, 셔츠 칼라 슬리브리스 니트, 데님 팬츠, 스니커즈 모두 가격 미정 메종 마르지엘라.

데님 코트, 셔츠 칼라 슬리브리스 니트, 데님 팬츠, 스니커즈 모두 가격 미정 메종 마르지엘라.

그 서툴고 수더분한 캐릭터가 확장되어가는 과정이 사실 이 드라마의 핵심이죠. 승률 10%의 변호사였다가, 교도소의 보스였다가, 가짜 빅마우스였다가, 진짜 빅마우스가 되어 거대 악을 무너뜨리는 과정이 영웅적으로 그려지죠.
저도 대본 처음 봤을 때 그런 점이 가장 흥미로웠어요. 창호가 원래 가지고 있던, 본연의 성정을 보여주는 건 딱 1회차 때뿐이더라고요. 그 1회에서만 창호의 진짜 캐릭터가 드러나고 그 뒤에는 닥치는 상황들을 파훼하기 위해, 역경을 헤쳐 나가기 위해 임기응변으로 보여주는 모습뿐이죠. 사람의 본질이 아니라 아주 특별한 상황에서 나오는 면모만 보여주는 셈인 거죠.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난관을 헤쳐 나가는 캐릭터. 4부까지 읽어보고 그 지점에 큰 매력을 느꼈고 새롭다고 생각했죠.
그 뒤엔 완전히 창호가 사라지죠.
저도 중후반부를 넘어가면서 그게 마음에 걸렸어요. 1화에서 보여준 창호의 면모들이 언젠가 다 사라졌더라고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던 거죠.
그런데 인생에서 정말 큰일을 겪고 나면 사람이 확 변하기도 하니까요.
각성을 하는 경우가 있죠. 그렇게 이해하긴 했어요. 그런데 보통은 정말 큰일을 겪어도 한두 달 지나면 다시 원래 성격이 조금 돌아오기도 하거든요. 저는 그래서 기본적인 성정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지금 기자님이 얘기한 것도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워낙 내향적이고 소심한 성격인데, 배우로 활동하면서 조금씩 변했거든요. 물론 지금도 그런 성향은 남아 있지만, 나서야 할 때 나설 정도로는 변했어요. 후천적으로 어느 정도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죠.
 
코트, 셔츠 모두 가격 미정 메종 마르지엘라.

코트, 셔츠 모두 가격 미정 메종 마르지엘라.

전에도 그런 얘기를 했었죠. 워낙 내향적이라 수십 명의 스태프들이 지켜보는 와중에 나서서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고 떨릴 때가 많았다고요.
떨리는 거야 항상 떨렸죠. 초반에는 그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캐릭터인지를 고민했어요. 저는 MBTI로 치면 완전 ‘I’ 성향의 캐릭터인데, 제가 맡아야 할 캐릭터가 명랑 쾌활한 극단적인 ‘E’ 성향이라면,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방향과 이 캐릭터가 지향하는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면 내가 이겨낼 수 있을까? 그런 걸 생각했죠.
지금 말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서 보여주고 싶어요. 차분하고 내성적이면서 또 단어 하나를 고르는데도 사려 깊게 생각해 천천히 뱉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예전에 인터뷰할 때는 항상 떠오르는 대로 답변했던 것 같아요. 지금 다시 보면 그 당시에 했던 인터뷰들이 정제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건 솔직한 거랑은 조금 다르더라고요. 솔직하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곡해되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똑똑하고 바르게, 텍스트로만 전달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긴장하거나 흥분하면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얘기와는 전혀 다른 말을 꺼내버리고 말지요. 예를 들어 “아반테는 가성비가 좋아요”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반테는 너무 싸요”라고 말해버리죠. 그러면 그 의미가 잘못 전달되는 경우가 생기고요.
그러니까요. 전 인터뷰를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인터뷰를 하면서 계속 질문을 던지시면 가끔 뭐라도 답을 해야 할 듯한 의무감 같은 게 생겨서 실제 내 얘기가 아닌데 해버리는 경우도 있었어요. 나이를 먹을수록 신중하게 단어를 고르고 오해가 없도록 한 번 더 생각해요. 모르면 그냥 “잘 모르겠어요”라고 답하고요.
지혜롭네요.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는 게 기자들에겐 힘든 일이에요. 특히 최신 트렌드에 대해서 그래요. 기자들끼리 모이면 세상에 모르는 게 없어요.
(웃음) 기자분들은 그럴 수도 있겠어요. 예전에는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모르는 게 있으면 뭐냐고 솔직하게 물어보게 되더라고요. 모를 때는 그냥 모른다고 하는 것도 미덕이고 용기더라고요. 그걸 배웠어요.
 
재킷, 셔츠, 팬츠, 슈즈 모두 가격 미정 메종 마르지엘라.

재킷, 셔츠, 팬츠, 슈즈 모두 가격 미정 메종 마르지엘라.

지금 이야기하면서도 느끼는데, 종석 씨와의 대화는 정말 편안하네요. 〈빅마우스〉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극 자체가 롤러코스터처럼 박진감 넘치게 움직이는 드라마라 관객들이 어쩌면 어지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런데 주연배우가 이종석이라 안정감, 설득력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요.
너무 감사한 얘긴데, 막상 연기하는 저는 되게 불안할 때가 많았어요. 제가 대본을 완결까지 다 알고 있는 상태로 연기를 하는 게 아니었거든요. 대본이 완결되지 않은 채로 촬영에 들어갔으니 제 정체가 뭔지도 몰랐고, 또 다른 사람들의 정체도 다 몰랐던 거죠. 게다가 이 드라마의 사건 전개 방식이 뒤쪽 대본을 받기 전까지는 앞에 일어난 일의 원인을 유추할 수가 없어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예를 들면 처음에 박창호랑 공지훈이 마약 범죄자 5명의 리스트를 두고 내기할 때 같은 경우죠? 그 뒤에 이어지는 대본을 보지 않았으면 박창호가 마약 범죄자 5명의 이름을 알고 있는 유일한 경우는 박창호가 빅마우스일 경우뿐이니까요.
맞아요. 딱 거기까지만 알고 연기할 때는 뒤에 어떤 설명이 이어지는지 모르니까 ‘어사무사’하게, 창호가 빅마우스든 아니든 다 잘 어울릴 수 있는 표정으로 연기할 수밖에 없는 거죠. 연기 중인 저조차도 방향감을 명확하게 설정할 수가 없으니, 빈틈을 함부로 채우며 연기하기가 힘들었죠. 그래서 정말 대본에 나온 지문대로 연기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중반까지는 창호가 빅마우스일 거라는 의심의 여지가 있지요.
사실 전 창호가 빅마우스가 아닐 거라는 확신 정도는 분명하게 있었어요. 그런데 그 뒤에 이어지는 내용을 확실히 모르니 어사무사하게 연기를 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시청자들이 빅마우스 찾기에 엄청난 흥미를 느끼고 계시더라고요.
그게 정말 신의 한 수가 되었네요.
창호가 이중인격이다, 창호가 범인일 수도 있다, 미호가 빅마우스다 등등 정말 재미난 추측이 많았죠. 

Keyword

Credit

    FASHION EDITOR 윤웅희
    FEATURES EDITOR 박세회
    PHOTOGRAPHER 윤송이
    STYLIST 이혜영
    HAIR 현철
    MAKEUP 보련
    ASSISTANT 김성재/송채연
    ART DESIGNER 김대섭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