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살) 블스트라이프 재킷 코스 X 예보아. 화이트 티셔츠 아더 에러. 선글라스 카린. 네크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재호) 스티칭 장식 셔츠 마르니. 캡, 네크리스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태훈) 네이비 재킷 골든 구스. 화이트 셔츠, 네크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다빈) 체크 재킷 코스 X 예보아.
넉살 씨는 까데호에게서 빨리 도망쳤어야 하는데…제가 지난번 인터뷰 때 나쁜 형들에게 계속 잡혀 있으면 안 된다고 얘기하지 않았나요? (웃음)
넉살(이하 ‘넉’) (웃음) 아녜요. 이제는 형들과 비즈니스 관계로 지낼 수 있는 법을 깨달아서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서로 선도 딱 지키며 지내고 있어요. 함께 술 마실 때마다 “야, 진짜 그만 보자”라고 말해요.
넉 에스콰이어 시그널 송인 ‘Subscribe to Esquire’ 녹음한 날이니까…얼마 안 됐네요.(에스콰이어는 넉살과 까데호에게 시그널 송을 의뢰했고 ‘Subscribe to Esquire’는 그 결과물이다.)
김다빈(까데호 드러머, 이하 ‘빈’) 에스콰이어 관계자분들이 엄청 좋아하셨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다행이죠.
김재호(까데호 베이시스트, 이하 ‘호’) 솔직히 그 곡을 녹음하면서도 우리끼리 ‘와, 이거 너무 아까운데?’라고 했어요. 우리가 써야 할 것 같다면서요.
가사가 에스콰이어 입장에서는 살짝 부끄러울 만큼 좋더군요.
이태훈(까데호 기타리스트, 이하 ‘훈’) 넉살이 아주 작정을 하고 썼더라고요.
넉 수정 피드백을 받기 싫어서 아예 미친 듯이 에스콰이어에 대한 상찬을 밀어드렸습니다. 관계자분들의 결제 라인을 타고 최종 보스에게까지 한 번에 오케이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죠. 고쳐야 되면 다들 힘들어지잖아요.
봄버 재킷 모스키노. 코듀로이 셔츠 라코스테. 선글라스 카린.
까데호의 작업 방식은 워낙 유명하죠. 클릭(드러머가 일정한 박을 맞추기 위해 인이어로 듣는 메트로놈 소리)도 듣지 않고 드럼 베이스 기타가 큰 틀만 정해두고 즉흥 연주를 하지요. 지난 〈당신께〉 컬래버레이션 앨범 역시 넉살 씨가 그 위에 랩을 얹는 방식으로 작업했고요. 이번 에스콰이어의 ‘Subscribe to Esquire’ 역시 그 작업 방식대로 녹음했나요?
훈 맞아요. 저희는 일단 작업실에서 만나서 술을 마셔요. 그렇게 마시면서 연주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곡이 나와 있어요.
넉 그러다보면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내놓죠. 에스콰이어의 곡을 작업한 날은 태훈이 형이 통기타로 리프를 치기 시작했어요.
훈 내가 리프를 치고 있는데, 그걸 듣더니 넉살이 갑자기 총을 쏘면 어떻겠냐고 하면서 ‘서울의 카우보이’라는 아이디어를 내더라고요.
호 저희가 원래 다 그런 식이에요. 태훈이의 리프를 듣다 제가 베이스 라인을 만들기 시작하거나 다빈이가 드럼 비트를 치기 시작하죠. 태훈이가 리듬 파트에 어떤 식으로 쳐달라고 요청하기도 하고요.
넉 그날은 까데호의 연주를 듣다 보니 불현듯 “오? 이거 좋은데? 카우보이의 남성미와 에스콰이어의 느낌을 좀 살려볼까?”라고 생각해서 아이디어를 아주 살짝 넣은 거죠. 물론 준비는 러프하게 해두지만 본 녹음 때는 디테일을 살립니다. 어떤 부분에는 제 보컬에 더블링(같은 구절을 두 번 불러 동시에 재생되도록 하는 방식)을 치기도 하고, 오히려 소리를 비워서 더 콤팩트하고 심플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훈 거의 그렇죠. 그런데 아주 미세한 부분이 거슬릴 때면 한두 개 정도는 따다 붙일 수는 있어요. 그래도 몇 마디 단위로 넘어가지는 않죠.
〈당신께〉 앨범은 정말 신선했고, 또 신에서의 반응도 좋았던 것 같아요. 심지어 한 게시판에는 “한국 힙합 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 “이 조합으로 딱 앨범 하나만 더 내줘라”라는 의견이 있더라고요.
넉 예? 그런 댓글이 있어요? 그거 혹시 태훈이 형이 올린 거 아녜요?
전 그런데 어떤 마음으로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 것 같아요. 요새 힙합 신이 좀 그렇죠. 소위 ‘쇼미 힙합’ 내지는 ‘방송 힙합’이라고 할 만한 스타일의 노래들이 가장 많이 전시되고 있으니까요. 이런 창의적인 시도가 너무 반가운 거죠.
넉 사실 좀 재밌기는 해요. 저도 나이가 좀 있는데, 랩 신만 생각해보면 전 그냥 제가 하던 대로 하는 거거든요. 제가 음악을 만드는 맥락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어요. 이렇게 진짜로 연주하는 밴드와 함께한다고 해서 갑자기 다른 음악 하는 건 아니거든요. 다만 그동안 세상이 변하면서 한 바퀴를 돌아 제가 하는 옛날 것이 오히려 더 신선해 보이는 시점이 온 거죠. 또 까데호의 음악이 소위 말하는 록 등의 ‘백인 장르’가 아니라서 근본적으로 일맥상통하는 게 있어요.
훈 맞아요. 리듬골만 맞으면 어떻게든 말이 되거든요.
백인 음악과 랩을 섞었던 림프 비즈킷 등의 하드코어 시대는 실패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죠.
넉 그렇더라고요. 미국 애들은 그 시절 그 장르의 음악은 잘 안 쳐주더라요. 근데 그 와중에도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TM) 같은 밴드가 있잖아요.
넉 사이프러스 힐까지 가면 힙합으로 넘어가는 거긴 하지만요.
네이비 재킷과 팬츠 모두 골든 구스. 폴로 넥 티셔츠 리바이스. 더비 슈즈 닥터 마틴.
근데 RATM만 영원한 리스펙트를 받는 분위기가 좀 있지요.
빈 맞아요. 다들 그 시절 밴드 사운드에 랩 음악을 섞은 밴드 중에는 RATM만 인정을 하더라고요.
훈 근데 RATM에서 잭 드 라 로차 그 형은 사실 노래나 랩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화를 내는 거니까. 솔직히 랩이 아니죠.(웃음)
지난번 라이브를 보니까 까데호 넉살의 조합에서 RATM 분위기가 살짝 나오더라고요. 성량이 엄청나서 밴드 사운드에 지지 않아요.
넉 안 그래도 태훈이 형이 계속 메탈 앨범 하나 내자는데 제가 지금 끝까지 안 한다고 버티고 있어요. 지금도 공연할 때 보면 거의 록 밴드 수준이에요. 사람들이 신나 하는 게 보이니까 드럼이 일단 미친 듯이 빨라지고요.
밴드가 신나면 보컬이 힘들죠. 그 강한 사운드를 이기고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하니까요.
훈 넉살이 공연할 때 자꾸 목에서 피 맛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넉 형 진짜야. 나 진짜로 귀에서 이명이 들린다니까. 가끔 삐 소리가 나는데, 그게 너무 웃겨요.
그러다 너무 신난 드러머가 합주 때 슬며시 더블베이스(두 발로 킥 드럼을 때리는 장치. 한 발로 할 때보나 훨씬 빠르게 킥 드럼을 두들길 수 있다)를 들고 오면….
훈 다빈이는 워낙 빨라서 더블베이스가 없어도 그만큼 빨리 두들길 수 있어요.
넉 진짜죠. 진짜 깽깽이 드럼의 신이라니까요.
훈 다빈이는 터치를 힘으로 하지 않아서 오래갈 거예요.
빈 드러머들이 격하게 치다 보면 몸이 망가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운동선수랑 비슷한 점이 있어요. 사지를 격렬하게 다 쓰니까 몸이 상하죠. 다만 저는 파괴적인 편과 정반대로, 힘을 빼고 치는 편이라 아직 괜찮습니다.
패치워크 카디건, 스트라이프 셔츠, 베이지 스니커즈 모두 폴로 랄프 로렌. 다크 그린 팬츠 라코스테. 네크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까데호 공연과 넉살과 함께 할 때의 공연은 느낌이 많이 다르겠어요.
빈 까데호는 연주곡도 많다 보니까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좀 정적이죠. 넉살 형이랑 같이할 때는 180도 달라요. 작년에 같이 공연 다니면서 정말 많이 흥분했죠. 신나서.
훈 얘가 너무 흥분해서 잘 하지도 않는 멘트를 하더라고요. 근데 그게 너무 웃겼어요.
빈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엄청 기분이 좋아서 그냥 막 말했던 것 같아요. ‘좋은 밤이에요. 술 많이 드세요’ 뭐 이런 거였던 것 같아요.
재호 씨는 어땠어요? 넉살과 함께한 공연들의 이미지가요.
호 연주하는 느낌은 아주 다르진 않은데, 다빈이가 얘기한 것처럼 관객들의 반응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연주자 입장에선 장단점이 있어요. 넉살이랑 할 때는 제가 에너지를 많이 안 써도 돼요. 관객석의 에너지가 제 쪽으로 전해져 오거든요. 까데호 공연을 할 때는 반대로 제 에너지를 전달하느라 힘이 빠지는 게 있죠. 끝나면 진이 빠질 때도 있고요. 세 개의 악기만으로 만들다 보니 엄청나게 집중하게 되지요.
훈 뭐야. 그럼 넉살이랑 할 때는 대충 한다는 얘기야? 열심히 해야 하는 거 아냐?(웃음)
넉 그런데 진짜 최고의 관객들은 까데호 공연 때 만나요. 제 공연 때는 제가 막 ‘푸처핸섭’이라고 외치면서 호응을 유도하거든요. 그런데 까데호 공연에 가면 상대적으로 정적인 음악이 흐르는 작은 공연장인데도 춤을 추시는 분들이 있어요.
아, 느낌 알겠어요. 한 손에 맥주병 들고 눈 감고 그루브를 느끼시는 관객분들이 있지요.
넉 맞아요. 그런 진짜배기 관객들이 있더라고요.
훈 저희 공연엔 2000년대 초반 홍대 신의 바이브를 가진 분들이 아직 있거든요. 우리가 음악으로 표현하려던 것보다 더 멀리 가는 분들이죠. 그런 분들을 보면 너무 신나죠.
떠오르는 장면이 있네요. 2000년대 중반에 한 펑크 클럽에서 하는 이모코어 공연장에 갔는데 누가 안에서 모싱(격렬한 록 음악 공연 때 팔다리를 흔들며 추는 춤의 일종)을 하다가 땀이 범벅 되어서 나왔더군요. 그런데 물어보니 안에서 공연한 밴드 이름은 모르더라고요. (웃음)
훈 바로 그거죠. 음악도 음악이지만 모싱하러 간 거니까요.
재 저희는 그게 정말 건강한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 〈에스콰이어〉 피처 스페셜의 주제는 ‘생’이에요. 살아 있는 것들, 살아가는 것들이 주제죠. 그 기획의 일환으로 20대들이 주로 가는 라이브 클럽을 취재했는데 재밌는 결과가 있었어요. 요새는 입장료가 따로 없이 밴드들의 공연을 보고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 돈을 내는 시스템이 압도적으로 인기더라고요. 밴드를 찾아가기도 하지만, 클럽 자체가 좋아서 예약을 하기도 하고요.
재 그런 경우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해당 베뉴의 단골이 되는 거죠. 베뉴에 찾아가서 새로운 음악을 듣다가 또 그 밴드의 팬이 되기도 하는 거고요.
훈 장단이 있긴 해요. 그야말로 ‘쇼미더 머니’인 셈이니까요.
스타디움 점퍼, 옥스퍼드 셔츠 모두 타미 힐피거. 아이보리 팬츠 네이비 by 비욘드 클로젯. 선글라스 카린. 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지난해에 우리가 만나고 나서 또 한 번 대단한 일을 벌였죠.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을 빌려서 〈당신께〉의 풀 앨범을 거의 원테이크로 찍어 뮤비로 만들었더군요. 대체 누가 밴드로 그런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를 또 할 수 있을까 싶어요.
넉 전 솔직히 〈당신께〉 작업하면서 오로지 그거 찍을 생각밖에 없었어요. “우리는 이번 앨범에서 뮤직비디오 안 찍는다. 우린 진짜 원테이크로 풀 라이브 영상을 찍자. 원테이크는 너무 비효율적이어서 포기하긴 했지만, 풀 앨범을 라이브로 연주하는 장면을 기록했죠.
넉살도 까데호도 왜 그리도 라이브 그대로의 녹음, 편집 없는 원테이크에 집착하는 건가요?
재 집착이 아니라 그게 제일 편해요. 저희는 다른 식으로 녹음해본 적이 없어요. 저희는 정해놓고 치는 음악이 아니니까요.
훈 다 즉흥 음악이다 보니 드럼, 베이스, 기타가 계속 다른 걸 치니까 음악의 맥락이 미묘하게 혹은 크게 계속 바뀐단 말이죠? 그러니 한 번에 연주한 걸 끝내지 않으면 말이 안 되는 셈이죠. 이번에 한 연주 부분과 다음 번에 한 연주의 다른 부분을 연결해놓으면 저희 입장에서는 다른 곡 두 개를 붙여놓는 셈이니까요. 저희처럼 연주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그런 곡은 죽은 음악이 되는 거죠.
넉 제가 옆에서 보니까 그렇게 녹음해야 궁극의 자연스러움이 뽑히더라고요.
이런 음악에는 이름을 따로 붙여야 하지 않을까요? 아주 먼 과거면 몰라도 이제는 아무도 이런 식으로 작업하지 않으니까 뭔가 새로운 이름을 붙여야죠. 와인을 만들 때 가당을 하거나 감미료를 넣거나 조미하지 않으면 오가닉 와인이라고 하거든요. 아예 효모 컨트롤도 안 하고 이산화황도 극소량만 쓰면 내추럴 와인이라고도 하지요.
훈 하긴 최근에 다른 여러 아티스트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아무도 저희 밴드처럼 하지는 않더라고요. 밴드 중에도 멤버 한 명이 송라이팅에 사운드스케이프까지 다 만들어 오면 나머지 멤버들이 거기에 어울리는 걸 채워 넣는 식인 거죠. 사실 그게 효율적이고 현대적인 방식이기는 하죠.
넉 생각해보면 저희 음악엔 인위적으로 자극적인 요소를 넣지는 않았어요.
MSG를 전혀 첨가하지 않은 오가닉 힙합. 너무 좋은데요?
(이태훈) 네이비 재킷, 팬츠 모두 골든 구스. 더비 슈즈 닥터 마틴. (넉살) 스트라이프 재킷, 팬츠 모두 코스 X 예보아. 화이트 티셔츠 아더 에러. 더비 슈즈 닥터 마틴. 선글라스 카린. 네크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다빈) 체크 재킷 코스 X 예보아. 더비 슈즈 닥터 마틴. 선글라스 카린. (김재호) 셔츠, 네이비 팬츠 모두 마르니. 더비 슈즈 아더 에러. 가죽 재킷 본인 소장품. 캡 스타일리스트 소장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