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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스터 계의 스티브 잡스, 서익훈의 목표
서익훈을 두고 누군가가 말했다. 오이스터계의 스티브 잡스라고. 더즌 오이스터 한남까지 서울에만 네 곳의 오이스터 바를 운영 중인 그에게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표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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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부터 <에스콰이어>와 인연이 있었지요. 오이스터 바들이 이제 막 하나둘 문을 열던 4년 전, <에스콰이어>에서 낸 굴 특집 기사에 대표님이 인터뷰이로 등장한 일이 있어요.
기억납니다. 버블앤코클스 등의 오이스터 바들과 함께 제가 운영 중인 펄쉘이 기사에 나왔죠.
전 그때 솔직히 걱정했어요. 과연 이 오이스터 바들이 여름의 문턱을 몇 해나 넘을 수 있을까? 그래서 얼마 전 탈리스커의 초대로 더즌 오이스터 한남에 왔을 때 정말 기뻤어요. 펄쉘에서 시작해 네 번째 매장까지 내다니요.
(웃음) 정말 솔직하시네요. 처음 펄쉘을 연 게 6년 전이에요. 한 해 한 해 여름을 넘기는 게 정말 달랐어요. 첫해는 딱 4월에 접어들자마자 매출의 70%가 떨어지더라고요. 어떻게든 안 하면 쉽지 않겠다는 현실이 피부로 다가오더군요. 지금 더즌 오이스터의 모태가 된 시푸드 그릴링이 그때 여름을 나기 위해 시작한 콘셉트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어요. ‘3배체 굴’(다른 질문에서 자세히 설명)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요. 그다음 해 여름에 더 많이, 또 그다음 해엔 더 많이들 가게를 찾아주셨죠. 팬데믹 상황임에도 불구하고요.
이제는 펄쉘, 펄쉘 프리미에, 더즌 오이스터 성수, 더즌 오이스터 한남까지 네 곳의 굴 전문 업장이 있지요. 각 업장의 가장 큰 차이는 뭔가요?
펄쉘이 칵테일을 주로 다루는 바&레스토랑이라면, 펄쉘 프리미에는 로브스터가 올라가는 시푸드타워나 비프 웰링턴 등이 대표 메뉴인 만큼 좀 더 포멀한 전통적인 형태의 레스토랑에 가깝죠. 함께 내는 해산물도 조금 더 고급이고요. 한편 더즌 오이스터는 펄쉘에 비하면 좀 더 가볍고 캐주얼하죠. 펄쉘 라인이 다양한 생굴을 다루는 전통적인 오이스터 바라면, 더즌 오이스터는 그릴 쪽에 좀 더 특화되어 있습니다. 버터와 치즈 갈릭을 넣고 구워낸 그릴드 오이스터가 대표 메뉴입니다. 여름이 되면 여기 앞쪽에 바비큐 테이블이 쫙 펼쳐질 거예요.
미국이나 프랑스의 오이스터 바들의 업태는 어때요? 많이 달라요?
거의 비슷해요. 제가 그런 곳에서 보고 배운 걸 한국에 구현한 셈이니까요. 그런데 같은 미국이라도 어느 지역이냐에 따라 굉장히 다를 수는 있죠. 예를 들면 미국의 동부는 춥고, 서부는 따듯하지요. 한쪽은 대서양이고, 한쪽은 태평양이고요. 동부에서 나는 굴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맛이 더 농축되어 있고, 서부에서 나는 굴들은 크고 크리미해요. 요리도 와인도 거기에 맞게 내야겠지요.
펄쉘이 처음 이름을 떨친 게 스텔라 마리스나 클레오 같은 굴 브랜드를 내세우면서였죠.
그게 품종이 다르거나 한 건 아닙니다. 통영의 한 양식장에서 자신들이 기른 굴에 ‘스텔라 마리스’라는 브랜드를 붙인 거예요. 마찬가지로 강진의 한 양식장에서 브랜딩한 굴이 클레오고요. 저희 브랜드도 있습니다. 지금 더즌 오이스터에서 내는 태안산 굴은 저희가 유통까지 담당하고 있어서 ‘펄쉘 오이스터’라고 브랜딩했지요.

더즌 오이스터의 주력 상품인 태안산 펄쉘 오이스터. 따개비 등이 깨끗하게 정리된 모습이 인상적이다.
펄쉘에서는 남해안과 서해안의 다양한 굴을 맛볼 수 있는 반면, 더즌 오이스터에서는 펄쉘 오이스터 한 종류만 취급하지요. 여러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첫째는 맛 때문이죠. 펄쉘 오이스터를 양식하는 태안은 갯벌이에요. 밀물 썰물에 따라 물에 잠겼다 물이 빠지기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뻘에서 수평망 식으로 양식하다 보니 이 굴들은 하루 12시간은 물 밖 햇볕에 노출된 채 생존한 개체들이죠. 12시간씩 호흡도 못 하고 햇볕에 있다 보니 농축되어서 맛이 꽤 진해요. 아마 2배체 굴이었다면 꽤 작았을 수도 있어요. 시장에서 파는 통영 굴 작은 것들처럼요. 3배체 굴이 바탕이다 보니 이 정도 농축된 맛을 지닌 이 정도 크기를 유지할 수 있는 거죠. 둘째는 지금 현재 유통되는 3배체 굴 중에서 퀄리티 컨트롤이 제일 잘되고 있다고 판단해서입니다.
3배체에 대해서 조금만 더 설명해주시죠.
굴은 자연 상태인 교대성 자웅동체로 체외수정 방식으로 생식해요. 4월부터 8월까지가 산란기죠. 이 산란기의 굴은 마비성 패독을 품고 있어요. 먹으면 싹이 난 감자를 먹었을 때와 비슷하게 아린 맛이 나고, 많이 섭취하면 큰일 날 수도 있어요. 1979년에 미국의 한 과학자가 마치 씨 없는 수박이나 씨 없는 포도처럼 성생식을 할 수 없는 양식용 굴을 개발했죠. 2배체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 성생식을 하는 동물은 보통은 감수분열을 통해 1배체의 정자와 난자를 생성하죠. 그래야 수정된 개체의 염색체가 2배체가 되니까요. 이 과학자는 감수분열 과정을 조작해 만든 4배체 수컷 굴의 정자와 2배체 굴의 난자를 수정시켜 3배체로 조작한 굴을 만들었죠. 자손은 낳을 수 없는 3배체 굴에는 여러 장점이 있는데 첫째는 성생식을 위한 성 성숙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온전히 성장하는 데 쓰기 때문에 2배체보다 훨씬 통통하고 크게 자란다는 점, 둘째는 산란기에 품는 패독이 없어 사시사철 먹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사실 이 3배체 굴이 등장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오이스터 바들이 활성화되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우리나라에선 왜 활성화가 안 되었을까요?
강진에 ‘회장님’으로 불리시는 한 양식업자가 계세요. 저희가 취급하는 클레오를 키우시는 분이죠. 3배체는 그분이 한국에 거의 처음 들여온 걸로 알고 있는데, 사실 관계는 확인해봐야 해요. 중요한 건 그분이 3배체를 들여온 시기가 1980년대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에 3배체 양식장이 몇 개 없는데 제가 알기로는 다 이분에게 배운 분들이에요. 3배체 굴을 안정적으로 유통해 여름에도 장사를 하려고 이분을 찾아간 적이 있어요. 그때 회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그거였어요. “한국에선 안 된다.” 2010년도에는 제가 처음이었지만, 저보다 훨씬 전인 2000년대 초반 강남구에 오이스터 바를 연 분들이 있었어요. 여름을 넘기지 못했죠. 한국에선 힘들다는 회장님의 말에는 그런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여름에 굴을 먹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한국에는 그만큼 강하다는 거죠. 아직 전국적으로 3배체 굴을 생산하는 양식장이 예닐곱 군데뿐이에요. 더 많아져야죠.

더즌 오이스터의 바에서 굴을 손질하는 서익훈 대표.
‘유통의 발달로 여름에도 굴을 먹을 수 있다’는 얘기는 좀 사라져야겠네요. 유통의 발달은 오래전 일이니까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이제는 3배체 굴 양식의 보편화로 여름에도 생굴을 먹을 수 있다’라고 해야겠군요?
그렇죠. 본질적으로 보면 그게 가장 맞는 답이죠. 패독 때문에 생기는 시즌 비시즌이 사라지고 사계절 내내 굴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본질이니까요. 가끔 손님들이 물어보세요. “여름에는 어떻게 해요?”라고. 그러면 제가 답하죠.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오이스터 바에 가보셨죠? 거기서 여름에는 굴 안 먹던가요?” 다 먹거든요. 3배체 굴이니까요.
일본 쪽은 어때요?
똑같아요. 일본 쪽도 3배체 굴을 다루는 오이스터 바들이 잘 발달되어 있지요. 3년 전에 가봤을 때 이미 긴자 쪽만 해도 예닐곱 군데가 있었으니까요. 일본뿐 아니라 프랑스, 영국, 미국 등지에도 오이스터 바가 발달되어 있어요. 다들 선진국이죠.
펄쉘 오이스터의 유통도 하는 걸로 알아요.
하남시에 수족관 6개, 총 보유량 3톤 규모의 굴 창고가 있습니다. 산지에서 굴들이 택배로 올라오면 이 수족관에 넣고 산지와 같은 염도와 온도로 맞춰줘요. 해수 안에서 다시 호흡을 시켜주면서 숨 좀 돌리게 하는 거죠. 창고에서 컨디션을 단기간에 끌어올린 후 거래처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거래처엔 어떤 곳들이 있어요?
현대백화점이 거래한 지 가장 오래됐고, 롯데호텔, 부베트 서울, 유명 스테이크 하우스들에 저희 굴이 들어가요. 현재 한 50곳 정도 됩니다.
굴 문화가 어떤 정도로 발달하면 좋을까요?
전 누군가 굴의 다양성에 대해 물으면 와인을 예로 들어 설명해줘요. 같은 샤르도네 품종이라도 부르고뉴에서 생산한 와인이랑 나파밸리에서 생산한 와인은 완전히 다르지 않냐고요. 굴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참굴이라도 태안에서 키운 것과 강진에서 키운 게 완전히 달라요.
테루아를 따질 수도 있겠어요.
그렇죠. 정확해요.
와인에서는 와인 메이커에게 응당한 크레디트를 부여하지요. 굴도 세분화하기 시작하면 양식업자나 유통업자를 따지게 되겠군요.
그게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에요. 서부 쪽에는 호그 아일랜드라는 유명 오이스터 바가 있어요. 양식 농장까지 겸하고 있지요. 이 호그 아일랜드 팜에서 기른 굴은 뉴욕에서도 쓰고 보스턴에서도 가져다 써요. 반대로 보스턴 쪽에는 아일랜드 크릭이라는 오이스터 바가 있지요. 이 바 역시 호그 아일랜드처럼 양식업을 함께 하고 있어요. 이 아일랜드 크릭의 굴을 뉴욕에서도 쓰고 뉴올리언스에서도 써요. 점점 그렇게 되는 거죠. 뉴욕에선 정말 많으면 20가지의 굴을 맛볼 수 있는 곳도 있어요.
오사카에서 굴이 사이즈별, 산지별로 정리되어 있는 한 포장마차에 간 적이 있어요. 더즌 오이스터의 바에 예닐곱 군데의 산지별로 굴들이 정리되어 있고, 사람들이 굴을 골라 먹는 날이 올까요?
곧 올 수도 있겠죠. 물론 지금의 현실을 따져보면, 3배체 굴을 기르는 양식장이 그리 많지 않아요. 아까 이야기한 대로 예닐곱 군데가 전부죠. 그리고 굴 양식의 주를 이루는 남해안이 그리 넓지가 않습니다. 고작 400km 안에 다 들어가죠.
굴 양식에는 마음이 없나요?
너무 있지요. 제가 그리는 가장 큰 그림이 저희 굴을 저희가 키워서 직접 판매까지 하는 거예요. 지금은 사실 한 양식장이랑 계약을 한 총판이죠. 그런데 양식업까지 저희가 해내려면 감내해야 할 것이 워낙 많아요. 나중에는 가능하겠죠. 호그 아일랜드 같은 팜투테이블 시스템이요.
로맨틱하네요. 서울에는 펄쉘 프리미에가 있고, 태안에는 ‘펄쉘 팜’이 있고. 펄쉘 팜 앞에 있는 방파제에서 사람들이 프랑스 캉칼에서처럼 손바닥만 한 참굴을 까 먹으며 와인을 마시는 거죠.
관광지가 되는 거죠. 그렇게 팔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드릴 수도 있으니까요.

더즌 오이스터의 대표 메뉴인 오이스터 더즌과 그릴드 오이스터.
굴을 서빙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뭔가요?
제 모든 경험을 종합해봤을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주문과 동시에 살아 있는 상태의 굴을 손질해서 내놓아야 한다’는 점이에요. 대부분의 횟집에서 파는 석화는 다 죽은 거예요. 손질해놓은 각굴도 마찬가지죠. 굴 손질을 해본 사람들은 아마 알 겁니다. 살아 있는 굴의 관자를 끊을 때의 느낌은 조금 달라요. 또 정말 살아 있는 굴은 막 까자마자 보면 가장자리의 날개가 사르륵 움직이지요. 저희는 모든 굴을 살아 있는 상태에서 서빙해요. 까놓은 걸 생으로 먹게 내놓으면 위생적으로도 위험하고 맛도 당연히 떨어져요.
왜 굴이 좋아요?
말이 좀 길어져도 되나요? 아마도 굴은 인간이 가장 처음으로 먹기 시작한 해산물 중 하나일 거예요. 로마 시대 때 황제들이 굴을 즐겼다는 기록도 있지요. 당시에는 지금의 영국 브리타니아의 굴을 최고로 쳤대요. 생각해보면 맞아요. 적당히 춥고 간만의 차도 있어서 맛있는 굴을 많이 캐거나 많이 기를 수 있는 환경이었겠지요. 그래서 비텔리우스라는 황제는 브리타니아산 굴만 먹었다고 해요. 그때의 유통 과정을 생각해보면 어마어마한 자금을 머금은 굴이 황제의 입으로 들어갔던 격이죠. 발자크, 헤밍웨이 등등 우리가 아는 수많은 문호들이 굴을 사랑했죠. 그런데 또 미국 남부에선 굴이 노예문화를 상징하는 식재료이기도 했어요. 굴이 너무 많이 나오다 보니 노예들의 음식이 된 거죠. 그사이 뉴욕에서 건너간 굴 먹는 방식, 프랑스 음식에서 영향받은 뉴올리언스의 문화 등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고, 굽고 튀기고 절이고 빵에 넣어 먹는 등의 문화가 생기기 시작했죠. 전 굴이 이런 모든 문화를 품고 있는 게 너무 좋아요. 다만 안타까운 건, 우리나라가 너무 초장에만 지배받고 있다는 점이죠.
하긴 미뇨네트가 보편화된 지도 얼마 안 됐죠.
모르겠어요. 그냥 저는 여러 사람들이 다양한 종류의 굴을 다양한 방법으로 즐기는 게 좋아요.
어떤 굴을, 어떻게, 무슨 음료와 먹어야 좋은가요?
갯벌 양식을 하는 태안 굴은 맛이 무척 녹진해서 생으로 미네랄리티가 강한 샤블리의 샤르도네랑 마리아주 하면 좋아요. 물에 담가두고 수하식으로 기른 남해의 굴들은 크리미해서 같은 샤르도네라도 나파밸리 쪽의 오키한 와인들과 잘 어울리죠. 반대로 같은 크리미한 굴을 피티한 위스키에 매칭해볼 수도 있어요. 자칫 느끼할 수 있는 크리미한 느낌을 피트 향이 잡아주거든요.
얘기를 듣다 보니 못 참겠어요. 지금 당장 크리미한 생굴에 탈리스커를 두세 방울 뿌리고 후추를 얹어서 입에 넣어야겠네요.
굴에 피트한 위스키를 곁들이는 건 하루키가 즐겼다는 대표적인 방식이죠.
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김성룡
- HAIR & MAKEUP 권호숙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김동희
JEWE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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