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사는 인도인, 서울에 사는 스위스인, 바르셀로나에 사는 리투아니아인이 도시에 대한 유튜브를 만든 이유 | 에스콰이어코리아
LIFE

파리에 사는 인도인, 서울에 사는 스위스인, 바르셀로나에 사는 리투아니아인이 도시에 대한 유튜브를 만든 이유

이국 도시에 살며, 전 세계를 향해 그 도시의 삶에 대해 말하고 있는 사람들. 유튜버 여섯 명이 들려주는 세계 여섯 개의 도시와 이방인의 삶 이야기.

오성윤 BY 오성윤 2023.03.26
 
 
Paris, France 
MAYANK SEHGAL
-
26, 테크 마케터, 인도 방갈루루 출신  
유튜브 MayankSehgal
 
 
파리에서 살게 된 경위는?
대학을 졸업할 때쯤, 평생을 인도에서 살았으니 다른 삶을 경험하고 세계관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전공을 컴퓨터공학에서 비즈니스 및 마케팅으로 전환하고 싶기도 했는데, 파리의 대학에서 석사과정 기회가 있었다. 그렇게 파리에 머물게 됐고, 5년이 흘렀고, 나는 결국 돌아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파리에서 산다는 것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파리에서 산다는 건 끊임없이 주어지는 선물과 같다, 입구에서 기다리는 큰 고비만 넘긴다면.’ 프랑스어를 못하는 외국인으로서 겪었던 첫 1, 2년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파리를 여행하는 것과 파리에서 사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전적으로 다르다. 파리를 여행할 때 당신은 중심 지역을 걸을 것이다. ‘파리지앵스러운’ 클리셰적인 일들을 할 테고 에펠타워, 루브르박물관, 오르세미술관 같은 곳을 떠돌다 투어리스트를 위한 식당에서 투어리스트를 위한 음식을 먹을 것이다. 반면 파리에서 산다는 건 ‘삶의 경험’이다. 나도 어릴 때부터 여러 번 파리에 와봤지만 이 도시가 음식, 문화, 경험 같은 측면에서 얼만큼의 깊이를 제공하는지는 살고 나서야 깨달았다. 파리에는 정말 훌륭한 일식, 한식, 중식 레스토랑들이 있지만 관광객이 그런 곳에 뭐 하러 가겠는가?
당신이 파리 사람들에게서 가장 좋아하는 점은? 
자신이 원하는 바, 열망하는 바를 명확히 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위해 투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 
파리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낯설게 느껴질 때는? 
프랑스식 식사를 할 때. 프랑스 음식은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아시아에서 온 내게는 더 많은 향신료, 더 많은 소금, 더 강한 맛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도 외식을 할 때 아시아 음식이나 이탈리아 음식을 더 즐긴다. 
당신의 유튜브 채널이 말하고자 하는 건 파리의 어떤 측면인가? 
일상, 커리어, 지극히 현실적인 주말, 주거지 소개, 이민 정보… 즉 파리 그 자체가 아니라 파리에서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나뿐만 아니라 파리에서 사는 다양한 이들의 삶에 대해서. 특히 파리에 사는 이방인들에게 ‘어려운 시기는 당신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당신의 채널에서 딱 하나의 콘텐츠를 추천한다면?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투어. 운영자인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물론 파리에서의 경험을 잘 집약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좋은 출발점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꼭 만들어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파리 안의 인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는 게 꿈이다. 시내 인도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그 주인장이 어떻게 파리에 정착하게 됐는지 이야기를 나눠본다든가 하는 식으로. 파리의 인도 문화는 좀 더 알려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구독자들의 반응에서 느낀 파리에 대한 가장 재미있는 인식은? 
파리는 물가가, 특히 집세가 말도 안 되게 높은 도시일 거라는 인식. 그리고 사실 그건 완전히 진실이다. 
당신이 최근 파리에서 감지하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그 무엇보다 파리지앵들이 점점 더 포용적인 마음과 열린 자세를 갖게 된다고 느낀다. 여성인권, LGBTQ 인권 강화를 위한 급진적인 움직임이 있고, 정신 건강을 보건 시스템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 점점 더 많은 레스토랑이 비건 옵션을 추가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다양한 방면으로 포용적 자세를 추구한 결과 파리는 ‘파리에서는 내가 진정한 나 자신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도시가 됐다. 
 
 

 
Copenhagen, Denmark 
ERIN KRISTEN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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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메이크업 아티스트, 캐나다 토론토 출신 
유튜브 ErininCopenhagen
 
 
코펜하겐에서 살게 된 경위는? 
긴 이야기지만, 짧게 말하면 이렇다. 덴마크 남자를 만났고, 결혼했고, 함께 세계를 떠돌았다. 하지만 2020년이 와버렸고(팬데믹), 우리는 코펜하겐에 정착하기로 했다. 
세계의 수많은 도시 중 코펜하겐을 택한 이유는? 
우리의 삶이 새로운 챕터로 접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두 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 세 살짜리와 7개월짜리. 덴마크는 정부의 육아 지원과 교육 수준이 높은 나라이며 코펜하겐은 자연, 역사, 새로운 탐험이 언제나 가까이에 있는 곳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곳에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코펜하겐에서 산다는 것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컬러풀한 건물들과 맛있는 페이스트리!’ 인스타그램의 사진들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하하. 
코펜하겐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낯설어지는 때는? 
코펜하겐이 정말 작은 도시라는 게 실감날 때. 사실 정착하기 전에도 남편과 몇 번 코펜하겐에 온 적이 있는데, 그때는 이 도시가 참 거대하고 미스터리하게 느껴졌다. 그게 내가 유튜브 채널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몇 해 살면서 이곳의 지리, 역사, 문화에 대해 그때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이제는 인구가 300만에 달하는 도시에서 태어난 나는 이 도시가 얼마나 작은지 놀라게 될 때가 더 많다. 
당신의 유튜브 채널은 코펜하겐을 다룬 여타 유튜브 채널들과 어떤 지점에서 다를까? 
나는 내 채널이 일종의 ‘트래블 쇼’ 같은 것이기를 바랐다. 구독자들이 이 도시에 놀러 온 친구들인 것처럼, 함께 코펜하겐 곳곳을 누리고 파헤치려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시각적 쾌감을 주는 영상을 찍는 데에도 관심이 많다. 내가 그런 영상들을 좋아하니까. 
당신 스스로는 좋아하는데 큰 반응이 없어 아쉬웠던 콘텐츠가 있다면? 
그 질문에 정확히 하나를 꼽을 수 있다. ‘Save Den Kongelige Afstøbningssamling(로열 주조 박물관)’. 1600년대에 지어진 무역창고를 개조한 이 거대 박물관은 컬러풀한 항구와 인어공주 동상 사이에서 위용을 뽐내고 있지만 현재 완전히 폐쇄되었다. 나는 허가를 받아 내부를 촬영할 수 있었고, 세계 곳곳, 온갖 시대의 온갖 문명에서 공수한 2500개가 넘는 유명 조각상과 예술품을 영상에 담았다. 그것들이 그냥 어둠 속에 갇혀 있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도 슬퍼진다. 운영난과 정치적 이슈로 문을 닫아놓은 것인데, 나는 당신이 영상으로마나 그곳을 꼭 둘러보면 좋겠다. 
코펜하겐에 대한 가장 큰 편견은 무엇이라 느끼며, 그것은 얼마나 진실이라 생각하나? 
외부인들이 덴마크에 대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덴마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그 사실을 ‘덴마크에서 사는 건 아주 쉽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고. 사람들은 1년 중 절반이 굉장히 춥고 어둡다는 사실을 과소평가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 기후 때문에 많은 외국인이 우울증에 걸린다. 관료주의적 행정이 짜증 날 때도 많다. 다만 솔직히 그 외에 불평할 만한 건 별로 없으니…. 종합해보면 80% 정도는 진실인 것 같다. 
코펜하겐에서의 삶은 당신을 어떻게 바꿔놓았을까? 
코펜하겐은 내가 삶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록 도왔다. 런던에서 10년 넘게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는 동안 삶은 아주 빨랐고 ‘크레이지’했다. 덴마크에서는 달랐다. 덴마크인들은 살기 위해 일하지 일하기 위해 살지 않는 사람들이고, 그래서 생존경쟁(rat race)을 벌일 필요가 없다. 덕분에 나는 내 삶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Berlin, Germany 
IDRIS OLAWALE ALESHINLO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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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영화제작자, 나이지리아 라고스 출신 
유튜브 BillansDocumentary
 
 
베를린에서 살게 된 경위는? 
2012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인생의 가장 어두운 시기를 지나고 있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 가서 모든 걸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고, 베를린에서 살게 된 건 내 선택이었다기보다 그냥 내게 벌어진 일에 가까웠다. 
베를린에서 산다는 것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자유를, 그러나 극명한 대비를 가진 자유를 주는 도시.’ 베를린이라는 도시는 그 안의 사람들에게 엄청난 자유를 제공하지만, 그 자유는 누구나 감당하기는 어려운 종류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베를린에서 사는 것은 베를린을 여행하는 것과 어떻게 다를까? 
본질적으로,  한 도시의 문화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살아보는 수밖에 없다. 특히 베를린에는 12개의 구역이 있는데, 각 구역은 거의 세계의 다른 지역들처럼 느껴질 정도로 다채롭다. 웨딩 같은 북베를린에 사는 사람이 샤를로텐부르크에 가서 살 수는 없을 것이고, 크로이츠베르크 사람이 마르잔에 가면 아주 힘들어할 것이다. 
당신이 베를린이라는 도시에서 가장 좋아하는 점은? 
베를린은 단순히 하나의 도시라기보다 거의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뚜렷이 구별되는 이야기, 역사, 음악, 패션, 문화, 음식, 예술, 그리고 베를리너가 있으니까. 아티스트로서 내 작업의 많은 부분도 베를린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유튜브 채널은 베를린을 다루는 여타 채널들과 어떻게 다를까? 
내 채널 ‘빌란스 다큐멘터리’는 베를린의 실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한다. 모든 아름다움과 결점을 아주 특별하고도 고전적인 방식으로 드러내려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한 작업인 단편 다큐멘터리 〈BERLIN DILEMMA〉나,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독일에서 40년을 살아온 사람의 인터뷰 영상 같은 걸 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신 스스로는 좋아하는데 큰 반응이 없어 아쉬웠던 콘텐츠가 있다면? 
나는 내 영상들이 얼마나 많은 조회수를 올리는지, 그걸로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의미 있는 결정을 내리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원한다. 나는 내 모든 콘텐츠에 만족하고, 나름의 기준에서 큰 성취를 이루기도 했다. 내 영상은 모든 독일어권 국가에서 평생 접근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에 포함될 예정이다. 
구독자들의 반응에서 느낀 베를린에 대한 가장 재미있는 인식은? 
사람들이 베를린에 대해 가장 많이 갖는 편견 중 하나는 이곳이 마약의 도시이며 테크노 음악의 메카라는 것이다. 어느 정도는 진실이겠지만, 베를린이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건 그 이상이다. 
당신이 최근 베를린에서 감지하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시스템적으로 보자면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인, 개발도상국 출신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정체되어 있다. 나는 베를린이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 나와 닮은 사람들을 모두와 동등하게 대해주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사실 그런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고, 그래서 나에게는 이 도시의 변화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당신이 베를린과 여전히 화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베를린의 인종차별은 정말 극심하다. 이곳에서 산 지도 오래되었지만, 지하철에서 내 옆자리에 아무도 앉지 않을 때는 여전히 어렵다. 그런 대우를 받는다면 잘 지낼 리가 없지. (관공서를 찾을 때마다) 언제나 “절차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다 갖추고 있을 줄은 몰랐다”는 말을 들었으며, 그럼에도 많은 순간 거절의 답변을 돌려받았다. 나는 앞으로 나아갈 유일한 방법이 이 모든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고, 베를린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London, UK
SUNGDO 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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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요식업 종사, 대한민국 대전 출신   
유튜브 londonoppaya
 
 
런던에서 살게 된 경위는? 
어학연수차 방문했다가 눌러앉았다. 한국보다 좀 더 느긋한 도시의 분위기, 남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런더너들의 일상이 마음에 들었다. 자연스럽게 ‘여기서 좀 더 살면 좋겠다’ 생각했던 것 같은데, 정신 차려보니 어느새 런던에서 12년째 살고 있다. 
세계의 무수한 도시들 중 런던을 택한 이유는? 
영어의 본고장(?)이라는 생각 때문에. 대학생 때 스페인어를 전공하고 취업해 2년 정도 멕시코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멕시코 법인장이 스페인어를 못해서 미팅 때마다 3개 국어로 진행을 했다.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가 난무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그런 난리가 없었다. 영어를 전혀 못했던 나는 그때 영어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한번 제대로 배워보려고 왔던 것이다. 
런던에서 산다는 것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다양하면서도 그 모든 것이 중요한.’ 정말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데, 그 모든 다양성이 존중받는 도시인 것 같다. 
런던에서 산다는 것은 런던을 여행하는 것과 어떻게 다를까? 
런던이나 영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둘러보는 곳은 대부분 잘사는 지역이다. 사실 조금만 더 둘러보면 그렇지 못한 지역이 훨씬 많은데. 요즘은 치안 수준이 개선되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 동네 걸러 한 동네는 우범지역이다. 화려한 곳만 돌아보고 가서 ‘런던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한다. 비싼 집세, 열악한 주거 환경, 교통비와 외식비의 물가…. 이런 것들은 제대로 상상해보지 않은 채로. 그래서 런던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이렇게 말해준다. 일단 1년만 지내보라고. 만약 그래도 더 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당신에게 런던이 맞는 거라고. 
당신이 런던 사람들에게서 가장 좋아하는 측면은? 
남이 뭘 어떻게 하든 자기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아무 관심이 없다. 한여름에 코트를 입든, 한겨울에 반바지를 입든. 
런던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낯설게 느껴지는 때는? 
코미디 쇼 프로그램을 볼 때. 런던에서 산 지 12년이나 되었으니 유머 코드를 대충 파악할 법도한데 아직도 왜 웃긴지 포인트를 모를 때가 많다. 솔직히 고백하면 영국인들 웃을 때 따라 웃은 적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당신의 유튜브 채널은 런던의 어떤 측면을 다룬다고 생각하나? 
있는 그대로의 런던. 예를 들어 영국에 산다고 하면 아직도 ‘젠틀맨’ 같은 표현부터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제로 영국에는 그런 표현이 안 어울리는 사람이 더 많다. 나는 내가 느낀 런던의 뉘앙스를 가감 없이 담고 싶었다. 일상, 문화, 여행, 맛집, 축구까지 그냥 내가 접하는 것들을 전부 다루고 있다. 
런던은 당신이라는 사람을 어떻게 바꾸어놓았을까? 
인종도 다양하고 큰 도시인 데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 모든 다양성을 존중하는 도시인 만큼, 타인을 인식하고 대하는 태도 측면에서 보고 배운 게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남이 뭘 하든 내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 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다른’ 것들에 대한 거부감이 점점 사라졌달까. 
 
 

 
Seoul, Korea
HADDA MAZOUZ
-
24, 대학생, 스위스 제네바 출신  
유튜브 hadda
 
 
서울에서 살게 된 경위는? 
나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태어나 평생을 거기서 살았다. 하지만 우리 아빠는 모로코인이고, 엄마는 프랑스인과 이탈리아인의 혼혈이다. 학교를 졸업했을 때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싶었고, 세계 여행을 떠났다. 어딘가에 정착해 공부를 더 하며 생활하고 싶기도 했지만 문제는 그곳이 어디냐는 것이었다. 가족과 가까이 지내고 싶다는 생각에 유럽 도시들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2019년 3월 여행차 처음 서울에 도착한 순간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치 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꼈다. 그래서 지금은 서울의 대학에서 디지털 아트와 크리에이티브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있고, 장기적으로 서울에 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세계의 무수한 도시들 중 서울을 택한 이유는? 
모르겠다. 살 도시를 고려할 때 들었던 단점들, ‘너무 멀다’ 너무 크다’ ‘너무 다르다’ 같은 조건들이 서울에서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오직 마음이 시키는 대로 따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만약 논리적인 이유를 꼭 대야 한다면 나는 서울의 ‘창의성’을 꼽을 것 같다. 이 도시, 사람, 음식, 문화는 매일 나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나까지도 창의적인 사람으로 만든다. 
서울에서 산다는 것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소 쿨 서울.’ 
서울에서 산다는 것은 서울을 여행하는 것과 어떻게 다를까? 
나는 내 유튜브 채널에서 서울에서 산다는 것에 대해 프랑스어로 말하는 콘텐츠를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 머릿속에 자리한 이 도시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깨주려고. 요즘 인터넷에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페티시화’된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특히 어린 소녀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들이 그저 해맑은 인식으로 한국에 온다면 분명 사고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을 여행하면 서울의 밝은, 아름다운 면만 보기 쉽다. 서울에서 사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물론 나는 이 도시와 더 깊고 친밀한 관계를 갖는 게 좋았고, 그래서 서울 여행보다 서울살이를 택하게 됐지만 말이다. 
당신의 유튜브 채널은 서울의 어떤 측면을 다룬다고 생각하나? 
서울의 느린 측면들. 서울은 항상 붐비고 사람들이 거리를 뛰어다니는 이미지를 가진 도시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이미지 때문에 외국인들이 많이 놓치고 있는 것이 서울의 ‘Dolce Vita(달콤한 인생)’라고 생각한다. 나는 서울의 훌륭한 카페, 공원, 미술 전시, 시장, 텅 빈 작은 거리를 촬영하는 걸 즐긴다. 편안하고 시적이지만, 동시에 서울 속 나의 일상을 담은 것들. 
당신의 채널에서 딱 하나의 콘텐츠를 추천한다면? 
은행잎으로 도시 전체가 노랗게 물든 시기에, 서울의 오래된 동네들을 촬영했던 브이로그. 
구독자들의 반응에서 느낀 서울에 대한 가장 재미있는 인식은? 
서울은 평화롭고 조용한 곳이 존재하지 않는, 24시간 잠들지 않는 도시라는 인식. 서울 사람들은 차갑고 불친절하다는 인식. 나는 그게 틀렸다는 걸 증명하는 게 즐겁다. 
당신이 서울과 여전히 화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과 굳이 인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좋았다. 하지만 스위스에 돌아가 거리에서 만난 낯선 이들과 인사를 했을 때, 나는 그게 세상을 덜 쓸쓸하고 차갑게 만든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한국에서 말을 거는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따뜻하고 반가워진다. 내 경험에 따르면, 젊은 사람들보다 나이 든 사람들이 그런 면에서 오히려 열려 있는 것 같다. 버스 운전사, 레스토랑 주인, 슈퍼마켓 직원, 공원의 사람들까지. 서울의 나이 든 사람들과 나눈 귀여운 대화의 기억이 많다. 
 
 

 
Barcelona, Spain
PAULIUS SKREBUTENAS
 -
28, 기술 컨설턴트, 리투아니아 비사기너스 출신  
유튜브 PauliusBarcelona
 
 
바르셀로나에서 살게 된 경위는? 
열여섯 살 때 런던으로 건너가 공부를 하고 취직까지 했다. 그리고 지금도 몸담고 있는 이 회사가 나를 바르셀로나의 3주 트레이닝 과정에 보냈다. 첫눈에 바르셀로나에 반했다고 하면 솔직히 거짓말일 것이다. 다시 런던으로 돌아가 몇 년을 지내고, 어느 볕 좋은 오후 동료들과 점심을 먹을 때에야 깨달았다. 이 아름다운 날이 바르셀로나에서는 그저 일상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전근을 신청하고 바르셀로나로 이사하기에 이른 것이다. 
바르셀로나에서 산다는 것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스페인이지만 스페인이 아닌.’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 지방의 가장 큰 도시이고, 카탈루냐 지방은 스페인 안에서도 독특한 문화와 풍습으로 구분되는 지역이다. 스페인 사람들은 게으르다는 선입견은 이곳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다들 열심히 일하며 비교적 쌀쌀맞은 느낌도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산다는 것은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는 것과 어떻게 다를까? 
내게 바르셀로나의 가장 큰 미덕은 그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관광과 일상은 본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지만, 아름다운 것들을 즐기는 마음은 여행객이나 주민이나 같다. 여기 사는 사람들도 헬스장으로 가는 길에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구경한다. 주말에는 해변으로 향하고, 고딕 쿼터를 산책한다. 어디서 어떻게 돈을 쓰느냐 하는 부분에서 차이가 좀 날 뿐이다. 
바르셀로나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낯설게 느껴질 때는? 
해가 쨍쨍하고 따뜻한 겨울날. 그때마다 나는 리투아니아와 런던의 겨울을 떠올린다. 겨울에 산책길을 걸을 때마다 매번 날씨에 감탄하며, 계속 그 얘기만 해대는 내게 내 여자 친구는 이미 익숙해져 있다. 
당신의 유튜브 채널이 보여주고자 하는 건 바르셀로나의 어떤 측면인가? 
바르셀로나의 평범한 하루, 당신이 할 수 있는 것들, 시도하고 경험하면 좋을 것들. 그리고 내가 여기로 이사할 때 꼭 원했던, 이 도시로 이사할 때 필요한 것들에 대한 정보. 무엇보다 나는 믿을 수 있고, 정직하며, 공감이 가는 영상을 만드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게 니치마켓이라 생각하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로 여행하거나 이사하는 건 누군가의 인생에서 큰 결정이니까. 바르셀로나에 대한 비현실적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았다. 
당신 스스로는 좋아하는데 큰 반응이 없어 아쉬웠던 콘텐츠가 있다면? 
하이킹 영상들. 나는 산을 좋아하고, 자연으로 들어가는 걸 좋아한다. 바르셀로나 인근에는 피레네산맥이나 코스타브라바처럼 정말 좋은 하이킹 장소들이 있는데, 그 영상들이 다른 영상들만큼 인기를 얻지는 못하더라. 
바르셀로나에 대한 가장 큰 편견은 무엇이라 느끼며, 그것이 얼마나 진실이라 생각하는가? 
언제나 해가 쨍쨍하고 사람들이 ‘시에스타’를 즐기는 도시라는 것. 열두 달 중 아홉 달은 쨍쨍하니 전자는 75%,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전혀 게으르지 않으니 후자는 20% 정도만 진실이다. 스페인의 여느 도시들과 달리 바르셀로나에는 시에스타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 비록 나는 종종 낮잠을 자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당신이라는 사람을 어떻게 바꾸어놓았을까? 
나는 좀 더 여유 있고, 편안하고, 사회적인 사람이 되었다. 업무의 강도로 친다면 그 어느때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것들로부터 ‘디스커넥트’하고, 햇볕, 자연, 친구와의 관계에 집중하는 법을 바르셀로나에서 배웠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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