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YLE
Part1. <더글로리> 이도현은 작품을 할 때마다 운다
이도현은 <더글로리>의 주여정이 100점 만점에 70점이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가혹하리만큼 낮은 점수를 주는 그의 마음엔, 10점 만점에 10점이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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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브리스 크루넥 톱, 네크리스, 펜던트 브레이슬릿, 링, 이어링 모두 디올 맨.
이 광활한 시너리에서 찍고 싶어 먼 곳까지 왔는데, 스태프들이 결과물을 보고는 올 만했다고 하더라고요. 잘 나왔다는 얘기죠.
아, 너무 뿌듯한데요.(웃음)
이도현 본체는 엄청 털털한 편이죠?
맞아요. 지금 입고 있는 옷이 평상시 제 스타일이거든요.(그는 네이비 색상의 트레이닝 팬츠와 롱 슬리브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그건 누가 봐도 꽤 오래전에 산 것 같았다.)
정말 아주 편하네요.(웃음)
트레이닝복을 좋아하거든요. 디올 같은 럭셔리 브랜드나 하이패션 브랜드의 옷을 입으면 낯설어요. 전에 행사에 갔을 때도 어색하고 낯설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사진에선 전혀 어색하지 않거든요. 그런 게 도현 씨의 매력이죠.
그래도 처음에 비하면, 이런 작업을 계속하다 보니 이제 좀 적응이 된 것 같아요. 얼마나 좋은 옷들이에요. 저도 자신감을 충전하고 당당하게 자세를 취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해야죠.

트랙슈트 톱, 선글라스 모두 디올 맨.
지난번에 만났을 때는 라이징 스타였는데 불과 2년 만에 커버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어요.
신기해요. 무슨 일이 있었나 싶기도 하고, 시간이 엄청 빨리 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한 해에 거의 두 작품씩 찍으셨더라고요. 힘들지는 않았어요?
(웃음) 운동을 좋아해서 (저도 모르게) 그동안 체력 관리를 많이 해뒀나 봐요. 체력적인 부분에서는 힘들지 않았어요. 그냥 하면 됐거든요. 게다가 작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캐릭터가 주어지니까 힘들다는 걸 생각할 겨를도 없었죠. 눈앞에 있는 캐릭터에 몰입하고 매진하기 바빴으니까요. 그렇게 2년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고 4월 26일에 공개되는 <나쁜 엄마> 촬영을 마치고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게 되니까, 그제야 ‘내가 좀 힘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주말이고 뭐고 가릴 것 없이 쉬는 날이 거의 없다시피 했거든요. 게다가 이번에는 세 개 작품을 틈 없이 연달아 찍었어요. 쉬어보고 나서야 ‘내가 지쳐 있었구나’ 느꼈죠. 그래서 지금은 회복을 생각해요. 이 시간을 정말 잘 써서 더 잘할 수 있는 상태로 회복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더글로리 시즌2>와 <나쁜 엄마>는 거의 겹쳐서 찍지 않았나요?
아주 살짝 텀이 있었어요. <더글로리 시즌2> 촬영이 끝날 무렵에 <나쁜 엄마> 감독님 미팅에 들어가는 식이었죠. 그 두 작품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어요. <더글로리> 촬영 스태프들이 <나쁜 엄마> 스태프들이거든요. 감독님은 다르지만 제작진은 같아요. 촬영팀도 조명팀도 모두 <괴물> 때 심나연 감독님과 함께했던 스태프들이기도 하고요.
해야 할 일이 없어서 아직 좀 어색하겠어요.
처음엔 되게 어색했어요. 그런데 아침에 일어났는데 더 자도 되고 알람을 맞출 필요가 없다는 게 무척 행복하더라고요. 그전까지는 하도 지방을 오가며 촬영하다 보니 집에 있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방을 얻는 돈이 아까울 정도였거든요.
예전에 한 배우 선배가 배우는 쉬는 기간이 반드시 필요다하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쉬면서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의 표현들을 노트에 필기하듯 쌓아둬야 써먹을 수 있다는 말이었죠.
저도 같은 감정을 좀 크게 느꼈어요. 그때 전 제가 과도기에 다다랐나 싶었거든요. 언젠가부터 제가 하는 연기들이 항상 똑같이 느껴지더라고요.
오! 그분도 아주 비슷한 얘기를 했어요.
사실 그래서 정말 친한 친구들한테 솔직하게 얘기한 적도 있어요.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난 너희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관찰하고 그 사람을 대하는 나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상황이 부럽다’고요. 그런 것들이 그 배우 선배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나의 연기관, 나의 표현 방식을 넓혀주거든요.
기타리스트들이 언제든지 쓸 수 있게 릭(lick)을 다양하게 연습해두는 거랑 비슷한 셈이죠.
그쵸. 그거랑 똑같은 거예요. 계속 늘리는 거죠. 계속.

보디 아머, 모크넥 톱, 팬츠, 롱 킬트, 벨트, B31 데저트 러너 부츠 모두 디올 맨.
스포티한 이미지로 작품에 여러 번 등장했죠.
맞아요. 야구 선수로 등장한 게 두 작품 있고, <18 어게인>에서는 농구를 했죠.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에서는 조정 선수였고,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라는 작품에선 태권도를 했지요.
그런데 만나보니 이유를 알겠어요. 고등학생 때 점심 먹고 농구 하러 뛰쳐나가는 운동파 느낌이 있어요.
하하하하.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정확해요. 주변 친구들도 다 저를 운동 좋아하는 애로 기억해요.
실제로 선수로 뛴 운동이 있었어요?
그냥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축구 하러 가자고 하면 축구 하고, 풋살 하러 가자고 하면 풋살 하고. 선수를 한 건 농구뿐이에요. 그것도 잠깐 했던 거고요. 중학생 때 잠깐 시대표로 뽑혀서 도대회에 나갔죠. 근데 예선전에서 떨어졌어요. 그것도 솔직히 저보다는 같이 한 친구들이 잘했던 거예요.
에이, <18 어게인> 첫 장면에서 드리블을 하다가 드라이브인을 하잖아요. 전 그게 선수 대타로 쓰고 CG로 얼굴만 따다 붙인 장면인 줄 알았어요.
정말요? 옛날부터 오래 해왔던 거라… 그런데 확실히 공을 가지고 하는 운동은 좀 오래 다뤄봐야 폼이 나오는 것 같아요. 운동은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이제 농구도 다시 해보려고요. 이제야 시간이 좀 생겼거든요.
운동 좋아하는 사람들은 못 뛰면 갑갑해하지요. 어떻게 참으셨어요.
제가 피트니스도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세 작품을 연달아 찍을 때는 석 달 동안 짐에 한 번도 못 갔어요.
스트레스 받을 텐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저도 제가 그런 걸로 스트레스를 안 받는 줄 알았는데, 다 끝나고 나서 보니까 제가 많이 예민해져 있었더라고요.
저도 요새 복싱을 좀 하는데, 운동도 좋은 의미에서 중독인 것 같아요.
그럼요. 뛸 때 그것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저도 잠깐 복싱을 했었는데, 미트 칠 때 정말 아무 생각 안 나잖아요. 또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요.
샌드백 칠 때 쾌감도 장난이 아니죠.
가끔 내가 정말 마이크 타이슨이 된 것처럼 상상하며 치기도 하고요. 스트레스가 정말 싹 사라지죠. 땀을 한껏 흘리고 샤워를 하고 나오면 상쾌하잖아요.
그 상태로 집에 가서 맥주 한잔 마시면…
(웃음) 그게 행복이죠. 행복.

트랙슈트 톱, 플리츠 팬츠, 롱 킬트, B31 데저트 러너 부츠, 링, 이어링 모두 디올 맨.
그런데 신기한 게 스포티한 이미지도 있지만, 극도로 스마트한 이미지도 어울려요. <오월의 청춘>이랑 <더글로리>에서는 의사, <멜랑콜리아>에서는 수학 천재, 그리고 이번 작품 <나쁜 엄마>에서는 검사잖아요.
그렇네요. 왜 그러지?
도현 씨가 풍기는 성실함 때문이 아닐까요?
성실함이라… 열심히 하는 건 누구보다 자신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긴 하는데요… 제가 잘하지는 못하니까요.(웃음)
무슨 소리십니까. KBS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받으신 분이. 그리고 열심히 할 수 있는 게 진짜 재능이에요.
저도 그 말을 제 자신에게 마치 세뇌하듯 주입하며 살기는 해요.(웃음) 그래야 저도 제 스스로가 좀 다독여지거든요.
종합해보면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이미지군요? 완벽한데요?
그 두 이미지가 반드시 일치하진 않아서 답답했던 적이 있어요. <스위트홈>의 은혁은 의대생이었잖아요. 그런데 이 은혁은 설정상 몸을 아주 잘 쓰는 친구가 아녜요. 그래서 액션 신을 할 때도 싸움을 못하는 태가 보여야 했던 거죠. 각목 하나를 휘두르더라도 잘 못 휘두르는 어정쩡한 느낌이 나야 하는데… 전 그게 좀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처음에 액션스쿨에 갔더니 거기서 나오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도현 씨는 여기서 더 연습하면 안 될 것 같다고요. 전 몸 쓰는 걸 좋아하니까 구르는 것도 열심히 잘 굴렀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너무 잘 구르면 안 되는 캐릭터였던 거죠. 그래서 그때 정말로 하루 나가고 안 나갔어요.
재밌네요. 김범수 씨가 음치처럼 노래를 불러야 하는 상황이었군요.
그러니까요. 어색하더라고요. 더 어렵기도 하고요.

슬리브리스 크루넥 톱, 팬츠, B31 데저트 러너 부츠, 네크리스, 펜던트 브레이슬릿, 링, 이어링 모두 디올 맨.
뭔가를 정말 해보고 싶은데 못해본 적 있어요.
저 작품 할 때마다 항상 못해요. 그래서 한 작품 할 때마다 한 번씩 울어요.
아니, 왜요?
현장에서 연기를 하다가 제 뜻대로 연기가 나오지 않아서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도현아, 대체 왜 이걸 못하니. 연습을 얼마나 했는데, 왜 이걸 못하니’라는 생각. 그러곤 쉬는 시간에 밖에 나가서 울분을 토하는 거죠. 자책하면서요.
정말 모든 걸 다 잘해낼 것 같은 이면에 이런 모습이 있었군요.
한번은 이런 적도 있어요. 어떤 작품의 첫 신을 찍을 때였어요. 전날 새벽 5시까지 연습을 하고 3시간 자고 샤워하면서도 대사를 계속 내뱉어봤어요. 너무 잘 나오더라고요. 전 완벽하게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현장에 가서 분장을 다 마치고 첫 대사를 뱉어야 하는데, 한 마디도 안 내뱉어지더라고요. 겨우 첫 마디를 뱉었는데, 또 그다음이 안 나오고, 계속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그 뒤 대사가 생각나지 않았어요. 그날 엄청 울었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그 상황이 다 끝나고 주변의 여러 선배들에게 자문을 구했죠. 저 왜 그랬을까요? 저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 라미란 선배님이 해준 말이 기억에 남아요. “으이구 바보야. 그럴 때는 아무 생각 하지 말고 좀 쉬어야 해”라고 얘기해주시더라고요. 그걸 손아귀에 넣고 너무 꽉 붙잡고 있다 보니 터져버렸던 거죠. 느슨하게 풀었다가 다시 살포시 잡아야 했는데, 그걸 몰랐어요.
약간 부럽네요. 결국 100%를 하려는 마음이 있다는 거니까요. 보통은 90점이 넘으면 멈춰버리죠. 70점에서 90점으로 가는 데 드는 노력이 50이라면 90점에서 100점으로 가는 데 드는 노력은 100이 넘을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내려놓는 걸 못해요.
효율적이지 못하군요.(웃음)
그렇죠. 바보 같아요. 매사에 그런 건 아니고, 연기에 특히 심한 것 같아요. 오히려 친구들이랑 놀러 갈 때는 계획도 잘 안 세우고 즉흥적인 편이에요. 솔직히 좀 많이 즉흥적이에요. 이번에 <나쁜 엄마> 촬영하면서 라미란 선배님을 비롯한 여러 분들에게 정말 많이 배웠어요. 아, 정말 저렇게 그냥 즐기면서 하는 게 보기에도 훨씬 좋고 연기하는 사람에게도 좋구나. 그런 걸 배웠어요.

재킷, 모크넥 톱 모두 디올 맨.
Credit
- FASHION EDITOR 윤웅희
- FEATURES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김희준
- STYLIST 정혜진
- HAIR 박세희
- MAKEUP 전민지
- SET STYLIST 이나경
- ASSISTANT 김성재/송채연
- ART DESIGNER 김대섭
JEWE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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