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비스포크의 올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 전시에 지난 전시 3배 인원이 몰렸던 이유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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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비스포크의 올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 전시에 지난 전시 3배 인원이 몰렸던 이유

가구를 다루는 세계 최대 규모의 축제,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삼성전자 비스포크를 만났다. 국내 출시 5년 차를 맞은 이 생활 가전 브랜드는 어느새 한층 새로운 곳으로 도약해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

오성윤 BY 오성윤 2023.06.07
 
비스포크 푸오리살로네 전시의 첫머리를 장식한 문승지 작가의 ‘We Breathe’.

비스포크 푸오리살로네 전시의 첫머리를 장식한 문승지 작가의 ‘We Breathe’.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삼성전자 전시가 열리고 있는 아트 포인트 슈퍼스튜디오에 들어섰을 때 처음 눈앞에 등장한 것은 점멸하는 공간이었다. 숨이라도 쉬듯 조도가 완만히 오르내리기를 반복하고, 이내 어두워지면 그 빛을 흡수한 듯 가장자리의 식물들이 반짝이는 공간. 냉장고와 세탁기 같은 삼성전자 제품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그들이 주인공 같지는 않았다. 중앙에 자리한 소파나 식탁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그저 이 낯선 공간이 우리 삶의 터전의 현재이자 미래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뿐이었다.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가구 박람회인 푸오리살로네(살로네델모빌리와 함께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구성하는 큰 행사 중 하나로 시내 곳곳에서 열리는 장외 전시를 포괄한다)에서 이렇듯 큰 전시를 선보이면서, 전면에 제품의 라인업이나 디자인, 기능성을 내세우기보다는 일종의 아트워크로 하나의 ‘영감’을 전달하고자 했다는 뜻이다. “저는 삼성전자 비스포크가 기존 가전의 범주를 넘어 삶의 영역에 좀 더 들어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발상이라 확신해요.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제품의 형태나 기능의 이야기를 넘어 삼성전자의 가전들이 품은 속 이야기를 하고 싶었죠. 인간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도 가전이 숨을 쉬며 우리의 삶을 돕고, 나아가 에너지를 축적해 지구를 위한 활동에도 관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요.” 해당 전시 공간 ‘We Breathe’를 만든 문승지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그는 삼성전자 비스포크 기획 초기 단계 당시부터 지속적으로 협업해온 디자이너. ‘삼성전자만 문승지 작가에게서 영감을 얻는 게 아니라 문승지 작가도 여전히 삼성전자에서 영감을 얻는 부분이 있나 보다’ 하는 추임새에 그는 단언하듯 답했다. “당연히 얻죠. 얻을 수밖에 없어요.” ‘We Breathe’를 구성하는 벽면이나 바닥, 가구 역시 모두 폐자원이나 리사이클 소재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전시장을 둘러보며 장호석 작가의 설명을 듣고 있는 배우 이수혁.

전시장을 둘러보며 장호석 작가의 설명을 듣고 있는 배우 이수혁.

 
익히 알려지다시피, 비스포크는 삼성전자가 2019년부터 전개하고 있는 생활 가전 브랜드다. 간명한 디자인과 교체 가능한 전면 패널 등을 통해 개별 구매자에게 오롯이 맞춘 디자인을 추구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인데, 최근에는 친환경적 속성을 더 강화하고 있다. 탄소중립형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 CO₂ 업사이클링 폴리카보네이트, 저탄소 철 등 제조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되는 소재나 재생 소재를 사용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2030년까지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부품의 50%에 재생 레진을 사용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프레스 공정이나 도정 공정을 줄여 제조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였으며,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의 최저 기준보다 에너지 효율이 더 뛰어난 ‘고효율 에너지 절감’ 성능을 추구한다. (실제로 현재 수십여 개 모델이 고효율 에너지 세이빙 모델로 운용되고 있다.) 물론 밀라노 푸오리살로네 삼성전자 전시장에도 비스포크의 이런 비전과 노력을 설명해주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Everyday Sustainability’ 존에서는 비스포크 제품을 해체해 그 속에 어떤 노력들이 깃들어 있는지 보여주거나, 제품 생애 주기 전체에 걸쳐 어떤 친환경적 개선이 이루어지는지 인포그래픽으로 제시하는 등 다양한 접근을 일목요연하게 전달하고 있었다. 비스포크 홈 라이프스타일과 IoT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Connected Experience’ 존에서는 비스포크가 추구하고 있는 또 하나의 가치, ‘연결성’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었다. 실제 생활 공간처럼 조성한 부스에서 전면에 대형 스크린이 달린 냉장고, 카메라로 음식을 인식해 조리법을 추천해주는 오븐, 비스포크 기기들을 한눈에 파악하고 관리하는 ‘스마트싱스(Smart Things)’ 기술 등을 직관적으로 전달해 신기술로 가득한 누군가의 집에 방문이라도 한 듯 편안한 마음으로 미래 주방을 경험할 수 있었다.
 
비스포크를 액자라는 물건과 유럽 소셜 클럽의 감성으로 풀어낸 장호석 작가의 ‘Framed’.

비스포크를 액자라는 물건과 유럽 소셜 클럽의 감성으로 풀어낸 장호석 작가의 ‘Framed’.

‘Everyday Sustainability’ 존에서 진행자의 설명을 듣고 있는 관람객들.

‘Everyday Sustainability’ 존에서 진행자의 설명을 듣고 있는 관람객들.

 
디자인은 여전히 비스포크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다. 이번 푸오리살로네 전시에서 그 매력을 여실히 드러내기 위해 삼성전자가 택한 것은 공간 디자이너 장호석 작가와 이탈리아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토일렛페이퍼였다. 흥미로운 점은, 두 공간이 비스포크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을 보였다는 것이다. 토일렛페이퍼가 냉장고 위에 특유의 재기 넘치는 이미지를 입혀 ‘백색가전’이 얼마나 예술적으로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면, 장호석 작가의 전시 공간 ‘Framed’는 오히려 제품들을 숨기는 방향으로 비스포크의 매력을 드러냈다. 유럽의 고급 소셜 클럽을 연상케 하는 공간에 세탁기, 냉장고, 공기청정기, 청소기 등 온갖 가전제품이 어우러지도록 해 비스포크의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비스포크는 단순히 가전제품의 컬러를 바꾸는 정도의 개념이 아니라, 주방 가전까지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울 수 있는 장이 된다는 의미예요. 그래서 공간을 액자들로 채운 거죠. 사람들은 보통 액자에 자기가 좋아하는 사진, 좋아하는 작품을 넣으니까요.” 장호석 작가의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이번 푸오리살로네 전시에 내건 주제는 ‘비스포크 홈, 비스포크 라이프(Bespoke Home, Bespoke Life)’였다.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표현이지만, 설치미술에 가까운 공간으로 비스포크의 기반이 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 정신을 위한 세세한 노력들을 보여주며, 그것들이 만드는 라이프스타일과 심미적 가능성까지 제시한 빼어난 구성과 디테일은 매체들의 호평뿐 아니라 일반 방문객들의 폭발적 반응까지 끌어냈다. 수치만 봐도 이번 삼성전자 푸오리살로네 전시에는 지난 전시 동기간 대비 무려 3배 많은 관람객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니까.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찾아 방문한 배우 이수혁은 삼성전자의 푸오리살로네 전시에서 받은 감명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이번 삼성전자 푸오리살로네 전시의 접근이 좋았던 건 원래 서스테이너빌리티나 신기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뿐 아니라 저 같은 인테리어 애호가에게도 자연스럽게 영감을 준다는 점이었던 것 같아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말한다는 점이요.”
 
 
 
비스포크의 해설자들
삼성전자가 비스포크의 핵심과 비전을 푸오리살로네에 소개하기 위해 택한 것은 문승지, 장호석 두 디자이너였다. 비스포크와 두 사람의 인연은 브랜드 탄생에서부터 새로운 도약을 바라보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긴밀하게 이어지고 있다.  


‘We Breathe’ 
문   승   지 

비스포크와 문승지 디자이너는 인연이 꽤 오래다. 통상적인 브랜드와 아티스트의 협업에 비해 깊이 관여하는 느낌도 있고.
삼성전자와는 비스포크 론칭 프로젝트부터 함께했다. 사실 처음 들어온 요청은 패널을 새롭게 바꾸는 정도의 협업이었는데, 나는 그때 비스포크를 보면서 제품의 개념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봤다. 이제 주방 가구가 주방에만 있지 않아도 된다는, 벽장처럼 빌트인해서 가구의 연장으로 만들 수 있다는 개념을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다. 삼성전자와 제대로 협업한 건 그때가 처음인데 대뜸 그런 이야기를 했으니 욕심이 좀 많았던 거지.(웃음) 다행히 그런 제안에 공감해준 부분이 있었고, 이후로 함께 작업을 계속하게 된 것 같다.
단순히 ‘도화지에 뭘 그리느냐’가 아니라, ‘냉장고가 도화지가 되면 거기서 어떤 확장이 일어나는가’ 하는 고민을 한 셈이다.
당시 리빙 트렌드에 주방과 거실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부분이 있었고, 비스포크는 가전제품이지만 가구로 충분히 접목이 가능한 제품이었으니까. 지금도 나는 비스포크가 ‘백색가전’이라는 가전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제품이라고 확신한다. 교체 가능한 패널을 제시해 소비자들이 제품 디자인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공간 디자인 영역으로 조금 더 확장되도록 했다고 본다. 삼성전자의 그런 측면을 높이 사고 그 안에서 개인적으로도 많은 영감을 받았다.
이번 전시 ‘We Breathe’는 비스포크의 그런 특징들을 드러내는 데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느낌이다.
이번에는 제품의 형태나 기능을 넘어 삼성전자의 가전들이 갖고 있는 속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에너지 세이빙에 대한 개념을 듣고 나서 이 좋은 개념을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까 고민했던 거다. 그래서 인간이 쉬는 동안 가전이 자기들만의 세계에서 이렇게 계속 에너지를 축적하고, 그들이 쉬는 숨이 결국은 환경에까지 이로운 숨이라는 걸 표현하고자 했다. 사실 이렇게 큰 무대에서 이런 개념적 전시를 하도록 했다는 건 분명 삼성전자에 감사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 ‘We Breathe’를 조금만 벗어나면 제품을 분해하고 디테일을 설명하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기획력에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지속가능성’은 문승지 작가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분야인 것 같기도 하다.
글쎄. 사실 나도 처음에는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에 일종의 ‘관심’으로 접근했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디자인을 공부할 때는 이런 이슈에 대한 작업을 하는 게 좀 멋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디자이너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고민이라고 느낀다. 나도 조금씩 배우고 있는 중이다. 사실 이번 전시를 하면서도 크게 배운 부분이 있다. 해외에서는 리사이클된 소재, 친환경 관련 영역의 시장이 이렇게나 커져 있고 디자이너가 활용할 수 있는 범주가 굉장히 넓은데 왜 우리는 그걸 몰랐을까 했던 것이다. 다시 한번 이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삼성전자만 문승지 작가에게서 영감을 얻는 게 아니라, 문승지 작가도 삼성전자와 협업해 계속 영감을 얻고 있나 보다.
당연히 얻는다. 얻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굉장히 다른 조직에 속해 있고 ‘이렇게 거대한 조직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은 어떤 방향으로 갈 수 있는가’ ‘그럼 그 안에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건 어떤 부분인가’ 하는 부분을 계속 고민하게 되는 거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노력을 하면서 또 각자의 작업에 좋은 영감을 준다고 생각한다. 바라건대 이번 전시도 누군가에게 그런 역할을 한다면 좋겠다. 서스테이너블 소재와 조명을 활용해 이런 가치가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비스포크가 갖고 있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그걸 본 누군가는 좋은 자극을 받아 또 다른 생산물을 만들고. 그러면서 어차피 세상에 나올 물건이 좀 더 이로운 개념을 갖고 나오게 되고. 그러다 보면 결국 디자인에 관심이 없는 사람까지도 이런 개념에 관심을 갖거나 ‘이제 이런 게 당연한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궁극적인 선순환 구조라고 생각한다.
 
 
‘Framed’
장   호   석 

이번 비스포크 전시의 세 키워드인 ‘Sustainability’ ‘Design’ ‘Connectivity’ 중에서 ‘Design’ 영역을 거의 도맡다시피 했다. 비스포크의 디자인 지향점에 가장 잘 부합하는 작가가 장호석 작가라고 보면 될까?
글쎄. 어떻게 보면 ‘Framed’ 존의 외관 자체는 삼성전자가 지향하는 이미지와 그렇게 부합하지는 않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나만의 터치’라는 관점에서 지향점은 같다고 할 수 있겠다. ‘Framed’는 액자를 주요 장치로 한 콘셉트다. 동일한 모델의 냉장고를 가지고 패널을 자유롭게 바꿔 각자의 감각이나 취향을 보여줄 수 있는 비스포크의 매력을,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이나 사진을 넣어 거는 액자라는 물건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다. 칵테일 바라는 요소는 사용자의 니즈에 맞춰 작동하는 비스포크 그랑데AI 세탁기의 특성을 가져와 표현한 부분이고. 그러면서 저절로 ‘소셜 클럽’이라는 테마가 만들어졌다.
‘Framed’는 제품을 잘 보여주기보다 여기저기 숨겨놓았다. 액자로 전면을 채워 빌트인한 냉장고에서부터 협탁처럼 연출한 공기청정기까지.
맞다. 공간에 들어설 때 언뜻 보면 가전제품이 아예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안에 온갖 제품이 숨어 있는 거다. 비스포크가 그렇게 다양한 컬러 옵션을 제공하는 이유도 결국 자기 공간에 어울리는 걸 고르게끔 하는 것이지 않나. 나는 그걸 ‘비스포크적 메시지’라고 부르는데, 개별 제품들을 잘 보여주기보다 그렇게 하나의 일관된 라이프스타일에 녹아든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관람객들이 공간을 자세히 보며 미처 존재하는지 몰랐던 제품들을 발견할 때 그게 ‘와우 포인트’가 될 거라는 생각도 했고.
미디어 설명회 때 스스로가 인테리어 전공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게 흥미로웠다. 그게 ‘Framed’라는 공간과 연결된다고 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물론 전문가지만, 클라이언트가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지점에서 일종의 ‘서포터’라고도 생각한다. 확고한 자기 세계를 만들고 거기에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작업자들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클라이언트의 세계를 구현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셈인 거다. 그래서 인테리어 분야에서는 ‘너는 잘했네’ ‘너는 못했네’ 하는 말이 의미가 없고, 각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서포터적 측면, 비스포크적 메시지가 내가 잘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비스포크의 핵심도 결국 다양한 옵션을 제시하며 고객이 자기 취향에 딱 부합하는 것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니까.
인테리어 디자이너지만 사람들에게 인테리어를 전문적으로 잘하려 하기보다 좀 더 편하게 접근하기를 권하는 셈이다.
일단은 나부터가 해당 공간의 주인이 가진 생각과 취향이 잘 묻어나는 공간을 좋아한다. 왜 인테리어에 그리 조예가 깊지 않은 사람의 방에서도 너무 설레고 떨리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지 않나. 잘 만든 가구들로 채운 공간도 좋지만 사실 그건 ‘개인의 취향이 담긴 공간’에 비하면 다른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Framed’ 전시 안에 걸린 액자들에 내가 직접 그린 그림들을 넣은 것도 그런 이유다. 디자이너 이름을 걸고 하는 전시이니 좀 더 좋은 작품을 골라 넣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보다는 ‘사용자의 터치’를 넣는 게 메시지 측면에서 더 부합할 것 같았다. 그래서 저기 걸린 20점 정도의 그림을 그리는 데에 1시간도 안 걸렸다.(웃음) 정말 그냥 느낌 가는 대로 그렸기 때문에. 이런 메시지를 전하면서 “그림 그리는 데 일주일 걸렸어요” 하면 그것도 이상하지 않겠나.
가전 분야에서 핑크색은 외면받는 컬러인데, 비스포크에서는 핑크색 패널이 잘 팔린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확실히 잘못된 선택에 대한 불안과 강박을 줄여주고 과감하게 영감을 따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게 비스포크의 매력 아닐까 싶다.
핑크색을 좋아하는 사람도 그게 다른 인테리어 요소들과 맞지 않거나 변화를 제약할까 걱정돼서 선택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비스포크 시스템에서는 그런 부담이 덜한 거다. 어떤 색을 택하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든, 스티커를 붙이든. 그렇게 여러 시도를 해보면서 좀 더 자기만의 냉장고가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비스포크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접점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의 괴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와 만났다. 냉장고 위에서.


밀라노 토일렛페이퍼 본사 안에 자리한 비스포크 X 토일렛페이퍼 한정판 제품.

밀라노 토일렛페이퍼 본사 안에 자리한 비스포크 X 토일렛페이퍼 한정판 제품.

 
삼성전자 푸오리살로네 전시에서 큰 화제를 일으킨 또 하나의 요소가 있었다. 토일렛페이퍼(Toiletpaper)와의 협업 제품을 선보인 마지막 공간. 최근 리움미술관 전시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모은 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과 사진가 피에르파울로 페라리가 만든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토일렛페이퍼가 비스포크 냉장고의 한정판 패널을 디자인한 것인데, 그 결과물은 과연 독창적인 미감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브랜드와의 협업이라 할 만했다. 온통 장미로 뒤덮인 패턴부터 동화 속 거울 형상을 한 디자인, 여성의 치마가 디저트 테이블로 활용되고 있는 위트 있는 사진, 립스틱을 든 남자들의 손이 다양한 방향으로 뻗친 이미지까지. 전시장은 이 아트워크들이 냉장고라는 걸 믿을 수 없다는 듯 끊임없이 문을 여닫는 사람들과 굳이 가전제품과 셀피를 찍는 사람들로 연일 인산인해를 이뤄 전시의 대미를 장식했다.
협업 이벤트는 전시장 밖에서도 이어졌다. 토일렛페이퍼가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본사 ‘토일렛페이퍼 홈’에서 다양한 행사를 연 것이다. 주방과 침실 등 일상 공간에 놓인 비스포크 제품들은 전시장에서 보여준 것과는 다른 층위에서 비스포크의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고 있었다. 토일렛페이퍼 아트 디렉터 미콜 탈소는 “이번 협업은 ‘기존 가치를 넘어 나만의 취향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삼성전자 비스포크의 정신적 공통점에서 출발했다”며 이번 협업과 이벤트의 의의를 밝혔다. 푸오리살로네 전시장의 ‘We Breathe’ ‘Framed’ ‘Connected Experience’ 존과 토일렛페이퍼 홈까지 모두 둘러본 사람에게는 한층 깊은 울림을 만들 이야기. 특히 토일렛페이퍼는 본사 바로 옆에 위치한 공유 숙박 장소 ‘토일렛페이퍼 리빙’을 한정판 비스포크 냉장고부터 비스포크 인덕션, 식기세척기, 오븐 등으로 채워 해당 방에서 묵는 누구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푸오리살로네 전시장에서 선보인 비스포크 X 토일렛페이퍼 한정판 라인업.

삼성전자 푸오리살로네 전시장에서 선보인 비스포크 X 토일렛페이퍼 한정판 라인업.

토일렛페이퍼 홈에서 열린 ‘더 프리지 파티’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아티스트 마우리치오 카텔란.

토일렛페이퍼 홈에서 열린 ‘더 프리지 파티’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아티스트 마우리치오 카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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