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 시즌의 선택은 2023-2024 EPL 우승 향방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맨시티는 언제나 꾸준히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강 전력을 자랑하는 팀이지만 그들에게도 고민은 있다. 전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선수들이 올여름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카일 워커, 케빈 더브라위너 등 어느덧 30대 초반을 넘긴 선수들을 위한 대비책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맨시티 스쿼드의 약점은 좌우 풀백이다. 이번 시즌 후반기에 맨시티는 풀백의 약점을 최소화하고자 필드 위에 풀백을 따로 두지 않는 3-2-4-1 전술을 활용했다. 선수들은 중앙 위주로 포진해 후방 빌드업에 집중했고, 측면 공격은 좌우 윙이, 측면 수비는 백3의 좌우 센터백이 부담했다. 하지만 이런 전술이 다음 시즌에도 여전히 효과를 보일 거란 보장은 없다. 일반적으로 4백 전술에서 양 측면 수비수를 좌우 풀백이라 하고, 3백에서는 3명의 수비수를 모두 센터백이라 부른다. 풀백은 그냥 수비수가 아니다. 전술 운용의 활용 범위가 다르다. 상대의 크로스를 차단하다가도 앞쪽에 빈 공간이 보이면 사이드라인을 따라 올라가야 하는, 현재 축구에서 매우 중요한 포지션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전술과 변수를 해결하기 위해 맨시티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풀백 보강이다.

맨시티의 일카이 귄도안은 이번 시즌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활약을 펼쳤지만 오는 여름 계약 만료로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아스날에 필요한 것은 스페어 카드
아스날은 2021-2022 시즌 때 뒷심 부족으로 토트넘에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넘긴 바 있다. 그래서 2022-2023 시즌의 팀 목표는 챔피언스리그 무대 복귀였는데, 결국 시즌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3월까지 맨시티와 제법 큰 차이를 벌리며 1위 자리를 지켰고, 시즌 종료 직전까지도 우승 경쟁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다음 시즌에도 리그 우승을 두고 경쟁하는 팀으로 활약하고자 한다면 이번 이적 시장을 통해 팀의 체급을 키워야 한다.
사실 EPL 정도 되면 모든 팀이 주전 선수를 가용해 겨뤘을 때는 전력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문제는 교체 자원이 몇 명이냐, 또 그 교체 자원이 주전 역할을 얼마나 해낼 수 있는 선수인지다. 결국 선수층의 ‘뎁스’가 문제라는 얘기. 3월까지만 해도 무난하게 우승할 것으로 예상됐던 아스날의 발목을 잡은 것 역시 뎁스였다. 주전 선수들과 후보 선수들의 격차가 크다는 뜻이다. 센터백인 윌리암 살리바, 라이트백인 도미야스 다케히로가 장기 부상을 당하자 그대로 팀 전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원래 센터백으로 뛰었던 벤 화이트는 한 시즌 내내 라이트백으로 역할을 바꿨고, 남은 센터백은 수비가 불안한 롭 홀딩, 아직 프리미어리그 적응이 필요한 야쿠프 키비오르뿐이었기 때문이다. 아스날은 주전급 센터백 영입이 반드시 필요하고, 도미야스의 잦은 부상, 키런 티어니의 이적을 대비해 풀백 포지션 보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수비 외에 아스날에 필요한 포지션 보강은 중원이다. 토머스 파티와 조르지뉴가 지키고 있는 CDM(수비형 미드필더)은 괜찮아 보이지만 현재 그라니트 자카, 마르틴 외데고르가 지키고 있는 적극적 공격 가담이 필요한 포지션은 믿고 쓸 수 있는 카드가 부족하다. 아스날은 웨스트햄의 데클런 라이스 영입에 거액을 투자할 준비를 마쳤다. 라이스를 영입하면 CDM, CM(중앙 미드필더) 모두 주전급 선수가 추가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수비, 중원 보강 후 남는 돈은 공격 옵션 다양화를 위해 키 큰 공격수를 데려오는 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보강이 시급한 노스웨스트의 두 팀은 다시 부상할 수 있을까?
부진한 시즌을 보낸 리버풀, 그 앞에 기다리는 더 험난한 여정
매 시즌 맨시티와 우승 경쟁을 펼쳤던 리버풀은 이번에 극심한 순위 하락을 겪었다.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경쟁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등 자존심을 구긴 시즌이었다. 다른 선수 영입을 늦추면서까지 ‘올인’할 것으로 보였던 주드 벨링엄의 영입을 결국 포기했고, 방향을 틀어 벨링엄의 이적료를 여러 포지션에 분산 투자해 전력 보강에 나서기로 했다.
심지어 올여름에는 나비 케이타, 알렉스 옥슬레이드 체임벌린, 제임스 밀너가 계약 만료로 팀을 떠난다. 파비우 카르발류도 임대를 떠날 가능성이 크며 파비뉴, 조던 헨더슨의 경우는 기량 저하로 주전 입지에서 밀려날 수 있다. 새 시즌 여름에도 리버풀이 가장 먼저 보강을 노리는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다. 이미 브라이튼의 모이세스 카이세도, 알렉시스 맥 앨리스터 같은 자원들과 연결되고 있으며, 프리 시즌 돌입 전에 빠르게 중원 보강을 마치기를 원하고 있다.
베스트 윤곽이 잡힌 맨유, 더 강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뎁스
맨유도 깊이가 문제다. 에릭 텐하흐 감독이 부임한 맨유는 첫 시즌부터 카라바오컵 우승을 거머쥐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삐걱대는 모습을 보였는데, 바로 스쿼드의 한계 때문이었다. 맨유는 소속 선수는 많지만 그중 선발로 믿고 쓸 만한 카드를 골라보면 현저히 부족하다. 사실상 베스트 11을 꾸리는 선수 외에 주전급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게다가 골키퍼 포지션은 주전 선수인 다비드 데헤아마저도 잦은 실수를 범하는 등 위태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기량은 부족한데 머릿수만 채우고 있는 비주전 선수들에 대한 신속한 정리가 필요하다. 프레드 혹은 스콧 맥토미네이 중 한 명, 해리 매과이어 혹은 빅토르 린델로프 중 한 명, 판더베이크, 안토니 엘랑가, 앙토니 마르시알 등의 선수를 정리해 이적료 이익을 얻고 이 돈으로 센터백과 최전방 공격수, 중원 포지션에 쓸 만한 선수를 보강해야 한다. 세 포지션 모두 즉시 보강이 필요한 위치여서 적절한 분산 투자가 요구된다. 그 모든 포지션이 해결된다 해도 골키퍼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데헤아와의 재계약 여부가 시즌 말미까지 정해지지 않아 차기 시즌 주전 골키퍼에 대한 예상이 쉽지 않다. 데헤아가 떠난다면 즉시 주전급 골키퍼 보강에 나서야 하며, 그가 남는다 해도 불안한 패스, 킥 능력과 잔실수로 인해 시즌 내내 골머리를 앓을 가능성이 크다.

다비드 데 헤아의 거취가 맨유의 변수다. 그가 떠난다면 즉시 주전급 골키퍼 보강에 나서야 하며, 남는다 해도 그의 잔실수로 시즌 내내 골머리를 앓을 가능성이 크다.
‘빅6’라는 표현은 여전히 유효할까?
판을 뒤흔들 준비를 마친 뉴캐슬
사우디 자본을 등에 입은 뉴캐슬은 이제 프리미어리그 안에서도 부유한 구단으로 손꼽힌다. 구단 인수 후 에디 하우 감독 선임, 새로운 주축 자원 영입을 통해 팀 전력을 끌어올렸고, 원고 작성 시점에는 아직 2022-2023 EPL 순위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뉴캐슬은 2002-2003 시즌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무대도 밟게 될 듯 보인다. 여러 대회 병행을 위해 필연적으로 뎁스 강화가 필요한 뉴캐슬은 올여름에도 수준급 선수들로 팀 보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사우디 자본의 인수 이후 뉴캐슬은 영입 성공률도 매우 좋은 편이다. 지난 시즌에 데려온 브루노 기마랑이스, 댄 번, 키런 트리피어, 이번 여름에 데려온 닉 포프, 스벤 보트만, 알렉산데르 이사크 등의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쳤다. 뉴캐슬은 무분별한 스타 선수 영입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다수의 선수를 충분히 비교, 관찰하며 팀에 최우선으로 필요한 선수, 프리미어리그 적응에서 변수가 최대한 적은 선수 위주로 체계적인 영입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스타 선수 영입보다 알짜배기 영입에 집중하게 되어 높은 영입 성공률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 이제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메리트까지 얻게 된 뉴캐슬은 이적을 원하는 선수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팀이 됐다. 이들도 이제 빅네임 영입을 시작하게 될까? 뉴캐슬과 기존 ‘빅6’ 팀들의 경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알고 보면 자본력 측면에서도 밀리지 않는‘후반기 다크호스’ 아스톤빌라
우나이 에메리 감독이 부임하면서 아스톤빌라의 순위는 수직으로 상승했다. 전임 감독인 스티븐 제라드가 있을 때만 해도 강등권에 머물렀지만, 순식간에 유럽 대항전 진출권까지 순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이집트 부자인 나세프 사위리스가 공동 구단주 중 한 명으로 있는 아스톤빌라는 그간 적극적인 투자를 감행해왔다. 에밀리아노 부엔디아, 부바카르 카마라, 디에고 카를로스, 알렉스 모레노 등 프리미어리그 내외에서 큰 관심을 받았던 선수들이 아스톤빌라로 오게 된 것이 바로 그 결과다. 여기에 중위권 팀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리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에메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상황이니, 향후 아스톤빌라의 경쟁력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가진 자원들의 최대 효율을 뽑아낸 브라이튼, 핵심 선수들의 거취가 변수
매 시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브라이튼도 최근 떠오르는 팀 중 하나다. 그레이엄 포터 감독이 시즌 중에 첼시로 떠나면서 위기를 맞는가 싶었으나, 후임 감독인 로베르토 데 제르비가 오히려 브라이튼의 전력을 완성하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데 제르비는 측면 위주의 팀 공격 방향을 중앙 위주로 바꾼 뒤 더 유연한 빌드업 체계, 더 적극적인 박스 침투를 주문해 팀 득점력을 키웠다. 그 과정에서 파스칼 그로스, 알렉시스 마크 알레스테르, 미토마 가오루 등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한 핵심 자원들의 가치도 높아졌다. 하지만 덕분에 이번 여름 주축 자원들이 동시에 팀을 떠날 가능성도 커졌다. 마크 알리스테르, 카이세도, 미토마 등의 선수들을 향한 기존 빅6 팀들의 관심이 뜨겁기 때문이다. 주전 판매 후 어린 유망주 영입에 집중해온 브라이튼 구단의 전략을 고려하면, 주축 자원이 떠난 뒤에는 한동안 공백이 느껴질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손흥민과 케인은 정말 팀을 떠나게 될까?
케인이 떠나야 할 이유, 케인이 남아야 할 이유
토트넘의 해리 케인은 최전방 공격수 보강을 원하는 팀들로부터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자주 연결되고 있다. 타 리그 진출에 마음이 열려 있고 우승 경력을 쌓길 원한다면 바이에른 뮌헨이 매력적인 선택지일 테다. 반면 프리미어리그에서 골 기록을 이어가길 원한다면, 그러면서 토트넘보다 높은 순위권 팀으로 이적을 타진한다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좋은 선택지다. 토트넘과 2024년까지 계약했기 때문에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의 가장 핫한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이 ‘케인 이적설’일 것이다.

토트넘의 해리 케인은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의 단연 가장 뜨거운 주제다. 토트넘에 대한 그의 충성도나 높게 책정된 이적료가 걸림돌이 되겠으나, 감독과 단장까지 공석인 팀의 현 상황이 끼칠 심리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토트넘이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수비 보강이 절실하다. 감독 자리에 누가 오더라도 빠르게 팀을 만들며 변수를 줄일 수 있도록 수비력을 손봐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호흡을 맞출 주전 센터백을 찾아야 한다. 세계 최초의 방관형 센터백으로 불리는 에릭 다이어와 주시형 센터백 다빈손 산체스는 그동안 백3이건 백4건 전술에 상관없이 결정적인 실수를 범한 바 있다. 중원 보강도 시급하다. 기존 토트넘 중원은 많이 뛰긴 하지만 패스 능력은 부족한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유형의 선수들로만 구성됐다. 올리버 스킵,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이브 비수마, 로드리고 벤탄쿠르 모두 플레이 스타일을 따로 구분 짓기 쉬운 선수들이 아니다. 공을 좀 더 깔끔하게 다루고 패스를 통해 순환시켜줄 수 있는 플레이메이커가 토트넘 중원에 절실하다.
한국 월드 클래스 선수들의 향방
이번 이적 시장에서 가장 핫한 한국 선수는 이강인과 김민재다. 마요르카에서 뛰고 있는 이강인은 2022-2023 시즌 내내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일부 매체에서는 라리가 시즌 베스트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꼽았을 정도다. 언급되는 바이아웃 금액도 활약에 비해 다소 낮은 1800만 유로(약 262억원) 정도라 여러 팀이 달려들 만한 상황이다. 현재 라리가와 프리미어리그 팀들에서 두루 관심을 받고 있어 이번 이적 시장에서 행선지가 결정될 확률이 높다.

마요르카의 이강인은 2022-2023 시즌 내내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결과, 라리가와 프리미어리그의 다양한 팀들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여름에 새로운 행선지가 결정될 확률이 높다.

나폴리에 세리에A 우승을 안긴 김민재는 많은 팀에서 관심을 가질 선수이나, 높은 바이아웃 금액 때문에 프리미어리그 팀 외에는 영입 시도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맨유, 맨시티와 연결되고 있다.
한편 조금씩 이적설이 고개를 들었던 손흥민은 새 시즌에도 토트넘에 남을 전망이다. 손흥민은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경질된 시즌 후반기에 비교적 더 나은 활약을 보여줬다. 토트넘이 현재 새 감독 선임을 준비 중인 만큼 새 지도자와 어떤 시너지를 낼지가 다음 시즌의 관건이다. 황희찬은 현재 소속된 울버햄튼의 강한 신뢰를 받고 있다. 훌렌 로페테기 감독은 선발이건 교체건 꾸준히 황희찬을 중용하고 있다. 아쉽게도 잦은 부상으로 아직 다른 팀의 관심을 받을 만한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황희찬은 다음 시즌에도 울버햄튼에 잔류할 가능성이 크며, 이번 시즌보다 큰 활약이 요구된다. 올림피아코스에서 주전 미드필더로 좋은 활약을 보여준 황인범도 빅리그 진출 가능성이 크다. 김민재가 소속되어 있는 나폴리가 현재 황인범을 주시 중이라는 루머가 있다.

토트넘의 손흥민은 새 시즌에도 토트넘에 남을 전망이다. 새로 오게 될 감독과 어떤 시너지를 낼지가 커리어의 관건이다.
WHO’S THE WRITER?
임형철은 ‘대한민국 역대 최연소 위원’ 기록을 가진 축구해설위원이다. 국내외 축구 정세에 두루 능통한데, 특히 프리미어리그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목소리 중 하나로 꼽힌다. 2016년부터 SPOTV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축구 전문 유튜브 채널인 이스타 TV의 고정 패널로도 활동 중이다.